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량(징역 13년)은 지나치게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검사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위 형량은 지나치게 가벼워서 부당하다.
2. 판단 피고인은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고서를 소중히 간직하고 있었는데, 피해자가 이를 가져간 다음 반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시비하다가, 순간적으로 격분하여 평소 가방 안에 가지고 다니던 이발소용 면도용 칼(총 길이 약 16.3cm, 칼날 길이 약 7.8cm)로 피해자의 좌우측 경동맥 부위 등을 7회 이상 마구 베어 살해하였다.
이 사건 범행 당시 피해자의 동생과 피고인의 아들이 동행하였고, 범행장소가 고시원 계단이라는 점에서 사전에 살인 범행을 계획하고 면도용 칼을 범행도구로 준비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사람의 생명은 존엄한 인간 존재의 근원이고 그 자체가 목적이며 한번 잃으면 영원히 돌이킬 수 없어 세상 그 무엇과도 견줄 수 없을 만큼 소중한 것이다.
살인행위는 우리 사회의 법이 수호하는 최고의 법익이자 가장 고귀한 절대적 가치인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것으로서 그 결과가 매우 중하고 피해를 회복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피고인의 이 사건 살인 범행으로 인하여 피해자는 피고인으로부터 전혀 예상치 못한 무자비한 공격을 받고 극도의 공포 속에서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고귀한 생명을 빼앗겼다.
피고인은 국내에서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고, 이 사건 범행을 모두 시인하면서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있고, 또한 피해자의 명복을 빌면서 향후 참회의 삶을 살아갈 것을 다짐하고 있다.
나아가 평소 피고인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던 피해자의 동생은 원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