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임처분취소
2010구합3498 해임처분 취소
선우A (68년생, 남)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우리들
담당변호사 김호남
부산지방경찰청장
소송수행자 김E, 강E1
2010. 10. 29.
2010. 12. 3.
1. 피고가 2010. 3. 9. 원고에 대하여 한 해임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주문과 같다.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1999. 5. 15. 순경으로 임용되어 2010. 2. 2.부터 경찰서 정보보안과 정보계에 근무하고 있었다.
나. 피고는 2010. 3. 9. 경찰서 경찰공무원 보통징계위원회의 의결에 따라, 원고가 아래와 같은 비위를 저질러 구 국가공무원법(2010. 3. 22. 법률 제1014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법'이라 한다) 제56조(성실의무), 제57조(복종의무), 제63조(품위유지의 의무)를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법 제78조 제1항 제1호 내지 3호를 적용하여 원고를 해임하는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징계사유] 2010. 12. 23. 15:00경 ◇구 ◆동에 있는 □병원 이사장실에서 위 병원 이사장이며 ◇경찰서 경찰발전위원회 위원장인 류C에게 정보관 발령 인사를 하던 중, 22년 전부터 알고 지내던 ■일보 기자의 도움으로 이번 정보관 발령과 그 전 승진도 하였다면서 업무와 무관한 언론사를 언급하고, 또한 4회에 걸쳐 “도와달라”고 하는 발언으로 이사장에게 우회적으로 금품 등을 요구한 품위손상 및 지시명령을 위반한 비위 사실이 있었다.
다. 원고가 행정안전부 소청심사위원회에 이 사건 처분을 취소 또는 감경하여 달라는 소청심사를 청구하였으나, 2010. 6. 22. 소청심사 청구가 기각되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호증, 을 제1 내지 3, 7, 13, 14호증의 각 기재, 증인 류C의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2.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1) 원고는 정보계로 발령받은 뒤 의례적인 인사로 잘 부탁한다는 의미에서 도와달라고 말하였고, 평소 좌파 성향이 있다는 평가를 의식하여 ■일보를 언급하였을 뿐, 우회적으로나마 류C에게 금품을 요구하지 아니하였고, ■일보 기자의 도움으로 승진하였다는 말을 한 적도 없다.
2) 오해하기 쉬운 발언을 하여 물의를 일으킨 잘못은 인정하나, 발언의 진의가 금 품요구에 있지 아니하였고, 원고가 10년 넘도록 징계 전력 없이 성실히 근무하면서 경찰청장의 표창을 받기도 하였으며, 부양해야 할 아내와 두 자녀가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 사건 처분은 징계사유의 정도에 비하여 지나치게 무거워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다.
나. 관계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다. 인정사실
1) 원고는 2010. 2. 23. 오후 3시경 원무과 직원의 안내를 받아 □ 병원 7층에 있는 이사장 류C의 사무실을 방문하였다. 두 사람은 그 전에 만난 적이 없는 사이이고, 류C은 경찰서 경찰발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다가 2009년 2월부터 위원장직을 맡고 있다.
2) 원고는 그 곳에 30분 정도 머물면서 류C에게, 자신을 도와주는 사람 중에 일보에서 22년간 근무한 사람이 있다면서 “도와달라”고 말하였고, 류C이 “정보보안과 형사가 나한테 도움 받을 것이 있느냐”고 묻자, “많죠"라고 대답하였다.
3) 이에 류C은 원고가 금품을 요구한다고 느끼고 자신의 책상으로 옮겨 앉았으나 원고가 나가지 아니하고 다시 ■일보 얘기를 꺼내며 도와달라고 하자, 원고에게 “내가 누군지 아느냐, 알고 왔느냐, 내가 경찰서 경찰발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데 이러면 곤란하지 않느냐, 경찰서장에게 즉시 전화할 수 있다”면서 크게 화를 내었고, 곧바로 경찰서장에게 전화를 걸어 원고의 신분을 확인하였다.
4) 당시 이사장실의 문은 열려 있었고 바깥 부속실에 있던 임d1 등 직원 3명도 류C이 화내는 소리를 들었다. 5)원고는 감찰조사를 받으면서 ■일보에 근무하는 사람이 누구인가에 관하여 묵비권을 행사하다가 조사가 끝날 무렵 자신의 장인이 ■일보 부산지국장을 역임하였다고 진술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호증, 을 제4 내지 6호증의 각 기재, 증인 류C의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라. 판단
1) 공무원인 피징계자에게 징계사유가 있어서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 어떠한 처분을 할 것인가는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진 것이므로, 그 징계처분이 위법하다고 하기 위해서는 징계권자가 재량권의 행사로서 한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한다. 그리고 공무원에 대한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었는지 여부는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
직무의 특성, 징계의 원인이 된 비위사실의 내용과 성질, 징계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행정목적, 징계 양정의 기준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2) 살피건대, 원고가 류C에게 ■일보를 언급하면서 ‘도와 달라'는 말을 되풀이하기는 하였으나, ‘도와 달라'는 표현은 다의적이어서 발언 장소, 발언 전후의 태도, 당사자들의 지위 및 관계, 상대방 및 제3자의 인식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경험칙상 금품을 요구하는 취지로 판단할 수 있는 경우에만 금품요구 행위가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위 인정사실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원고와 류C이 처음 만난 사이고, 류C은 경찰서 경찰발전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주로 원고의 상사인 과장, 경찰서장과 업무상 교류를 하는 지위에 있는 점에서, 정보계 경장에 불과한 원고가 경찰간부와 교류가 있는 류C에게 금품을 요구했을 개연성보다는 승진이나 업무에 조력을 요구했을 개연성이 더 높은 점, ② 문제의 발언이 행해진 이사장실은 출입문이 열려 있는 상태였고, 바로 앞 부속실에는 직원 2-3명이 상시 근무하고 있어 금품요구와 같은 은밀한 대화를 나눌 만한 장소라고는 보이지 아니하는 점, ③ 류C이 원고의 상사인 경찰서장에게 원고의 금품요구 사실을 보고하는 경우 원고의 처지가 곤란해지고 징계를 받게 될 것임이 분명한데도, 원고는 류C이 경찰서장에게 전화를 거는 모습을 보면서도 이를 만류하거나 당황하는 기색도 없이 앉아있기만 한 것으로 보아, 당시 원고는 금품요구 의도가 없었기 때문에 류C이 오해를 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지 못하고 그의 행동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점, ④ 감찰조사 과정에서 원고가 ■일보와 관련하여 묵비권을 행사하였다고 하여 원고의 비위를 인정하는 근거로 삼을 수 없고, 원고가 동료 경찰관에게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를 하였더라도, 그 점만으로 문제된 발언의 취지가 금품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점에 비추어, 원고의 해명이 불충분하여 이해하기 어렵다거나 상대방인 류C이 금품을 요구하는 의미로 이해하였다는 사정만을 들어, 원고의 ‘도와 달라'는 발언을 금품을 요구하는 취지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3) 다만 원고 역시 오해를 사기에 충분한 발언을 되풀이함으로써 국민들로 하여금 경찰공무원의 청렴성을 의심하게 만들어 경찰공무원의 품위를 손상한 점이 인정되지만, 이를 이유로 원고를 징계하려면, 원고가 그 동안 징계를 받은 전력이 없고, 경찰청장 표창을 비롯한 다수의 상훈경력이 있으며, 우울증을 앓고 있는 부인과 어린 두 자녀를 부양해야 하는 점을 충분히 고려해야 함에도, 원고의 발언을 금품요구로 단정 짓고 경찰공무원 징계양정 등에 관한 규칙 제9조를 내세워 징계감경이 불가능한 경우로 보아 원고에 대하여 공무원직을 박탈하는 해임처분을 하기에 이르렀으니, 이 사건 처분은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의 재량권을 남용한 것으로서 위법하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판사문형배
판사도정원
판사최유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