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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방법원 2017.4.21.선고 2016고단8576 판결

병역법위반

사건

2016고단8576 병역법위반

피고인

A

검사

전형준(기소), 김희동 (공판)

변호인

변호사 B(국선)

판결선고

2017. 4. 21.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공소사실

피고인은 현역병 별도 입영 대상자로서, 2016. 8. 6. 부산 부산진구 C건물 1211호에 있는 피고인의 주거지에서 "2016. 8. 16. 육군 제53사단에 입영하라"는 취지의 경남지 방병무청장 명의의 현역병입영 통지서를 직접 수령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입영기일로부터 3일이 지날 때까지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하지 아니하였다.

2. 판단

가. 민주공화국의 의의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대한민국헌법 제1조 제1항), 민주국이란 주권자인 국민이 동의한 법에 의해 국민의 행동과 삶이 규율되는 정치공동체를 말한다. 공화국이란 구성원들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정치공동체, 즉 구성원들 중 어느 누구도 특정인의 자의적 의지에 예속되지 않고 공공선에 기반을 둔 법에 의해 구성원들의 행동과 삶이 규율되는 정치공동체를 말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민주적인 절차에 의한 법일지라도 사회의 한 부분에게 다른 부분의 의사를 강요하고 의사를 강요당한 구성원들의 자율성을 박탈하는 자의적인 법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대한민국헌법 제1조 제1항은 대한민국이 지향하는 공동체가 민주국임과 동시에 공화국이어야 함을 규정하고 있다.

나. 공화국에서 사법부의 존재근거

1)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대한민국헌법 제10조 제1항). 또한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며,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대한민국헌법 제11조 제1항). 따라서 국가기관의 일원인 사법부는 모든 국민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향유하고, 행복을 추구하며, 모든 생활영역에서 법치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법을 적용하여야 한다. 즉, 공화국에서 사법부의 존재근거는 국민들의 모든 생활영역에서 법치의 혜택을 점점 넓혀 감으로써 모든 국민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향유하고, 행복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2) 사법부가 공화국의 구성원들에게 법치의 혜택을 넓혀 가려면 공법관계와 사법관계를 불문하고 자의적인 권력을 적극 통제함으로써 공화국의 구성원 모두가 공권력이나 타인의 자의적 의지에 예속되지 않고 자신의 의지에 따라 자유롭게 삶을 영위할 수 있게 하여야 한다.

다. 행정입법의 내용에 대한 위헌심사기준 행정입법에서 재량행위를 규정하면서 재량권 행사기준을 전혀 규정하지 않거나 이를 규정하였다 하더라도 그 내용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는 행정청에 자의적인 권력을 부여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법공동체의 구성원들은 미래의 상황을 예측할 수 없어 자신의 행동을 결정짓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미래의 삶을 구상하고 설계하지 못하므로 자유로운 삶을 영위할 수 없다. 따라서 이와 같은 행정입법은 헌법에서 규정한 공화국의 원리 및 법치주의 원칙에 위배되어 헌법에 위반된다.

병역법 제16조 제1항, 제2항, 병역법 시행령(2016. 11. 29. 대통령령 제2762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20조 등의 규정내용을 종합하면, 현역병입영 대상자는 징집순서가 결정된 입영 대상자와 징집순서에 따르지 않고 따로 입영하게 할 수 있는 별도 입영 대상자로 구분된다. 병역법 시행령 제21조 제1항은 지방병무청장으로 하여 금 징집순서가 결정된 현역병입영 대상자에게 입영 통지서를 입영기일 30일 전까지 송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반면 이 사건 조항은 현역병 별도 입영 대상자에 대한 입영통지서의 송달기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지방병무청장에게 재량권을 부여하면서 그 재량권 행사기준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따라서 이 사건 조항은 현역병 별도 입영 대상자에 대한 입영 통지서의 송달기간 단축과 관련하여 지방병무청장에게 자의적인 권력을 부여함으로써 헌법에서 규정한 공화국의 원리 및 법치주의 원칙에 위배되어 헌법에 위반된다 할 것이다.

마. 피고인의 병역법위반죄 성립 여부

1) 현역병입영 통지처분의 행정처분성

지방병무청장은 현역병입영 대상자에게 일정한 시일과 장소를 정하여 현역병입영 통지를 하는데, 이와 같은 통지에 의하여 현역병입영 대상자에게 구체적인 입영의무가 부과되기 때문에 현역병입영 통지처분은 행정처분에 해당한다.

2) 형사재판에서 행정처분의 위헌·위법성 심사 가부

형사법규에서 행정처분의 위헌·위법 여부가 범죄 성립을 좌우하는 경우에는 그 행정처분의 위헌·위법 여부가 형사재판의 전제가 되는 것이므로, 당해 형사재판에서도 그 행정처분의 위헌·위법 여부를 심사하여 범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대한민 국헌법 제107조 제2항 참조).

3) 현역병입영 통지처분이 위법한 경우 병역법위반죄 성립 여부

병역법(2016. 5. 29. 법률 제1418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88조 제1항 제1호는 현역병입영 통지처분을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그 처분에서 정하여진 입영기일로부터 3일이 지나도 입영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현역병입영 통지처분이 적법하여 그 처분에서 정하여진 입영기일을 입영의무의 기산일로 삼을 수 있을 것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현역병입영 통지 처분이 위법하다면 그 처분에서 정하여진 입영기일을 병역법 제88조 제1항 제1호에서 규정한 입영의무의 기산일로 삼을 수 없으므로, 그 처분의 상대방이 그 처분에서 정하여진 입영기일로부터 3일이 지나도록 입영하지 않더라도 병역법 제88조 제1 항 제1호 위반죄가 성립될 수 없다.

4) 현역병 별도 입영 대상자에 대한 적법한 송달기간 앞서 본 바와 같이 현역병 별도 입영 대상자에 대한 송달기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규정한 이 사건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므로, 현역병 별도 입영 대상자에게도 병역법시행령 제21조 제1항에 따라 입영기일 30일 전까지 입영 통지서를 송달하여야 한다.

5) 피고인의 병역법위반죄 해당성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은 현역병 별도 입영 대상자에 해당하고, 관할 지방병무청장은 피고인에게 입영기일 30일 전까지 입영통지서를 송달하지 않고 그보다 송달기간을 단축하여 현역병입영 통지처분을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러한 현역병입영 통지처분은 위법하므로, 그 처분에서 정하여진 입영기일을 입영의무의 기산일로 삼을 수 없는 이상, 피고인이 그 처분에서 정하여진 입영기일로부터 3일 내에 입영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피고인에 대하여 병역법 제88조 제1항 제1호 위반죄가 성립될 수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판사이승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