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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8다13937 판결

[부동산명도][미간행]

판시사항

전통사찰보존법에 따라 전통사찰로 등록되어 있는 사찰이 문화체육부장관의 승인 등을 얻지 않은 채 채권자에게 금원지급을 약정하면서 불이행시에는 사찰 내 부동산을 인도하기로 한 경우, 금원지급약정 부분까지 무효로 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 사례

원고(재심피고), 피상고인

원고

피고(재심원고), 상고인

피고 ○○암자 (소송대리인 변호사 한재철)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1. 원심은, 그 채용 증거들을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원고(재심피고, 이하 ‘원고’라고만 한다)의 대여금 1억 8,000만 원이 피고(재심원고, 이하 ‘피고’라고만 한다) 소유 사찰 건물의 재건 등에 모두 사용된 점, 이 사건 약정서에 의하면 원고는 소외인 개인에 대한 형사고소뿐 아니라 피고의 보조사업비채권에 대한 가압류까지 취하하기로 한 점, 소외인이 피고의 대표자인 주지로서 이 사건 약정서를 작성하고 그 취지를 공증까지 한 점 등 이 사건 약정의 체결경위 및 그 내용에 의하면, 이 사건 약정의 당사자는 소외인 개인이 아니라 피고 사찰이라고 판단하였는바,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옳은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채증법칙 위배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또한,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이 사건 약정은 피고가 원고에게 5억 원을 2회에 걸쳐 분할지급하고, 매월 이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되, 그 의무 불이행시에는 피고의 재산에 대한 권리를 이전하겠다는 취지로서 금원지급약정 부분과 부동산인도약정 부분으로 분할되어 있는데, 앞서 본 이 사건 약정의 체결경위에 비추어 피고는 부동산인도약정이 없더라도 금원지급약정을 하였을 것으로 보이므로, 이 사건 약정 중 부동산인도약정 부분이 비록 전통사찰 소유 부동산의 양도에 관하여 주무장관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는 전통사찰보존법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하더라도, 전통사찰이 금전채무를 부담함에 있어서까지 주무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볼 아무런 근거가 없는 이상 위 금원지급약정 부분까지 무효로 된다고 볼 수는 없다 할 것인바, 같은 취지에서 원심이 이 사건 약정 중 금원지급약정 부분이 유효하다고 판단한 것은 옳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전통사찰보존법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한편, 소송에서 다투어지고 있는 권리 또는 법률관계의 존부가 동일한 당사자 사이의 전소에서 이미 다루어져 이에 관한 확정판결이 있는 경우에 당사자는 이에 저촉되는 주장을 할 수 없고, 법원도 이에 저촉되는 판단을 할 수 없음은 물론, 위와 같은 확정판결의 존부는 당사자의 주장이 없더라도 법원이 이를 직권으로 조사하여 판단하지 않으면 아니된다( 대법원 1992. 5. 22. 선고 92다3892 판결 등 참조).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대여금 1억 8,000만 원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2004. 2. 12. 서울중앙지방법원 2003가합22702호로 승소판결 을 받았고, 이에 대한 피고의 항소가 기각됨으로써 2004. 12. 7. 위 판결이 확정된 사실, 원고는 그에 앞서 2003. 5. 27. 위 대여금 1억 8,000만 원의 채권을 피보전채권으로 하여 같은 법원 2003카단3234호 로 피고 소유의 전남 구례군 문척면 죽마리 (지번 생략) 임야 153,523㎡에 관하여 가압류결정을 받았고, 그 가압류등기가 2003. 5. 31. 마쳐져 있었는데, 위 대여금 사건의 항소심이 계속 중이던 2004. 4. 7. 이 사건 약정을 체결하면서 약정금 5억 원에 대한 채무이행의 확실한 담보를 위하여 공사 등에 지장이 없는 위 임야에 관한 가압류는 채무변제가 전부 완료된 후에 해지해 주기로 정하고 집행문이 부여된 위 대여금 사건의 제1심판결문 정본을 피고에게 교부한 사실을 알 수 있고, 또한 원고 자신도 재심대상사건의 2006. 1. 23.자 준비서면에서 ‘본건의 경우 1억 8,000만 원뿐만이 아니라 원고의 노력으로 행정자치부로부터 10억 원의 지원금을 수령하여 피고 사찰의 재건을 꾀하게 된 부분의 가치까지 고려되어 합의금이 5억 원으로 상정되었기 때문에’라고 주장하여 이 사건 약정금 5억 원에 위 대여금 1억 8,000만 원이 포함되었음을 인정하는 듯한 진술을 한 바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이 사건 합의금 5억 원에 판결이 확정된 대여금 1억 8,000만 원이 포함되어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심리한 다음, 만일 그것이 인정되는 경우라면 원고의 이 사건 금원지급청구의 소 중 1억 8,000만 원 부분은 위 확정판결의 효력이 그대로 미치게 되어 소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므로, 이에 대하여서까지 지급을 명한 재심대상판결을 취소하고 위 1억 8,000만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부분은 각하하였어야 할 것임에도, 이에 관하여는 전혀 심리하지 아니한 채 피고의 재심청구를 기각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심리를 제대로 하지 아니하였거나 확정판결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고, 이러한 위법은 판결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전수안(재판장) 고현철(주심) 김지형 차한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