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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지법 2004. 11. 19. 선고 2001가합2507 판결

[영업비밀침해행위에대한금지청구의소] 확정[각공2005.1.10.(17),52]

판시사항

[1] 부정경쟁방지및영업비밀보호에관한법률 제2조 제3호 (라)목 에 규정된 '계약관계 등에 의하여 영업비밀을 비밀로서 유지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 자'의 범위

[2] 영업비밀 보호기간 및 그 판단 기준

[3] 근로자의 퇴직 후의 영업비밀유지기간을 지나치게 장기간으로 정할 경우 경제적 약자인 근로자의 직업선택 및 영업의 자유를 제한하고 경쟁의 제한에 의한 부당한 독점상태를 초래할 가능성도 있으므로, 영업비밀의 보호기간은 근로자의 퇴직시점을 기준으로 1년으로 정함이 상당하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부정경쟁방지및영업비밀보호에관한법률 제2조 제3호 (라)목 에 규정된 '계약관계 등에 의하여 영업비밀을 비밀로서 유지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 자'에는 명시적인 문언에 의한 비밀유지약정을 체결한 경우뿐만 아니라, 인적신뢰관계의 특성 등에 비추어 신의칙상 또는 묵시적으로 그러한 의무를 부담하기로 약정하였다고 보아야 할 경우도 포함된다.

[2] 영업비밀이 부정경쟁방지및영업비밀보호에관한법률에 의하여 보호되는 시간적 범위는 침해행위자가 침해행위에 의하여 공정한 경쟁자보다 유리한 출발, 시간절약이라는 부당한 이익을 취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적 범위 내로 제한되어야 하고, 그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는 영업비밀인 정보의 내용, 영업비밀 보유자의 그 정보취득에 소요된 기간과 비용, 영업비밀의 유지에 기울인 노력과 방법, 침해자들이나 다른 공정한 경쟁자가 독자적인 개발이나 역설계와 같은 합법적인 방법에 의하여 그 기술정보를 취득하는 데 필요한 시간, 침해자가 종업원인 경우에는 사용자와의 관계에서 근무기간, 담당업무나 직책, 영업비밀에의 접근 정도,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내규나 약정, 종업원이었던 자의 생계 활동 및 직업선택의 자유와 영업활동의 자유, 지적재산권의 일종으로서 존속기간이 정해져 있는 특허권 등의 보호기간과의 비교, 기타 변론에 나타난 당사자의 인적·물적 시설 등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결정하여야 한다.

[3] 근로자의 퇴직 후의 영업비밀유지기간을 지나치게 장기간으로 정할 경우 경제적 약자인 근로자의 직업선택 및 영업의 자유를 제한하고 경쟁의 제한에 의한 부당한 독점상태를 초래할 가능성도 있으므로, 영업비밀의 보호기간은 근로자의 퇴직시점을 기준으로 1년으로 정함이 상당하다고 한 사례.

원고

주식회사 비에스이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태평양 담당변호사 조원희 4인)

피고

주식회사 씨에스티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비전 담당변호사 조한중 외 2인)

변론종결

2004. 10. 15.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1. 피고는

가. 별지 제1목록 기재 각 기술정보를 사용하거나 이를 제3자에게 공개하여서는 아니되고,

나. 별지 제1목록 기재 기술정보를 사용하여 별지 제2목록 기재 각 제품 또는 별지 제3목록 기재 각 생산설비를 제조, 제조위탁 또는 판매하여서는 아니된다.

2. 피고는 공장, 사무실, 창고, 영업소 또는 그 이외의 장소에 보관하고 있는 별지 제2목록 기재 제품 및 반제품과 그 제작에 사용되는 별지 제3목록 기재 생산설비를 폐기하라.

이유

1. 기초사실

다음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3, 6, 11, 12, 29, 30, 36, 39, 40, 47, 49, 50호증, 을 제1, 4, 5, 10, 11, 17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이를 인정할 수 있다.

가. 원고 회사와 피고 회사의 관계 및 소외 정갑렬이 원고 회사에서 퇴사하여 피고 회사를 설립하기까지의 경위

(1) 원고 회사(보성전자 주식회사에서 상호변경)는 전기전자 부품, 음향기기 부품 등의 제조, 판매업을 목적으로 1987. 8. 5. 설립된 회사이고, 피고 회사는 정갑렬이 원고 회사를 퇴사하여 프로용 피에이 음향시스템·정보통신용 음향부품·방송장비 및 통신기기 부품·방송수신기 및 음향기기 제조업 등을 목적으로 2000. 7. 10. 설립한 회사이다.

(2) 정갑렬은 북한에서 일렉트릿 마이크로폰의 연구·개발 등의 업무에 종사하다가 1996. 4.경 귀순한 음향 기술자로서 1996. 12.경부터 전자부품종합기술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하다가, 1997. 8.경 원고 회사에 영입되어 2000. 6.경까지 원고 회사의 전기음향연구소장으로 재직하면서, 콘덴서 마이크로폰의 제품연구, 제품소재 개발, 생산설비 개발업무, 관리 업무 등을 총괄하였다.

(3) 정갑렬은 1998. 12.경부터 원고 회사의 대표이사인 소외 박진수에 대하여 자신에 대한 대우를 조정해 달라고 요구하였고, 이에 따라 원고 회사는 1999. 1. 20. 정갑렬과의 사이에, 원고 회사는 정갑렬에게 특별상여금과 격려금조로 40평 이상 아파트와 현금 10억 원을 지급하고, 프로마이크 전문제조회사를 설립하며, 정갑렬은 위 연구소의 연구개발계획에 따른 연구를 진행하되, 이와 관련된 모든 설비 및 지적소유권은 원고 회사 소유로 하고, 정갑렬이 연구소 재임시 개발한 연구실적은 원고 회사에게 속하며 그와 관련된 업무상 기밀 및 기술사항은 다른 곳에 응용·사용할 수 없으며 또한 보안을 유지하기로 약정{갑 제3호증(갑 제12호증의 17 및 을 제6호증과 같음)}하였는바, 원고 회사는 정갑렬에게 위 약정에 따라 아파트을 제공하고 금 5억 원을 지급하였다.

(4) 2000. 5. 29.경 정갑렬과 박진수는 위 1999. 1. 20.자 약정의 내용을 구체화하고, 정갑렬의 원고 회사에 대한 기여에 대한 보상차원에서 원고 회사의 주식을 정갑렬에게 지급하는 문제 등에 관하여 서로 협상을 하였으나 양측의 의견차이를 좁히지 못하여 결국 실패하였고, 그에 따라 정갑렬은 2000. 6.경 원고 회사를 퇴사하여 2000. 7. 10. 피고 회사를 설립하고 대표이사로 취임하였다.

(5) 한편, 정갑렬은 원고 회사에 근무하던 2000. 4.경 당시 원고 회사가 생산하고 있던 백 일렉트릿 콘덴서 마이크로폰(Back-type Electret Condenser Microphone, 이하 'BECM'이라고 한다)의 제조 공정에 관한 자료를 부하직원들로부터 CD에 담아서 보고할 것을 요구하여 이를 제출받은 후 자신의 집에 보관하고 있다가, 박진수로부터 형사고소를 당하여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그 CD가 발견되어 압수당하였는데, 그 CD에는 별지 제4목록 기재와 같은 내용의 BECM 제조 공정 중 일부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6) 정갑렬은 2000. 7. 10. 피고 회사를 설립한 후 현재까지 원고 회사의 생산품과 동일한 종류의 BECM을 제조하여 판매하고 있다.

나. BECM의 개념 및 제조 공정의 개관

(1) BECM의 개념

(가) 음향신호를 받아 그 진동에 따른 전기신호를 발생시키는 장치를 마이크로폰(Microphone)이라고 하고, 그 중 진동판에 평판 전극(배극)을 마주보게 한 콘덴서의 원리를 응용한 마이크로폰을 콘덴서 마이크로폰(Condenser Microphone)이라고 하며, 콘덴서 마이크로폰 중에서 일렉트릿(Electret : 반영구적 전하를 지닌 재료)을 사용하여 정전기장을 형성하는 마이크로폰을 일렉트릿 콘덴서 마이크로폰(Electret Condenser Microphone, 이하 'ECM'이라고 한다)이라고 하는데, 일렉트릿은 일반적으로 일렉트릿 고분자필름(FEP, PTFE, PFA)을 도전성 물체(동, 청동, 황동, 인청동)에 열융착 또는 접착시켜서 만든다.

(나) ECM은 일렉트릿의 위치가 진동판에 있는지 아니면 배극에 위치하고 있는지 여부에 따라 프론트 타입(Front type)과 백 타입(Back type)으로 구별되는데, 프론트 타입의 경우 진동판이 음향신호에 따라 진동하는 역할과 반영구적으로 전하를 가지는 일렉트릿의 역할을 동시에 하여야 하기 때문에 진동에 적합한 필름 대신 진동에 덜 적합한 일렉트릿 고분자 필름을 사용하여야 하는 관계로 최적의 특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반면에, 백 타입의 경우 진동판에는 진동에 적합한 최적의 필름을 사용하고 배극에 일렉트릿 고분자 필름을 열융착 또는 접착하여 일렉트릿으로 사용하므로 프론트 타입보다 좋은 특성을 가지는데 이러한 백 타입(Back type) ECM을 BECM이라고 부른다.

(다) 한편, ECM 중에서 제품의 직경이 9 내지 10㎜인 구형 ECM이 주로 유무선 전화기나 오디오, 비디오 등에 사용됨에 비하여, 제품의 직경이 6㎜이고 두께가 1.5㎜ 정도로 구형에 비해 매우 얇은 제품은 '박형 ECM'이라고 불리며 핸드폰 등의 이동통신제품에 쓰이고, 구형에 비해 3배 가량 더 비싸며 더 높은 부가가치성을 가지고 있다.

(2) BECM의 제조에 필요한 부품의 개요는 별지 제5목록 기재 표와 같다.

(3) BECM 제조 공정에 있어서 원고 회사가 주장하는 영업비밀과 관련이 있는 주요 공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가) 진동판 제조 공정

① 스퍼터링 공정

스퍼터링 공정은 콘덴서마이크로폰의 부품인 진동판(D/P)을 만들기 위한 공정의 하나로서, 진동막용 필름에 금속을 증착시키는 공정을 말한다.

② 스트레칭 공정

스트레칭 공정은 진동판 제조를 위해 진동막 필름을 스트레칭하여 균일한 장력을 가진 진동판을 제조하는 공정을 말한다.

③ 자외선(UV) 본딩 공정

자외선 본딩(이하 'UV 본딩'이라고 한다) 공정은 진동판 제조 공정에 있어서 폴라링과 진동막을 UV 본드를 이용하여 접착시키는 공정을 말한다.

(나) 배극면 (Back Electret, BE) 제조 공정

① 라미네이팅 공정

라미네이팅 공정은 배극면의 재료가 되는 고분자 필름과 금속쉬트를 가압롤과 가열롤 사이로 통과시키면서 용융·접착시키는 공정을 말한다.

② 전하주입 공정

전하주입 공정은 완성된 배극면의 FEP 필름에 전자를 주입하여 배극면이 일렉트릿으로서의 속성을 가지도록 하는 공정이다.

(다) 자동 생산라인 공정

① 자동 조립 공정

자동 조립 공정이란 BECM의 각 부분 부품들인 케이스, 진동판, 배극면, 베이스링, PCB 등을 자동으로 조립하여 완성된 BECM을 제조하는 공정이다.

② 자동 계측 및 분류 공정

자동 계측 및 분류 공정은 자동 조립 공정에 의해 완성된 BECM의 성능을 자동으로 계측하여 완성품과 불량품을 자동으로 선별하는 공정이다.

(라) 무향실 측정 시스템

무향실 측정 시스템이란 음파의 반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특수 설계된 무향실 내에서 콘덴서 마이크로폰의 감도 특성(콘덴서 마이크로폰이 각 주파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정도)을 측정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2. 원고 회사의 주장

원고 회사는 피고 회사가 원고 회사의 영업비밀을 침해하여 원고 회사의 제조 공정과 유사하거나 동일한 방식으로 원고 회사가 생산하는 제품과 동일한 BECM을 제조하여 판매하고 있어 자신의 영업상의 이익이 침해되고 있으므로 피고 회사를 상대로 영업비밀 침해행위에 대한 금지 등을 구하고 있는바, 그 주장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가. 별지 제1목록 기재의 각 기술정보는 원고 회사가 BECM의 제조와 관련하여 보유하고 있던 기술정보로서 그 내용은 피고 회사에 의해 침해되기 전까지 비공지성, 경제적 유용성, 비밀관리 노력 등의 요건을 구비하고 있어서 부정경쟁방지및영업비밀보호에관한법률(이하 '영업비밀보호법'이라고 한다)에서 보호되고 있는 영업비밀에 해당한다.

나. 정갑렬은 원고 회사에서 근무하면서 알게 된 위 영업비밀에 대하여 원고 회사와의 관계에 있어서 계약상의 혹은 신의칙상의 비밀유지의무를 부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 영업비밀 중 일부의 내용을 CD에 담아서 절취하여 피고 회사에 공개하고, 위 의무에 반하여 자신이 알고 있던 위 영업비밀을 사용하거나 공개하였고, 피고 회사는 정갑렬의 이러한 영업비밀 침해행위를 알고서도 그 영업비밀을 취득하여 이를 사용하여 BECM을 제조하여 원고 회사의 위 영업비밀을 침해하였다.

3. 피고 회사의 주장

원고 회사의 위 주장에 대한 피고 회사 주장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가. 원고 회사가 정갑렬의 영업비밀침해행위의 하나로서 주장하고 있는 CD 부분은 정갑렬이 원고 회사에 근무하면서 부하 직원들로부터 보고받는 내용들이 서면으로 보고하기에는 너무 많고, 또 보고받은 내용을 퇴근하여 집에서도 검토할 필요가 있어서 CD로 보고받았던 것으로서 이를 집에 보관하고 있던 상태에서 박진수와의 사이가 나빠지고 원고 회사를 퇴사하는 과정에서 반환할 기회가 없어 보관하고 있었을 뿐이며 이를 절취한 것은 아니다.

나. 원고 회사가 자신의 영업비밀로서 주장하는 내용들의 대부분은 정갑렬이 원고 회사에 입사하기 전부터 이미 지득하고 있는 내용이거나, 원고 회사에 근무하면서 스스로 개발한 것으로서 그것이 영업비밀로서의 가치를 갖는다고 하더라도 이는 정갑렬에게 귀속되는 것이다.

다. 가사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원고 회사와 정갑렬 사이에서의 비밀유지약정이 포함된 1999. 1. 20.자 계약은 원고 회사 및 피고가 모두 해제를 주장하고 있으므로 당사자간의 의사합치에 의해 해제되었다고 할 것이어서 위 계약 및 그 내용의 일부인 정갑렬의 비밀유지약정은 더 이상 효력을 가지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라. 또한, 원고 회사가 영업비밀이라고 주장하는 내용의 대부분은 이 사건 BECM과 같은 제품을 자동화 공정을 통해 생산함에 있어 누구나 쉽게 설계하여 사용할 수 있는 기술로서 이미 업계에 공지된 것이어서 특별한 영업비밀로서의 가치를 가지지 않는 내용들이거나, 역설계를 통해 쉽게 생각해낼 수 있는 것들이므로 이를 두고 영업비밀보호법에서 보호하고 있는 영업비밀이라고 볼 수 없다.

4. 판 단

가. 정갑렬이 원고 주장의 영업비밀에 대한 비밀유지의무를 부담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

살피건대, 영업비밀보호법 제2조 제3호 (라)목 (마)목 에서는 계약관계 등에 의하여 영업비밀을 비밀로서 유지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 자가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그 영업비밀의 보유자에게 손해를 가할 목적으로 그 영업비밀을 사용하거나 공개하는 행위와 영업비밀이 위 규정에 의하여 공개된 사실 또는 그러한 공개행위가 개입된 사실을 알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고 그 영업비밀을 취득하는 행위 또는 그 취득한 영업비밀을 사용하거나 공개하는 행위를 영업비밀침해행위의 하나로서 규정하고 있는바, 위 '계약관계 등에 의하여 영업비밀을 비밀로서 유지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 자'에는 명시적인 문언에 의한 비밀유지약정을 체결한 경우뿐만 아니라, 인적신뢰관계의 특성 등에 비추어 신의칙상 또는 묵시적으로 그러한 의무를 부담하기로 약정하였다고 보아야 할 경우도 포함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계약의 문언에 의해서 혹은 신의칙에 비추어 비밀유지의무를 부담하고 있는 자가 그에 반하여 비밀을 사용하거나 공개하는 행위 및 이를 알거나 혹은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고 그 영업비밀을 취득, 사용, 공개하는 행위 등은 영업비밀침해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원고 회사가 정갑렬과 사이에 1999. 1. 20.자 약정을 체결한 사실 및 그 약정에 따른 의무로서 정갑렬이 원고 회사에 재직중 취득한 영업비밀을 유지하기로 약정한 사실과 정갑렬이 원고 회사에 재직하면서 개발한 기술 등에 관한 권리를 원고 회사에 귀속시키기로 약정한 사실은 앞에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을 제154호증의 1, 2, 제155호증의 1, 3의 각 기재 및 변론의 전취지에 의하면, 원고 회사와 정갑렬은 공히 1999. 1. 20.자 계약의 해제를 주장하다가, 원고 회사가 정갑렬 등을 상대로 인천지방법원 2001가합5506호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는 위 약정의 해제를 주장하는 서면에 의한 의사표시를 하였고, 그 의사표시가 2001. 5. 21. 정갑렬에게 도달하였으며, 정갑렬도 원고 회사에 대하여 인천지방법원 2001가합1399호로 제기한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에서 위 약정의 해제를 인정하는 의사표시를 하고 그 의사표시가 2001. 2. 7. 원고 회사에게 도달한 사실은 인정할 수 있으므로 원고 회사와 정갑렬 사이의 1999. 1. 20.자 계약은 당사자 사이의 의사합치에 의해 해제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정갑렬은 더 이상 1999. 1. 20.자 약정에 기한 비밀유지의무는 부담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위와 같이 고용주와 근로자 사이에서 약정에 따른 비밀유지의무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영업비밀보호법의 입법 취지와 근로계약 및 비밀유지의무의 성질 등을 고려하면 근로자는 퇴직 후에도 그 고용주 또는 영업비밀의 보유자를 해하지 아니할 신의칙상의 의무를 가진다고 할 것이므로, 정갑렬은 원고 회사에 근무하는 도중에 지득한 영업비밀에 대해서는 원고 회사로부터 퇴직한 이후에도 신의칙상 상당한 기간 동안은 영업비밀유지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것이다(정갑렬이 원고 회사에 대하여 신의칙상의 영업비밀유지의무를 부담하는 이상, 그가 CD 속의 원고 회사 영업비밀을 사용하거나 공개하였다면, 그가 그 CD를 절취한 것인지 여부는 그의 영업비밀유지의무의 존부 및 영업비밀침해행위에의 해당 여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피고는 나아가 원고 주장의 이 사건 영업비밀은 정갑렬이 원고 회사에 입사하기 이전부터 보유하고 있던 기술이거나 원고 회사에 입사한 이후에도 정갑렬 자신에 의해서 창출된 것이므로 이는 정갑렬에게 귀속된다고 할 것이어서 정갑렬에게는 그에 대한 비밀유지의무가 존재하지 않는다거나, 원고 회사와 정갑렬 사이의 계약은 동업계약관계이므로 종업원과 고용주 사이의 관계에 따른 신의칙상의 영업비밀 유지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피고 제출의 각 증거들만으로는 위 각 주장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나. 별지 제1목록 기재 기술정보의 영업비밀 해당 여부에 대한 판단

(1) 별지 제1목록 기재 기술정보의 내용은 원고 회사가 BECM을 제조하는 공정 중에서 스퍼터링 공정, 스트레칭 공정, UV본딩 공정, 진동막 푸쉬백 쉬트 제작공정, 라미네이팅 공정, 전하주입 공정, 조립 공정, 계측 및 분류 공정, 무향실 측정 공정, PDE 조립공정에 관한 기술정보들이다.

(2) 한편, 갑 제4, 5, 13, 18, 34, 35, 36, 45, 46, 51, 52, 53, 63, 64, 65, 66, 70, 71, 80호증, 을 제7, 8, 9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와 감정인 이전국, 문성욱, 프로그램심의조정위원회 작성의 각 감정 결과 및 이 법원의 프로그램심의조정위원회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가) 원고 회사는 현재 국내 콘덴서 마이크로폰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회사로서 1997년에 정갑렬을 영입하여 박형 BECM 제조 기술을 새롭게 개발하고 제조 공정을 자동화하는 부문에 많은 투자를 한 끝에 BECM 제조에 관한 현재의 기술을 갖추게 되었는바, 1997년 당시 구형 ECM의 생산·판매를 통해 총 70억 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으나, 정갑렬 영입 이후 박형 BECM제품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여 생산함으로써, 1999년에는 연매출 350억 원, 2000년에는 연매출 1,000억 원에 달할 정도로 비약적인 성장을 하여 결국 앞에서 본 바와 같이 국내 콘덴서 마이크로폰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게 되었고, 세계 시장에서도 30%의 점유율을 가지게 되었다.

(나) 원고 회사가 위와 같이 비약적인 성장을 하게 된 것은, 당시까지 일본 기업들이 독점적으로 사용하고 있었던 백타입 일렉트릿(Back Electret)용 각종 Laminate 소재들을 국산화하는데 성공하였고, 자동전하주입 공정에 있어서 Aperture Control Charge Injection 방식을 발전적으로 도입하였으며, 양산 체제를 위한 초정밀 자동 조립기(Batch Auto Machine)를 개발하였고,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하던 진동판용 필름을 한국의 협력 회사와 진공스퍼터링 방식으로 공동개발하고 양산시스템을 구축하여 국산화에 성공하였으며, 또한 진동판의 장력을 임의로 조절·통제하고 균일성을 부여하는 정밀 스트레칭 머신을 고안함으로써 ECM의 품질을 개선함은 물론, 품종분류의 중요인자인 지향특성을 정밀하게 임의로 조절하여 품종확대에 기여하게 하는 등의 기술개발에 성공하였기 때문이다.

(다) 별지 제1목록 기재 각 기술정보들은 원고 회사가 위와 같은 기술개발의 노력 끝에 2000. 6. 정갑렬이 원고 회사에 퇴직할 당시 보유하게 된 각 기술정보들인데, 원고 회사는 위 각 기술정보를 사용하여 BECM을 제조함으로써 생산성 향상, 불량률 감소, 인력 절감 효과, 손실방지 효과, 공정안정화 및 감도 개선 효과 등의 성과를 거둘 수 있게 되었다.

(라) 원고 회사는 위 기술정보 개발 및 이를 이용한 제품 생산과정에서의 영업비밀의 누설을 막기 위하여 외부 업체와 협력하여 생산설비 및 프로그램 등을 제작하거나 개선할 때에는 해당 업체들로부터 비밀유지서약서를 수령하여 공증을 하였고, 하청업체에 제공된 원고 회사의 설계도면은 모두 회수할 수 있도록 노력하였으며, 회사 내부적으로도 직원들에게 보안계약서, 서약서 등을 작성하여 제출하도록 하였고, 카드키를 사용하도록 하여 각 생산설비별로 해당 부서의 직원만이 당해 설비가 설치되어 있는 작업실에 출입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영업비밀에 대한 보안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하였다.

(마) 한편, 피고 회사는 별지 제1목록 기재 각 기술정보(정갑렬이 원고 회사로부터 퇴직하면서 반환하지 않고 보유하고 있던 CD에 저장되어 있던 기술정보 및 정갑렬이 원고 회사에 근무하면서 지득하게 된 기술정보)를 사용함으로써 회사 설립 후 불과 3-4개월의 짧은 기간 안에 원고 회사가 생산하고 있던 것과 동일한 종류의 BECM을 양산할 수 있을 정도의 생산설비 및 기술정보를 갖추게 되었고, 현재까지 위 각 기술정보들을 사용하여 BECM을 생산하고 있다.

(3) 살피건대, 영업비밀보호법 제2조 제2호 의 '영업비밀'이라 함은, 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 생산방법·판매방법 기타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를 말하며, 영업비밀을 보호하는 목적은 그 영업비밀 자체의 보호에 있는 것이 아니고, 비밀로 관리되고 있는 타인의 정보를 부정한 수단으로 취득하여 경쟁상 유리한 지위를 차지하려는 행위를 막아 건전한 경쟁질서를 유지하고자 함에 있으므로, 비록 기계 및 생산설비의 전체적인 작동원리나 구성이 이미 공연히 알려져 있어서 그 자체는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기계 및 생산설비를 구성하는 개개 부품의 규격이나 재질, 가공방법, 그와 관련된 설계도면 등이 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 생산방법이나 그에 관한 정보라면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할 것( 대법원 1998. 11. 10. 선고 98다45751 판결 등 참조)인바, 앞에서 본 사실관계에 의하면, 원고 회사의 BECM 제조 공정에 관한 별지 제1목록 기재 각 기술정보들은 비공지성, 경제성, 비밀유지노력 등 영업비밀로서의 요건을 모두 갖추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위 영업비밀은 영업비밀보호법 소정의 보호의 대상이 되는 영업비밀에 해당된다고 할 것이고, 피고 회사가 위 영업비밀을 사용하여 기계설비를 제작하고 원고 회사와 동일한 종류의 BECM을 제조하여 판매하고 있는 이상, 이로 인해 원고의 이 사건 영업비밀이 침해되고 있다고 할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영업비밀의 보유자인 원고는 위 영업비밀의 침해를 중단시키기 위하여 피고에 대하여 위 영업비밀침해행위의 금지와 침해행위를 조성한 물건의 폐기, 침해행위에 제공된 설비의 제거 기타 침해행위의 금지 또는 예방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청구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피고는 이에 대하여 피고 회사의 생산설비 및 그 운용을 위한 프로그램 등은 그 구조 및 작동방식에 있어서 원고 회사의 것과는 상이하며, 피고 회사가 채택하고 있는 기술정보 중에서 원고 회사의 것과 동일 또는 유사한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이미 특허공보 등을 통해서 공개된 공지의 내용이라거나, 해당 업계에서 필수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자동화요소의 단순한 조합이라거나, 원고 회사의 도면 또는 프로그램을 참조함이 없이 피고 회사가 자체적으로 역설계를 통하여 제조한 것이라는 등의 주장을 하고 있으나, 갑 제66, 81호증, 을 제14호증, 제17호증의 5, 6, 제23, 25, 27, 36, 57, 65, 71, 77, 97, 105, 107, 116, 118, 123, 135, 139, 140, 142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감정인 이전국, 문성욱의 각 일부 감정 결과 및 이 법원의 프로그램심의조정위원회에 대한 일부 사실조회 결과만으로는 위 각 주장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앞서 본 각 증거들에 의하면, 원고 회사는 별지 제1목록 기재 각 기술정보를 엄격한 비밀로 유지하면서 회사 내부에서 사용하고 있었고, 피고 회사는 해당 업계에서 사용하고 있는 위 기계와 유사한 기계를 분석, 평가하여 제작도면, 생산방법 등을 취득한 것이 아니라, 원고 회사에 대하여 비밀유지의무를 부담하고 있는 정갑렬을 통하여 원고 회사에서 사용하고 있는 위 기술정보를 용이하게 취득한 것으로 보이는바, 그렇다면 피고 회사가 원고 회사에 근무하던 정갑렬이 가지고 있던 정보를 바탕으로 역설계를 통해 자신의 기계 설비를 설계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 회사는 위 기계 설비에 대한 비밀유지의무가 있는 자로부터 영업비밀을 취득한 경우에 해당하여 그 부당성이 역설계에도 남는 것이고, 또한 가사 원고 회사의 기술정보가 없는 상태에서도 이 사건 BECM 제조를 위한 기계 설비의 역설계가 가능하고 그에 의하여 원고 주장의 영업비밀과 동일한 내용의 기술정보의 획득이 가능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별지 제1목록 기재 각 기술정보를 영업비밀로 보는 데는 지장이 없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 회사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다. 영업비밀의 보호기간에 대한 판단

(1) 한편, 앞에서 영업비밀로서 인정된 별지 제1목록 기재 각 기술정보에 대한 침해금지기간에 관하여 보건대, 영업비밀이 영업비밀보호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시간적 범위는 침해행위자가 침해행위에 의하여 공정한 경쟁자보다 유리한 출발, 시간절약이라는 부당한 이익을 취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적 범위 내로 제한되어야 하고, 그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는 영업비밀인 정보의 내용, 영업비밀 보유자의 그 정보취득에 소요된 기간과 비용, 영업비밀의 유지에 기울인 노력과 방법, 침해자들이나 다른 공정한 경쟁자가 독자적인 개발이나 역설계와 같은 합법적인 방법에 의하여 그 기술정보를 취득하는 데 필요한 시간, 침해자가 종업원인 경우에는 사용자와의 관계에서 근무기간, 담당업무나 직책, 영업비밀에의 접근 정도,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내규나 약정, 종업원이었던 자의 생계 활동 및 직업선택의 자유와 영업활동의 자유, 지적재산권의 일종으로서 존속기간이 정해져 있는 특허권 등의 보호기간과의 비교, 기타 변론에 나타난 당사자의 인적·물적 시설 등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결정하여야 할 것이다( 대법원 1998. 2. 13. 선고 97다24528 판결 등 참조).

(2) 그런데 앞에서 본 사실관계 및 변론의 전취지에 의하면, 원고는 1987. 8. 5.에 설립되었으나 1997. 8. 20. 정갑렬을 영입하기 전까지는 BECM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수준의 마이크로폰을 생산하는 단계에 불과하였으나, 정갑렬 영입한 후 그의 도움을 받아서 현재의 BECM 제조기술을 보유하게 된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고 회사가 정갑렬에게 그의 기여도에 상응하는 보상을 하지 않는 것에 불만을 품고 정갑렬이 원고 회사를 퇴사하여 피고 회사를 설립하게 된 사실 등을 인정할 수 있는바, 그 사실관계에다가 BECM을 포함한 휴대폰 부품 제조기술은 아주 급속도로 발전하는 과정에 있는 점, 근로자의 퇴직 후의 영업비밀유지기간을 지나치게 장기간으로 정할 경우 경제적 약자인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 및 영업의 자유를 제한하고 경쟁의 제한에 의한 부당한 독점상태를 초래할 가능성도 있는 점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정갑렬 등이 원고 회사를 퇴직한 2000. 6.경을 기준으로 하여 앞에서 인정된 원고 회사의 영업비밀이 보호될 수 있는 기간은 길어야 1년 정도로 봄이 상당하다.

(3) 한편, 이 사건에서 위와 같은 영업비밀침해 금지기간의 기산점은 정갑렬이 그 영업비밀 취급업무에서 이탈한 때인 퇴직시점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할 것인바( 대법원 1998. 2. 13. 선고 97다24528 판결 , 2003. 7. 16.자 2002마4380 결정 등 참조, 퇴직 시점을 기산점으로 삼는 경우에는 이 사건과 같이 소송 진행 과정에서 영업비밀침해금지기간이 경과하여 영업비밀침해사실이 인정되더라도 그 금지를 구할 수 없게 되는 결과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산점을 판결 확정일로 하는 경우에는 당해 영업비밀 자체의 성질, 거래사정 등과 무관한 판결 확정이라는 우연적이고 외부적인 요소에 의하여 영업비밀 보호기간이 달라지게 되고, 사실심법원으로서는 향후 판결 확정시점을 추정하여 금지기간을 설정하여야 하여, 경우에 따라서는 판결 확정이 지체되는 경우에는 판결 확정시에 이미 영업비밀성을 상실하여 보호되지 말아야 할 정보에 대해서도 금지를 하게 되는 불합리가 발생할 여지가 있는 점, 영업비밀 보호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그 침해금지기간은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적 범위 내로 제한할 필요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판결 확정일을 기산점으로 삼는 것은 부당하다고 할 것이고, 퇴직시점을 기산점으로 삼는 것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다.), 그 퇴직시점인 2000. 6.경으로부터 기산하여 이미 4년 이상의 기간이 경과한 현 단계에서 정갑렬 및 피고 회사에 대한 영업비밀침해금지의무가 더 이상 유지된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원고 회사가 정갑렬 및 피고 회사에 대하여 그 영업비밀침해로 인한 손해의 배상을 구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피고 회사에 대하여 영업비밀침해금지의무가 부과되고 있음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더 나아가 살펴볼 것 없이 이유 없다.

5.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수천(재판장) 허성욱 조은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