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a
대법원 1998. 5. 26. 선고 98다11635 판결

[손해배상(기)][공1998.7.1.(61),1736]

판시사항

[1] 피해자로부터 범죄신고와 함께 신변보호요청을 받은 경찰관의 보호의무 위반을 인정한 사례

[2] 가해자의 처와 동생이 피해자와 사이에 가해자가 추후 피해자를 또다시 괴롭힐 때에는 연대하여 이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합의한 경우, 그 합의의 유효 여부(적극)

판결요지

[1] 가해자가 피해자를 살해하기 직전까지 오랜 기간에 걸쳐 원한을 품고 집요하게 피해자를 괴롭혀 왔고, 이후에도 피해자의 생명·신체에 계속 위해를 가할 것이 명백하여 피해자의 신변이 매우 위험한 상태에 있어 피해자가 살해되기 며칠 전 범죄신고와 함께 신변보호를 요청하고 가해자를 고소한 경우, 범죄신고와 함께 신변보호요청을 받은 파출소 소속 경찰관들이나 고소장 접수에 따라 피해자를 조사한 지방경찰청 담당경찰관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아 수사를 신속히 진행하여 가해자의 소재를 파악하는 등 조치를 취하고, 피해자에 대한 범죄의 위험이 일상적인 수준으로 감소할 때까지 피해자의 신변을 특별히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한 사례.

[2] 가해자의 처와 동생이 피해자에게 가해자가 피해자를 괴롭힐 때에는 연대하여 이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약속하였다면, 가해자가 피해자를 살해함으로 인하여 피해자가 입은 손해도 배상할 책임이 있는 것이고, 그 약정이 반사회적 내용을 가진 것이거나 친족의 입장에서 정의에 따라 의례적으로 한 것으로 실현 불가능한 것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고 볼 수도 없다.

원고,피상고인

원고 1 외 3인 (원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홍기배)

피고,상고인

대한민국 외 2인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들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1. 원심은, 소외 1이 1992. 4.경 수원시 장안구 소재파출소에서 경찰관(경장)으로 근무하면서 파장동 내에서 미용실을 경영하던 이혼녀인 소외 2에게 총각이라고 속여 접근한 뒤 결혼하자며 정을 통해 온 사실, 소외 2가 1994. 2.경 소외 1이 유부남으로 자식까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관계를 끊자고 하자 이때부터 소외 1은 소외 2를 괴롭히기 시작하여 1995. 2. 21. 23:00경에는 소외 2이 다른 남자를 만난다는 이유로 소외 2를 승용차에 태워 수원시 장안구 파장동 소재 수원-안산간 고속도로 입구까지 간 다음 주먹으로 얼굴을 마구 때려 요치 약 2주간의 사지, 안면부, 좌측흉벽 다발성타박상 등의 상해를 입히고, 같은 해 4. 1. 23:00경에도 소외 2의 얼굴을 수회 때리는 등 괴롭히다가 같은 달 10. 21:30경 소외 2를 승용차에 강제로 태워 경기 기흥읍 지곡리 소재 산장호수 부근의 인적 없는 도로로 데리고 가서 과도로 소외 2의 어깨와 등을 찌르고 삽자루로 등을 때리고 돌로 이마를 찍어 요치 약 7주간의 안면부열창, 좌측혈흉기흉, 흉부열창, 좌측늑골골절, 골반부좌상 등의 상해를 입혔으며, 이로 인하여 그 무렵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죄 등으로 구속기소되고 파면까지 된 사실, 소외 2는 소외 1의 처인 피고 1가 동생인 피고 2가 용서를 빌며 합의를 간청하자 같은 해 5. 24. 피고 1, 2와 " 소외 1이 추후 소외 2를 또다시 괴롭힐 때에는 위 피고들이 연대하여 이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는 내용의 약정을 한 다음 합의서를 작성해 주었고, 이러한 합의가 참작되어 소외 1은 같은 달 30. 수원지방법원에서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석방된 사실, 그러나 소외 1은 석방 직후부터 다시 수차례에 걸쳐 소외 2의 집을 찾아가거나 전화를 하여 돈을 요구하면서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하였고, 이에 위협을 느낀 소외 2는 같은 해 6. 15. 수원경찰서에 소외 1을 고소함과 아울러 같은 달 20. 경찰청장에게 탄원서와 함께 신변보호를 요청하였으며, 같은 달 말경 경찰청장 및 경기도지방경찰청장은 관할 관서에 소외 2의 신변보호에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한 사실, 소외 1은 위 사건이 이첩된 수원남부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게 되자 같은 해 7. 8. 소외 2에게 사과를 하여 소외 2로 하여금 고소를 취하하게 함으로써 같은 달 21. 수원지방검찰청으로부터 '공소권 없음' 결정을 받은 사실, 그런데도 소외 1은 여전히 소외 2에게 원한을 품고는 같은 해 10. 3. 20:30경 할 말이 있다며 소외 2를 불러 내 안양시 만안구 만안동 소재 공터에 데리고 가서는 다음 날 02:00경까지 소외 2의 목을 조르고 주먹으로 얼굴을 때려 폭행하였고, 같은 해 11. 24. 20:45경에는 군포시 산본동 소재 소외 2가 경영하던 '명진투미용실' 앞에서 퇴근길의 소외 2를 택시에 강제로 태워 수원시 권선구 호매실동 소재 공터에 데리고 가 그 곳에 세워 둔 자신의 승용차에 태워 다음 날 02:00경까지 소외 2의 목을 조르고 주먹으로 온몸을 마구 때려 요치 1주간의 안면부, 전흉부 다발성좌상 등의 상해를 가한 사실, 한편 1995. 4.경부터 소외 2와 재결합하여 살고 있었던 소외 2의 전 남편 안종현은 소외 2가 귀가하지 아니하자 같은 해 11. 25. 새벽 군포경찰서 수리파출소에 소외 2가 소외 1에게 납치된 것 같다는 내용의 신고를 하였고, 소외 2는 소외 1로부터 풀러 난 후 같은 달 27. 15:00경 위 파출소에 같은 내용을 신고하면서 파출소 소속 경장 소외 4에게 사정을 설명함과 아울러 자신의 신변을 보호해 주도록 요청하였으나, 파출소 소속 경찰관들은 관할 경찰서에 고소하라고 하면서 사건을 수리도 하지 않았으며, 퇴근길의 소외 2를 버스정류장까지 순찰차로 몇 번 태워 주는 데 그친 채 가정문제라는 이유로 방관한 사실, 소외 2는 같은 달 28. 경기도지방경찰청에 다시 소외 1을 고소하였고, 담당경찰관인 소외 5는 소외 2의 진술조서를 작성하면서 1994년 이후부터 소외 2가 위와 같이 위해를 당해 온 사실을 알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사태의 절박성을 호소하는 소외 2의 말에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아니한 채 목격자인 택시운전사의 소재를 알아 오라고 하면서 소외 1에게는 12. 5. 10:00까지 출석하라는 출석요구서만 보내고 만 사실, 소외 1은 같은 해 12. 2. 08:00경 명진투미용실에 찾아가 소외 2와 그의 어머니인 소외 6을 망치로 치고 칼로 찔러 살해한 뒤 도주하였다가 같은 달 16. 자살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소외 1은 소외 2를 살해하기 직전까지 오랜 기간에 걸쳐 원한을 품고 집요하게 소외 2를 괴롭혀 왔고, 이후에도 소외 2의 생명·신체에 계속 위해를 가할 것이 명백하여 소외 2의 신변이 매우 위험한 상태에 있었으며, 이러한 상태에서 소외 2가 살해되기 며칠 전인 1995. 11. 25. 새벽과 같은 달 27. 오후에 범죄신고와 함께 신변보호요청을 받은 군포경찰서 수리파출소 소속 경찰관들이나 같은 달 28. 고소장 접수에 따라 소외 2을 조사한 경기도지방경찰청의 담당경찰관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아 수사를 신속히 진행하여 소외 1의 소재를 파악하는 등 조치를 취하고, 소외 2에 대한 범죄의 위험이 일상적인 수준으로 감소할 때까지 소외 2의 신변을 특별히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고 판단하였다.

2.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과 대조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사실인정 및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위법이 없다. 따라서 피고 대한민국의 상고이유는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3. 피고 1과 피고 2가 소외 2에게 소외 1이 소외 2을 괴롭힐 때에는 연대하여 이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약속하였다면, 소외 1이 소외 2를 살해함으로 인하여 소외 2이 입은 손해도 배상할 책임이 있는 것이고, 위 약정이 반사회적 내용을 가진 것이거나 친족의 입장에서 정의에 따라 의례적으로 한 것으로 실현 불가능한 것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고 볼 수도 없다. 그리고 소외 2이 소외 1의 협박의 점에 대하여 고소하였다가 그 고소를 취하함으로써 소외 2이 위 피고들에 대한 위 약정상의 권리 행사를 포기하였다는 주장은 당심에 이르러서야 내세운 새로운 주장으로 적법한 상고이유가 될 수 없다. 따라서 위 피고들의 상고이유도 모두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4.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돈희(재판장) 최종영 이임수 서성(주심)

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1998.2.4.선고 97나44555
본문참조조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