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어음금청구사건][하집1986(1),248]
포괄적 영업대리권등의 실체를 갖추지 아니한 지배인의 소송대리권
지배인에게 영업주의 소송대리권을 인정한 것은 지배인이 영업주의 최고경영보조자로서 특정영업소에서의 영업에 관한 포괄적 영업대리권을 가지고 있는 점에 착안하여 법률이 특히 인정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므로 회사가 부도난 후 그 회사의 각종 채권관계를 정리하고 이에 관한 소송업무를 처리하기 위하여 지배인으로 선임 등기된 자는 지배인의 실체는 갖춤이 없이 오로지 소송의 편의만을 위한 것으로 그러한 지배인은 영업주의 소송대리권이 없다.
주식회사 한일악기
지상철
이 사건 소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 지배인 박상봉의 부담으로 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금 5,000,000원 및 이에 대한 1984.1.1.부터 소장송달일까지는 연 5푼, 그 다음 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연 2할 5푼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소송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는 판결과 가집행의 선고.
직권으로 이 사건 소의 적법여부를 살핀다.
이 사건 소는 원고회사의 지배인이라고 하는 박상봉이 그 자신의 명의로 제기하였고, 이 사건 소장에는 원고회사가 위 박상봉을 원고회사 본점에 지배인으로 두고 있다는 내용의 지배인 등기부초본이 첨부되어 있다.
원래 지배인은 별도의 수권절차없이 당연히 영업주를 대리하여 소송행위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그것은 지배인이 영업주에 갈음하여 영업에 관한 재판상 또는 재판외의 모든 행위를 할 수 있는 법률상의 대리권을 가지기 때문이다( 상법 제11조 제1항 ). 특히 지배인에게 영업주의 소송대리권까지도 인정한 것은 지배인이 영업주의 최고경영보조자로서 특정영업소(본점 또는 지접)에서의 영업에 관한 포괄적 영업대리권을 가지고 있는 점에 착안하여 법률이 특히 인정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는 영업의 특정한 종류 또는 특정한 사항에 대한 위임을 받은 부분적 포괄대리인에게는 재판외의 행위에 관한 대리권만을 인정할 뿐, 재판상의 행위에 관한 대리권은 부여하지 않고 있는 법률( 상법 제15조 제1항 )의 취지에 비추어 보더라도 명백하다.
이 사건에 있어 원고회사의 지배인이라고 하는 위 박상봉이 과연 위와 같은 의미에 있어서의 지배인에 해당하는가를 본다. 동 박상봉의 변론기일에서의 주장에 의하면, 원고회사의 지배인이라고 하는 박상봉 자신은 원고회사의 대표이사인 주용봉의 친구로서 원고회사가 1984.11.경 부도가 난 후 원고회사의 각종 채권관계를 정리하고 이에 관한 소송업무를 처리하기 위하여 1985.8.10.경 지배인으로 선임된 이래 일반 영업업무는 담당함이 없이 오로지 소송등 채권회수업무에만 종사하여 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위 주장자체에만 의하더라도 위 박상봉을 원고회사의 특정영업소에 있어서의 포괄적 대리권을 가진 지배인이라고 볼 수 없음은 명백하다.
박상봉 명의의 앞서 본 지배인 등기는 지배인의 실체를 갖춤이 없이 오로지 소송의 편의만을 위하여 경료한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
또한 이와 같이 지배인의 실체를 갖춤이 없이 지배인 등기를 경료하여 그 지배인이라고 하는 자로 하여금 소송행위를 대리하도록 하는 행위는, 소송대리는 원칙적으로 변호사만이 할 수 있도록 하고 그 밖의 일반인의 경우에는 단독사건에 한하여 재판장의 허가를 받은 때에만 이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한 민사소송법 및 변호사법의 취지를 참탈하는 것이기도 하다.
결국 그렇다면, 위 박상봉이 원고회사의 지배인임을 전제로 하여 그 명의로 제기한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고, 소송비용의 부담에 관하여는 민사소송법 제99조 를 적용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