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자)][미간행]
[1] 신호등에 의하여 교통정리가 행하여지고 있는 교차로의 통행 방법과 운전자의 주의의무
[2] 가해차량이 신호등이 이미 정지신호로 바뀌고 어느 정도 시간이 경과되었음에도 정지신호를 무시한 채 교차로로 진입한 경우, 신호등에 따라 진행하던 운전자는 비록 과속한 잘못이 있다 하더라도 면책된다고 한 사례
[1] 민법 제750조 , 도로교통법 제22조 [2] 민법 제750조 , 도로교통법 제22조
원고
현대해상화재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희영)
원심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용 증거를 종합하여, 원고는 1999. 10. 11. 13:55경 서울 87자 4437호 화물차를 운전하여 평택시 비전동 소재 '천혜보육원' 부근 신호등 있는 사거리 교차로를 천안 방면에서 송탄 방면으로 신호에 따라 직진하다가, 송탄 방면에서 원곡 방면으로 신호를 위반하여 좌회전하던 피고의 피보험차량인 소외인 운전의 서울 33라 9685호 아반테 승용차와 충돌하여 뇌좌상, 두개골함몰골절 등의 상해를 입은 사실, 사고 현장에 남겨진 화물차의 스키드마크 등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사고 직전 원고의 화물차는 시속 100㎞ 이상의 속도를 내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사실, 사고 현장의 제한 속도는 시속 80㎞인 사실을 인정한 다음, 원고도 이 사건 사고 당시 과속으로 위 화물차를 운행한 잘못이 있고 이러한 잘못 역시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손해의 발생 및 확대에 한 원인이 되었다는 이유로 피고의 책임을 80%로 제한하였다.
2.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가 사고 당시 제한시속을 넘어 과속하였다는 원심의 사실인정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반 내지 심리미진으로 인한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그러나 위와 같은 원고의 과속이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손해의 발생 및 확대에 한 원인이 되었다는 이유로 피고의 책임을 일부 제한한 원심의 판단에 관하여 본다.
신호등에 의하여 교통정리가 행하여지고 있는 교차로를 진행신호에 따라 진행하는 차량의 운전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른 차량들도 교통법규를 준수하고 충돌을 피하기 위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믿고 운전하면 충분하고, 다른 차량이 신호를 위반하고 자신의 진로를 가로질러 진행하여 오거나 자신의 차량을 들이받을 경우까지 예상하여 그에 따른 사고발생을 미리 방지할 특별한 조치까지 강구할 주의의무는 없으며, 다만 신호를 준수하여 진행하는 차량의 운전자라고 하더라도 이미 교차로에 진입하고 있는 다른 차량이 있다거나 다른 차량이 그 진행방향의 신호가 진행신호에서 정지신호로 바뀐 직후에 교차로를 진입하여 계속 진행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거나 또는 그 밖에 신호를 위반하여 교차로를 진입할 것이 예상되는 특별한 경우라면 그러한 차량의 동태를 두루 살피면서 서행하는 등으로 사고를 방지할 태세를 갖추고 운전하여야 할 주의의무는 있다 할 것이지만, 그와 같은 주의의무는 어디까지나 신호가 바뀌기 전이나 그 직후에 교차로에 진입하여 진행하고 있는 차량에 대한 관계에서 인정되는 것이고, 신호가 바뀐 후 다른 차량이 신호를 위반하여 교차로에 새로 진입하여 진행하여 올 경우까지를 예상하여 그에 따른 사고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까지 강구할 주의의무는 없는 것이다 ( 대법원 1995. 10. 13. 선고 95다29369 판결 , 1999. 8. 24. 선고 99다30428 판결 , 2002. 9. 6. 선고 2002다38767 판결 등 참조).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사고 장소 전 뉴코아백화점 사거리에서 출발하여 진행하다가 이 사건 교차로에 진입하기 전 녹색 진행신호를 확인하고 진행하여 오던 속력 그대로 또는 그 이상 가속하여 교차로에 진입함으로써 최소한 제한시속 80㎞ 이상의 과속으로 진행한 사실, 소외인은 진행방향 2차선의 맨 앞에 정차해 있다가 정지신호임에도 좌회전을 하면서 교차로에 진입한 사실, 원고는 교차로 진입 전에 약 24.4m 전방에서 소외인의 아반테 승용차를 발견하였으나 멈추지 못한 채 그대로 충격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와 같이 신호에 따라 진행하던 원고로서는 비록 과속한 잘못이 있다 하더라도 소외인의 차량이 신호를 위반하고 자신의 진로를 가로질러 진행하여 오거나 자신의 차량을 들이받을 경우까지 예상하여 그에 따른 사고발생을 미리 방지할 특별한 조치까지 강구할 주의의무는 없다고 할 것이다.
다만, 이 사건 교통사고에 관하여 원고를 면책시킬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가를 보건대,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소외인이 교차로로 진입한 것은 신호등이 정지신호로 바뀌기 이전이나 그 직후가 아니라 이미 정지신호로 바뀌고 어느 정도 시간이 경과되었음에도 정지신호를 무시한 채 교차로로 진입한 것이라고 볼 것이고, 이러한 경우 원고로서는 소외인이 신호를 위반하여 교차로를 진입해 들어와 자신의 차량을 충돌할 것까지 예상할 수 있는 상황에 있지는 아니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교통사고에는 원고를 면책시킬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인정되지 아니하고 달리 기록상 이러한 사정을 찾아볼 자료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고에게 이 사건 교통사고 발생에 관하여 운전상의 과실이 있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신호등에 의하여 교통정리가 행해지는 교차로에서의 운전자의 주의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