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기)][공1998.9.1.(65),2200]
[1] 문서제출명령에 응하지 아니한 사정 등을 종합하여 문서에 관한 상대방의 주장을 진실한 것으로 인정한 사례
[3] 군 정보기관이 법령상의 직무범위를 벗어나 민간인에 관한 정보를 비밀리에 수집·관리한 경우, 불법행위의 성립 여부(적극)
[4] 국가기관이 일반 국민의 알 권리와는 무관하게 평소의 동향을 감시할 목적으로 개인의 정보를 비밀리에 수집한 경우, 그 대상자가 공적 인물이라는 이유만으로 면책될 수 있는지 여부(소극)
[1] 문서제출명령에 응하지 아니한 사정 등을 종합하여 문서에 관한 상대방의 주장을 진실한 것으로 인정한 사례.
[2]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헌법 제17조는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들 헌법 규정은 개인의 사생활 활동이 타인으로부터 침해되거나 사생활이 함부로 공개되지 아니할 소극적인 권리는 물론, 오늘날 고도로 정보화된 현대사회에서 자신에 대한 정보를 자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적극적인 권리까지도 보장하려는 데에 그 취지가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3] 구 국군보안사령부가 군과 관련된 첩보 수집, 특정한 군사법원 관할 범죄의 수사 등 법령에 규정된 직무범위를 벗어나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평소의 동향을 감시·파악할 목적으로 지속적으로 개인의 집회·결사에 관한 활동이나 사생활에 관한 정보를 미행, 망원 활용, 탐문채집 등의 방법으로 비밀리에 수집·관리한 경우, 이는 헌법에 의하여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한 것으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4] 공적 인물에 대하여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가 일정한 범위 내에서 제한되어 그 사생활의 공개가 면책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으나, 이는 공적 인물은 통상인에 비하여 일반 국민의 알 권리의 대상이 되고 그 공개가 공공의 이익이 된다는 데 근거한 것이므로, 일반 국민의 알 권리와는 무관하게 국가기관이 평소의 동향을 감시할 목적으로 개인의 정보를 비밀리에 수집한 경우에는 그 대상자가 공적 인물이라는 이유만으로 면책될 수 없다.
강동규 외 144인 (원고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시민종합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윤종현 외 10인)
대한민국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택한 증거들을 종합하여 다음과 같은 전제 사실, 즉 피고 산하 구 국군보안사령부에서 근무하던 소외 인은 1,300여 명의 정치인, 법조인, 언론인, 종교인, 교수, 재야인사 등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수집·작성된 사찰관계 자료의 일부를 가지고 부대를 이탈하여 1990. 10. 4. 이를 공개하면서 국군보안사령부의 민간인 사찰행위를 폭로한 사실, 그 사찰관계 자료에는 동향파악 대상자의 성명, 생년월일, 카드번호, 본적, 직책, 비고란 등이 기재된 원심판시 색인카드 1,303명분과 인적사항, 가족사항, 학력 및 경력, 자격면허, 해외여행, 정당 및 사회활동, 교우 및 배후인물, 개인특성, 주요 동향 등이 기재되어 있는 원심판시 개인카드가 입력되어 있는 컴퓨터디스켓 30장(이하 디스켓에 입력된 개인카드를 전산개인카드라고 한다.) 및 개인카드, 동향보고, 언론기사, 사진, 용모, 가옥 형태, 주변 상황, 동거인 현황, 직장 위치, 출퇴근 수단, 보유 차량 등이 기재되어 있는 원심판시 개인신상자료철 4명분이 포함되어 있는 사실, 소외인이 공개한 사찰관계 자료 중 색인카드는 원고 권호경, 김낙중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에 대한 것이고, 컴퓨터디스켓 30장에는 원심판시 별지목록 2, 3 기재 원고들에 대한 전산개인카드만 입력되어 있으며, 개인신상자료철은 원고 노무현, 문동환, 이강철에 대한 것인데, 색인카드의 카드번호 및 전산개인카드의 카드번호와 개인신상자료철에 포함된 개인카드의 카드번호는 원고별로 서로 일치하고 있는 사실, 개인신상자료철과 전산개인카드에는 원심판시 별지목록 7 기재와 같이 공개적인 자료로부터는 파악하기 어려운 원고들의 대인 접촉 관계, 집회 또는 시위 참가 활동, 일부 원고들의 사적인 생활에 관한 정보가 상세히 수집, 기재되어 있는 사실을 인정하고, 이와 같은 전제 사실에다가, 소외인이 공개한 사찰관계 자료에 포함되지 아니한 원심판시 별지목록 2 기재 원고들 중 원고 김승훈, 김정웅, 원심판시 별지목록 3 기재 원고들에 대한 개인신상자료철, 원심판시 별지목록 4 기재 원고들에 대한 전산개인카드와 개인신상자료철에 관하여 1993. 10. 4. 제1심법원이 피고에게 문서제출명령을 하였으나, 같은 달 26. 피고 산하 국방부장관은 1991. 1. 1.자로 국군보안사령부가 국군기무사령부로 개칭되면서 부대의 업무와 직접 관련이 없는 참고 존안자료의 폐기 방침에 따라 1991. 1. 말경 모두 폐기하였으므로 제출명령 대상 문서가 작성되었는지 여부의 확인이나 그 제출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문서제출명령에 응하지 아니한 사정 등을 종합하여, 피고 산하 국군보안사령부는 개인신상자료철, 전산개인카드 및 색인카드 등 3가지 자료가 모두 공개된 원고 노무현, 문동환, 이강철은 물론이고, 전산개인카드와 색인카드만 공개된 원고 김승훈, 김정웅과 원심판시 별지목록 3 기재 원고들(다만 그 중 원고 권호경, 김낙중은 전산개인카드만 공개됨), 색인카드만 공개된 원심판시 별지목록 4 기재 원고들에 대하여 상시 또는 수시로 미행, 망원(망원) 활용, 탐문채집 등 다양한 방법으로 그 동향을 감시 추적하고 정보를 수집하는 등 사찰행위를 하고, 그 결과를 종합하여 원고별로 개인신상자료철을 작성한 뒤, 이를 기초로 주요사항을 항목별로 정리하여 개인카드를 만들어 고유번호를 부여하고, 이를 전산입력함과 아울러 개인별 색인카드를 작성하는 방법으로 이들 3가지 정보자료를 보관·관리해 온 것으로 추인된다고 판단하였다.
기록과 관계 규정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채증법칙 위배 또는 사실상의 추정에 적용되는 경험칙 위배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헌법 제17조는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들 헌법 규정은 개인의 사생활 활동이 타인으로부터 침해되거나 사생활이 함부로 공개되지 아니할 소극적인 권리는 물론, 오늘날 고도로 정보화된 현대사회에서 자신에 대한 정보를 자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적극적인 권리까지도 보장하려는 데에 그 취지가 있는 것으로 해석되는바, 원심이 적법하게 확정한 바와 같이, 피고 산하 국군보안사령부가 군과 관련된 첩보 수집, 특정한 군사법원 관할 범죄의 수사 등 법령에 규정된 직무범위를 벗어나 민간인인 원고들을 대상으로 평소의 동향을 감시·파악할 목적으로 지속적으로 개인의 집회·결사에 관한 활동이나 사생활에 관한 정보를 미행, 망원 활용, 탐문채집 등의 방법으로 비밀리에 수집·관리하였다면, 이는 헌법에 의하여 보장된 원고들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으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피고는 원심판시 별지목록 4 기재 원고들에 대하여는 색인카드만 작성된 것임을 전제로, 이들에 대하여는 공개된 내용에 비추어 불법행위를 구성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이들에 대하여도 위와 같은 내용의 전산개인카드와 개인신상자료철이 작성·보관되었음은 위에서 본 바와 같으므로, 이와 반대의 입장을 전제로 한 피고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원고들 중에는 일반 공중에 널리 알려져 있는 사람도 있고, 이와 같은 공적 인물에 대하여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가 일정한 범위 내에서 제한되어 그 사생활의 공개가 면책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으나, 이는 공적 인물은 통상인에 비하여 일반 국민의 알 권리의 대상이 되고 그 공개가 공공의 이익이 된다는 데 근거한 것이므로, 이 사건과 같이 일반 국민의 알 권리와는 무관하게 국가기관이 평소의 동향을 감시할 목적으로 개인의 정보를 비밀리에 수집한 경우에는 그 대상자가 공적 인물이라는 이유만으로 면책될 수 없다.
그리고 피고 산하 국군보안사령부가 위법하게 원고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관리함으로 인하여 원고들이 입은 정신적 손해는 소외인이 위와 같이 사찰관계 자료를 공개함으로써 이를 알게 되었다고 할 수는 있으나,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그 손해가 소외인에 의한 사찰관계 자료의 공개에 의하여 비로소 발생한 것으로 볼 것은 아니다.
원심의 판단은 이와 같은 견해에 따른 것이어서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