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a
의료사고
red_flag_2서울고등법원 2004. 10. 7. 선고 2003나34498 판결

[손해배상(의)][미간행]

원고, 항소인

원고 1외 1인(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한강 담당변호사 홍영균)

피고, 피항소인

피고 학교법인(소송대리인 변호사 신현호외 2인)

변론종결

2004. 8. 26.

주문

1. 제1심 판결 중 다음에서 지급을 명하는 돈에 해당하는 원고들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 25,000,000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1999. 10. 10.부터 2004. 10. 7.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들의 나머지 항소를 각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1, 2심 모두 이를 3분하여 그 중 1은 피고의, 나머지는 원고들의 각 부담으로 한다.

4. 제1항 중 금원 지급 부분은 가집행 할 수 있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 1에게 87,685,728원, 원고 2에게 주1) 84,685,728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1999. 10. 10.부터 항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돈을 지급하라.(원고들은 당심에 이르러 지연손해금 중 일부를 감축하였다.)

이유

1. 기초사실

다음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1, 을1, 을2의 1 내지 25, 을5의 1 내지 4·7·9·11·13 내지 19·21 내지 27의 각 기재, 갑10, 을5의 5·8의 각 일부 기재(그 중 각 뒤에서 믿지 아니하는 부분 제외), 제1심 법원의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결과 및 중앙대학교 부속 용산병원장에 대한 감정의견조회결과, 당심의 아주대학교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결과 중 각 일부(뒤에서 믿지 아니하는 부분 제외),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고, 갑10, 을5의 5·8, 을11의 각 일부 기재는 이에 방해되지 아니한다.

가. 이 사건 충수돌기 절제술

(1) 원고들은 1999. 10. 8. 21:00경 아들인 소외 1(1989. 8. 20.생)가 하복부 통증을 호소하며 구토를 하자 다음날인 1999. 10. 9.(토) 08:30경(이하 연도 생략함) 피고 법인 경영의 (병원명 생략)병원(이하 피고 병원이라 한다)에 소외 1을 데리고 내원하여 입원시켰다.

(2) 당시 소외 1은 혈압이 100/60mmHg, 맥박이 분당 90회, 호흡수가 분당 20회(이하 각 단위는 생략함)로 활력징후는 정상이었으나, 우측 하복부 압통(누르면 아픈 것) 및 반사통이 있어 복부초음파 검사를 한 결과 우측 하복부의 복막염과 충수돌기염 의증의 소견이 나오자 소외 1의 주치의인 피고 병원의 일반외과 의사 소외 2는 급성 충수돌기염으로 진단하고(수술 후 병리조직검사 결과에서도 급성 화농성 충수염으로 진단되었다) 수술 전 일반검사를 마친 주2) 후 12:35경부터 전신마취 아래 충수돌기 절제술(이하 ‘이 사건 수술’이라 한다)에 들어가 13:30경 마쳤다.

나. 이 사건 수술 후 의식상태

(1) 피고 병원의 마취과장 소외 3은 수술을 마친 이후로서 13:55경부터 약한 기면상태이던 소외 1에게 산소 3리터를 공급하면서 마취회복을 시작하였는데, 14:05경 이름 등을 답하는 등 지남력이 있으며, 14:10경에는 혈압 138/62, 맥박 분당 92, 호흡수 분당 18로 활력 징후가 안정되고, 소외 1의 이름을 부르며 “눈을 떠 봐”하자 눈을 뜨고, “숨을 크게 쉬어 봐, 튜브를 뽑아 줄까”라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는 등 의식이 있자 마취에서 완전히 회복(full recovery)된 것으로 보고, 자가호흡을 시킨 후 14:15경 일반 병실로 주3) 전실시켰다.

(2) 한편 집도의 소외 2는 이 사건 수술이 성공한 것으로 보이자, 활력징후를 정기적으로 관찰할 것만 지시하고 직접 일반 병실로 가서 소외 1의 의식이 제대로 돌아 왔는지, 상태가 어떠한지 등을 확인하지 아니한 채 14:20 무렵 그냥 퇴근하였다.

(3) ① 14:20경 일반 병실에 온 소외 1의 당시 혈압은 120/80, 맥박 분당 108, 호흡수 분당 20, 체온 36.8°로서 정상이고, 부모를 식별하는 등 지남력은 주4) 있으나 잠을 자려고만 하며 다른 사람이 부르면 눈을 뜨나 말을 하지 못하고 얼굴을 찡그리기만 하는 등 의식상태에 다소 문제가 있었는데, 당시 일반 병실의 당직 간호사 소외 4는 이를 마취가 약간 덜 깬 상태라고 보고는 그와 같은 취지로 간호기록지에 기재하였을 뿐 이 상태를 당직 의사에게 보고한 바 주5) 없다 .

② 15:00경 당직 간호사가 소외 4에서 소외 5로 교체되고, 소외 5가 소외 1의 병실을 처음 순회할 당시 소외 1은 눈을 감은 채 외부에서 가슴에 충격을 주거나 꼬집는 등 자극을 주면 눈을 뜨긴 하나 초점을 한 곳에 고정하지 못하는 멍한 상태로서 말도 하지 못하였는데, 때마침 소외 1이 신음을 하며 아프다는 듯한 모양새를 보이고 가족들이 아이가 많이 아파하는 것 같다면서 걱정을 하자, 소외 5는 진통제인 페나카를 간호조무사인 소외 6으로 하여금 소외 1에게 주사케 하였다. 그러나 소외 5는 소외 1이 자꾸 잠을 자려 하는 것이 단순히 마취에서 늦게 깨어나는 것이라고만 판단하고 그 이후 20:00경까지 간호조무사인 소외 6에게 소외 1의 활력징후를 체크하라고 지시만 한 채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아니하였다(을5의 24의 기재에 의하면, 소외 6은 소외 5에게 별 이상이 없다고 보고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나, 간호기록지 등에 실제 그 측정 결과치를 기재한 흔적은 전혀 주6) 없다).

③ 20:00경 소외 5가 소외 1을 직접 관찰할 당시 소외 1은 여전히 눈을 감고 있으면서 외부에서 신체 자극을 주면 눈은 뜨지만, 의식은 몽롱한 상태였는데, 소외 5는 이에 대하여 당직의사나 다른 의료진에게 보고하지 아니하였다.

④ 21:00경 계속하여 소외 1의 옆을 지키던 원고 1은 소외 1이 부모도 몰라보는 등 의식에 문제가 있어 보이자 소외 5 등에게 의사를 호출해 줄 것을 요구하였다. 이에 소외 5는 일반외과의 당직 의사이던 인턴 소외 7을 호출하였으나 소외 7은 개인적인 일로 병원 밖에 있었던 관계로, 병원 내에 있던 다른 과 인턴 소외 8에게 부탁을 하여 소외 8이 21:40경 소외 1을 보러 왔다.

⑤ 21:40경 소외 1을 진찰한 소외 8은 당시 소외 1이 잠을 자는 듯 하였으나 혈압이 120/80, 호흡수가 분당 20, 체온이 36.6°로 비교적 정상이고 동공반사도 정상이며 청진 호흡음에서도 별다른 이상이 없고 기왕력이 있느냐는 질문에 가족들이 없다고 하자 비정상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당직 의사 및 간호사에게 계속 관찰할 것만 지시하고 숙소로 돌아갔다. 그러나 소외 1은 당시에도 외부에서 신체 자극을 주면 비로소 눈을 뜰 뿐 계속 눈을 감고 있는 상태였다.

⑥ 22:00경 당직 간호사가 소외 5에서 소외 9로 교체되고 소외 9는 순회를 하면서 소외 1을 관찰한 결과 활력징후는 정상이나, 의식상태는 비정상(꼬집거나 건드리는 등 외부 자극에 눈을 뜨나 말을 못하고, 초점이 분명치 않는 등)으로서 ‘mental dull’ 상태로 보고 그와 같이 간호기록지에 기재하였다.

⑦ 10. 10. 새벽 1:00경 소외 1의 맥박은 분당 98이나 호흡수는 분당 28로 가빠지면서 가래와 약한 호흡 곤란 증상을 보이자 소외 9는 인턴 소외 10을 호출하였다. 그러나 소외 10은 직접 병실에 들르지 아니한 채 거담제인 비졸본의 투여만을 지시하였다가, 1:24경 다시 소외 9의 2차 호출을 받고 소외 1의 병실로 왔다. 그 후 약 20분간 소외 1에 대한 흉부 청진 및 시진 등을 하였는데, 특이한 청진음을 듣지 못하자 소외 9에게 그냥 관찰할 것을 지시하였다

⑧ 2:00경 소외 1은 외부의 자극에도 거의 반응을 보이지 않는 상태로 되었으나 소외 9는 이를 소외 10에게 보고하지 아니하였다.

다. 호흡정지 및 사망시까지

(1) 그러던 소외 1은 3:00경 혈압이 80/60으로 떨어지면서, 청색증을 보이고 호홉이 정지되었다. 이에 소외 9는 앰뷰백으로 산소를 공급하면서 위 소외 10을 호출하였다.

(2) 소외 10은 3:05경 병실에 도착하여 소외 1의 청색증을 발견하고, 혈압, 호흡 및 맥박을 측정하려 하였으나 모두 측정되지 않고 동공 확대, 동공반사가 없어진 것을 관찰하자 응급상황으로 보고 기도내 삽관을 하기 위하여 후두경으로 기도노출을 시도하였으나 실패하였다. 이에 발관 후 앰뷰 마스크 등을 이용한 산소공급을 하면서 검사과 당직인 인턴 소외 11과 내과 당직인 레지던트 1년 차 소외 12에게 도움을 요청하여 소외 11이 먼저 병실에 도착하여 기관내 삽관에 성공하였다.

(3) 그러나 삽관 된 튜브에 가래가 차 있자 소외 10은 발관한 후 앰뷰 마스크로 산소를 공급하면서 3:10경 소외 1의 병실에 온 소외 12와 함께 소외 1을 중환자실로 이동시켰다.

(4) 3:36경 소외 1의 전신 청색증이 나타나고 혈압, 맥박이 촉지되지 아니하자 소외 12는 다시 기도내 삽관을 하며, 3:48경에는 에피네프린 주사, 심장마사지 등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면서 앰뷰 마스크로 산소공급을 하였으나, 별다른 반응이 없었고, 피고 병원의 일반외과 과장으로서 소외 12의 호출로 병원에 온 의사 소외 13은 5:30경 다시 비관삽관을 시도하고 심폐소생술 등을 시도하였으나 결국 소외 1은 의식을 회복되지 못하고 6:35경 사망하기에 이르렀다(주치의 소외 2는 연락이 되지 아니하다가 5:30경 소외 13이 도착한 이후 중환자실에 도착했다).

라. 사망원인(사인)

소외 1에 대한 부검 결과, 소외 1(이하 ‘망아’라고 한다)는 소뇌 동정맥기형에 의한 소뇌출혈(원발성)로 인하여 사망한 것으로 판명되었고(저산소성 뇌손상은 발견되지 아니하였다), 위 부검의는 수술 전후의 혈액검사 결과와 양일 간의 활력징후 변화 등에 비추어 위 출혈은 수술 이후 회복과정에서 있었던 것으로 보았다.

2. 관련 의학 지식

[인정근거] 갑11, 갑12, 13의 각 1·2, 을4, 을6, 10의 각 1·2의 각 기재, 위 아주대학교 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결과 중 일부, 변론 전체의 취지

[배척증거] 을7의 2의 일부 기재, 위 아주대학교 병원장에 대한 감정결과 중 일부

가. 소뇌 동정맥기형

(1) 동정맥기형(Arteriovenous malformation, AVM)이란 동맥과 정맥 사이에 정상적으로 있어야 할 모세혈관이 없어 혈액이 동맥에서 직접 정맥으로 흐르는 일종의 혈관 기형을 말하고, 뇌혈관의 발생과정에서 원시 혈관망이 동맥, 모세혈관, 정맥으로 분화되는 태생 초기(약 4주)에 유입동맥과 유출정맥 사이에 모세혈관의 발생이 안 되어 생기는 기형으로 알려져 있다.

(2) 발생빈도는 인구의 0.14%에서 발병하고, 10대에서 40대 사이에 호발하며 여자보다 남자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고 보고되고 있다.

(3) 뇌동정맥기형의 임상증상으로는 구토, 두통과 같은 뇌압상승 증상과 불안성 운동 실조증, 주7) 안구진탕 , 운동성 전진 및 협동운동 장애 등이 있으나, 환자 중 그 임상증상을 호소하는 환자가 50%정도이고, 10세 이내의 환자에게서는 그 중에서도 약 10% 정도이다. 전신마취 후의 회복 상태에서는 위 임상증상은 잘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있고, 나타난다 하더라도 정도가 애매하면 신경계 이상으로 인한 증상이라고 단정하기 곤란하다. 소뇌 동정맥기형으로 인하여 출혈이 발생한 경우에는 심한 두통, 구토, 경부경직, 뚜렷한 의식장애, 간질, 호흡마비 등의 증상을 보이나, 이는 출혈이 비교적 소량으로 서서히 진행될 경우 발견될 수 있는 것들이고 출혈이 빨리 진행될 경우는 거의 나타나지 아니한다.

(4) 1927년 뇌혈관 조영술이 개발된 후 수술 전 진단이 가능하게 되었으며 최근 자기공명검사(MRI)의 도입으로 수술계획 및 접근법을 결정할 수 있게 되었다. 환자에게 신경학적 이상이 있다면 일단 관찰을 하면서 호흡 및 혈압 등의 활력징후를 검사하고 동공반사검사를 하며, 호흡의 문제가 있으면 산소공급과 기도 유지를 하여야 하고, 임상적으로 뇌출혈을 의심할 만한 소견이 있는 경우에는 뇌 CT 검사나 뇌 MRI 검사를 실시한다. 다만, 실제적으로 2차 진료기관에서 그 검사를 통한 결과를 얻는 데는 통상 2 내지 3일 정도가 소요된다.

(5) 뇌동정맥기형의 경우 동맥의 혈압이 정맥에 직접 전달되어 뇌압이 높아지기 때문에 출혈이 발생할 확률이 높은데, 일반적으로 약 70~80%에서 출혈이 초래된다고 보고되고 있고, 일단 출혈이 발생되면 심한 신경학적 결손과 높은 사망률(약 75%)을 보인다. 아무런 예고 없이 호흡정지가 갑자기 발생하기도 하는데 이는 출혈이 연수부위를 압박하여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6) 2차 의료기관에서 뇌출혈을 의심하여 수술을 결정한 경우에는 삭발, 마취, 체위설정 등을 하여 두부절개에 이르기까지 최소한 2~3시간이 필요하다. CT검사를 실시한다면 검사에만 2시간 정도가 소요된다(기사가 외부에 있는 경우에는 기사가 도착하고 기계를 예열하기 위하여 시간이 더 소요될 것이다). CT 검사로 동정맥기형이 확인된 경우에는 항경련제를 쓰면서 관찰하는 보존적 치료방법이 있을 수 있으나 최근에는 뇌출혈이 발생한 경우 기형혈관병소의 전적출술(전적출술)인 수술적 절제술, 색전술, 방사선(감마나이프) 치료술 등의 수술적 치료방법을 실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언제 발생할지도 모르는 재출혈 등으로 인하여 위험성은 상존한다.

나. 마취회복과 의식상태

(1) 전신마취의 경우 정상의 의식수준으로 회복하는데 통상 1 ~2시간 정도 소요된다(조속한 회복을 위하여는 산소공급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2) 의식수준의 분류(정상 상태에 대비한 분류)

① 기면(drowsiness) : 환경에 대하여 완전히 명료하지 못하다. 의식은 흐릿하고 주의력은 손상되어 있다. 질문이나 명령과 같은 자극에 반응하나 곧 잠들어 버린다.

② 혼미(stupor) : 현저한 정신활동과 육체활동의 저하를 나타낸다. 반응을 이끌어 내기 위하여는 통증과 같은 강한 자극이 필요하고, 이런 반응은 현저히 저하되고 느리며 부적절하거나 심지어 반응이 없기도 하다.

③ 혼수(coma) : 완전히 의식이 없으며, 통증성 자극에도 깨어나지 않는다. 자발적인 움직임도 없다.(그러나 의료 현장에서 간호사들은 의식불명상태에 대하여 drowsiness, coma와 dull을 혼용해서 사용한다고 한다.)

(3) 전신마취수술을 마친 환자가 위 (1)항의 일반적인 회복시간이 경과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기면 혹은 혼미의 의식 상태에 놓여 있다면, 그와 같은 의식상태가 어떤 다른 원인에 기한 것인지 여부를 확인하여야 하며, 특히 외부에서 신체자극을 주어도 의식이 없다면 뇌혈관질환 등 신경학적 이상을 의심할 수 있다. 그 증상의 원인을 감별하기 위한 것으로는 활력징후검사, 동맥혈 가스검사, 심전도검사, 뇌파검사, 뇌단층촬영검사 등이 있다.

(4) 활력징후의 이상이나 동공반사의 이상 여부와 무관하게 기면상태나 혼미상태를 평가할 수 있다.

다. 기도내 삽관

(1) 기도내 삽관시 기관지 내경이 연령 또는 환자의 체격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적절한 삽관 튜브를 선택하여야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산소의 누출이나 기관지 부종 등이 발생할 수 있다. 10세 정도의 소아에게는 5.0-6.5 french 크기의 튜브가 적절하고 7.0 french 크기의 성인용 튜브는 어린이의 기도에 들어갈 수 없으나, 성인용 튜브로도 기도내 삽관이 성공되었다면 별 문제가 되지 아니한다. 기도내 삽관 후 적절히 삽입되었는지를 확인하는 방법으로는 흉부 및 복부 청진, 삽관 튜브의 배기가스 관찰, 동맥혈가스분석검사, 흉부방사선검사 등이 있다.

(2) 기도내 삽관이 제대로 되지 않더라도 앰뷰 마스크로 산소를 공급할 수 있다. 산소공급이 되지 않는 경우 저산소증으로 인한 뇌손상을 초래한다. 그러나 뇌출혈이 발생하는 경우는 드물다.

3. 원고들의 주장과 판단

가. 원고들 주장의 요지

(1) 망아를 담당하던 피고 병원의 소외 10과 소외 11 모두 임상경험이 거의 없는 수련의들로서 망아의 호흡정지라는 응급사태에서 당황하여, 소아에게 적절한 5.0~6.5 french 크기의 튜브가 아니라 7.0 french 크기의 성인용 튜브로 기도내 삽관을 하려고 하였을 뿐 아니라 미숙하여 식도에 삽관하고서도 즉시 동맥혈가스분석검사 내지 흉부엑스레이 등을 시행하여 기관내 튜브의 위치가 제대로 자리잡은 것인지 등을 확인하지 아니한 잘못으로 뒤늦게 복부 팽만 증상을 보고서야 다시 기도내 재삽관을 하는 등 30여 분 동안 소외 1에게 산소를 공급하지 못하였을 뿐 아니라, 최초의 호흡정지시로부터 30여 분이나 경과한 이후에 심폐소생술을 실시하고 에피네프린을 투여하는 등 뒤늦은 조치를 취한 잘못으로 망아의 뇌출혈을 악화시켜 망아로 하여금 심장정지를 초래함으로써 이 사건 사망 사고를 야기한 것이므로, 망아는 피고 병원 의료진의 미숙한 응급조치로 인하여 동정맥기형에 대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기회를 박탈당하였다.

(2) 뿐만 아니라 피고 병원의 의료진은 전신마취의 수술을 마친 망아가 통상적인 회복기간인 1~2시간은 물론 수술 종료 후 8시간 이상이 경과되도록 멍한 상태로서 말도 제대로 못하는 등 신경학적 이상증상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합리적인 이유없이 만연히 마취에서 깨어나지 아니한 것이라고 믿고는 미리 뇌혈관질환 유무를 판단할 수 있는 뇌 CT, 뇌 MRI 촬영, 심전도 등을 시행하지 아니함으로써 결국 망아로 하여금 과도한 뇌출혈로 인하여 심정지를 초래하게 하고 사망하게 한 잘못도 있다.

(3) 따라서 피고 병원은 ① 원고들과의 진료계약을 체결한 당사자 또는 망아의 주치의 소외 2와 담당의 소외 10 및 소외 11 등 진료를 담당한 의료진의 사용자로서 그 의료진들의 불성실, 부적절 의료행위 및 그와 같은 불법행위로 인하여 망아 및 원고들이 입은 모든 재산적 및 정신적 손해(망아 139,371,457원, 원고 1 18,000,000원, 원고 2 15,000,000원)를 배상할 책임이 있거나, 또는 ② 피고 병원 의료진이 망아의 의식장애에 대한 원인규명을 위한 검사를 제대로 하지 아니함으로써 망아가 적절한 치료를 받을 기회를 박탈당함으로써 망아 및 원고들이 입은 정신적 고통을 동액 상당의 금전으로 위자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나. 판단

1) 먼저 원고들 주장과 같은 피고 병원 및 그 의료진의 의료행위에 과실이 있는지, 나아가 그와 같은 과실이 이 사건 사망사고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지의 점에 관하여 차례로 살펴본다.

가) 기도내 삽관의 과실유무

앞서 본 사실관계에 을2의 22, 을3, 을5의 1 내지 3·14·22·23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소외 10은 3:05경 소외 9에게 튜브를 가져 오라 하였으나 소외 9가 성인용 튜브를 가져온 관계로 다시 소아용 튜브를 가져오라고 하는 한편 기관내 삽관에 실패하여 동료 소외 11의 도움으로 7.0 french 크기의 성인용 튜브로 기도내 삽관을 한 사실, 중환자실로 전실한 이후인 3:35경 소외 12가 재삽관을 할 당시 망아의 복부가 팽만되어 있었던 사실, 복부팽만 증상은 식도내 삽관의 경우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인 사실 등을 인정할 수 있으나, 한편 앞서 본 바와 같이 소외 10은 소외 11에 의한 1차 삽관 직후 삽관된 튜브에 가래가 많이 차 있는 것을 발견하고 삽관을 제거한 다음 앰뷰 마스크로 산소를 공급한 점, 소외 12가 망아의 병실에 도착할 당시에도 그와 같은 앰뷰 마스크에 의한 산소공급 중이었고(을5의 4·22), 소외 10과 함께 망아를 중환자실로 옮길 때에도 계속 앰뷰 마스크를 부착하였던 점, 기도내 삽관시 환자의 연령에 따라 적절한 삽관 튜브를 선택하여야 하고 성인용 튜브는 어린이의 기도에 들어갈 수 없으나 성인용 튜브라도 소아에게 기도내 삽관이 성공되었다면 별 문제가 되지 않는 점, 기도내 삽관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산소마스크로 산소를 공급할 수 있는 점, 산소가 공급되지 않는 경우에는 저산소성 뇌손상이 초래되는 반면 뇌출혈이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는 점, 그런데 망아의 부검 결과 저산소성 뇌손상은 관찰되지 아니한 점 등 이 사건 사고 당시 소외 10은 비록 기도내 삽관에 실패하고 동료의 도움으로 삽관을 하긴 하였으나 튜브 주변의 불순물로 인하여 산소마스크가 더 효과적이라고 보고 계속 산소마스크로 산소공급을 해 줌으로써 응급조치에 있어 최선을 다하였다고 할 것이고, 망아의 사인은 산소공급이 원활하지 못하여서가 아니라 망아의 소뇌 동정맥기형에 기한 뇌출혈이 연수를 압박하여 호흡정지를 초래한 다음 그와 같은 뇌출혈의 급진전으로 결국 사망하기에 이른 것으로 봄이 상당하므로, 이와 전제사실을 달리하는 원고들의 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것도 없이 이유 없다.

나) 수술 후 관리 소홀의 과실 여부

앞서 본 바와 같이, 수술실에서 마취과장이 소외 1의 의식이 회복된 것으로 간주하고 일반 병실로 전실시켰으나, 전실 이후에는 소외 1이 정상적인 의식상태를 보인 적이 없는바, 결국 소외 1은 이 사건 수술 이후 일응 마취상태에서는 깨어 났으나, 위 수술 도중 혹은 그 종료 직후부터 발생된 뇌동정맥기형으로 인한 뇌출혈로 인하여 의식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다고 봄이 상당한데, 망아의 주취의인 소외 2는 이 사건 수술 종료 이후 수술이 성공적이었다는 것만으로 망아가 제대로 의식을 회복하는지 여부를 확인하지 아니한 채 퇴근하고 유선으로라도 이를 확인한 바 없는 점, 피고 병원은 이 사건과 같이 전신마취를 하는 수술이 일반적인 외과영역에 임상경험이 부족하여 망아의 상태가 마취에서 덜 깬 상태인지 신경학적 증상이 발현되고 있는 상태인지 정확히 판별할 수 없다고 보이는 인턴을 당직의사로 두었을 뿐 아니라 그 마저도 직접 회진을 한 것이 아니라 의료지식이 미숙한 간호사들로 하여금 먼저 살피게 한 후 그들이 본 것을 보고하는 형식으로 운영하는 등 수술 후 환자에 대한 관리가 매우 부실하였던 점, 이 사건의 경우에도 당직 간호사가 망아의 의식불명 상태에 대하여 만연히 마취가 깨어나지 아니한 것으로 잘못 이해하였을 뿐 아니라(마취에서 깨어나지 아니하였다면 환기 및 산소공급을 해 주어야 하는데 그와 같은 처치를 한 흔적도 없다.) 그 상태가 지속됨에도 불구하고 당직 의사에게 제대로 보고조차 하지 아니하였던 점, 당직 간호사가 하루에 2번 이상 교체되는 등 관리감독업무의 연속성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그 결과 당시 10세 정도에 불과하여 의사표현능력이 부족한 망아가 전신마취 수술 종료 이후 12시간 이상 계속 외부의 신체자극이 있어야만 눈을 뜨는 등 비정상의 의식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피고 병원의 의료진 그 누구도 그 자신은 물론 외부에 있는 전문의에게 연락하는 등으로 망아의 의식상태에 대한 세심한 점검을 하지 아니하였던 점 등 변론에 현출된 제반정황에 비추어 보면, 피고 병원 및 그 의료진들은 수술 후 망아의 의식불명 상태를 제대로 관찰하지 못하여 이를 방치한 잘못이 있다 할 것이다.

다만, 그와 같이 피고 병원 및 그 의료진의 수술 후 관리 소홀의 잘못은 인정된다 할 지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이 망아는 소아에게 거의 발병되지 아니하는 소뇌 동정맥기형이라는 특이체질이었던 점, 이 사건 수술 도중 혹은 직후인 오후 2시경부터 소뇌출혈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나 그 다음날 새벽 2시까지 별다른 신경학적 이상증상이 나타나지 아니한 점, 이 사건 수술 종료 이후부터 사망시까지 하루도 채 되지 아니하는 등 위 소뇌출혈은 급박하게 진행되었고, 따라서 새벽 2시 이전에는 뇌출혈을 의심할 만한 특이한 임상증상을 보인 바가 없는 점, 다만 새벽 2시경 신경학적 이상증상이 나타나긴 하였으나 뇌동정맥기형을 확진하는데 약 2 ~3일이 소요될 뿐 아니라 뇌출혈 병변제거술에도 약 3시간 이상이 소요되는 점 등 제반 정황에 비추어 보면, 피고 병원의 의료진이 망아의 의식불명 상태를 의심하여 그 원인 규명을 위한 각종 검사를 실시하고 요행히 뇌출혈을 발견하여 즉시 병변제거술에 들어갔다 할 지라도 그 사망률 등 뇌동정맥기형에 의한 뇌출혈의 예후에 비추어 볼 때 망아가 완치되기는 어렵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결국 이 사건 사망사고는 망아의 뇌동정맥기형이라는 특이체질에 기한 급성 소뇌출혈로 인하여 발생된 것일 뿐, 피고 병원 및 그 의료진의 앞서 본 수술 후 환자에 대한 관리 소홀이라는 의료행위에 따른 과실과는 상당인과관계는 없다 할 것이다. 따라서 이와 반대사실을 전제로 하여 망아 및 원고들이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입은 일체의 재산적, 정신적 손해를 구하는 원고들 주장은 이유없다.

2) 그러나 한편, 의료행위를 담당한 피고 병원 및 그 의료진은 진찰·치료 등을 시행함에 있어서 사람의 생명, 신체, 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예상되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최선의 주의를 다하여 조치를 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인데, 이 사건의 경우 마취 전문의의 마취회복 판단으로 일반 병실로 전실까지 된 망아가 줄곧 기면 내지 혼미 정도의 정신상태를 보임에도 피고 병원의 인턴 및 간호사들은 단지 마취에서 덜 깬 상태로 가볍게 치부하고 그에 따른 환기 및 산소공급 등의 필요한 조치도 하지 아니하였음은 물론 마취회복 판단을 한 마취과 전문의와 수술 집도의에게 보고하여 그 지시에 따라 조치를 취함도 없이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다가 망아의 혈압, 맥박, 호흡 등이 잡히지 아니하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응급조치를 한 것은 전신마취 수술 후 통상의 마취회복 시간이 지나서도 기면 내지 혼미의 의식상태에 있는 환자에 대한 사후 관리를 함에 있어 충분하고도 최선의 조치를 다 하였다고는 볼 수 없으므로, 이로 인하여 비교적 위험성이 적은 충수돌기염 수술을 받은 망아나 그 부모인 원고들은 그와 같은 적절한 최선의 치료를 받지 못함으로 인하여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입었음은 넉넉히 추인 할 수 있다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 병원은 진료행위에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다 하지 못한 잘못으로 인하여 망아 및 원고들이 입은 정신적 고통을 금전으로나마 위자할 의무는 있다 할 것이고, 그 위자료의 수액은 앞서 본 이 사건 수술 전후의 사정 및 그 이후 피고 병원 의료진들의 태도와 의료인으로서의 자세 등 제반 정황에 비추어, 망아의 경우 3,000만 원, 원고들의 경우 각 1,000만 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는 원고들에게 위자료로 각 25,000,000원{본인 10,000,000원 + 상속분 15,000,000원(=30,000,000 ×1/2)}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사망사고일인 1999. 10. 10.부터 피고가 그 채무의 존부 및 범위에 대하여 항쟁함이 상당한 당심 판결 선고일인 2004. 10. 7.까지는 민법 소정의 연 5%,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소정의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므로,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는 이유없어 이를 기각하여야 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일부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이를 취소하고, 피고에게 위 인정된 금원의 지급을 명하며, 원고들의 나머지 항소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구욱서(재판장) 신광렬 예지희

주1) 원고들 대리인은 2002. 10. 24.자 준비서면에서 당초 소장보다 일실수입을 약 200만 원 이상 증액하여 구하면서도 청구취지 자체는 소장 기재 금액의 범위 내에서 일부청구를 구한다고 진술하고 있다.

주2) 을2의 5 내지 11의 각 기재에 의하면, 피고 병원은 혈액검사, 일반화학검사, 소변검사, 심전도검사 등을 실시하였다.

주3) 당시 피고 병원의 회복실은 수리 혹은 이사 등 문제로 사용이 불가능하여 일반 병실로 곧장 전실되었고 그 시각에 대하여 간호기록지는 14:00경으로 기재되어 있으나 이는 14:15경의 착오기재로 보인다.

주4) 을5의 8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 1이 “엄마 아빠 어디 있느냐”고 질문하자 소외 1은 손으로 원고들을 가리켜 표현을 하였을 뿐 말을 하지는 아니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주5) 소외 4의 의견은 마취과장의 판단과는 배치되는 것인바, 통상 마취가 다 깨어야 일반 병실로 전실시키는 것이 관례이고, 앞서 본 마취과장의 수술 후 각종 진단 등에 비추어 소외 1이 일단 마취에서는 깨어난 것으로 보인다.

주6) 피고 병원은 레지던트(전공의) 등 숙련된 의사로 하여금 정기적인 순회를 하도록 하지 아니한 채 당직 간호사로 하여금 순회를 하도록 하고, 이상이 있으면 당직 의사(레지던트가 아닌 인턴)에게 보고하도록 하는 형식으로 운영하였고, 소외 1에 대한 간호기록지에는 15:00, 18:00, 20:00경 (당직 간호사가) 순회하였다고만 기재되어 있을 뿐 활력징후나 실제 관찰 내용은 전혀 기재되어 있지 아니하였다.

주7) 안구진탕(nystagmus)이란 무의식으로 일어나는 안구의 주기적 운동을 말하는 것으로, 안구의 움직임과 방향 등에 의하여 율동성, 진자(흔들이), 수평, 수직, 회전, 집산(양쪽 동공이 접근했다가는 멀어지는 것), 잠복(양쪽 눈을 뜨고 있을 때는 일어나지 않으나 한쪽 눈을 감으면 나타나는 것) 등으로 분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