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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9. 5. 28. 선고 98다34515 판결

[약정금][공1999.7.1.(85),1274]

판시사항

도로공사를 도급받은 회사에서 현장소장의 지휘 아래 노무, 자재, 안전 및 경리업무를 담당하는 관리부서장이 회사의 부담으로 될 채무보증 등의 행위를 할 권한이 있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도로공사를 도급받은 회사에서 그 공사의 시공에 관련한 업무를 총괄하는 현장소장의 지휘 아래 노무, 자재, 안전 및 경리업무를 담당하는 관리부서장은 그 업무에 관하여 상법 제15조 소정의 부분적 포괄대리권을 가지고 있다고 할 것이지만, 그 통상적인 업무가 공사의 시공에 관련된 노무, 자재, 안전 및 경리업무에 한정되어 있는 이상 일반적으로 회사의 부담으로 될 채무보증 또는 채무인수 등과 같은 행위를 할 권한이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참조조문
원고,피상고인

주식회사 공영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오욱환)

피고,상고인

정리회사 주식회사 한양의 관리인 이치운 (소송대리인 변호사 서예교)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의 요지

원심은, 그 내세운 증거에 의하여, 정리회사 주식회사 한양(이하 '정리회사'라 한다)은 1995. 1. 23. 소외 한라건업 주식회사(이하 '소외 회사'라 한다)에게 당시 정리회사가 대전지방국토관리청으로 도급받아 시공하고 있던 두마-논산간 도로 확장 및 포장공사(이하 '이 사건 전체 공사'라 한다) 중 배수구조물 공사(이하 '이 사건 하도급 공사'라 한다)를 대금 366,300,000원, 공사기간 1995. 1. 23.부터 1996. 7. 26.까지로 정하여 하도급을 준 사실, 위 하도급 계약 후 소외 회사는 같은 해 3.경 원고에게 위 하도급 공사에 필요한 레미콘을 외상으로 공급하여 줄 것을 주문하였으나 그 때 이미 소외 회사의 재무구조가 허약하다는 것이 널리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원고는 그 주문을 거절하였는데, 원고가 레미콘을 공급하지 않을 경우 이 사건 전체 공사의 공기가 지연될 것을 우려한 당시 정리회사의 이 사건 전체 공사 현장 관리부서장인 소외 김호성은 1995. 3. 20. 그 날 이 사건 하도급 공사 현장에 공급할 레미콘에 대하여, 이 사건 전체 공사의 현장소장인 소외 최병태는 같은 달 23. 그 날과 같은 달 29.에 위 공사 현장에 공급할 레미콘에 대하여 그 대금을 정리회사가 직접 원고에게 지급하겠다고 보증하였고, 이에 원고는 1995. 3. 20., 같은 달 23. 및 같은 달 29. 3회에 걸쳐 합계 금 6,928,110원 상당의 레미콘을 이 사건 하도급 공사 현장에 공급하게 되었는데 그 후 정리회사는 위와 같이 공급받은 레미콘에 대한 대금을 원고에게 모두 지급한 사실, 원고는 소외 회사의 주문으로 1995. 5. 13.부터 4회에 걸쳐 이 사건 하도급 공사 현장에 레미콘을 공급하면서 당시에는 소외 회사의 재무구조가 더욱 악화되었기 때문에 정리회사의 승낙 아래 그 간이세금계산서의 납품처 명의를 정리회사로 하였는데 정리회사가 1995. 5. 25. 갑자기 원고에게 그 간이세금계산서의 납품처 명의를 소외 회사로 변경할 것을 요구하므로 원고는 소외 회사를 납품처로 할 경우 그 대금을 지급받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하여 그 이후 공급하는 레미콘에 대하여도 정리회사에서 직접 지급한다는 것을 보증하여 줄 것을 요구하였고, 이에 김호성은 1995. 5. 25. 원고에게 정리회사가 소외 회사에게 지급할 1995년 5월 분 기성금에서 원고가 1995년 5월에 공급하는 레미콘 대금을 공제하여 이를 직접 원고에게 지급하겠다고 약속하였으며 이에 따라 원고는 1995. 5. 26.부터 같은 달 31.까지 사이에 금 16,246,988원 상당의 레미콘(이하 '이 사건 레미콘'이라 한다)을 이 사건 하도급 공사 현장에 공급한 사실, 이 사건 전체 공사는 정리회사측 관리 인원이 약 20여명이고 그 공사에 관련된 하도급 및 재하도급 업체가 다수이며 그 공사비도 약 60,000,000,000원이 소요되는 방대한 규모의 공사로서 그 공사 현장에는 그 공사의 시공에 관련한 모든 현장의 업무를 총괄하는 현장소장이 있고, 그 아래에 노무, 자재, 안전 및 경리를 담당하는 관리부서장, 측량 등 실제 공사를 담당하는 공사부서장, 공정관리, 설계변경, 하도급업자 관리 및 발주처 관련업무를 담당하는 공무부서장이 있는데 당시 김호성은 관리부서장으로 재직하고 있었던 사실, 정리회사는 소외 회사에 대하여 부담하고 있던 1995년 5월 분 기성금 채무 중 선급금으로 지급한 금액을 공제한 나머지 금 20,000,000원 채무를 부담하고 있던 중 1995. 7. 25. 소외 회사에게 그 기성금으로 금 20,000,000원을 지급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김호성은 이 사건 전체 공사 현장의 자재관리에 있어서 정리회사를 부분적으로 포괄대리할 권한을 가진 상법 제15조 소정의 사용인이라 할 것이므로 피고는 위 김호성의 지급 약정에 따라 정리회사가 소외 회사에게 1995년 5월 분으로 지급하여야 할 기성금 중 이 사건 레미콘 대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2. 판단

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원고는 소외 회사의 주문으로 1995. 5. 13.부터 4회에 걸쳐 이 사건 하도급 공사 현장에 레미콘을 공급하면서 정리회사의 승낙 아래 그 간이세금계산서의 납품처 명의를 정리회사로 하였는데 정리회사가 1995. 5. 25. 원고에게 위 간이세금계산서의 납품처 명의를 소외 회사로 변경할 것을 요구하였고, 정리회사가 1995. 7. 25. 소외 회사에게 같은 해 5월 분 기성금 중 선급금으로 지급한 금액을 공제한 나머지 금 20,000,000원을 지급하였다고 인정한 조치는 옳다고 여겨지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나. 그러나 사실관계가 원심이 확정한 바와 같다면, 김호성은 이 사건 전체 공사 현장에서 그 공사의 시공에 관련한 업무를 총괄하는 현장소장의 지휘 아래 노무, 자재, 안전 및 경리업무를 담당하는 관리부서장으로서 그 업무에 관하여 상법 제15조 소정의 부분적 포괄대리권을 가지고 있다고 할 것이지만, 그 통상적인 업무가 공사의 시공에 관련된 노무, 자재, 안전 및 경리업무에 한정되어 있는 이상 일반적으로 회사의 부담으로 될 채무보증 또는 채무인수 등과 같은 행위를 할 권한이 있다고 볼 수는 없을 것 이므로(대법원 1994. 9. 30. 선고 94다20884 판결 참조), 김호성이 1995. 5. 25.(갑 제2호증에 의하면 1995. 5. 29.이다) 원고에게 정리회사가 소외 회사에게 지급할 1995년 5월 분 기성금에서 원고가 1995년 5월에 공급하는 레미콘 대금을 공제하여 이를 직접 원고에게 지급하겠다고 약속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정리회사의 부담으로 될 채무보증 또는 채무인수 행위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김호성에게 그러한 약정을 할 권한이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정리회사에 대하여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더구나 원심이 확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원고는 소외 회사의 주문으로 1995. 5. 13.부터 4회에 걸쳐 이 사건 하도급 공사 현장에 레미콘을 공급하면서 당시에는 소외 회사의 재무구조가 더욱 악화되었기 때문에 정리회사의 승낙 아래 그 간이세금계산서의 납품처 명의를 정리회사로 하였는데 정리회사가 1995. 5. 25. 원고에게 그 간이세금계산서의 납품처 명의를 소외 회사로 변경할 것을 요구하였다는 것이므로, 이로써 정리회사는 원고에 대하여 소외 회사에 판매한 위 레미콘 대금에 대하여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뜻을 명백히 하였음을 알아 볼 수 있는바, 이와 반대로 정리회사가 관리부서장에 불과한 김호성에게 정리회사의 부담으로 될 위와 같은 약정을 할 권한을 위임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김호성은 이 사건 전체 공사 현장의 자재관리에 있어서 정리회사를 부분적으로 포괄대리할 권한을 가진 상법 제15조 소정의 사용인이라는 이유를 들어 피고는 김호성의 위와 같은 지급 약정에 따라 정리회사가 소외 회사에게 1995년 5월 분으로 지급하여야 할 기성금 중 이 사건 레미콘 대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조치에는 상법 제15조 소정의 부분적 포괄대리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상고이유 중 이 점을 지적하는 부분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조무제(재판장) 정귀호 김형선(주심) 이용훈

심급 사건
-서울지방법원 1998.6.10.선고 97나57466
참조조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