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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법 1999. 6. 16. 선고 98노528 판결:상고기각

[혼인빙자간음,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하집1999-1, 7]

판시사항

[1] 혼인빙자간음죄의 성립 여부에 대한 판단 기준

[2]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의 성관계가 오늘날의 보편적인 도덕관념이나 사회통념상 진실로 혼인할 의사가 없으면서도 이를 가장하여 혼인을 빙자한 피고인의 행위에 의하여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혼인빙자간음죄의 성립을 부정한 사례

판결요지

[1] 피고인과 피해자가 성관계를 가지게 된 것이 피고인이 혼인을 빙자하였기 때문인지 여부는 언제부터 두 사람이 서로 알게 되었는지, 각자의 남녀관계는 어떠한지, 성관계를 가지게 된 구체적 경위와 그 전후 사정, 피고인들의 나이, 신분관계 나아가 오늘날의 남녀 정교관계에 관한 사회통념 등이 중요한 판단자료라 할 것이다.

[2]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의 성관계가 오늘날의 보편적인 도덕관념이나 사회통념상 진실로 혼인할 의사가 없으면서도 이를 가장하여 혼인을 빙자한 피고인의 행위에 의하여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혼인빙자간음죄의 성립을 부정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피고인 및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임흥순

원심판결

제주지법 1998. 12. 8. 선고 97고단1637 판결

대법원판결

대법원 1999. 9. 17. 선고 99도2861 판결

주문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피고인의 항소에 대한 판단

피고인의 변호인의 첫 번째 항소이유의 요지는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신분을 밝힐 것을 요구한 사실이 있을 뿐 원심 판시와 같이 피해자에게 협박을 가하거나 폭행을 가한 사실이 없음에도 원심은 공소사실을 그대로 인정하였고, 가사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신분을 밝힐 것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협박 등을 가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피고인이 혼인을 빙자하여 공소외 1을 간음한 사실이 없음에도 그러한 허위의 사실을 조작하여 부당한 이득을 보려는 피해자의 행위에 대한 정당방위 내지 긴급피난, 또는 자구행위에 불과함에도 원심은 이를 간과함으로써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법리를 오해하였다는 것이며, 두 번째 항소이유의 요지는 원심의 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는 데 있다.

먼저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에 관하여 살피건대, 원심이 적법하게 조사·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해자가 1997. 6. 6.과 1997. 6. 7. 피고인의 집을 찾아와 피고인에게 공소외 1과의 관계 등을 따지고 난 후 다시 1997. 7. 6. 12:00경 피고인의 집에 찾아왔는데 피고인이 집에 없자 피고인의 처인 공소외 2에게 피고인과 공소외 1 사이의 성관계 이야기를 하며 피고인에게 연락하여 자신에게 전화를 하도록 한 사실, 피고인이 공소외 2로부터 연락을 받고 그날 13:00경 피해자와 통화를 하면서 원심 판시와 같이 "야 이 개새끼야. 네 놈의 정체가 뭐야, 할 말이 있으면 공소외 1을 데려와 죽여버리기 전에"라고 말한 사실, 그런데 피해자가 다시 그날 오후 공소외 2에게 전화를 하여 제주국제공항이라며 만나자고 하여 공소외 2가 공항으로 나갔다가 공항에서 원심 공동피고인 들을 배웅하는 피고인을 우연히 만나 피해자가 공항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말한 사실, 이에 피고인은 그날 18:00경 제주국제공항 2층 '공항그릴식당'에서 식사를 하며 공소외 2를 기다리고 있던 피해자를 찾아가 "이런 새끼 법대로 잡아 넣어야 돼. 이런 놈은 죽여야 돼. 네 놈 가정도 파괴하고 네 놈은 내 손에 죽을 줄 알아"라는 등의 말을 하고, 원심 공동피 고인도 이에 가세하여 "이 새끼 너 사람 잘못 건드렸어. 너 정체를 밝혀. 순 사기 협박 공갈치는 놈이구만. 이런 놈은 죽여야 돼. 이런 새끼는 죽여버려야 해"라는 등의 말을 하여 피해자를 협박하고 피해자의 팔을 잡아 식당 밖으로 끌어내려고 당겨 폭행을 가한 사실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 사실관계가 그러하다면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는 원심 판시와 같이 협박죄와 폭행죄를 구성한다고 할 것이고,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피고인이 혼인을 빙자하여 공소외 1을 간음하였다'는 내용의 진정서, 고소장 등을 각 관련 기관과 언론사에 보내겠다고 말하였더라도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동기, 경위 등에 비추어 볼 때 그러한 사정만으로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동이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거나 긴급피난, 자구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의 변호인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없다.

다음으로 양형부당 주장에 대하여 살피건대, 피고인이 그와 같이 피해자에 대하여 협박과 폭행을 가하게 된 것은 처자가 있는 피고인이 공소외 1과 부적절한 성관계를 가짐으로 인하여 야기된 사정, 피해자와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피해자가 피고인에 대한 엄한 처벌을 진정하고 있는 사정, 그 밖에 피고인의 신분, 나이, 가정환경, 범죄전력, 이 사건범행의 동기, 경위, 결과, 개전의 정 등 이 사건 기록에 나타난 모든 양형조건을 두루 참작하면, 피고인이 피해자, 공소외 1 앞으로 피해 변제조로 각 300만 원을 공탁한 사실을 참작하더라도 원심의 형은 적정한 것으로 판단되고, 따라서 피고인의 변호인의 양형부당 주장 역시 이유 없다.

2. 검사의 항소에 대한 판단

가. 검사의 항소이유의 요지

검사는 원심이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혼인빙자간음의 점에 관하여 무죄를 선고한 데 대하여, 공소외 1, 피해자, 공소외 5의 원심 법정 및 수사기관에서의 일관된 증언 내지 진술기재와 피고인 스스로도 자신이 1996. 12. 21. 피해자 공소외 1을 소개받을 때 굳이 총각이 아니라고 밝히지는 않았다고 진술하고 있는 사정, 피고인이 작성한 서약서의 내용, 피고인이 처와 함께 공소외 1을 찾아가 합의하려 하였고 적지 않은 금액을 공탁한 사정 등을 종합하여 보면 위 공소사실을 명백하게 인정할 수 있고, 혼인 적령기가 지난 두 남녀 사이에서 "사랑한다.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 우리가 열 여덟 살 어린애냐"라는 말은 혼인의사에 대한 묵시적인 표현이라 할 것임에도 원심은 일관성 없는 피고인의 변소를 취신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함으로써 채증법칙에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한 위법을 저질렀다고 주장한다.

나. 공소사실의 요지와 원심의 판단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혼인빙자간음의 점의 요지는, 피고인은 (대학이름 생략)대학교 교육대학원 원우회 동료인 피해자 공소외 1과 혼인할 의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가. 1997. 1. 6. 23:00경 서울 성북구 정릉3동 (번지 생략) 소재 (상호명 생략) 피고인의 하숙방에서 공소외 1에게 " ('성' 생략)선생을 사랑한다. 내가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 우리가 열 여덟 살 먹은 어린애냐"고 거짓말하여 이에 속은 공소외 1과 1회 성교하고, 나. 1997. 1. 9. 23:00경 같은 장소에서 가.항과 같은 기망에 의하여 착오에 빠져 있는 공소외 1과 1회 성교하고, 다. 1996. 5. 24. 22:00경 강릉시 안현동 (번지 생략) 소재 송월장 여관 320호에서 가.항과 같은 기망에 의하여 착오에 빠져 있는 공소외 1과 1회 성교함으로써 혼인을 빙자하여 음행의 상습이 없는 공소외 1을 각 간음하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혼인빙자간음죄에 있어서 혼인을 빙자한다고 함은 혼인할 의사가 없으면서도 혼인할 의사가 있는 것처럼 가장하는 것을 말하고 나아가 그 상대방이 이와 같이 위장된 혼인의사를 전제로 하여 성관계를 허용한 경우에 비로소 혼인빙자간음죄가 성립한다고 설시한 후, 이 사건에 있어서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의 각 일시·장소에서 공소외 1과 성관계를 가진 사실은 인정하고 있으나 수사기관 이래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혼인을 빙자한 사실은 없다고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고, 공소외 1은 피고인을 1996. 12. 21. 대학원 친구인 공소외 3, 4를 통하여 미혼으로 소개받아 알게 되었고 피고인 자신도 스스로 미혼이라고 소개하였었는데 피고인이 "사랑한다.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 우리가 열 여덟 살 어린애냐"고 말하였기 때문에 피고인을 결혼 상대자로 믿고 성관계를 갖게된 것이라고 진술하고 있으나 그와 같은 공소외 1의 진술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증거는 없고, 오히려 공소외 1이 이 사건 훨씬 이전인 1996. 7. 21.부터 피고인과 공통과목을 수강하거나 원우회 사무실을 같이 사용하면서 알게 되었고, 피고인이 1996. 8.경 대학원생들의 모임인 원우회 회장 선거 때 공소외 1 등 유아교육과 학생들이 그 선거운동까지 적극적으로 도와준 사실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공소외 1의 진술의 신빙성에 의심이 있다고 판단하는 한편, 가사 공소외 1의 진술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당시 피고인이 그 주장과 같은 말을 하게 된 정황과 그 내용, 공소외 1과의 관계, 피고인과 공소외 1의 나이·직업·사회적 경험 등에 비추어 피고인이 공소외 1에게 혼인을 빙자하였다거나 혹은 피해자가 위장된 혼인의사를 전제로 하여 성관계를 허용한 경우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또 피해자, 공소외 5의 진술 등은 공소외 1부터 전해들은 것이거나 위 성관계 이후의 정황에 관한 것으로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충분한 증거가 되지 못하고, 달리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였다.

다. 당심의 판단

검사가 유죄의 자료로 들고 있는 증거들로 공소외 1, 피해자, 공소외 5의 원심 법정 및 수사기관에서의 증언 내지 진술기재와 제반 사정들에 대하여 차례로 살펴본다.

(1) 공소외 1의 원심법정 및 수사기관에서 증언 내지 진술기재

우선, 공소외 1과 피고인 모두 원심 법정 및 수사기관에서 그들이 1996. 7.경부터 방학기간 동안 수강하여 학위를 취득하는 계절학기 대학원인 (대학이름 생략)대학교 교육대학원에 재학하고 있었는데 피고인은 체육교육학을, 공소외 1은 유아교육학을 각 전공한 사실, 피고인과 공소외 1은 1996. 12. 21.부터 1997. 1. 14.까지 대학원 건물 근처에 있는 식당 겸 하숙집인 '전주식당'에 다른 학생 10여 명과 하숙을 하고 있었던 사실, 피고인과 공소외 1이 3회에 걸쳐 공소사실 기재의 일시·장소에서 성관계를 가진 사실, 피해자는 공소외 1의 먼 친척으로서 1983. 3. 1.부터 강릉시 소재 (유치원 이름 생략)유치원 원장으로 재임하고 있고, 공소외 1은 1987. 3. 1.부터 (유치원 이름 생략)유치원에 근무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는 사실을 다툼이 없이 진술하고 있다.

그런데 공소외 1은 자신이 위와 같이 피고인과 3회의 성관계를 가지게 된 데 대하여 원심 법정 및 수사기관에서 다음과 같이 증언 내지 진술하고 있다.

즉, 공소외 1 자신은 1996. 7. 21. 유아교육과에 입학하였는데 1996. 12. 21. (대학이름 생략)대학교 교직원식당에서 대학원 친구인 공소외 3, 4로부터 우연히 피고인을 소개받았다. 소개받을 당시 공소외 3, 4가 피고인을 미혼이라고 하였다. 그 때 피고인도 전주식당에서 하숙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고, 그날 밤 일행 모두 같이 노래방에 가서 놀고 하숙집으로 돌아왔는데 피고인이 방도 구경할 겸 자기의 방으로 가자고 하여 피고인을 따라 갔다. 그 때 피고인에게 결혼을 하였느냐고 물었더니 미혼이라고 대답하였고, 왜 결혼을 하지 않았느냐고 물으니 얼굴이 빨개지면서 결혼을 하지 않은 이유를 말하지 않았다. 피고인은 공소외 1 본인에게 유아교육과에서 제일 예쁘고 키도 크다며 사귀고 싶다고 하였고 애인이 있느냐고 물어 애인이 있다고 하니까 먼저 차지한 사람이 임자라며 앞으로 잘해 보자고 하며 헤어졌다. 그 후 피고인이 원우회 회장이고 대학원 선배여서 자주 만나고 친하게 지냈는데 그러던 중 1997. 1. 6. 23:00경 피고인 이 방으로 찾아와서 자기 방으로 오라고 하여 갔더니 " ('성' 생략)선생 같은 사람을 다른 사람에게 뺏기고 싶지 않다."고 하면서 방바닥에 눕히려고 하여 이를 거절하자 "사랑한다. 내가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 우리가 열 여덟 살 어린애냐"고 말하여 피고인을 결혼 상대자로 믿고 성관계를 가지게 되었다. 그 후에도 여자의 운명이라 생각하고 두 차례 더 성관계를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에 반하여 피고인은 수사기관 이래 당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공소외 1을 알게 된 것은 1996. 8. 초경 대학원생들의 모임인 원우회장 선거 때 알게 되었고, 그 때부터 피해자는 피고인이 유부남인 사실을 알고 있었으며, 서로 좋아서 성관계를 갖게 된 것이지 혼인을 빙자한 사실은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살피건대, 피고인과 공소외 1이 성관계를 가지게 된 것이 피고인이 혼인을 빙자하였기 때문인지 여부는 언제부터 두 사람이 서로 알게 되었는지, 각자의 남녀관계는 어떠한지, 성관계를 가지게 된 구체적 경위와 그 전후 사정, 피고인들의 나이, 신분관계 나아가 오늘날의 남녀 정교관계에 관한 사회통념 등이 중요한 판단자료라 할 것이다. 이 사건에 있어서 객관적인 제3자로서 공소외 1과 같이 유아교육과 대학원생이었던 원심 증인 전윤선의 증언에 의하면, 피고인이 1996. 8. 초경 대학원 여름학기 원우회장 선거에 나섰을 때 공소외 1 등 유아교육과 여학생들이 그 선거운동을 해 주었는데, 피고인이 원우회장으로 당선된 후 유아교육과 여학생들이 원우회 사무실을 자주 사용하면서 그 사무실에 공소외 1을 비롯한 다른 여학생들과 피고인이 같이 있을 때도 있었고 공소외 1과 피고인 단 둘이 있을 때도 있었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그렇다면 피고인과 공소외 1이 서로 알게 된 때는 공소외 1의 진술과는 달리 1996. 8. 초경이라 할 것이며, 뿐만 아니라 남자관계에 대하여 공소외 1은 수사기관에서 진술할 때 피고인이 애인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하여 사실은 애인은 없었으나 선을 본 사람 중에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어 그 사람을 염두에 두고 애인이 있다고 답하였다는 취지로 진술(수사기록 234장)하였다는 것인데, 원심 법정에 제출한 진술서에는 대학원을 졸업하면 결혼하기로 정혼한 약혼자가 있었다고 진술(공판기록 150장, 151장)하고 있는 사정, 피고인의 당시의 나이에 비추어 오히려 결혼을 한 사람으로 보아야 함이 통상적이라 할 것인 점(전윤선 역시 1996. 8. 초경 피고인이 결혼했다는 것을 알았다고 증언하고 있다) 등에 비추어 보면, 전체적으로 공소외 1의 증언 내지 진술기재의 신빙성에는 의심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된다.

가사 공소외 1의 진술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여 피고인이 공소외 1에게 자신을 미혼으로 소개하였고 성관계를 가지기 직전에 "사랑한다.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 우리가 열 여덟 살 어린애냐"고 말하였다 하더라도, 공소외 1 스스로 피고인을 소개받은 1996. 12. 21.부터 최초로 성관계를 가진 1997. 1. 6.까지 사이에 연인 기분으로 데이트를 한 적도 없고 피고인, 공소외 3, 4 등과 같이 노래방에 몇 번 다녔으며, 하숙집에서 식사가 제공되지 않아 밖에서 열 번 정도 피고인과 단둘이서 또는 공소외 4, 전윤성 등과 같이 식사를 하기도 하였고, 피고인이 공소외 1의 하숙방에서 텔레비전을 보거나 둘이서 같이 통계학 특강 문제와 체육교육과의 과제물을 작성하며 의논한 일이 있을 뿐이라는 것으로서 공소외 1이 진술하는 피고인과의 당시 친밀도는 통상적인 대학원 동료로서의 관계로 보이고 결혼을 전제로 한 특별한 관계로까지 진전되었다고 볼 수 없으며, 첫 번째 성관계를 가지게 된 경위 역시 공소외 1이 1997. 1. 6. 피고인으로부터 꼭 자신의 방으로 와달라는 말을 듣고 피고인의 방에 갔다가 피고인이 " ('성' 생략)선생 같은 사람을 다른 사람에게 뺏기고 싶지 않다."고 하면서 갑자기 불을 끄고 방바닥에 눕히려고 하여 저항을 하며 "이러시면 안돼요."라고 하였더니 피고인이 완력으로 누르면서 "사랑한다."고 하였고 "이러시면 안돼요. 모든 것을 책임질 수 있어요."라고 하자 "우리가 뭐 열 여덟 살 먹은 어린앤가. 모든 것을 책임질테니 걱정 말아요."라고 말하여 결국 성관계를 가지게 되었다는 것인데 그와 같은 대화내용은 결혼을 전제로 하지 않은 남녀라 할지라도 처음 성관계를 가지면서 있을 수 있는 대화내용에 불과하다. 그리고 공소외 1이 피고인과 세 차례 성관계를 갖는 동안 5개월 상당의 시간이 있었고 두 사람 모두 결혼을 할 나이치고는 상당히 늦은 나이여서 결혼을 전제로 성관계를 가졌다면 서둘러 피고인과 사이에 결혼을 언제할 것인지, 어떻게 할 것인지, 양가 부모들에게 언제 결혼의사를 밝히고 인사를 할 것인지 여부 등에 관한 구체적인 이야기가 오고 가야 할 것임에도 그렇지 않았고( 공소외 1도 원심 법정에서 이를 인정하고 있다), 서로 특산물과 초콜릿을 주고 받았을 뿐 1997. 1. 14. 종강 후 헤어져 각자 고향에 내려간 이래 세 번째 성관계를 가질 때까지 사이에 한 번도 만나지도 않았고 그 밖에 통상적으로 상대방을 결혼할 사람으로 정하였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어떠한 언행을 보인 바도 없다( 공소외 1의 어머니인 공소외 5는 원심 법정에서 공소외 1이 1997. 5. 하순경에 이르러서야 남자가 생겼으니 결혼하겠다는 말을 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다). 게다가 공소외 1이 처음 피고인을 소개받았을 때 피고인이 나이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결혼을 하지 않은 이유를 물었으나 피고인이 대답을 하지 않았다는 것인데 만 39세 가량 되는 남자를 결혼 상대방으로 여겼다면 성관계를 갖는 5개월의 기간 동안 다시 한 번 그 확실한 사유를 확인함이 통상적이라 할 것임에도 그러한 행동조차 보이지 않았고 그러한 관계에 불과한 피고인을 택하기 위해 대학원 졸업 후 결혼할 예정이라던 약혼자를 쉽게 포기해 버렸다는 것도 쉽게 납득할 수 없는 사정, 당시 피고인은 중학교 교사로서 만 39세 가량이고 공소외 1은 만 34세 정도의 유치원 교사로서 양쪽 모두 상당한 사회적 경험을 가지고 있어 성관계에 대하여도 스스로 분별력 있는 판단을 할 수 있다고 보이는 사정, 만약 공소외 1이 피고인을 곧 결혼하여야 할 상대방으로 생각하였다면 그 동안 직접 피고인이 고향인 제주로 찾아가 피고인의 신분 등을 확인하는 것이 통상적으로 예견되는 행위라 할 것임에도 성관계를 세 차례나 가진 후에 비로소 먼 친척 겸 자신이 근무하는 유치원 원장인 피해자를 제주로 보내었으며, 공소외 1의 결혼 상대방으로 피고인이 적절한 사람인지 여부를 확인하러 갔다는 피해자가 1997. 6. 7.경 피고인에게 찾아가 작성받은 서약서(수사기록 124장, 공판기록 148장, 225장)는 피고인이 더 이상 공소외 1을 만나지 않겠다는 것이 주된 내용으로서 결혼 상대로 생각하였던 남자에게 처자가 있음이 밝혀진 데 대한 책임을 추궁하는 내용이라고는 보여지지 않는 사정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오늘날의 보편적인 도덕관념이나 사회통념상 피고인과 공소외 1 사이의 3회에 걸친 성관계가 진실로 혼인할 의사가 없으면서도 이를 가장하여 혼인을 빙자한 피고인의 행위에 의하여 이루어 졌다거나, 피고인이 혼인의 의사를 위장했고 공소외 1도 피고인의 위장된 혼인을 전제로 해서 비로소 성관계를 허용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할 것이다.

(2) 그 밖의 증거자료

피해자나 공소외 1의 어머니인 공소외 5의 원심 법정 및 수사기관에서 증언 내지 진술기재는 모두 공소외 1로부터 전해들은 것이나 성관계 이후의 정황에 관한 것들인데, 앞서 본 바와 같이 공소외 1의 증언 내지 진술기재를 믿지 않는 이상 이를 전제로 한 피해자, 공소외 5의 증언 내지 진술기재 역시 신빙성이 없다.

그 밖에 공소외 1, 공소외 1의 부모, 공소외 1의 올케 등이 연명으로 작성한 각 사실 증명서, 정갑수가 작성한 사실증명서 역시 성관계 이후 정황에 관한 사정을 기재한 것들로서 1997. 7. 16.경과 1997. 7. 22.경에 피고인의 처와 누나가 피고인과 함께 또는 그들만이 공소외 1의 집을 찾아와 피고인의 잘못을 인정하였다는 내용이나, 이는 공소외 1 측이 1997. 7. 11. 서울지방검찰청에 이 사건 고소장을 접수하자 피고인이 교사 신분상의 불이익을 입을 것을 우려하여 원만한 화해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그렇게 말한 것으로 보일 뿐이고 그 사실증명서 자체에도 혼인을 빙자하였다는 직접적인 기재는 없다.

그리고 피고인이 공소외 1, 피해자 앞으로 각 300만 원을 공탁하기는 하였으나 이를 가지고 피고인이 혼인빙자간음의 범행사실을 자인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공탁서에 기재된 공탁사유 역시 피해자와 합의하에 세 차례 성관계를 가진 사실이 있어 위자료로 제공한다는 취지로 기재되어 있다.

(3) 결국 위와 같은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그러한 취지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거기에 검사가 주장하는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결 론

그렇다면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상균(판사) 강선명 조정현

심급 사건
-제주지방법원 1998.12.8.선고 97고단1637
-대법원 1999.9.17.선고 99도28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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