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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2008. 3. 19.자 2007카합3903 결정

[경업금지가처분]〈두산중공업 경업금지가처분 사건〉[각공2008상,742]

판시사항

[1] 사용자가 근로자와 체결한 경업금지약정이 민법 제103조 에 따라 무효인지 여부의 판단 기준

[2] 담수 및 발전 사업 등을 주요사업 분야로 하는 갑회사가 이 사업 분야에서 업무를 수행하다 퇴사한 후 경쟁업체인 을회사로 전직한 사람들을 상대로 그들이 갑회사 재직중 체결하였던 경업금지약정에 기하여 경업금지가처분을 신청한 사안에서, 위 경업금지약정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지 않는 것으로 유효하다고 판단하여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사례

결정요지

[1]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경업금지약정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약정이 헌법상 보장된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경우에는 민법 제103조 에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하며, 이와 같은 경업금지약정의 유효성 판단은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 근로자의 퇴직 전 지위, 경업 제한의 기간·지역 및 대상 직종, 근로자에 대한 대상(대상)의 제공 유무, 근로자의 퇴직 경위, 공공의 이익 및 기타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하고, 여기에서 말하는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에 정한 ‘영업비밀’뿐만 아니라 그 정도에 이르지 아니하였더라도 당해 사용자만이 가지고 있는 지식 또는 정보로서 근로자와 이를 제3자에게 누설하지 않기로 약정한 것이라면 이에 해당한다.

[2] 담수 및 발전 사업 분야에서 수십 년간 축적한 기술을 바탕으로 세계 각국에서 관련 공사를 수주·시행해 온 갑회사가 이 분야의 업무수행자들과 근무기간 계속중 ‘퇴사 후 일정 기간 동안 대한민국을 포함한 세계 어떤 국가, 지역에서도 위 회사와 동종업체 혹은 경쟁업체로 전직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경업금지약정을 체결하고, 이후 이들이 퇴사하여 새로이 위 사업 분야에 진출한 경쟁업체인 을회사로 전직하자 위 약정에 기하여 경업금지가처분을 신청한 사안에서, 위 경영금지약정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지 않는 것으로 유효하다고 판단하여 경업금지가처분신청을 인용한 사례.

신청인

두산중공업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태섭외 2인)

피신청인

피신청인 1외 12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담당변호사 이동신외 2인)

주문

1. 신청인이 피신청인들을 위한 보증으로 십억(1,000,000,000) 원을 공탁하거나 같은 금액을 보험금액으로 하는 지급보증위탁계약 체결문서를 제출하는 것을 조건으로,

가. 피신청인들은 별지 목록 기재 경업금지 기간 만료일까지 각 에스티엑스(STX) 중공업 주식회사에 취업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위 회사의 담수 및 발전 사업 관련 업무에 종사하여서는 아니 된다.

나. 피신청인들이 위 명령에 위반하는 경우에는 각 위반행위 1일당 각 1,000,000원 씩을 신청인에게 지급하라.

2. 소송비용은 피신청인들의 부담으로 한다.

주문과 같다.

이유

1. 기초 사실

이 사건 기록에 심문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 각 사실이 소명된다.

가. 신청인의 사업 개요

신청인(이하 ‘신청인 회사’라고도 한다)은 담수 사업(해수 등 염분을 포함한 물을 식수나 공업용수 등으로 변환하는 설비를 제공하는 사업) 및 발전 사업(석탄, 석유, 가스 등의 연료가 가지고 있는 열에너지를 보일러, 터빈 등을 이용하여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는 설비를 제공하는 사업) 등을 주요 사업 분야로 하는 회사이다. 신청인은 담수 사업 분야에서 담수설비 생산용량을 기준으로 할 때 세계 최고의 지위를 확보하고 있고, 30년 가량의 기술 축적을 통하여 기본설계, 제작, 시공, 시운전, 사후관리에 이르는 전 공정의 독자 수행 능력을 구비하고 있으며,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매년 수천억 원에 이르는 공사를 수주하여 이를 시행하고 있다. 또한, 신청인은 발전 사업 분야에서도 30년 이상의 기술 축적을 통하여 엔지니어링, 설계, 기자재 제작 및 공급, 건설, 시공 등을 자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구비하고 있고, 세계 각국에서 매년 수조 원에 이르는 공사를 수주하여 이를 시행하고 있다.

나. 피신청인들의 신청인 회사에서의 근무관계

피신청인들은 신청인 회사에 취업하여 담수 또는 발전 사업 분야에서 업무를 수행하다가 2006. 내지 2007.경 신청인 회사를 퇴사하였다(피신청인들 모두 원에 의하여 사직하였으며, 신청인에 의하여 해고당한 사람은 없다). 피신청인들이 신청인 회사에서 근무한 기간, 주요 경력, 주요 취급업무 및 주요 프로젝트 등은 다음과 같다.

성 명 근무기간 주요 경력 주요 취급업무 주요 프로젝트 특기사항
피신청인 1 81. 1. 1. - 07. 4. 9. 담수 비즈니스그룹장, 기술연구원장, 고문 담수 사업 설계 및 기술 후자이라, 움알나르 등 04. 4. 1. - 07. 4. 9. 고문 재직
피신청인 2 81. 1. 25. - 06. 12. 28. 담수 영업담당 상무, MED사업담당 상무 담수 및 발전 사업 영업 후자이라, 움알나르 등
피신청인 3 81. 2. 6. - 06. 4. 9. 담수 영업담당 전무, 고문 담수 사업 영업 및 입찰 후자이라, 움알나르 등 04. 4. 1. - 06. 4. 9. 고문 재직
피신청인 4 82. 12. 20. - 07. 7. 12. 화력설비기술팀장, 암만/다하르키 EM TFT 팀장 발전 사업 기술 북제주 주기기 기자재 공급 등
피신청인 5 91. 12. 16. - 07. 5. 15. 발전 전기계장팀 선임 발전 사업 기술 남제주 3/4호기 공사 등
피신청인 6 96. 1. 1. - 07. 9. 30. 담수 영업1팀 과장 담수 사업 입찰 라스라판 C IWPP 등
피신청인 7 87. 1. 12. - 07. 9. 16. 담수 POM팀 과장 화공 설계 소하르 등 2003.부터 담수 업무 담당
피신청인 8 93. 1. 1. - 07. 9. 7. 담수 영업2팀 차장 담수 사업 영업 후자이라 F2 IWPP 등
피신청인 9 94. 12. 20. - 01. 2. 5. / 05. 7. 29. - 06. 7. 28. 복합화력배관기술팀 과장, 담수 엔지니어링팀 차장 담수 및 발전 사업 배관 소하르 IWPP 등 01. 2. 5. 의원면직 후 계약직 재입사
피신청인 10 93. 12. 6. - 07. 8. 20. 발전 전기계장팀 과장 발전 사업 전기기술 소하르 등
피신청인 11 87. 3. 31. - 07. 8. 17. 발전 환경기술팀 차장 발전 사업 환경기술 포스코 탈황/탈질 공사 등
피신청인 12 87. 1. 12. - 01. 2. 5. / 03. 7. 15. - 07. 7. 14. 발전 증기터빈 기본설계팀 과장 발전 사업 터빈기술 신월성 증기터빈 1, 2호기 설계 등 01. 2. 5. 의원면직 후 계약직 재입사
피신청인 13 93. 1. 1. - 07. 5. 31. 발전 기술팀 과장 발전 사업 화력설비 북제주 주기기 기자재 공급 등

다. 신청인 회사의 영업비밀 등 관리 및 피신청인들과의 경업금지약정

(1) 신청인 회사는 그 업무와 관련된 문서, 파일 등 각종 자료를 영업비밀로 관리하기 위하여 보안규정을 수립하고, 내용이 공개됨으로써 회사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는 비밀을 그 중요성에 따라 ‘중요비’ 또는 ‘사외비’로 분류하여 관리하며, 업무상 직접 관련이 있는 사람만 문서나 자료에 접근할 수 있게 하고, 비밀의 복제, 반출, 개인 보관 등을 금지하였다. 또한, 보안담당관을 임명하여 보안업무를 전담하게 하고, 부서내 보안책임자를 임명하며, 직원들에게 수시로 보안교육과 보안점검을 실시하였다. 신청인 회사는 정보보안시스템과 관련하여, 1997. 방화벽 설치, 2000. 전자결재시스템 도입, 2001. 웹키퍼 및 메일로깅시스템 구축, 2004. 통합인증시스템 구축, 2006. 전자문서관리시스템의 전사 적용 등 전산시스템 관련 기술적 보안을 강화하였으며, 외부인 출입 통제를 위한 시큐리티 게이트 설치, ID 카드 사용 등 물리적 출입통제시스템도 운영하였다. 특히 신청인 회사는 담수 및 발전 사업과 관련하여서는 각 단계별로 경영상, 기술상 자료들을 영업비밀로 분류하여 관리하고 있다.

(2) 신청인 회사는 위와 같은 영업비밀 보호의 일환으로 중역들로부터 비밀유지 및 경업금지 서약서를 징구하였으며, 피신청인들은 신청인 회사에 근무하는 동안 모두 비밀유지 및 경업금지 서약서를 작성하였는데, 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피신청인들은, 제품의 제조기술·설계에 관한 정보, 제품의 기획·개발의 실험데이터에 관한 정보, 제품의 제조원가의 가격설정 등에 관한 정보, 제조위탁의 상황에 관한 정보, 재무에 관한 정보, 인사에 관한 정보, 타사와의 사업제휴에 관한 정보, 신청인 회사의 자회사 및 관련 회사에 관한 정보, 사업성과, 사업계획, 사업방법, 고객기록이나 고객명부, 기계, 생산, 구성, 기술, 연구, 공식, 아이디어, 개념, 발명, 발견, 문서, 소프트웨어 등에 들어있는 정보와 신청인 회사가 다른 사람들로부터 취득한 기밀정보, 그 밖에 신청인 회사가 비밀로서 지정한 정보 및 신청인 회사의 경영상, 기술상 유용한 정보를 피신청인들 본인은 물론 제3자의 이익 기타 다른 목적을 위하여 사용하거나 제3자에게 이를 누설 혹은 공개하지 아니한다. ② 피신청인들은 신청인 회사를 퇴사한 날로부터 일정 기간( 피신청인 1, 2, 3, 11, 12, 13은 각 3년, 피신청인 4, 5, 9, 10은 각 2년, 피신청인 6, 7, 8은 각 1년) 동안 대한민국을 포함한 세계 어떤 국가, 지역에서도 신청인 회사가 생산하는 제품을 연구, 개발, 생산, 판매하지 아니하고, 이러한 행위를 하는 제3자에게 도움이 되거나 관계되는 행위를 하지 아니하며, 신청인 회사와 동종업체 혹은 경쟁업체로 전직하지 아니한다. ③ 피신청인들은 신청인 회사에 재직중 입수한 신청인 회사의 정보가 저장된 서류, 사진, 자기테이프, 씨디롬, 플로피디스크, 샘플 기타 형태의 정보저장매체를 고도의 주의의무로 보관하며, 이를 제3자에게 누설하거나 공개하지 아니하고, 퇴사시에는 보관하고 있는 모든 정보저장매체를 신청인 회사에 반환한다.

라. 피신청인들의 퇴직 및 전직 경위와 신청인 회사의 영업비밀 등 침해

(1) 에스티엑스중공업 주식회사(이하 ‘에스티엑스’라고만 한다)는 선박용 엔진 제작 등을 주로 하는 회사였는데, 2007. 6.경 산업플랜트 사업에 진출하면서 담수 및 발전 사업을 실시하기로 하였다.

(2) 피신청인들은 담수 및 발전 사업과 관련하여 8년부터 25년 이상의 경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로서, 신청인 회사에서 퇴직하고 2007. 6. 내지 10.경에 걸쳐 에스티엑스에 취업하였는데, 대부분 신청인 회사의 직급보다 높은 직급을 받고, 더 많은 급여를 받기로 하였다. 피신청인들의 에스티엑스 취업시기 및 직급은 다음과 같다.

성 명 취업시기 직 급
피신청인 1 2007. 6.경 산업플랜트 부문 사장
피신청인 2 2007. 6.경 산업플랜트 부문 기획담당 상무
피신청인 3 2007. 6.경 산업플랜트 부문 부사장
피신청인 4 2007. 7.경 산업플랜트 부문 발전1본부 상무
피신청인 5 2007. 8.경 산업플랜트 부문 전기기술팀장
피신청인 6 2007. 10.경 산업플랜트 부문 중동·아프리카 영업팀장
피신청인 7 2007. 9.경 산업플랜트 부문 차장
피신청인 8 2007. 10.경 산업플랜트 부문 동남아·인도 영업팀장
피신청인 9 2007. 8.경 산업플랜트 부문 배관팀장
피신청인 10 2007. 9.경 산업플랜트 부문 계측제어팀 차장
피신청인 11 2007. 8.경 산업플랜트 부문 견적팀장
피신청인 12 2007. 8.경 산업플랜트 부문 화력발전시스템팀 차장
피신청인 13 2007. 7.경 산업플랜트 부문 화력발전시스템팀 차장

(3) 피신청인 1, 2, 4, 6, 12는 신청인 회사의 영업비밀 내지 경영상, 기술상 중요자료를 취득하여 회사 외부로 반출하였는데, 그 내역은 다음과 같다. ① 피신청인 1은 2002. 6.경에서 2004. 12.경 사이에 신청인 회사의 영업비밀 내지 경영상, 기술상 중요자료인 다단증발법(MSF) 열정산 설계프로그램, 다중효율증발법(MED) 증발기 설계 절차서 등의 파일을 개인용 컴퓨터 또는 개인용 USB에 저장하여 회사 외부로 반출하였고, 신청인 회사에서 근무하던 중 입수한 서류 등을 회사에 반납하지 아니하고 퇴사하였다. ② 피신청인 2는 2006. 11. 30.경 및 같은 해 12. 20.경 신청인 회사의 영업비밀 내지 경영상, 기술상 중요자료인 QBR(Quarterly Business Review) 보고서, Quality Gate BAC(Bid Approval Committee) 보고서 등을 컴퓨터 외장하드에 복사하여 회사 외부로 반출하였다. ③ 피신청인 4는 2007. 7. 10.경 그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던 신청인 회사의 영업비밀 내지 경영상, 기술상 중요자료인 ‘Cebu Project 입찰서’ 관련 파일 등을 복사하여 회사 외부로 반출하였다. ④ 피신청인 6은 2007. 9. 6. 및 같은 달 18., 피신청인 12는 같은 해 7. 26. 및 27. 각 신청인 회사의 영업비밀 내지 경영상, 기술상 중요자료가 포함된 파일을 복사하여 회사 외부로 반출하였다( 피신청인 12의 퇴사일은 2007. 7. 14.로 되어 있으나, 업무상 필요로 인하여 2007. 7. 27.경까지 회사에서 근무하였다).

(4) 한편, 나머지 피신청인들은 신청인 회사에 근무하면서 다음과 같은 영업비밀 내지 경영상, 기술상 중요자료를 취급 및 지득하였다. 즉, ① 피신청인 3은 신청인 회사의 발주처 인맥, 영업전략 및 입찰 관련 자료 등, ② 피신청인 5는 주요 기자재의 구매 사양서 관련 자료 등, ③ 피신청인 7은 증발기 제작 일정 및 납품 공정 관련 자료 등, ④ 피신청인 8은 입찰전략, 협상전략 관련 자료 등, ⑤ 피신청인 9는 배관 설계도 및 배치도 관련 자료 등, ⑥ 피신청인 10은 ‘Cable schedule/Interconnection diagram’ 자료 등, ⑦ 피신청인 11은 ‘탈황/탈질 process 설계’ 관련 자료 등, ⑧ 피신청인 13은 기계분야 기술평가서 및 견적가 관련 자료 등을 취급 및 지득하였다.

마. 에스티엑스의 신청인 회사 영업비밀 등 사용 및 관련 형사사건의 경과

(1) 피신청인 1, 2, 3, 4, 5는 신청인 회사로부터 취득한 영업비밀 등을 이용하여 라빅 프로젝트(사우디아라비아 라빅 지역의 담수, 발전 프로젝트), 빈탄 프로젝트(인도네시아 빈탄 지역의 발전 프로젝트), 쇼아이바 3단계 물탱크 프로젝트(사우디아라비아 쇼아이바 지역의 담수 프로젝트) 등을 추진하기로 하고, 제안서 작성, 견적가 산출, 도면 작성, 열정산도 작성 등과 관련하여 신청인 회사에서 취득한 영업비밀 등을 참고자료로 사용하였다. 특히 라빅 프로젝트의 예비제안서 작성에 있어서는 신청인 회사의 쇼아이바 2단계 프로젝트의 입찰제안서, 소하르 프로젝트의 입찰제안서의 각 일부를 그대로 사용하거나 약간 수정하여 사용하였고, 신청인 회사에서 입수한 입찰단가를 기초로 입찰제안가를 결정하였다.

(2)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피신청인 1, 2, 3, 4, 5의 위 각 행위 등이 부정경쟁방지및영업비밀보호에관한법률위반(업무상비밀누설등) 등에 해당한다는 공소사실로 2007. 11. 19. 같은 피신청인들을 기소하였는데, 그 중 피신청인 1, 4는 구속기소하였고, 이에 관한 재판이 진행중이다.

2. 주장 및 판단

가. 신청원인에 대한 판단

위 기초 사실에 의하면, 피신청인들은 신청인 회사에서 최소 8년에서 최대 25년 이상 근무하면서 담수 또는 발전 사업에 관한 각종 영업비밀 또는 경영상, 기술상 중요자료를 지득 또는 침해한 상태에서 신청인 회사를 퇴사한 후, 신청인 회사와 동종의 담수 및 발전 사업을 시작한 에스티엑스로 전직하였으므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신청인 회사와의 경업금지약정 등에 기하여 별지 목록 기재 경업금지 기간 만료일까지 경업금지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것이다.

나. 피신청인들의 주장에 대한 판단

(1) 경업금지약정이 민법 제103조 에 의하여 무효라는 주장

(가) 먼저, 피신청인들은, 자신들이 신청인 회사의 영업비밀 등 보호할 가치 있는 이익을 지득하거나 침해한 바 없고, 자신들이 퇴사하기 전 신청인 회사에서의 지위가 매우 불안정하거나 열악하였으며, 경업금지 기간이 지나치게 길고, 경업금지약정에 따른 정당한 대가를 지급받은 바 없으며, 그 약정이 피신청인들의 자의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므로, 위 경업금지약정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라고 주장한다.

(나) 살피건대, 당사자 사이에 경업금지약정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약정이 헌법상 보장된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경우에는 민법 제103조 소정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할 것이며, 이와 같은 경업금지약정의 유효성 판단은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 근로자의 퇴직 전 지위, 경업 제한의 기간·지역 및 대상 직종, 근로자에 대한 대상(대상)의 제공 유무, 근로자의 퇴직 경위, 공공의 이익 및 기타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할 것이고, 여기에서 말하는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소정의 ‘영업비밀’뿐만 아니라, 그 정도에 이르지 아니하였더라도 당해 사용자만이 가지고 있는 지식 또는 정보로서 근로자와 사이에 이를 제3자에게 누설하지 않기로 약정한 것이라면 이에 해당된다고 할 것이다.

(다) 이 사건으로 돌아와 살피건대, 위 기초 사실 및 이 사건 기록에 의하여 소명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신청인 회사와 피신청인들 사이의 경업금지약정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지 아니하여 유효하다고 할 것이다.

① 신청인 회사가 담수 및 발전 사업 분야에 있어서 30년 가량에 걸친 업무 수행과 기술 축적을 통하여 세계적인 수준의 기술 및 수주 실적을 가지게 된 점, 신청인 회사가 담수 및 발전 사업과 관련하여 각 단계별 중요자료들을 영업비밀로 분류하고 관리한 점, 피신청인들은 신청인 회사의 영업비밀뿐만 아니라 경영상, 기술상 유용한 정보나 재직중 입수한 각종 서류, 파일 등을 제3자에게 유출하지 아니하고 모두 회사에 반납하기로 약정한 점, 피신청인 1, 2, 3, 4, 5가 유출하거나 사용한 신청인 회사의 자료는 신청인 회사의 영업비밀에 해당할 가능성이 많은 것으로 보일 뿐만 아니라, 가사 영업비밀이 아니라도 경쟁회사에게 제공되면 그로 하여금 상당한 시행착오를 줄이게 할 수 있는 유용한 정보에 해당될 것으로 보이는 점, 같은 피신청인들은 실제로 신청인 회사에서 유출한 자료를 이용하여 에스티엑스의 라빅 프로젝트 예비제안서를 작성하는 등 이를 이용한 바 있는 점, 에스티엑스가 2007. 6.경 산업플랜트 부문의 사업을 시작하면서 피신청인들을 영입한 것은 짧은 시간 내에 신청인 회사가 가지고 있는 담수 및 발전 사업 분야의 조직과 경영 및 기술 관련 정보를 취득할 목적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신청인 회사는 담수 및 발전 사업에 관하여 영업비밀 기타 경영상, 기술상 중요자료 등 보호할 가치 있는 이익을 보유하고 있음이 명백하다.

② 피신청인들은 퇴직 전 신청인 회사의 담수 비즈니스그룹장, 상무, 전무, 팀장, 차장, 과장 등 중역을 맡고 있었으며, 오랜 기간 신청인 회사에서 근무함으로써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지고 있었던 점, 특히 피신청인 1, 3의 경우 임원으로서의 임기가 종료된 후 2년 또는 3년 동안 고문으로 재직하면서 임원에 준하는 대우를 받은 점, 신청인 회사가 피신청인들을 해고한 바 없으며, 급여, 복지, 기타 처우 등에 있어서 다른 회사에 비하여 부당하거나 열악한 조건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아니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신청인들의 퇴직 전 지위가 열악하거나 불안정하여 경쟁업체로의 전직이 불가피하였던 것으로 판단되지도 아니한다.

③ 경업금지 기간은 피신청인들의 전직으로 인한 영업비밀 등의 침해로 에스티엑스가 공정한 경쟁자보다 유리한 출발, 즉 시간 절약이라는 부당한 이익을 취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보장하는 데에 필요한 시간적 범위가 어느 정도인지 여부를 중심으로 고려하여야 할 것인데, 신청인 회사는 담수 및 발전 사업에 관하여 30년 가량의 연구개발과 경험을 통하여 각종 경영상, 기술상 자료를 축적하고 있는 반면, 에스티엑스는 2007. 6.에 담수 및 발전 사업에 발을 들여놓은 회사이므로, 에스티엑스가 신청인 회사의 조직, 경영 및 기술을 따라가기 위하여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 점, 신청인과 피신청인들의 경업금지약정에서 피신청인들 중 비즈니스그룹장, 전무, 상무 등 고위직 임원에 대하여는 3년, 중요기술을 취급한 과장급 이상에 대하여는 2년 또는 3년, 계약·입찰 등 영업에 관여한 과장급 이상에 대하여는 1년으로 경업금지 기간을 정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경업금지 기간이 합리적으로 설정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신청인 회사의 사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고, 주로 해외에서 사업을 수주하므로, 대한민국을 포함한 전세계를 경업금지 지역으로 정한 것도 합리적으로 판단되며, 경업금지 대상을 신청인 회사와 동종영업을 하는 업체로 한정한 것도 합리성이 있다고 할 것이다.

④ 피신청인 1, 3의 경우에는 임원으로서의 임기가 종료된 후 2년 또는 3년 동안 고문으로 재직하면서 임원에 준하는 대우를 받았다. 나머지 피신청인들의 경우에는 경업금지약정을 직접적인 원인으로 하는 금전적 보상을 받은 바는 없으나, 오랜 기간 고용의 보장을 받고, 한 가지 분야에서 전문성을 키우면서 적정한 승진 및 승급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던 것도 경업금지약정에 대한 대상(대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며, 가사 신청인 회사의 대상 조치가 부족하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이 신청인 회사의 보호할 가치 있는 이익의 크기가 현저하므로, 대상 조치의 부족함만으로 경업금지약정의 효력이 없다고 할 수 없다.

⑤ 에스티엑스가 발전 및 담수 사업을 시작한 시점과 피신청인들의 퇴사 시점, 피신청인들 중 일부가 신청인 회사의 영업비밀 등을 반출하여 에스티엑스의 영업에 사용한 점, 비록 자료에 의하여 소명되지는 아니하였으나 나머지 피신청인들도 신청인 회사를 퇴사하면서 각종 자료 등을 반출하였을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는 점, 피신청인들이 신청인 회사에서 부여받은 직급과 급여에 비하여 높은 직급 및 보수를 받고 에스티엑스에 취업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신청인들의 전직은 개인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기보다는 담수 및 발전 사업에 있어서 손쉽게 신청인 회사의 조직, 경영 및 기술 관련 정보를 취득하려는 에스티엑스의 계획에 따라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⑥ 신청인 회사는 오랜 기간에 걸친 담수 및 발전 사업에 있어서의 기술 축적을 통하여 해외에서 수천억 내지 수조 원에 이르는 공사를 수주함으로써 국익을 증진하고 국위를 선양하고 있어 신청인 회사 자체를 넘어서 국가적으로도 그 영업비밀과 경영상, 기술상 중요자료를 보호할 가치가 큰 점, 이러한 상황에서 발전 및 담수 사업에 새롭게 진출한 에스티엑스가 짧게는 수년에서 길게는 수십 년에 이르는 경영 및 기술상의 격차를 손쉽게 극복하기 위하여 신청인 회사의 주요 임직원을 채용하고 그 영업비밀 등을 침해하여 해외시장에서 낮은 가격에 응찰함으로써 신청인 회사와 경쟁한다면, 오랜 기간에 걸친 연구개발과 경험을 통하여 현재의 경영 및 기술 수준에 도달한 신청인 회사로서는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결국 국부(국부)의 손실로 이어질 우려가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공익적인 측면에서도 위와 같은 전직은 일정 기간 금지할 필요성이 있다.

(라) 따라서 신청인 회사와 피신청인들 사이의 경업금지약정은 유효하다고 할 것이며, 그 약정이 민법 제103조 에 의하여 무효라는 피신청인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할 것이다(아울러, 위 경업금지약정에 따른 경업금지 기간도 합리적이라고 하겠다).

(2) 경업금지 기간의 기산점 관련 주장

다음으로, 피신청인들은 위 경업금지약정이 유효하더라도, 고문으로 있으면서 영업비밀을 지득하지 못한 피신청인 1, 3은 고문기간의 개시 시점부터 경업금지 기간이 개시되어 이미 그 기간이 종료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기록에 의하여 소명되는 다음의 각 사정, 즉 ① 신청인과 피신청인들 사이의 경업금지약정상 ‘회사를 퇴사한 날로부터’ 일정 기간 동안 동종업체에 취업하지 아니하는 것으로 기재되어 있는 점, ② 경업금지는 근로자가 사용자와 경쟁관계에 있는 업체에 취업하는 것을 제한하는 것이므로 근로자가 영업비밀을 취급하지 않는 부서로 옮긴 이후 퇴직할 당시까지의 제반 상황에서 사용자가 미리 경업금지를 신청할 수 있었다고 볼 사정이 없는 한 근로자가 퇴직한 시점을 기준으로 이를 산정하여야 할 것인데( 대법원 2003. 7. 16.자 2002마4380 결정 참조), 신청인 회사가 피신청인 1, 3의 퇴직 이전에 경업금지를 신청할 필요가 있었다는 사정이 전혀 보이지 아니하는 점, ③ 피신청인 1은 고문으로 있는 기간중에도 신청인 회사의 영업비밀 등에 접근하고 일부 자료를 반출하기까지 하였으며, 피신청인 3도 마찬가지로 신청인 회사의 영업비밀 등에 접근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신청인 1, 3에 대한 경업금지 기간의 기산점은 이들의 퇴사시점으로 봄이 상당하고, 이에 반하는 피신청인들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3) 보전의 필요성 관련 주장

마지막으로 피신청인들은, 에스티엑스가 담수 사업은 폐지하였고, 가사 이를 재개하더라도 신청인 회사와는 다른 RO 방식으로 수행할 계획이며, 발전 사업도 신청인 회사의 기술과는 관계없는 PIGCC 방식으로 수행할 예정이므로, 피신청인들에 대한 경업금지를 구할 보전의 필요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기록에 의하여 소명되는 다음의 각 사정, 즉 ① 에스티엑스의 담수 사업 폐지는 피신청인 1 등과 관련된 형사사건으로 인한 일시적인 조치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며, 오히려 에스티엑스가 담수화설비 등과 관련된 신입사원을 채용하려 하고 있는 점, ② 피신청인들이 주장하는 RO 방식의 담수 사업 또는 PIGCC 방식의 발전 사업이 신청인 회사의 담수 및 발전 사업과 무관한 것으로 단정하기 어려운 점, ③ 가사 신청인 회사와 에스티엑스의 담수 및 발전 사업의 구체적인 방식이 상이하더라도, 에스티엑스가 담수 및 발전 사업을 수행할 가능성이 있는 이상, 신청인 회사와 동종영업을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신청인들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고 하겠다.

다. 소 결

따라서 신청인은 피신청인들과의 경업금지약정 등에 기하여 주문 제1의 가.항 기재와 같은 가처분의 발령을 구할 피보전권리를 가진다고 할 것이고, 이를 본안소송으로 구할 경우 경업금지 기간이 지나감으로써 그 실효성이 없어지게 될 뿐만 아니라 피신청인들이 에스티엑스에 계속 근무한다면 신청인 회사의 영업비밀 등이 에스티엑스의 사업에 계속 사용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가처분으로 이를 명할 보전의 필요성도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또한, 이 사건 가처분결정에 의하여 피신청인들에게 부과되는 의무는 대체적인 성격을 가진다고 보기 어려워, 이 사건 가처분결정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간접강제를 명하는 외에는 달리 집행방법이 없으므로 간접강제를 명하기로 하되, 이 사건 가처분명령의 내용, 피신청인들이 이에 위반할 가능성과 이에 위반할 경우에 예상되는 신청외 회사의 피해 및 피해회복의 곤란성 등 기록상 나타난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그 배상금은 피신청인들별로 각 위반행위 1일당 1,000,000원씩으로 정하기로 한다.

3.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신청은 피보전권리 및 보전의 필요성이 소명되어 이유 있으므로 담보 제공을 조건으로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판사 이동명(재판장) 이흥주 이국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