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고·사기][공1998.4.1.(55),934]
신고사실의 진실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소극적인 증명만으로 곧 그 신고사실이 객관적인 진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이라고 단정하여 무고죄의 성립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무고죄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이나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신고한 사실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인 경우에 성립되는 범죄이므로 신고한 사실이 객관적 사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이라는 요건은 적극적인 증명이 있어야 하며, 신고사실의 진실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소극적 증명만으로 곧 그 신고사실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이라고 단정하여 무고죄의 성립을 인정할 수는 없다.
피고인
피고인
변호사 윤영철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1. 원심판결의 요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1989. 6. 2. 14:00경 수원시 장안구 파장동 소재 상호불상 다방에서 피해자 김기영에게 채무변제조로 액면이 금 63,500,000원 및 금 50,000,000원인 약속어음 2장과 액면이 금 30,000,000원과 금 20,000,000원인 당좌수표 2장(이하 이 사건 어음 등이라 한다)을 교부하였음에도 같은 달 28.경 춘천지방법원 속초지원에 이 사건 어음 등을 분실하였다는 내용의 공시최고신청을 하고, 그에 따라 같은 해 10. 18. 위 어음 등에 대한 제권판결을 받음으로써 위 어음 등의 지급을 면하여 그 액면합계금 상당의 재산상 이득을 취득하고, 피해자로 하여금 형사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1991. 6. 하순 일자불상 10:00경 속초시 교동 소재 주식회사 서울엔지니어링 사무실에서 피해자가 피고인과 어음환전문제로 이야기하던 중 피고인이 윗저고리를 벗어놓고 자리를 비운 틈을 이용하여 피고인의 윗저고리 안주머니에 들어 있는 위 어음 등을 절취하였다는 허위내용의 고소장을 작성하여 같은 해 7. 2. 이를 속초경찰서에 접수시켜 피해자를 무고하였다는 것이다.
제1심판결은 판시 증거를 들어 위 공소사실을 인정하였고, 원심도 피고인이 1989. 6. 5.경 이 사건 어음 등을 가져갔다는 위 김기영의 전화를 받고 위 김기영이 이를 절취하였다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고 하면서도, 같은 달 28. 위 법원에 제출한 공시최고신청서에서는 위 어음 등을 분실하였다고 하였고, 1990. 7. 15. 위 어음에 관한 약속어음금청구사건에서도 위 어음을 분실하였다고 증언한 점에 비추어 위 고소내용이 사실이라는 피고인의 진술은 신빙성이 의심스럽고, 오히려 제1심 판시 증거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그 동안의 채무의 변제 및 어음할인 등의 명목으로 이 사건 어음 등을 교부한 사실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고 하여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고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다.
2.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무고죄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이나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신고한 사실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인 경우에 성립되는 범죄이므로 신고한 사실이 객관적 사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이라는 요건은 적극적인 증명이 있어야 하며, 신고사실의 진실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소극적 증명만으로 곧 그 신고사실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이라고 단정하여 무고죄의 성립을 인정할 수는 없다 할 것이므로(대법원 1984. 1. 24. 선고 83도1401 판결 참조), 위 고소장의 내용이 허위라고 인정하기 위하여는 이 사건 어음 등이 채무변제조 등으로 정당하게 교부된 사실이 적극적으로 입증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원심이 유지한 제1심판결의 판시 증거들을 살펴보면 위 김기영이 이 사건 어음 등을 채무변제조 등으로 정당하게 교부받았는지에 관한 직접증거로는 위 김기영의 이 사건 법정 및 수사기관에서의 각 진술과 관련사건의 수사기관에서의 각 진술이 있을 뿐인데, 위 김기영의 진술은 다음에서 보는 바와 같이 액면금 합계가 금 163,500,000원인 이 사건 어음 등을 교부받게 된 원인관계에 관한 진술이 일관되지 아니하여 신빙성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기록에 의하여 증거로 채용된 위 김기영의 각 진술을 살펴보면 위 김기영은 ① 1990. 9. 24. 안양경찰서에서 최초로 진술할 때에는 1986. 5.경 피고인에게 약 90,000,000원 상당의 냉동자재를 판매하였고, 그 당시 현금 약 50,000,000원을 대여하였기에 그 변제조로 이 사건 어음 등을 받았다고 하였다가, 위 물품대금과 대여금의 합계액은 140,000,000원인데 액면금 합계 163,500,000원의 이 사건 어음을 받은 이유에 관하여 물어보자, 당시 피고인이 약 5,000,000,000원 상당의 냉동공사를 하고 있었는데 자신이 1986.에 냉동자재를 대어 주면서 순이익금의 50%를 받기로 약속을 하였었고, 그에 따라 이익금으로 300,000,000원을 요구하니 피고인이 이것밖에 없다고 하며 이 사건 어음 등을 교부하였다고 진술하였는데(수사기록 제1권 51면 이하), ② 1990. 12. 15. 수원지방검찰청에서는 1983.부터 냉동자재를 판매하면서 그 대금으로 피고인이 발행한 약속어음 20장 정도와 피고인이 처인 공소외 안금진이 발행한 어음 3장을 받아 두었는데, 위 어음을 돌려주고 이 사건 어음 등을 받았다고 진술하였고(수사기록 제1권 193면 이하), 한편 ③ 1991. 4. 4. 속초경찰서에서 진술할 때에는 1986. 5.경 70,000,000원 상당의 냉동자재를 판매하였고, 그 무렵 현금 70,000,000원 상당을 대여하였다고 진술하였고(수사기록 제2권 25면 이하), ④ 같은 해 9. 3. 같은 경찰서에서 피의자로 조사받으면서는 1986. 4.부터 같은 해 8.까지 냉동자재를 개인적으로 50,000,000원 정도, 자신이 전무로 있었던 공소외 성홍설비 주식회사에서 20,000,000원 정도를 공급하였고, 같은 해 현금 70,000,000원을 빌려주었다고 진술하였고(수사기록 제1권 8면 이하), ⑤ 같은 해 10. 29. 제3회 피의자신문시에는 물품대금 70,000,000원 중 26,000,000원은 위 회사에서 공급한 것이고, 대여금 70,000,000원은 10회 정도에 걸쳐 빌려 준 것이며 위 금액의 합계액과 이 사건 어음 등의 액면금 합계액과의 차액은 이자라고 진술하였고(수사기록 제1권 279면 이하), 1992. 10. 9. 서울지방검찰청 서부지청에서는 피고인에 대한 물품대금 및 대여금 합계가 148,000,000원 정도여서 피고인에게 그 지급을 독촉하니, 피고인이 이 사건 어음 등을 주면서 이를 할인하여 100,000,000원은 고소인이 쓰고 50,000,000원은 자신에게 융통하여 달라고 하였다고 진술하였고(수사기록 제1권 454면 이하), ⑥ 1993. 8. 12. 서울지방검찰청에서 진술하면서는 냉동자재를 판매한 것이 70,000,000원 상당이고, 위 회사 대표이사 김창배 명의의 어음을 할인하여 그 돈으로 수회에 걸쳐 개인적으로 70,000,000원을 대여하였다고 진술하였고(수사기록 제1권 제648면 이하), 1994. 7. 1. 이 사건 제1심에서 증언할 때에는 대여금이 7천 몇백만 원 정도이고, 당시 피고인이 이 사건 어음 등을 할인하여 그 중 50,000,000원은 돌려주고 나머지는 자신이 가지라고 하였다고 진술하였는바(공판기록 138면 이하), 위 김기영이 채무변제조로 이 사건 어음 등을 받았다고 하면서도 그 채무의 액수나 내역에 관하여 위와 같이 서로 어긋나는 진술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나중에는 이 사건 어음 등을 할인하여 일부 금액은 피고인에게 주기로 하고 받았다고도 하는 등 일관되지 않으므로 이 사건 어음 등을 교부받은 원인에 관한 위 김기영의 진술은 그 신빙성이 매우 의심스럽고, 기록을 살펴보아도 위 김기영 자신의 진술 외에는 위 김기영이 피고인에 대하여 위와 같이 물품을 공급하였다거나 현금을 대여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증거도 찾아 보기 어렵다.
한편 위 김기영의 기사였던 공소외 장사록이 경찰에서 위 김기영의 연락을 받고 수원으로 내려가 다방에서 피고인과 위 김기영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을 보고 밖에 나와 기다리니 위 김기영이 나와 수금을 하였다고 하여 자신이 위 김기영에게 이 사건 어음 등을 보자고 하여 그 뒷면에 피고인의 이름이 기재되어 있는 것까지 보았다고 진술한 바 있으나(수사기록 제1권 58면 이하), 검찰에서 피고인과 대질신문하면서는 위 김기영의 전화를 받고 위 다방에 들어갔더니 위 김기영이 혼자 있었고, 피고인은 없었으며 이후 피고인과 위 김기영이 다방에서 같이 나왔는데, 위 김기영이 자신에게 이 사건 어음 등을 보여주었으나 관심이 없어 의례적으로 물어 보았을 뿐이라고 진술하는 등(수사기록 제1권 252면 이하), 진술이 일관되지 않아 위 장사록의 진술만으로 피고인이 이 사건 어음을 위 김기영에게 교부하였다고 단정하기도 어렵고(제1심은 사법경찰관사무취급 작성의 장사록에 대한 진술조서사본을 증거로 채용하였는데,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제2회 변론기일에서 증거동의를 하였다가 제4회 변론기일에서 번복하였으나, 이미 증거조사가 완료된 후이어서 그 동의의 철회로 인하여 이미 적법하게 부여된 증거능력이 상실되는 것은 아니므로, 위 증거의 증거능력을 다투는 주장은 이유 없다), 그 밖에 제1심이 들고 있는 증거들을 살펴보아도 이 사건 어음 등을 채권의 변제조로 교부받았다는 위 김기영의 주장은 진실이고, 그와 다른 피고인의 주장은 허위라고 단정하기에 부족하다.
한편 원심은 위와 같이 피고인이 이 사건 어음 등에 대한 공시최고신청시 그 사유를 도난으로 하지 않고 분실로 한 점이나 이후 관련 소송에서도 위 어음을 분실하였다고 증언한 점에 비추어 피고인의 진술은 신빙성이 의심스럽다고 하였으나, 피고인이 위 김기영의 전화를 받고 위 김기영이 이 사건 어음 등을 임의로 피고인 몰래 가져갔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으로서는 거래관계가 있었던 위 김기영을 바로 형사고소하기 보다는 위 어음 등을 무효화시키면 재산상의 손해는 없으므로, 더 이상 문제삼지 않으려 하였다는 취지의 피고인의 진술도 사회통념상 전혀 수긍하지 못할 바도 아니므로, 위와 같은 피고인의 행위를 들어 피고인의 진술이 허위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형사재판에 있어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할 것인바, 원심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그 신빙성이 없어 증거가치가 없거나 부족한 증거만으로 이 사건 어음 등을 채무변제조로 교부받았다는 위 김기영의 주장은 진실이고, 그와 다른 피고인의 주장은 허위라고 단정하여 이 사건 무고죄와 사기죄를 인정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는 옳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케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