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2019구합90845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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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복지공단
2021. 3. 4.
2021. 4. 1.
1. 피고가 2019. 3. 5. 원고에게 내린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주문과 같다.
1. 처분의 경위
가. 망 A(1958. *. **.생 남자, 이하 '망인'이라고 한다)은 2015. 6. 1.부터 B(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고 한다)에서 특허명세사로 근무하였다.
나. 망인은 2018. 4. 12. 12:00경 이 사건 사업장에서 업무회의를 마친 후 어지러움과 구토 증상을 보였고, 같은 날 12:19경 C대학교병원을 거쳐 D대학교병원으로 이송되어 수술을 받았으나, 2018. 4. 21. 16:32경 뇌지주막하 출혈(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고 한다)로 사망하였다.
다. 망인의 배우자인 원고는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피고에게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망인의 사망 원인이 된 이 사건 상병은 업무보다는 개인질환에 의하여 발병하였을 가능성이 크므로, 이 사건 상병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라는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심의결과에 따라 2019. 3. 5. 원고에게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거부하는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고 한다)을 내렸다.
라. 원고는 이 사건 처분에 불복하여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에 재심사청구를 하였으나, 위 재심사위원회는 2019. 9. 27. 원고의 재심사청구를 기각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18, 19, 21호증(가지번호 있는 경우 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망인은 사무실 뿐 아니라 자택에서도 근무를 하여 1주당 평균 업무시간이 52시간을 넘었고, 업무의 특성상 정신적인 긴장이 지속될 수밖에 없었으며, 업무회의에서 사업주로부터 돌연 심한 질책을 받은 직후에 이 사건 상병이 발생하여 사망에 이른 것이므로,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
3.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관련 법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4조 제1호 소정의 업무상 재해라고 함은 근로자의 업무수행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질병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이 경우 근로자의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하여야 하지만, ①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②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 ·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입증이 되었다고 보아야 하고, ③ 또한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질병이나 기존질병이 직무의 과중 등이 원인이 되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때에도 그 입증이 된 경우에 포함되는 것이며, ④ 업무와 질병과의 인과관계의 유무는 보통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 4. 12. 선고 2006두4912 판결 등 참조).
나. 인정사실
1) 망인의 근무에 관한 기본 사항
가) 종전 이력: 1990. 7. 1.부터 변리사 사무실에서 특허명세사로 근무
나) 이 사건 사업장 입사일: 2015. 6. 1.
다) 소속부서, 직종 및 직위: 명세부 전자팀, 특허명세사, 부장
라) 근로계약상 근로시간: 09:00~18:00(주 5일 근무, 휴무일: 매주 토 · 일요일, 공휴일, 1월 2일, 5월 1일, 12월 31일)
2) 망인의 구체적인 업무
가) 국내 특허 명세서 및 의견서 작성
- 특허명세사 본연의 업무에 해당
나) 특허 명세서 등 서류의 외국어 작성 및 번역
- 본래 외주 업체에 맡겨야 하나 이 사건 사업장의 경비절감을 위하여 망인이 직접 담당
다) 도면 작성
- 도면사가 도면을 작성하는 것이 원칙이나 위 작업 역시 망인이 담당
라) 고객에 대한 수수료 비용 청구
- 망인은 이 사건 사업장에 입사하기 전까지 특허명세사로 일하면서 해당 업무는 맡은 경험이 없음
3) 망인의 기간별 업무시간 및 휴무일
가) 발병 전 1주간: 27시간 23분(0.5일 휴무)
나) 발병 전 4주간의 1주 평균 근무시간: 38시간 5분(9일 휴무)
다) 발병 전 12주간의 1주 평균 근무시간: 36시간 5분(1개월 평균 10일 휴무) 4) 망인과 사업주(이 사건 사업장의 대표변리사) 사이의 갈등
사업주는 고객으로부터 계약에 정한 수수료를 정확하게 지급받는 것을 운영원칙으로 삼은 반면, 망인은 고객의 요구에 맞추어 수수료를 감액하여 주는 대신 지속적인 거래관계를 이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던 터였다.
그러던 중 이 사건 사업장의 거래처였던 E 주식회사의 요청에 응하여 망인이 사업주에게 수수료 인하 조정을 건의하였으나, 사업주는 이미 결정된 수수료를 바꿀 수 없다고 화를 내면서, 망인이 보는 가운데 위 거래처에 직접 전화를 걸어 언성을 높이며 항의하였다.
결국 망인이 위 거래처에 사업주를 대신하여 사과하고, 망인의 책임 하에 수수료를 인하해 주겠다고 약속함으로써 사건이 일단락되었으나, 그 후에도 사업주는 회의 시간이나 회식 때 망인에게 위 사건을 종종 지적하였다.
5) 이 사건 당일 열린 업무회의의 경과
가) 사업주의 진술
나) 동료 직원 F의 진술
다) 동료 직원 G의 진술
라) 동료 직원 H의 진술
6) 망인의 평소 건강관리 상태
가) 건강검진 수치
나) 문진 내용(2013년도)
○ 친족 중에 고혈압을 앓았던 사람이 있다.
○ 담배를 하루 평균 10개비씩 20년을 피웠으나, 현재는 금연하였고, 술은 1주일에 평균 2일(하루 평균 7잔) 정도 마셨다.
○ 최근 1주일 중 4일을 하루 20분 이상 격렬한 운동을 하였다.
다) 건강보험 급여내역(2008. 3. 28. ~ 2018. 2. 3.)
이 사건 상병과 관련 있는 증상으로 진료 받은 사실은 없음
라) 직장 동료 I, J의 진술
○ 망인은 담배는 피우지 않고, 술도 거의 마시지 않는다. 망인의 가족과 약속한 대로 사망 전까지 수개월 간 금주를 실천하고 있었다.
○ 망인은 술을 끊었는데, 회식 자리에서 사업주가 망인에게 음주를 강요하기도 하였다.
7) 이 사건 상병에 관한 의학적 소견
가) 사망진단서
○ 사망일자: 2018. 4. 21. 16:32
○ 직접 사인: 뇌간 압박 및 연수 마비
○ 중간선행사인: 중증 뇌부종
○ 선행사인: 뇌지주막하 출혈
나)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다) D대학교 K병원 직업환경의학과
라) L대학교 M병원 신경외과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10, 16, 17, 19, 21, 23호증, 을 제1호증(가지번호 있는 경우 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이 법원의 D대학교 K병원장 및 L대학교 M병원장에 대한 각 진료기록 감정촉탁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다. 판 단
원고는 망인이 이 사건 사업장에서 1주당 평균 52시간을 초과하여 근무하였다고 주장하나, 위 주장사실을 증명할 객관적인 증거는 부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인정한 사실에 갑 제2호증의 4, 제3호증의 1, 제4호증, 제23호증의 각 기재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망인의 업무에서 비롯된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이 사건 상병의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고 판단된다.
1) 망인은 여느 특허명세사와는 달리 ① 서류 번역 업무, ② 도면 작성 업무, ③ 수수료 등의 비용 처리 업무까지 도맡았으므로, 동료 직원에 비하여 전체적인 업무 부담이 증가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사업주는 망인에 대하여 '신속한 업무 처리를 위하여 퇴근 후에도 집에서 기술의 이해를 위해 고민하고 학습을 하는 스타일의 사람'으로 평하고 있다.
그렇다면 망인은 일과 시간 동안에 동료 직원들보다 더 많은 종류의 업무를 집중적으로 수행하였을 뿐 아니라, 퇴근해서도 업무와 완전히 단절되지 못한 채 정신적인 긴장을 유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2) 특히 망인이 맡은 업무 중에서 수수료 청구 업무는 고객에 대한 영업의 성격을 갖고 있는바, 내성적인 성품의 망인으로서는 수수료를 할인하여 달라는 고객들을 매번 응대하는 데 상당한 부담을 느꼈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게다가 망인은 고객의 수수료 할인 요구를 들어주려고 하다가 사업주의 반대에 부딪혀 거듭 질책을 받았고, 이처럼 망인이 고객과 사업주 사이에서 난처한 입장에 빠지게 되면서 정신적 고통이 한층 심화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3) 위와 같은 망인과 사업주의 의견 차이가 발단이 되어, 급기야 망인은 이 사건 당일 업무회의 중에 사업주로부터 '해고 대상 1순위'로 거론되기에 이르렀다.
그전까지 사업주가 했던 질책이 '망인이 나이와 경력에 비하여 실적이 매우 부진하다'는 막연한 불만의 표출에 그쳤던 것과는 달리, 위 업무회의에서 사업주가 했던 발언은 사업주의 실제 내심과 관계없이 망인에게는 실직의 위험을 구체적으로 느낄 만한 계기가 되었다고 보인다.
결국 위 업무회의가 종료된 후 20분도 지나지 않아 이 사건 상병이 발생한 점까지 감안하면, 망인은 위 업무회의 중의 돌발적인 사건으로 인하여 정신적 충격을 받았고, 이것이 이 사건 상병의 촉발로 이어졌음을 능히 추단할 수 있다.
4) 망인은 주 2회 음주를 꾸준히 하고 20년간 흡연을 한 이력이 있는데다, 이 사건 상병이 발생하기 약 1년 전인 2017년경에는 혈압 및 저밀도 콜레스테롤 수치가 고혈압 및 이상지질혈증이 의심될 정도에 이르렀던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망인은 2013년경부터는 흡연이나 음주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고, 그밖에 망인에게 위 고혈압이나 이상지질혈증을 의심 수준 이상으로 악화시킬 만한 개인적인 요인이 있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L대학교 M병원 신경외과 전문의의 소견을 보더라도, 정신적인 스트레스만으로는 이 사건 상병을 일으킬 만큼 혈압을 높이기 어렵기 때문에 망인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의 인과관계가 의학적 ·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지 않는다는 것일 뿐, 그러한 스트레스 없이도 망인의 고혈압 등 증세가 1년 사이에 자연적으로 진행하여 이 사건 상병을 유발하였다는 취지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망인의 업무상 스트레스가 이 사건 상병의 전적인 원인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최소한 망인의 기저 질환을 급격히 악화시켜서 이 사건 상병의 발생을 앞당겼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라. 소결론
망인의 사망은 업무와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바, 이와 다른 결론을 내린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4. 결 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