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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방법원 2018.8.30. 선고 2018고합149 판결

살인,살인미수,보험사기방지특별법위반,상해,강요

사건

2018고합149 살인, 살인미수, 보험사기방지특별법위반, 상해, 강

피고인

A

검사

김호준(기소), 김호준, 오미경(공판)

변호인

변호사 박철환

판결선고

2018. 8. 30.

주문

피고인을 무기징역에 처한다.

이유

범죄사실

1. 상해

피고인은 2016. 7. 20. 시간불상경 아산시 이하 불상지에서 연인관계인 피해자 B(여, 20세)과 불상의 이유로 다투던 중, 금속 재질 헤어스프레이 통으로 피해자의 머리 부분을 1회 내리쳐 피해자에게 불상의 치료기간을 요하는 두피의 열린 상처를 가하였다.

2. 강요

피고인은 2016. 12, 14. 21:13경 아산시 이하 불상지에서 연인관계인 피해자 B과 불상의 이유로 다투다가 화가 나 피해자를 폭행한 후, 공포감을 조성한 상태에서 피해자에게 피해자 소유의 스마트폰을 벽돌로 내리치라고 명령하여 폭행 등으로 겁을 먹은 피해자가 벽돌로 피해자 소유의 스마트폰을 수회 내리쳐 파손함으로써 피해자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였다.

3. 살인미수 및 살인

피고인은 40세가 되기 전에 10억 원 이상을 벌겠다는 것을 인생목표 중 하나로 설정하고 지내던 중, 2015. 9.경 피고인의 부모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피해자 B와 사귀면서 연인관계가 되었다. 이후 피고인은 2016년 초경 피해자 B 등 동반자로 하여금 해외여행보험에 가입하게 한 후 일본으로 같이 여행을 가 동반자를 자살이나 사고를 가장하여 살해하여 억대의 보험금을 받아 이를 토대로 피고인의 10억 원 이상 재산 축적이라는 인생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가. 피해자 C에 대한 살인미수

피고인은 위와 같은 계획에 따라 2016. 12.경 D고등학교에 재학하던 중 알고 지내던 피해자 C(여, 20세)에게 일본으로 여행을 가자고 제안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수익자를 피고인으로 하는 해외여행보험에 가입하도록 하고, 일본으로 여행을 가 피해자로 하여금 니코틴을 탄 음료를 마시도록 하여 살해한 후 보험금을 수령하기로 마음먹었다.

피고인은 2016. 12. 8. 불상지에서 피해자에게 전화하여 '전자담배에 사용하려고 한다. 퓨어니코틴을 인터넷에서 대신 구매해 달라.'고 부탁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퓨어니코틴(990mg/㎖) 10㎖ 2병을 구매하도록 하고, 2016. 12. 19. 아산시 E에 있는 'F'라는 상호의 전자담배 상점을 피해자와 함께 방문하여 피해자 이름으로 전자담배 액상 2병과 퓨어니코틴(990mg/㎖) 5㎖ 1병을 사도록 하여 그 자리에서 피해자로부터 건네받고, 다음날인 2016. 12. 20. 오전 피해자를 만나 피해자가 인터넷에서 대신 구입한 퓨어니코틴(990mg/㎖) 10㎖ 2병을 건네받은 후 함께 인천 중구 공항로 272에 있는 인천국제공항에 이동하였다. 이후 피고인은 같은 날 19:00경 인천국제공항 G 주식회사 인천공항팀 사무실에서 피해자로 하여금 피해자가 사망할 경우 1억 5천만 원을 피고인이 수령하는 해외여행보험에 가입하도록 한 후 피해자와 함께 일본으로 출국하였다. 피고인은 다음날인 2016. 12. 21. 피해자와 함께 오사카 도톤보리 일원을 관광한 후 함께 술을 마시고, 같은 날 22:00 ~ 23:00경 일본 오사카시 추오구 H아파트 I호로 돌아와 피해자 몰래 치사량의 퓨어 니코틴 원액을 숙취해소제에 넣은 후 피해자에게 숙취해소제인 것처럼 건네 피해자로 하여금 마시도록 강권하였으나 피해자가 역한 냄새와 맛 때문에 마시기를 거부하였고, 이에 피고인은 다시 치사량의 퓨어 니코틴 원액을 물에 타 피해자에게 건네어 마시도록 강권하여 피해자를 살해하려고 하였으나 피해자가 소량만 마시고 모두 뱉어내는 등 마시지 않음으로써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미수에 그쳤다.

나. 피해자 B에 대한 살인

피고인은 전항과 같이 C을 살해하여 보험금을 타내려는 계획이 실패한 후 2017. 초경 피고인과 연인관계인 피해자 B이 성년이 되면 혼인신고를 통해 자연스럽게 법정상속인이 된 후 피해자로 하여금 해외여행보험에 가입하게 하고 신혼여행을 명목으로 일본으로 여행을 가 피해자를 자살을 가장하여 살해하고 억대의 보험금을 수령할 것을 마음먹었다.

피고인은 2017. 4. 14, AA에서 막 성년이 된 피해자(J생)를 설득하여 혼인신고를 하고, 2017. 4. 23. 신혼여행을 명목으로 피해자와 함께 인천으로 출발한 후 인천 중구 공항로 272에 있는 인천국제공항 인근 불상의 상호의 모텔에서 1박을 한 뒤, 다음 날인 2017. 4. 24. 13:05경 인천국제공항 G 주식회사 인천공항팀 사무실에서 피해자 사망 시 5억 원, 피고인 사망 시 1억 5천만 원을 수령하는 해외여행보험에 가입하려고 하였으나 피해자가 청약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착오를 일으켜 피해자 사망 시 1억 5천만 원, 피고인 사망 시 5억 원을 수령하는 해외여행보험에 가입하였고, 이후 일본으로 출국하였다.

피고인은 같은 날 17:00경 일본 오사카에 도착하여 피해자와 함께 오사카도톤보리 일원을 밤늦게까지 관광한 후, 다음날인 2017. 4. 25, 01:00경 일본 오사카시 K건물 L호에 도착하여 피해자와 성관계를 한 후 같은 날 02:50경 위 숙소에서 불상의 방법으로 신경안정제 등 인체에 무해한 약물을 주사하는 것처럼 피해자를 기망한 후 카테터와 1㎖/cc 용량의 주사기를 사용하여 피해자의 왼쪽 팔 오금, 좌전완, 우상완 부분 등 3곳에 퓨어니코틴 원액 불상량을 주사함으로써 피해자로 하여금 니코틴 중독에 따른 호흡근 마비 등에 의한 호흡부전 등으로 사망하게 하여 살해하였다.

4. 보험사기방지특별법위반

피고인은 2017. 5. 20.경 아산시 M에 있는 피해자 G 아산지역단에서 마치 B이 사고로 사망하거나 자살한 것처럼 'B이 해외여행 중에 사망하였다. 보험금 1억 5천만 원을 배우자인 내게 지급해 달라.'는 취지로 보험금을 청구하고, 이후 2017. 5. 22. ~ 23.경 천안시 서북구 N에 있는 피해자의 천안지역단에서 동일한 취지로 보험금을 청구하였다. 그러나 사실 B은 피고인에 의해 전항과 같이 살해된 것이었다.

이로써 피고인은 위와 같이 보험사고의 발생, 원인 또는 내용에 관하여 피해자를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보험금 1억 5천만 원을 취득하려고 하였으나 보험사고경위에 의문을 품은 피해자가 보험금의 지급을 거부함으로써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미수에 그쳤다.

증거의 요지

[판시 제1항 범죄사실]

1. 피고인의 법정진술

1. 건강보험요양급여내역, 통원확인서, 응급실 기록지

[판시 제2항 범죄사실]

1. 피고인의 법정진술

1. 수사보고(범죄사실 마항 강요죄 관련 동영상 첨부) 및 CD

[판시 제3, 4항 범죄사실]

1.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

1. O, P, C, Q, R에 대한 각 경찰 진술조서

1. S에 대한 경찰 진술조서(첨부 해외여행보험청약서)

1. 사망진단서, 진정서(첨부 보험금청구서 등), CD(증거분석결과) 1장, 각 개인별 출입국 현황, 각 사진(증거순번 14, 16, 45, 59), 혼인신고서, 각 압수조서 등, 수사보고(피의자 일기장 사본 첨부), 일기장, 디지털증거분석결과보고서, 녹취서, CD 1장, 메모장 출력본, 수사보고(아산 E 전자담배판매점 방문 조사), 수사보고(해외여행보험청약서 사본 첨부/C 사망시 수익자 A), 해외여행보험(신공항) 청약서 및 각 수익자지정동의서, 수사보고(피의자 A 퓨어니코틴 구매사실 확인) 및 첨부사진, 수사보고(A-C 해외여행보험 청약서 등 사본 첨부) 및 청약서 등, B 변사사건 심리부검 보고서, 수사보고(전자담배 액상에 대한 수사), 수사보고(피의자 A 휴대전화기 T 검색내역 첨부), 수사보고(피의자 A이 검색한 니코틴 살인사건 관련기사 첨부), 수사보고(피의자 A U 활동 내역/사진 첨부), 녹취서(증거순번 68), 각 의료자문회신서, 수사보고(추가 압수한 피의자 A의 메모장 등 사본 첨부), 일기장, 메모지, 유서 등 사본, 수사보고(피의자 A G 보험 청구 내용 첨부) 및 녹취록 등, 수사보고(피해자 B 친구 V 전화 진술 청취), 수사보고(피해자 B 친구 W 전화 진술 청취), 수사보고(피해자 휴대전화 분석결과 확인), 수사보고(피해자 C 전화 진술 청취), 프로파일링(면담) 결과 보고, 수사보고(피해자 B과 피의자의 누나 X 간 대화 메시지 첨부), 각 사진 및 CD, 수사보고(피해자 B의 친구 W 면담 보고), 의견조회서, 감정서 사본, 수사보고(피해자 C 전화 진술 청취), 변사사건기록 및 부검감정서(번역본), 일기장 사본 5권 및 스케치북 사본 1권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형법 제250조 제1항(살인의 점, 무기징역형 선택), 형법 제254조, 제250조 제1항(살인미수의 점, 유기징역형 선택),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제10조, 제8조(보험사기의 점, 징역형 선택), 형법 제257조 제1항(상해의 점, 징역형 선택), 형법 제324조 제1항(강요의 점, 징역형 선택)

1. 경합범 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1호, 제50조(형이 가장 무거운 살인죄에 대하여 무기징역형을 선택하였으므로 다른 형을 과하지 아니함)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에 관한 판단

1. 주장의 요지

가. 살인미수죄에 관하여

1)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건네어 마시도록 강권한 숙취해소제 및 물에 각 니코틴원액 한 방울을 넣은 사실은 인정한다. 그러나 니코틴원액에 포함된 니코틴의 양은 치사량에 미치지 못하는 극히 소량이어서 사망이라는 결과의 발생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결과발생의 위험성조차 없으므로, 불능범으로 불가벌이거나 불능미수가 성립할 뿐이다.2) 피고인은 일본여행 동안 쌓인 C에 대한 불만으로 C을 골려줄 의도가 있었을 뿐, 피해자 C을 살해할 고의는 없었다.

나. 살인죄에 관하여

피고인은 모친과의 불화, 불우한 가정환경, 피고인의 매형과의 불륜 사실 발각 등으로 삶에의 의지가 약화된 상태에 있던 피해자 B에게 수차례 자살을 교사하였다. 이에 피해자 B이 자살을 결심하고 니코틴원액을 자신의 팔 등에 스스로 주사하였고, 피고인은 주사기를 잡고 있던 피해자 B의 손을 위에서 눌러주어 피해자 B의 사망을 용이하게 하였을 뿐이다. 따라서 피고인을 형법 제252조 제2항에 따라 자살교사 내지 방조죄로 처벌할 수 있을지언정 피고인에게 살인죄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

다. 보험사기방지특별법위반죄에 관하여

피고인은 보험금청구에 필요한 서류양식을 갖추어 정식으로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았다. 구두로 보험금을 청구할 의사를 밝혔을 뿐이다. 보험사기방지특별법위반죄의 실행의 착수 시기는 '보험금지급을 청구한 때'이므로 피고인의 행위는 불가벌적인 예비에 불과하다.

라. 심신상실 주장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당시 과대망상증, 강박증 등의 정신병적 질환으로 인한 심신상실 상태에 있었다.

2. 살인미수죄에 관한 판단

가. 결과발생의 가능성에 관한 판단

Y학회 의료자문회신서, 감정인 Z의 감정서 사본의 각 기재에 의하면, 니코틴의 경구투여 반수치사량1)은 0.8 ~ 1mg/kg이다. 체중 50kg인 사람을 기준으로 하면 반수치사량은 약 40 ~ 50mg이다. 피고인이 피해자 C에게 복용시키려 한 니코틴원액에 함유된 니코틴의 양은 1㎖ 당 990mg, 즉 0.99g이다. 피고인 및 변호인이 인정하는 바와 같이 5㎖(= 5g = 5,000㎎)가 니코틴원액 약 60방울로 구성된다면 니코틴원액 1방울은 약 0.0825g, 즉 약 82.5mg(= 5㎖ ÷ 60방울 × 990㎎)의 니코틴함량을 갖게 된다. 결국 피고인이 피해자 C에게 사용한 니코틴원액 두 방울의 니코틴함량은 약 165mg(= 82.5mg × 2)으로 니코틴의 경구투여 반수치사량을 세 배 이상 초과하고, 한 방울만으로도 반수치사량을 초과한다. 실제로 피해자 C은 아래와 같이 니코틴을 탄 액체를 뱉어냈음에도 불구하고, 니코틴 중독 증상을 일으켜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한 상태가 되었고, 몇 시간 동안 두통, 어지러움 등에 시달리다가 잠이 들었다. 따라서 피고인이 준 니코틴을 마셨을 경우 사망의 결과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불능범 또는 불능미수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살인의 고의에 관한 판단

이 법원이 조사한 증거들에 의해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판시 제3의 가.항 범죄사실 범행 당시 피고인이 보험금을 받을 목적으로 피해자 C을 살해할 고의를 가지고 있었던 사실이 충분히 인정된다.

1) 피고인은 아래와 같이 피해자 C에게 치사량의 니코틴원액을 마시도록 강권하였다. 범행 당시 피고인과 피해자 C은 도수가 약한 칵테일을 세 잔 정도 마셨고, 숙취해소제가 필요할 정도로 술을 마시지 않았다(증거기록 827쪽).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피해자 C에게 니코틴원액 한 방울을 넣은 숙취해소제를 건네었다. 이를 받아 마시던 피해자 C은 역한 냄새와 쓴 맛에 더 이상 마시지 않고, 피고인에게 물을 가져다 달라고 하였으나, 피고인은 숙취해소에 좋은 것이라며 계속하여 위 숙취해소제를 마실 것을 강권하였다. 피해자 C이 재차 이를 거부하자, 이번에는 피해자 C에게 니코틴원액 한 방울을 넣은 물을 가져다주었다. 피해자 C이 위 물 역시 역한 냄새로 마시기를 거부하였음에도 피고인은 계속하여 피해자 C에게 위 물을 마실 것을 강권했다.

2) 피고인은 검찰에서 "니코틴을 마셨을 때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 알고 싶었다"는 것을 인정하기도 하였다(증거기록 1850쪽), 피해자 C은 앞서 본 바와 같이 니코틴 중독 증상을 심하게 겪었고, 피고인은 그와 같은 피해자 C의 상태를 보고 있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3) 위 일본여행 당시 피고인은 여전히 피해자 B과 사귀고 있었다. 피고인은 피해자 C의 항공권, 숙박료뿐만 아니라 해외여행보험료도 부담하였다.

4) 피해자 C은 아래와 같이 피고인의 강권으로 피고인과 일본 여행을 떠나기 전에 해외여행보험을 가입하였다(증거기록 822, 823쪽). 피고인이 피해자 C의 해외여행보험 신청서까지 자신이 작성하였는데, 피고인과 피해자 C은 부부도 아니고 연인도 아니었음에도 각자 해외여행보험계약의 보험수익자를 상호로 지정하였다(증거기록 913쪽). 피고인은 피해자 C에게 현금을 찾아오게끔 하여 피해자 C은 구체적인 보험계약의 내용에 관한 설명을 제공받지 못한 채 위 신청서에 서명만 하였다. 이와 같이 피해자 C의 해외여행보험에 관여한 피고인의 일련의 행동들은 상식적인 관점에서는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

○ 피고인은 출국 전 피해자 C을 설득하여 피해자와 함께 AA 근처의 보험사로 갔으나 피해자 C이 보험에 가입하기 위해 필요한 구비서류가 미비하여 돌아왔다. 당시 피고인은 그 날 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것을 굉장히 아쉬워하면서 다음에 꼭 들자고 하였다.

○ 그날 밤 피고인은 피해자 C에게 전화하여 “공항에서도 보험을 들 수 있다”고 말하면서 출국하는 날 꼭 보험에 들자고 했다.

○ 출국날,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수속을 밟고 제일 먼저 한 것은 해외여행보험 가입이었다. 피해자 C이 가입거부의 의사를 확고하게 밝혔음에도 피고인은 아랑곳하지 않고 피해자 C을 해외여행보험에 가입시켰다.

5) 아래 3.항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고인은 B을 살해한 후, 아래와 같이 메모장에 피해자 C과의 일본여행과 관련한 자신의 의도와 변명할 내용을 정리하였다(증거기록 1621쪽), 이는 피고인 스스로도 자신의 행동이 범죄로 의심받아 신문대상이 될 것임을 예상하고 있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1. 수익자

C이 꼭 서로에게 해야만 한다고 했다. 안 해주면 여행 안 간다 길래 투자한 돈도 아깝고 까짓 거 함 해주자는 생각에 서로에게 지정했다.

4. 왜 다른 여자를 만났나

이건 얘기해야 할 이유가 있는가 / B와 지금껏 힘들어왔고 나도 다른 사람을 만나보자는 생각에서였다.

7. 왜 보험을 강요?

그런 사실이 없다. C이 그렇게 말했나?

3. 살인죄에 관한 판단

피고인은 처음에는 자신의 관여 없이 피해자 B이 자살한 것이라 주장하다가, 제3회 경찰 피의자신문 과정에서야 자신이 피해자 B의 자살을 교사 내지 방조하였다고 진술을 번복하여 이 법원에 이르기까지 그와 같이 변소하고 있다.

그러나 이 법원이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 즉 피해자 B의 사망 무렵 피해자 B에게 자살을 할 아무런 동기가 없는 점, 그에 반해 피고인에게는 피해자 B을 살해할 동기가 있고, 그에 관한 세부적인 계획을 세운 정황이 포착되는 점, 피해자 B의 자살과는 부합하지 않는 여러 객관적인 정황이 존재하는 점, 피해자 B의 사망 후 피고인이 보인 이해할 수 없는 언행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판시 제3의 나.항 범죄사실과 같이 보험금을 수령할 목적으로 피해자 B을 살해한 사실은 충분히 인정된다.

가. 자살의 동기 부존재

아무런 동기 없는 자살은 통상적으로 상정하기 어렵다. 피고인은 피해자 B이 자살을 결심한 시기를 2017. 2.경으로 특정하고 있다(증거기록 1287, 1730쪽). 그러나 그 무렵부터 피해자 B의 사망 무렵까지 피해자 B이 자살을 결심할 동기를 찾을 수 없다.

1) 피고인은 피해자 B이 모친과의 갈등을 포함한 가정불화로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는 등 우울증을 앓고 있었고, 이것이 피해자 B이 자살하게 된 주된 동기라고 일관되게 주장한다. 그러나 피해자 B의 가족 및 친구들은 피해자 B이 모친 등 가족과 갈등을 겪기는 했으나, 자해를 하거나 자살을 생각할 정도는 아니고, 오히려 피고인으로부터 폭행과 무시, 이로 인한 갈등으로 자해를 하는 등 피고인으로 인해 더 큰 고통을 받았다고 일치하여 진술하고 있다. 실제로 피고인은 판시 제1, 2항 범죄사실과 같이 피해자 B에게 상해를 가하거나 의무없는 일을 강요하였을 뿐만 아니라 2016. 3. 20.에도 피해자 B을 폭행하여 상해를 가하기도 하였다(증거기록 1888쪽). 피해자 B은 2016. 12. 16. 피고인의 누나 X에게 피고인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였고(X은 자신의 동생이 아닌 피해자 B의 편을 들었다), 지인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도 피고인과의 관계로 인한 고충을 털어 놓았다(증거기록 1753 내지 1754쪽), 건강보험요양급여내역을 살펴보아도 피해자 B이 우울증 등 정신과적 질환으로 치료를 받은 흔적은 없고, 주변 지인들도 피해자 B이 우울증 관련 약을 복용하는 것을 보거나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느껴본 적은 없다고 한다. 피해자 B이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

2) 피해자 B은 2017. 4. 16. 친구인 V에게 피고인과의 일본여행을 숨기기 위해 선의의 거짓말을 부탁하는 등 귀국 이후 부모의 추궁을 대비하는 방책을 마련해 놓았고, 귀국 후 5월에 V과 만나기로 약속하였다. 2017. 1. 5.부터 여행 직전인 2017. 4. 14.경까지 'AB', 'AC' 등의 취업알선사이트를 통해 수백 회에 걸쳐 채용정보를 확인하였으며, 약 18회에 걸쳐 문자메시지로 채용문의를 하였다. 특히 2017. 3. 14.에는 "아까 면접 본 B입니다. 제가 아까 면접 때 말 못한 부분이 있어서요. 제가 4. 12.과 24 ~ 28일에 일이 있어서 꼭 빼야하는데 혹시나 가능하신가 해서요. 그 외엔 빠지는 날이 없는데. 그 땐 꼭 빼야해서요."라고 문의하였다. 이와 같이 이 사건 범행 직전까지도 피해자 B은 일본여행 이후의 일정과 계획을 짜 놓고 있었다. 이는 자살을 염두에 둔 사람의 태도로 보기 어렵다.

3) 피해자 B은 자신의 휴대전화로 2017. 4. 3. '임신 중 매운음식', '임신 중 매운 음식 걱정되시나요'라는 검색어로, 2017. 4. 18. 'AD로 시작하는 단어', 'AD씨 성을 가진 아기이름, 이쁜 게 뭐가 있을까요?', 'AD씨 남자아이 이름 좀', 'AD씨여아 이름짓는 데 도와주세', 'AD씨 예쁜이름', 'AD씨에 어울리는 순 우리말'이라는 검색어로 웹을 검색하였다(증거기록 1760, 1761쪽), 피고인도 일본여행 당일인 2017. 4. 24. 01:48경 피해자 B에게 "나중에 우리 AE가 태어나면 해줘야 할 말도 많아요..! 지금 B이 뱃속에 있을 AE가 듣고 있을지 몰라서 B이 배를 지금 쓰다듬어 줄게요. 히히!! 뱃속이 꼬르륵거리는데 AE가 발로 찬 것 같아서 괜히 기쁘네요. 사실 아직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지만(높은 확률로 있을 거예요. 분명...!!!ㅋㅋㅋ) 우리 애기가 있을 거라는 상상만으로도 너무 신나면서 마음이 훈훈해져요."라는 내용이 포함된 장문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증거기록 176쪽), 피고인은 피해자 B의 사망 후인 2017. 5. 16. U 게시판에 "B랑 내 사이에 에기가 있었으면 이런 일 없겠지", "이름도 벌서 AE라고 정해놨었음 내가 AD씨라서"라는 내용의 글을 게시했다(증거기록 1129쪽). 위와 같은 사실에, 피고인도 피해자 B의 임신가능성을 긍정한 점(증거기록 178쪽), 평소 피임을 하지 않고 성관계를 가진 점(증거기록 701쪽, 피해자 B의 부검감정서에서도 정액 양성반응이 나왔다), 혼인신고까지 마친 마당에 피해자 B이 피고인에게 임신사실을 거짓으로 말할 까닭이 없는 점을 더하여 보면, 피해자 B은 당시 임신했다고 믿었거나 임신을 기대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임신을 생각하고 있었던 사람이 갑자기 자살을 결의한다는 것은 통상 있기 힘든 일이다.

4) 피해자 B은 2016. 11. 30. 무렵 유서를 작성한 적이 있으나(증거기록 1634,1635쪽), 이는 자의에 의한 것이 아니라 피고인의 강요로 인한 것이었다. 사망 직전 피해자 B의 모친에게 전송한 음성메시지에 '나가서 죽는 게 나을 것 같애. 그치 그니까 엄마도 이런 딸 없는 셈치고 잘 살아'라는 표현이 있기는 하나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역시 피고인의 계획에 의한 것일 뿐 피해자 B의 자발적 의사에 의한 것은 아니다.

5) 피해자 B의 주변인 11명과의 면담결과 등을 바탕으로 한 피해자 B에 대한 심리부검 결과의 요지는 다음과 같고, 이 역시 피해자 B의 자살가능성은 없다고 결론내리고 있다.

○ 가족과의 문제로 스트레스를 경험하기는 하였으나 자기파괴적인 행동은 없었음

○ 피고인과의 교제 이후 심각한 수준의 데이트 폭력 및 성적 문제로 손목을 긋는 자해행동 및 우울감 호소

○ 피고인과 일본여행을 준비하여 설레어 하고 기뻐하며, 이러한 태도를 직장단체 AF 방에 표현할 정도로 사망 수 시간 전까지 자살 징후 없음

○ 사망 전 A과 성관계 있었고, 자살행위에 이를 만한 감정적 촉발 요인 없음

○ 관계자 면담, 자살 위험성 평가, 자살동기 평가, 위기대응방식, 유서 평가 등을 종합하여 ‘피해자 자살 가능성 없음'

나. 살해할 동기의 존재

피해자 B에게 자살할 아무런 동기를 찾아볼 수 없는 반면, 피고인에게는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피해자 B을 살해할 충분한 동기가 있었다.

1) 피고인은 40살이 되기 전까지 10억 원을 모으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었다(증거기록 446쪽). 그러나 당시 피고인의 재산 현황, 피고인이 운영하던 카페의 매출(월 약 100만 원), 피고인의 장래희망(서울특별시 7급 공무원) 등에 비추어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위 목표를 달성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2)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전인 2015년말경 내지 2016년초경 피해자 B을 보험에 가입시킨 뒤 살해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증거기록 713쪽), 자신의 일기장에 'B이랑 싸우고 설득해서 보험에 가입시킨다. 예상금액 10억'라고 적어 놓기도 하였다.

3) 피해자 B과 교제하는 도중에, 피고인은 약 30명의 대화자가 있는 AF 대화방에서 어떤 목표가 있어서 피해자 B과 만나고 있다는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하고, 피해자 B에 대한 인격적 모독과 성적 비하를 일삼으며, 자고 있는 피해자 B의 가슴 부위 및 브래지어를 촬영한 영상을 공유하였다(증거기록 208쪽). 피고인은 2016. 6.경 아직 피해자 B이 미성년자였음에도 결혼을 하고자 하였고, 피해자 B의 집에서 반대하자 임신했다고 거짓말을 할 정도로 결혼에 집착하였다. 피고인과 피해자 B은 혼인신고 전인 2016. 2.경부터 8.경까지 아산시 AG아파트에서 동거를 하였고, 그 이후에는 각자 부모의 집에서 따로 살았는데(증거기록 168쪽), 정작 혼인신고의 전후로는 동거를 하지 않았다. 피해자 B과 피고인의 매형이 불륜관계라는 오해가 발생하였을 때도 피고인은 피해자 B과 헤어지지 않았고, 오히려 피해자 B과 그녀의 언니에게 위자료로 3,000만 원을 요구하였다. 피해자 B과 사귀는 동안 다른 여자와 만나기도 하고, 심지어 C과는 일본여행을 가기도 하였다.

4) 피해자 B이 성인이 된 2017. 4. 12.로부터 2일 뒤인 2017. 4. 14. 양가 가족들 몰래 혼인신고를 하고, 그로부터 10일 뒤인 2017. 4. 24. 피해자 B은 해외여행보험(사망시 보험금 1억 5,000만 원)에 가입한 뒤 피고인과 일본으로 출국하였다. 만약 피해자 B이 일본에서 사망한다면 피고인은 법률상 상속인으로서 거액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고인은 피해자 B의 법률상 상속인의 자격으로 보험금을 청구하였다).

다. 니코틴원액의 구입 등 치밀한 살인계획을 수립한 정황

피고인은 위 나.항에서 본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아래와 같이 꼼꼼한 계획을 구상하였다.

1) 피고인은 2016. 12. 8. 무렵 C에게 50,000원을 송금하며 외국 전자담배쇼핑몰인 AH에서 니코틴원액인 "퓨어니코틴 10㎖ 농도 99%" 2병을 대신 구입해달라는 부탁을 한 뒤, 2016. 12. 20 C으로부터 니코틴원액 2병을 교부받았고, 2016. 12. 19. C과 함께 아산 AI에 있는 AJ조합 근처의 전자담배판매점을 방문하여 니코틴 5mg(60방울) 구매하면서, C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고객카드에 적도록 하였다. 즉, 피고인은 자신이 직접 드러나지 않는 방법으로 니코틴원액을 입수하였는데, 살인계획이 아니라면 그와 같은 이례적이고 번거로운 방법을 취할만한 특별한 이유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2) 피고인은 2016, 12, 23. AK 및 AL포털을 이용하여 "2016. 4.경 남양주에서 발생한 니코틴 살인사건" 관련 기사를 열람하면서 니코틴을 이용한 살인을 소재로 한 소설 등을 설명한 부분을 캡처하여 휴대전화에 저장하였다(증거기록 1099, 1104, 1106쪽), 위 기사에는 "통상적으로 알려진 니코틴의 급성 치사량은 성인 기준 40 ~ 60㎎이다. 이는 체중 1kg당 0.5 ~ 1mg 정도로 몇 방울의 니코틴원액만으로도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내용이 있었다. 피고인은 T에서 "약 녹여서 혈관 주사", "가루약 혈관주사" 등을 검색하였는데(증거기록 1061쪽), 혈관주사는 피해자 B의 몸에 니코틴원액이 주입된 방법이다.

3) 피고인은 살인범행 전 별지1과 같은 일기를 남겼다. 일기에 적힌 세부 계획들은 상당 부분 현실화되었다. 피고인은 실제로 C으로부터 니코틴원액을 받았고, 주사기를 구하였다(2017. 1. 30.자 일기), 피고인은 약통에다 옮겨 담은 니코틴원액을 휴대하였다. 피해자 B 사망 전에 가족에게 보낼 음성메시지('대사')를 준비하였다. 자위기구를 구입하고, 피해자 B과 성관계를 하였으며, 그 장면을 영상에 담았다. 일본출국 전 날 인천에 숙박을 하고 나오는 길에 침대 밑에 있는 약병을 카메라로 찍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피해자 B을 촬영하면서 피해자에게 "아까처럼 술 취한 척 해봐"라고 요구하였다(2017. 4. 21.자 일기), 일본여행을 전후로 한 피고인의 행위는 위와 같이 사전에 기획된 것으로 볼 수밖에 없고, 그것은 피해자 B의 살해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들이다.

4) 특히 2017. 4. 21.자 음성메모에 담긴 '살인관련 책을 없애고', '집에 있는 B이 종이들 다 정리하고', '증거가 부실하면 변호사 사서 돈 많이 뜯길 수 있으니까 꼭 증거 많이 확보해 놓고', '아무리 내가 의심스러워도 스스로 죽은 동영상만 있으면 아무도 나한테 죄를 묻지 못할 거고'라는 표현들은, 피고인이 범행을 전후로 하여 살인 관련 증거를 인멸하고, 수사기관을 기망하기 위한 거짓 정보들을 날조하고자 하는 계획까지 마련해 놓았음을 뒷받침한다. 2017. 5. 9.자 메모(별지 2)도 피해자 B의 사망원인이 자살로 판명되도록 하는 사정들을 정리한 것이며, 위 사정들은 실제로 수사 초반 피해자 B의 자살을 강변하는 과정에서 주요 뼈대 역할을 하였다.

라. 피해자 B의 자살과는 양립하지 않는 객관적 정황들

피고인의 변소는 '피해자 B의 자살'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은 위 전제와 양립할 수 없다.

1) 출국 전, 피고인이 가입한 해외여행보험의 보험료와 사망시 보험수령금은 40,620원 및 5억 원이고, 피해자 B이 가입한 그것들은 각 16,150원 및 1억 5,000만 원이다. 피고인의 2017. 5. 3.자 일기(별지 2)의 기재 및 S의 경찰진술(증거기록 482, 483, 674쪽)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의 보험가입신청서까지 작성한 피해자 B이 실수로 보험가입서류를 반대로 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피고인의 변소처럼 삶을 포기한 피해자 B이 피고인의 계획에 협조하여 피고인에게 거금의 보험료를 안겨줄 생각이었다면 그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의 생명과 바꾸는 보험금의 액수가 크면 클수록 피고인에게 유익하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피해자 B의 실수는 피해자 B이 보험 가입 당시 보험금의 액수에 큰 관심이 없었음을 시사하고, 이는 피해자 B이 자살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는 것을 지지하는 사정이다.

2) 피해자 B의 일본여행 가방 내용물에는 속옷 5세트, 양말 4켤레, 청바지 2벌 등 3박 5일 분량의 옷가지들이 있었다(증거기록 1016쪽), 피해자 B은 2017. 4. 3. '오사카 4박 5일 일정', '오사카 4박 5일 일정 및 경비정리'를 검색하였고, 편도항공권이 아닌 왕복항공권을 구매하였다. 위와 같은 사실들은 피해자 B이 한국으로의 복귀를 전제로 한 것이어서 '신혼여행'이 아니라 '자살여행'이었다는 피고인의 변소와 대립된다.

3) 앞서 본 2017. 4. 21.자 음성메모(별지 1)의 작성 시점, 글의 맥락, 피고인은 몇 번에 걸친 신문에도 위 음성메모에 등장하는 '씨발년'이 누구인지 특정을 하지 못한 점, 피고인의 주변에 위 음성메모의 작성 후에 죽은 사람은 피해자 B뿐으로 보이는 점을 종합할 때 피고인이 죽이고자 했던 '씨발년'은 피해자 B으로 볼 수밖에 없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위 메모에는 구체적이고 상세한 실행계획이 담겨 있고, 일부 계획이 실제로 실행되었다. 따라서 피고인의 주장처럼 위 메모가 단순히 피고인의 망상에 불과하다거나 '자살교사 내지 방조'를 은폐하기 위한 전제에서 마련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위 음성메모의 내용은 '살인'을 전제로 할 때 음성메모를 전후로 벌어진 상황에 들어맞기 때문이다.

4) 공소사실에 기재된 왼 팔꿈치 전면 주사흔(1.669μg/㎖), 좌전완 전면 피하(1,040μg/㎖), 우상완 전면 피하(15023.493μg/㎖)에서뿐만 아니라 피해자 B의 위 내용물에서도 4.269μg/㎖의 니코틴이 검출되었다[변사사건기록 및 부검감정서(번역본)]. 즉, 피해자 B은 니코틴원액을 경구로도 투여한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은 이 사건 당시 피해자 B이 주사로 니코틴을 투약하여 자살하는 것을 도와주었을 뿐이라면서 그 당시 상황을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음에도, 피해자 B이 니코틴을 왜, 어떤 방식으로 경구 투여했는지에 관하여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마. 범행 후의 정황

피고인은 피해자 B의 사망 이후 아래와 같이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태도로는 볼 수 없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을 하였다.

1) 피고인은 피해자 B 사망 이후 피해자 B의 언니가 피고인에게 전화한 시각인 같은 날 10:50경까지 약 8시간 동안 피해자 B의 가족에게 피해자 B의 사망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증거기록 276쪽).

2) 피해자 B 사망 당일, 피고인은 혼자 관광을 하면서 일본인 여자 둘을 만나 스티커 사진을 찍고 노래방을 가는 등 어울려 즐겁게 놀았다. 피고인은 2017. 4. 27. 그 경험을 "B 오빠는 일본에서 좋은 친구를 2명이나 사귀었어요. 역시 일본의 여자는 한국에 비해 조금 잘해줘도 쉽게 감동받고 하는 것 같아요. 일본의 남자들은 뭘 하고 있는 걸까요? 바보들이에요. 그래도 B에게 여자를 배려하는 법을 배웠기 때문에 이렇게 쉽게 느껴지는 거라고 생각해요. 고마워요. B. B는 오빠에게 많은 걸 알려주고 떠났군요."는 내용으로 일기장에 남겼다(증거기록 635쪽).

3) 피고인은 별지2 범행 후 일기를 남겼다. 예상보험금의 액수, 경찰조사 시 대응방안 등이 주를 이룬다.

4) 피고인은 피해자 B의 사망 후 U 게시판에 ① 2017. 5. 8. '22년 살면서 내 주위 3명 자살함', '난 자해하는 사진을 개인적으로 받았음 좋겠다', '나도 요즘 자위할 때 목매달면서 함', ② 2017. 5. 15. '와 방금 진지하게 자살생각했다. 죽기전에 꼭 보험들고 사고사로 위장해야지', ③ 2017. 5. 18. 'AM 넌 어케 죽고싶냐 안락사나 즉사면 너무 시시하지 않겠노', ④ 2017. 5. 30. 'B이 썰 풀어준다', ⑤ 2017. 8. 26. '나도 약물 주사 맞고 3초만에 뒤지고 싶다' 등의 글을 올렸다.

4. 보험사기방지특별법위반죄에 관한 판단

보험사기방지특별법위반죄는 보험사기행위로 보험금을 취득하거나 제3자에게 보험금을 취득하게 한 경우에 성립하고(보험사기방기 특별법 제8조), 보험사기행위란 보험사고의 발생, 원인 또는 내용에 관하여 보험자를 기망하여 보험금을 청구하는 행위를 말한다(같은 법 제2조 제1호), 위와 같은 규정 내용과 보험업의 건전한 육성과 국민의 복리증진을 위한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의 입법 취지를 고려할 때 보험사기방지특별법위반죄의 실행의 착수 시기는 행위자가 보험금을 편취할 의사로 보험자를 기망하는 행위를 개시하는 때이고, 구체적으로 보험사고를 가장하여 보험회사에 보험사고 발생을 통지하거나 보험금의 지급을 청구할 때에 보험자를 기망하는 행위가 개시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R의 경찰진술, 수사보고(피의자 A G보험 청구내용 첨부) 및 녹취록에 의하면, 피고인이 판시 제4항 범죄사실과 같이 보험금을 청구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보험사기방지특별법위반죄의 실행의 착수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피고인 및 변호인은 위 청구서가 반려되었음을 지적하나, 사망진단서 등 구비서류의 미비로 보험금청구서가 반려되었다 하더라도 구체적으로 보험사고를 가장하여 보험회사에 보험사고 발생을 통지하고 보험금의 지급을 청구한 이상 편취의 의사로 기망행위를 개시하였다고 평가할 것이고, 보험금청구서의 반려라는 사정은 이미 성립한 실행의 착수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5. 심신상실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인에 대한 사이코패스 검사(PCL-R) 검사 결과 26점(40점 만점)으로 높은 수준의 반사회성 성향이 드러나기는 하였지만, 피고인이 망상장애, 조현 관련 장애, 양극성장애 등 정신이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정신장애를 앓은 적이 없는 점, 사이코패스(면담) 결과 피고인의 책임능력을 부정할 만한 정신증 등의 정신건강 이상을 의심할 정보가 없었던 것으로 판단된 점, 그 밖에 이 사건 범행의 동기, 계획적인 범행 수법, 적극적인 범행 은폐 시도 등 범행 이후의 정황 등을 종합할 때 우울증 치료 경력이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당시 사물을 변별할 능력 내지 의사를 결정할 능력을 상실하였거나 미약한 상태에 이르렀다고는 보이지 않는다.

6. 결론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은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

양형의 이유

1.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 무기징역

2.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가. 기본범죄 : 살인죄

[유형의 결정] 살인범죄 > 제3유형(비난 동기 살인)

[특별가중인자] 계획적 살인 범행, 반성없음

[권고형의 범위] 징역 18년 이상, 무기징역 이상(특별가중영역)

나. 제1 경합범죄 : 살인미수죄

[유형의 결정] 살인범죄 > 제3유형(비난 동기 살인)

[특별가중인자] 계획적 살인 범행, 반성없음

[권고영역의 결정] 징역 6년 이상, 징역 20년 이상 또는 무기징역(특별가중영역)

다. 제2 경합범죄 : 상해죄

[유형의 결정] 폭력범죄 > 일반적인 상해 > 제1유형(일반상해)

[특별양형인자] 없음

[권고영역의 결정] 징역 4월 ~ 1년 6월(기본영역)

라. 다수범죄 처리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 징역 18년 이상, 무기징역 이상(양형기준이 설정된 위 판시 각 죄와 양형기준이 설정되지 않은 판시 보험사기방지특별법위반죄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으므로, 판시 살인죄의 권고 형량범위의 하한만을 준수함)

3. 선고형의 결정 : 무기징역

이 사건 살인 범행은 수개월 전부터 치밀하게 계획된 것이다. 피고인은 이제 막 성년이 된 어린 피해자들을 유인하여 그들의 사망보험금으로 돈을 벌겠다는 목적으로 살인을 감행하였고, 그 중 1명은 낯선 이국의 땅에서 결국 비참하게 살해되었다. 피해자 B은 인생을 걸고 신뢰한 남편인 피고인의 손에 의해 고통 속에 생을 마감하였다. 피고인의 극악한 범행은 우리 사회의 기본적인 가치관을 훼손하고 사회공동체의 결속을 저해하는 중대한 반사회적인 범죄에 해당하고, 이러한 범행이 이 사회에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일반예방적인 필요성이 매우 크다. 피고인은 뉘우친다면서 반성문을 써내고 있으나, 피해자들에 대한 살인의 범의를 부인하고 피해자 B의 경우 원래 자살하려던 사람에 대해 교사 및 방조를 했을 뿐이라고 주장하는 등 진정한 반성의 빛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피고인은 자신이 정상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지 못해서 이렇게 되었다며 가족이나 사회에 잘못을 돌리기도 하나, 설령 가족이나 사회에 어떠한 잘못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피해자들은 피고인에 대하여 아무런 책임이 없고 해악을 끼친 일이 없는 선량하고 무고한 어린 여성들이다. 피고인이 저지른 잔악한 범죄에 대해서는 상응하는 엄정한 처벌이 필요한바, 피고인의 성행, 범행 동기와 경위, 수단과 결과, 범행 후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피고인이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감안하더라도, 피고인을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시키는 중형에 처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므로, 피고인에 대하여 무기징역형을 선고하기로 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정정미

판사 장민하

판사 박형민

주석

1) 반수치사량(Lethal Dose 50, LD50)은 피실험동물에 대상물질을 투여할 때 피실험동물의 절반이 죽게 되는 양을 말한다.

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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