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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84. 1. 17. 선고 83도2924 판결

[특정범죄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ㆍ도로교통법위반][집32(1)형,332;공1984.3.15.(724) 392]

판시사항

차량사고후 사고차량을 인근 골목안에 주차시킨 경우와 도주의 의사

판결요지

피고인이 사고차량을 운전하여 주차해 둔 곳이 사고지점으로부터 약 200미터 떨어진 노폭 7미터의 골목도로변이며 이 주차지점으로부터 골목안쪽으로 약 150미터 지점 노폭 2미터 되는 좁은 다리가 있었으나, 만일 위 다리가 폭은 좁더라도 사고차량이 통과할 수 있을 정도이거나 또는 골목안에서 달리 사고차량이 빠져나갈 수 있는 골목이 있다고 한다면 도주할 것을 결의한 피고인이 사고지점에서 불과 200미터 정도까지 운행하다가 쉽사리 도주를 포기하고 정차하여 두고 골목길을 걸어나왔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이므로, 피고인이 사고 직후 지나가는 택시운전수에게 피해자를 병원에 운송하여 줄 것을 의뢰하고 사고차를 골목길에 주차하려 한 것이지 도주할 것이 아니라는 피고인의 변명에 일응 수긍이 간다 할 것이다.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공아도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피고인 및 변호인의 상고이유를 함께 본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인의 그 판시와 같이 포니 픽업자동차를 운전하다가 피해자 박동배를 충격하여 뇌좌상 등으로 사망케 하고 사고현장에서 피해자 구호조처를 취하지 아니한 채 도주한 사실을 인정한 후 피고인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 법률 제5조의3 제1항 , 형법 제268조 , 도로교통법 제45조 제1항 을 적용하고 있다.

기록에 의하여 원심이 위와 같이 피고인의 피해자 구호조처를 취하지 아니한 채 도주하였다고 인정한 증거관계를 살펴보면, 검사의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에 피고인이 도주사실을 시인한 듯한 기재가 있고 사법경찰관 사무취급작성의 고준석에 대한 진술조서에 피고인이 사고후 사고장소에서 약 1킬로미터 이상 도주하는 것을 추격하여 체포하였다는 취지의 기재가 있으며, 그밖에 원심증인 전덕수의 증언과 원심의 현장검증조서기재등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피고인은 1심법정 이래 도주사실을 부인하고 사고발생후 개인택시에 피해자를 태워 병원까지 운반해 줄 것을 부탁한후 사고차량을 골목길에 주차해 두고 돌아왔는데 그 사이에 도주한 것으로 오해받은 것이라고 변명하고 있는바, 우선 원심이 증거로 한 1심증인 고준석의 증언에 의하면, 동인은 사고발생 후 피고인과 그 옆에 있던 개인택시 운전수 등과함께 피해자를 개인택시에 싣고 나서 피고인이 사고차량을 빼어놓고 오겠다고 하며 골목길로 들어가기에 개인택시 운전수에게 먼저 병원으로 가도록 하고 피고인의 차를 뒤따라 갔더니 사고장소에서 약500미터 떨어진 골목막힌 곳에 피고인이 차를 세워두고 돌아나오고 있었으며 피고인과 같이 병원을 거쳐 경찰서로 갔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고 이는 동인이 사법경찰관 사무취급작성의 진술조서에서 도주하는 피고인을 1킬로미터 이상 추격하여 체포하였다고 진술한 내용과 전혀 다름으로 동인의 경찰진술내용은 신빙성이 없다고 보겠고, 한편 위 법정진술은 피고인이 사고차를 운전하여 도주하고자 골목길로 들어섰다가 막다른 곳에서 도주를 포기하고 정차한 것이라는 취지로 풀이할 여지가 있으나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몇가지 점을 좀더 규명하기 전에는 선뜻 위 취지대로 믿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다음에 원심이 유죄증거로 채용한 원심증인 전덕수의 증언에 의하면 사고 후 피고인이 지나가는 증인의 택시를 잡아 피해자를 동광병원에 후송해 달라고 부탁하고 사고차를 빼놓고 오겠다고 하여 잠시 피고인을 기다렸으나 피고인은 오지 않고 환자가 위급한데 빨리 병원으로 가지 않는다고 주위의 사람들이 독촉을 하여 혼자 피해자를 동광병원으로 운반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는바, 위와 같은 진술은 피고인의 도주사실을 직접 뒷받침하는 내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또 원심이 유죄증거로 들고 있는 원심의 현장검증조서에 보면, 피고인이 사고후 사고차량을 운전하여 주차해둔 곳은 사고지점으로부터 약 200미터 떨어진 노폭7미터의 골목도로변이며 이 주차지점으로부터 골목안쪽으로 약 150미터 지점에 노폭2미터 되는 좁은 다리가 있어 차량통행이 어려운 곳으로 보였다는 검증결과 기재가 있는바, 만일 위 다리때문에 차량의 통행이 불가능하고 위 골목안에서는 달리 차량이 빠져나갈 길목이 없으며 피고인이 위와 같은 지리를 모르고 있었다면 피고인이 처음에 도주할 생각으로 위 골목에 들어섰다가 빠져나가지 못하여 도주를 포기하고 정차한 것이라고 추리할 여지가 없지 아니하나, 위 검증조서 기재에 의하더라도 위 골목안 다리의 폭이 2미터라면 이 사건 사고차량인 포니픽업자동차가 통과할 수 없을 정도의 폭이라고 보기 어려우며 다리의 폭외에 어떠한 이유로 차량통행이 어려울 곳이라고 보았는지 검증조서기재만으로는 알 도리가 없다.

만일 위 골목의 다리가 폭은 좁더라도 사고차량이 통과할 수 있을 정도이거나 또는 골목안에서 달리 사고차량이 빠져나갈 수 있는 길목이 있다고 한다면 도주할 것을 결의한 피고인이 불과 200미터 정도 운행하다가 쉽사리 도주를 포기하여 정차하여 두고 골목길을 걸어나왔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으로서, 피고인이 택시운전수인 전덕수에게 동광병원을 지정하여 피해자를 운송해 줄 것을 의뢰하고 사고차를 골목길에 주차하러 간 것이지 도주한 것이 아니라는 피고인의 변명에 일응 수긍이 간다고 할 것이다.

원심으로서는 사고차량을 운전하여 위 골목안의 다리를 통과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고 또 달리 위 골목에서 빠져나갈 길목이 없는 것인지의 여부 및 피고인이 평소 위 골목부근의 지리를 알고 있었는지의 여부 등을 좀더 심리하여 위와 같은 증거의 신빙성을 판단하였어야 할 것이며, 위와 같은 검찰에서의 피고인 진술과 그밖의 증거들만으로 유죄로 단정하였음은 심리미진과 채증법칙 위반의 위법을 저지른 것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점에서 상고논지는 이유있으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여 사건을 다시 심리케 하고자 대구고등법원으로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성렬(재판장) 이일규 전상석 이회창

심급 사건
-대구고등법원 1983.10.18.선고 83노8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