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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15.12.9. 선고 2015누35934 판결

시정명령등취소

사건

2015누35934 시정명령등취소

원고

일진전기 주식회사

피고

공정거래위원회

변론종결

2015. 10. 14.

판결선고

2015. 12. 9.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가 2014. 10. 23. 전원회의 의결 제2014-237호로 원고에게 한 별지 기재 시정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을 취소한다.

이유

1. 인정되는 사실

가. 원고 등의 지위

원고와 엘에스산전 주식회사(이하 편의상 주식회사의 경우 법인명 중 주식회사 부분을 따로 적지 않고, 상호가 변경된 경우 현재 상호만을 적는다), 피에스텍, 서창전기통신, 위지트, 남전사, 엠스엠, 연우라이팅, 옴니시스템(이하 '원고 등 9개 사업자'라 한다), 평일, 한산에이엠에스텍크(이하 원고 등 9개 사업자와 통칭하여 '원고 등 11개 사업자'라 한다), 한전케이디엔(이하 원고 등 11개 사업자와 통칭하여 '원고 등 2개 사업자'라 한다)은 저압 전자식 전력량계 제조·판매 등을 사업 목적으로 하는 법인으로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이라 한다) 제2조 제1호에서 규정하는 사업자에 해당한다. 한국제1전력량계사업협동조합, 한국제2전력량계사업협동조합(이하 '제1조합', '제2조합'이라 하고, 통칭하여 '이 사건 각 조합'이라 한다)은 전력량계 사업의 건전한 발전과 회원 상호간의 복리 증진을 도모하기 위하여 설립된 비영리 사단법인으로서 공정거래법 제2조 제4호에서 규정하는 사업자단체에 해당한다.

나. 전력량계 시장의 개요

1) 전력량계는 일정한 기간 동안 어느 정도의 전력량을 사용하였는지를 측정하는 기계장치로서 기계식 전력량계와 전자식 전력량계로 나누어지는데, 전자식 전력량계가 기계식 전력량계에 비해 설비투자가 적어 진입 장벽이 낮다.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이라 한다)는 기존의 기계식 전력량계를 전자식 전력량계로 전면 교체한다는 계획에 따라 2007년부터 저압 전자식 전력량계를 구매하였다. 한전이 입찰로 구매하여 가정과 상업건물, 공장 등에 공급하는 전력량계가 전체 전력량계 수요의 90% 이상에 해당하며, 원고 등 사업자가 대형 건설사 등에 직접 납품하는 비중은 높지 않다.

2) 한전의 전력량계 입찰방식은 크게 '최저가 입찰방식', '희망수량 최저가 입찰방식', '적격심사 입찰방식'으로 구분된다. 최저가 입찰방식은 최저금액으로 입찰한 1개 사업자가 전체 물량을 낙찰받는 방식이고, 희망수량 최저가 입찰방식은 입찰에 참여하는 사업자로 하여금 총 발주 물량 중 수주를 원하는 물량과 금액을 투찰하도록 한 다음 최저가를 제시한 사업자부터 낙찰 물량을 차례로 배분하여 나가는 방식이고, 적격심사 입찰방식은 입찰에 참여한 사업자의 경영상태 등에 대한 평가점수에 가격점수를 합산하여 일정 점수 이상의 사업자를 선정한 후 그 중 최저금액으로 입찰한 사업자가 전체 물량을 낙찰받는 방식이다. 저압 전자식 전력량계 입찰의 경우 위 각 입찰방식이 모두 사용되었다.

다. 2008년 저압 전자식 전력량계 입찰 내역

원고 등 9개 사업자의 영업 담당자들은 2008년에 한전이 시행한 30건의 저압 전자식 전력량계 입찰에서 입찰공고가 될 무렵부터 입찰일까지 엘에스산전 사무실, 서창 전기통신 사무실, 의왕시 A 인근 B 식당, 한전 지하 휴게실 등에서 모임을 갖고 회사별로 물량을 배분하고 입찰가격을 합의하였다. 물량 배분은 각 회사가 전력량계 시장에 진입한 시기, 입찰 자격으로 형식승인을 획득한 품목의 수, 대기업인지 아닌지 등을 기준으로 하고, 진입 시기가 빠르고 자격 획득 품목이 많으며 대기업인 경우 더 많은 물량을 배분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원고 등 9개 사업자는 합의 후 이탈을 막기 위하여 다른 회사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공유하면서 사전에 합의한 물량과 금액에 따라 입찰에 참가하였다. 원고는 5건의 전력량계 입찰에서 낙찰을 받아 합계 3,173,888,960원의 물량에 관하여 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이는 전체 입찰금액 중 17.1%에 해당한다.

라. 2009년 저압 전자식 전력량계 입찰 내역

1) 2009년 초 평일이 전력량계 입찰에 참여하고 기존 업체들이 자격을 획득한 품목이 늘어나면서, 전력량계 업체들은 물량 배분을 쉽게 하기 위하여 전력량계 조합을 설립하고 조합 이름으로 입찰에 참여하기로 하고, 원고, 엘에스산전, 한전케이디엔 등 대기업 3개사를 제외한 사업자들로 제1조합과 제2조합을 설립하였다.

2) 2009년 초 한전은 2010년부터 저압 전자식 전력량계 구매물량을 줄이고, 대신저가의 경제형(E-type) 전력량계를 구매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원고 등 11개 사업자는 한전에 저압 전자식 전력량계를 100만 대 이상 구매해 달라는 내용의 건의를 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원고 등 11개 사업자는 한전의 경제형 전력량계 구매를 막기 위하여 2009년 한전의 저압 전자식 전력량계 입찰에 단체로 불참하기로 합의하고, 2009년 3월부터 10월까지 입찰에 불참함으로써 28건의 입찰이 유찰되도록 하였다.

3) 2009. 11. 3. 한전이 시행한 5건의 저압 전자식 전력량계 입찰에서 원고, 엘에스산전, 한전케이디엔 등 대기업과 제1조합, 제2조합이 낙찰을 받았다. 원고는 삼상5품목 1건의 입찰에서 낙찰을 받아 449,741,600원의 물량에 관하여 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이는 전체 입찰금액 중 9.7%에 해당한다.

마. 이 사건 처분

1) 피고는 2014. 10. 23. 전원회의 의결 제2014-237호로 '원고 등 12개 사업자는 2008년부터 2009. 11. 3.까지 한전이 발주한 저압 전자식 전력량계 입찰에 참여하면서 사업자별로 낙찰받을 물량을 배분하고 입찰금액을 합의하거나 일부 입찰을 유찰시키기로 합의함으로써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1호 및 제3호에서 금지하는 부당한 공동행위를 하였다.'는 이유로 원고에게 별지 기재 시정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을 하였다.

2) 피고가 원고에게 부과한 과징금의 산정 내역은 아래와 같다.

가) 관련매출액: 1,568,056,000원

나) 부과기준율: 7%(매우 중대한 위반행위)

다) 과징금의 조정: 50% 감액(현실적 부담능력을 감안한 감액)

라) 최종 부과과징금: 54,000,000원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에 관한 판단

가. 2009년 후반의 물량 배분 합의 가담 여부

1) 원고 주장의 요지

원고는 2009. 10. 20. 입찰공고된 물품 중 삼상5 품목의 입찰에 독자적으로 참여하여 독립적으로 입찰금액을 결정하였을 뿐이며 해당 공동행위에 가담한 적이 없다. 그럼에도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2009년 후반의 물량 배분 합의에도 가담하였다고 보고 이 사건 처분을 한 것은 위법하다.

2)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과 채택한 증거들 및 을 제1 내지 18호증(가지번호를 포함하고, 이하 같다)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가 관련 경쟁 사업자들과 함께 2009. 11. 3. 시행된 삼상5 품목의 입찰에 참여하면서 물량을 배분하고 입찰금액을 합의하는 내용의 부당한 공동행위를 하였다고 인정된다. 이에 반하는 갑 제7, 9호증의 각 기재는 아래에서 인정하는 사실이나 정황에 배치되어 믿을 수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① 이 사건 공동행위에 관한 피고의 조사 과정에서, 엘에스산전의 C, 피에스텍의 D 등은 2009년 물량 배분 합의를 위한 모임에 원고 측이 참석하였다고 진술하였다. C은 "2009년 입찰에서 제1조합, 제2조합, 엘에스산전, 원고, 한전케이디에이 물량 배분과 투찰가격 합의를 하였다. 입찰공고가 난 후 입찰일까지 제2조합 사무실에서 지속적으로 모여 합의를 하였다."라고 진술하였다. D은 "모든 업체들이 2009년의 물량 배분기준에 합의하였고, 이를 실행하여 그 결과 제1조합, 제2조합, 엘에스산전, 원고, 한전 케이디에이 낙찰을 받았으며 물량을 배분하였다."라고 진술하였다. 엠스엠의 E은 "입찰자격을 취득한 업체 중 한 업체라도 빠지면 물량 배분이 불가능하다. 2009년 입찰 시에도 합의대로 투찰하였다."라고 진술하였다. 이에 의하면 원고가 2009년의 물량 배분합의에 가담하였음을 알 수 있고, 위 합의에 참여한 원고의 담당 직원이 누구였는지에 관한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등의 사정만으로 원고가 독자적으로 2009년 후반의 입찰에 참여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② 원고는 저압 전자식 전력량계를 개발하여 한전의 전력량계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취득한 이래 계속하여 이 사건 공동행위에 참여하여 왔는데, 원고가 2009. 10.경 경쟁 사업자들에게 이 사건 공동행위에서 탈퇴하였음을 알리는 명시적 또는 묵시적 의사표시를 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 2009년 후반의 물량 배분 합의 사항이 기재된 피에스텍의 내부 문건을 보면 2009. 10. 14. 원고 등 12개 사업자 모임에서 2009년에 남은 한전의 저압 전자식 전력량계 입찰 물량 중 9%를 원고가 낙찰받기로 하는 합의 내용이 기재되어 있는데, 실제 원고가 2009년 저압 전자식 전력량계 중 삼상5 품목을 낙찰받은 물량은 2009년 한전의 저압 전자식 전력량계 총 입찰 물량 중 약 9.7%로서 위 문건의 내용과 거의 일치한다.

③ 삼상5 품목의 입찰은 적격심사 입찰방식으로 진행되었는데, 이러한 입찰방식에서 들러리 업체는 기초금액의 2%를 초과하거나 예정가격의 80.5%보다 낮은 금액으로 투찰함으로써 의도적으로 탈락하는 방법으로 담합을 용이하게 한다. 삼상5 품목의 입찰에서도 원고만이 기초금액에 미달하는 금액으로 입찰한 반면, 나머지 경쟁 사업자들은 모두 기초금액을 초과하는 금액으로 입찰에 참여하였음이 확인된다.

④ 원고는 삼상5 품목의 예정가격이 너무 낮아 원고를 제외한 다른 사업자의 경우 원고와는 별도로 위 품목에 대하여 단체 유찰 합의를 하여 실행한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2009. 10. 20. 입찰공고된 저압 전자식 전력량계 입찰 품목의 기초가격이 모두 2008년의 기초가격에 비하여 하락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업자들이 유독 삼상5 품목의 입찰만을 단체로 유찰시키기로 합의하였다고 볼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 또한 원고의 참여가 없어 유찰이 보장되지도 않는 상태에서 다른 사업자들이 일률적으로 기초가격을 초과한 금액으로 입찰에 참여할 만한 동기도 찾아보기 어렵다.

나. 2008년 공동행위의 처분시효 완성 여부

1) 원고 주장의 요지

원고 등 9개 사업자가 2008년에 한 물량 배분 합의와 원고 등 11개 사업자가 2009년에 한 단체 유찰 합의 등은 사업자들 사이에 단일한 의사에 기하여 동일한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합의의 태양이나 실질도 동일하다고 볼 수 없다. 2008년의 물량 배분 합의와 2009년 후반의 물량 배분 합의는 시간적 간격이 크고 중간에 이질적인 단체 유찰 합의까지 있어 실행행위의 계속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2008년의 물량 배분 합의와 2009년의 단체 유찰 합의, 물량 배분 합의는 각각 별개의 공동행위로 성립할 뿐이므로, 그 중 의결서가 원고에게 도달한 날부터 역산하여 5년이 지난 공동행위는 모두 처분시효가 완성되었다. 피고는 처분시효가 이미 완성된 공동행위까지 처분 대상에 포함하였으므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2) 판단

가) 사업자들이 부당한 공동행위의 기본적 원칙에 관한 합의를 하고 이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수차례의 합의를 계속하여 온 경우는 물론이고, 그러한 기본적 원칙에 관한 합의 없이 장기간에 걸쳐 여러 차례의 합의를 해 온 경우에도 그 각 합의가 단일한 의사에 터 잡아 동일한 목적을 수행하기 위한 것으로서 끊임없이 계속 실행되어 왔다면, 그 각 합의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구성원 등에 일부 변경이 있었다고 할지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와 같은 일련의 합의는 전체적으로 1개의 부당한 공동행위로 봄이 상당하다(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8두15169 판결 등 참조).

나) 앞서 인정한 사실과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공동행위는 전체적으로 1개의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것이고, 그 종기인 2009. 11. 3.부터 이 사건 의결서가 원고에게 도달한 2014. 10. 27.경까지 5년이 지나지 않았음은 역수상 명백하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① 원고 등 9개 사업자는 2008년경부터 기존 기계식 전력량계에서 전자식 전력량계 체제로 교체하고자 하는 한전의 전력량계 정책에 맞추어 저압 전자식 전력량계를 개발하기 시작하였는데, 위 전력량계 개발 및 생산에 투입된 시설 자금 등을 회수하기 위하여 한전으로부터 각 사업자가 생산하는 물품 위주로 안정적인 생산물량을 확보하고자 이 사건 공동행위에 이르렀다. 이와 같은 이 사건 공동행위의 기본 목적은 공동행위 기간 내내 지속되었다.

② 원고 스스로도 2008년 저압 전자식 전력량계를 개발하여 한전의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형식승인을 받은 이후부터 2009년 한전의 저압 전자식 전력량계 입찰 28건에 응찰을 포기할 때까지 자신이 참여한 입찰 전부에 대하여 경쟁 사업자들과 합의하여 이 사건 공동행위를 하였다는 점은 시인하고 있다. 위 공동행위 과정에서 원고가 개별 입찰이 진행될 때마다 새로운 담합의 의사를 갖게 되었다고 볼 만한 사정은 발견되지 않는다.

③ 이 사건 공동행위는 2009년 후반까지 한전이 발주하는 저압 전자식 전력량계 경쟁입찰 시장이라는 동일한 시장에서 이루어졌다. 또한 1993년 이후 한전이 발주하는 기계식 전력량계 경쟁입찰 시장에서도 담합을 해 온 엘에스산전, 피에스텍, 서창 전기통신, 위지트, 남전사 등을 중심으로 2008년과 2009년에 한전의 저압 전자식 전력량계 경쟁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형식승인을 획득한 사업자 대부분이 참여하였다는 점에서 별다른 구성원의 변동이 없었다. 사업자들을 전력량계 시장 진입 시기, 유자격 획득 품목 수, 대기업인지 여부 등을 기준으로 3개 정도의 군으로 분류하여 해당년도에 한전이 발주하는 전체 물량을 각 군별로 유사한 비율의 물량을 받을 수 있도록 배분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담합의 태양 역시 일정하다.

④ 2009년경 이 사건 각 조합이 설립되고 원고, 엘에스산전, 한전케이디엔을 제외한 나머지 사업자들은 자신이 속한 조합을 통하여 한전의 저압 전자식 전력량계 입찰에 참여한 사실이 인정되기는 한다. 그러나 이 사건 각 조합은 물량 배분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었을 뿐이고, 2009년 공동행위 당시에도 관련 경쟁 사업자들 사이에 전체적으로 물량 배분 등이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이 사건 각 조합이 설립된 이후 이 사건 공동행위의 구성원과 합의의 태양이 본질적으로 변경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⑤ 원고 등 11개 사업자가 2009년 3월경부터 10월경까지 사이에 28건의 한전 입찰에 참여하지 않기로 합의하여 이를 실행한 사실이 인정되기는 한다. 그러나 이는 위 사업자들이 시설 투자를 하여 생산하기 시작한 저압 전자식 전력량계가 아닌 저가의 경제형 저압 전자식 전력량계 체제로 변경을 시도하는 한전 정책에 반발하고자 한 것으로서, 초기 투자금의 손실을 회피하고 안정적인 생산물량을 확보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비롯된 종전 공동행위의 목적이나 실질이 변경된 것은 아니다. 원고가 내세우는 사정만을 들어 2009년의 단체 유찰 합의와 2008년과 2009년의 물량 배분 합의 사이에 실행행위의 중단이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

다. 과징금납부명령의 위법 여부

1) 원고 주장의 요지

이 사건 과징금납부명령에는 아래와 같이 비례의 원칙을 위반하는 등 피고의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

가) 이 사건 공동행위는 전체 시장 수요의 약 90%를 차지하는 한전의 영향력에 대응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주로 중소기업들에게 최소한의 물량을 확보하여 주기 위한 목적으로 행하여진 것으로, 공동행위로 인한 경쟁질서 저해 정도가 크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피고가 이 사건 공동행위의 중대성 정도를 '중대한 위반행위'가 아닌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로 판단한 것은 잘못이다.

나) 피고는 기계식 전력량계 시장 관련 공동행위에 대하여 5%의 부과기준율을 적용한 것과 달리 이 사건 공동행위에 대하여는 7%의 부과기준율을 적용하였다. 이 사건 공동행위는 1993년경부터 기계식 전력량계 시장에서 발생한 부당 공동행위에 참여하던 사업자들 중 전자식 전력량계 생산을 시작한 업체들에 의하여 2008년경 시작된 것으로, 기계식 전력량계 시장에서의 입찰 담합에 비해 기간이 훨씬 짧아 가벼운 공동행위라고 보아야 한다. 원고는 기존에 기계식 전력량계를 생산하지 않아 공동행위에 가담한 기간이 상대적으로 더 짧다. 이 사건 처분은 형평에 반하고 지나치게 가혹하다.

다) 원고는 이 사건 공동행위 중 2008년 물량 배분 합의와 2009년 단체 유찰 합의에 대하여 가담한 사실을 인정하였다. 피고는 이 사건 공동행위와 관련하여 일부 다른 조사협조자들에게는 조사협조 감경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원고에 대하여는 조사협조 감경을 하지 않아 부당하다.

2) 판단

가) 피고는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대하여 과징금을 부과할 것인지 여부와 과징금을 부과할 경우에 공정거래법령이 정하고 있는 일정한 범위 안에서 과징금의 액수를 구체적으로 얼마로 정할 것인지에 관하여 재량을 가진다. 다만 피고가 이러한 재량을 행사하면서 과징금 부과의 기초가 되는 사실을 잘못 판단하였거나 비례·평등의 원칙에 위배되는 등의 사유가 있다면 이는 재량권의 일탈·남용에 해당하여 위법하다(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2두17773 판결 등 참조). 한편 행정청이 재량행위를 함에 있어서 자신에게 부여된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다는 점에 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책임을 부담한다.

나) 앞서 인정한 사실과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가 내세우는 사정 및 제출된 증거만으로 이 사건 과징금납부명령에 관련 법령을 위반하거나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① 이 사건 공동행위는 입찰가격과 물량 배분에 관한 합의로서 이른바 경성담합에 해당할 뿐 아니라, 한전으로부터 입찰 자격을 얻은 사업자들이 대부분 참여함으로써 실질적인 가격경쟁을 현저히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하였음이 확인된다. 원고가 지적하는 사유만으로 이 사건 공동행위로 인하여 오히려 경쟁친화적 효과가 발생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사건 공동행위의 성격과 구체적인 합의 내용 및 실행방식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가 이 사건 공동행위를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로 판단한 조치는 타당하다.

② 이 사건 공동행위와 종전 기계식 전력량계에 관한 공동행위는 대상 품목, 입찰에 참여한 사업자 및 시장 상황 등이 다르다. 피고는 기계식 전력량계 공동행위의 경우 위반기간이 1993년부터 2010년까지로 최초 3년간의 부과기준율 상한이 1%였던 점, 전체 기간 중 약 3분의 2에 해당하는 기간 동안의 부과기준율 상한이 5%였던 점 등을 고려하여 위반행위 종기의 과징금 부과기준율을 전체 기간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과중하다는 이유로 예외적으로 부과기준율 5%를 적용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 달리 이 사건 공동행위의 위반 시기는 2008년 및 2009년으로 위와 같은 특수한 사정이 없다. 이에 의하면 피고가 다른 입찰 담합 사건과 유사한 수준에서 부과기준율 7%를 이 사건 공동행위에 적용한 것을 위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원고가 사업자들 중 많은 물량을 배분받는 대기업 그룹에 속하여 위반행위를 통하여 얻은 이익의 규모가 적지 않은 점과 원고가 담합 과정에서 수행한 역할 등을 감안할 때 이 사건 처분이 형평의 원칙에 반한다거나 원고에게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볼 수 없다.

③ 원고는 2009년 후반의 물량 배분 합의에는 가담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한편 2008년 물량 배분 합의에 대해서는 가담하기는 하였으나 처분시효가 이미 완성되었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는바, 기록상 나타나는 피고의 조사 과정 및 원고 측의 진술 태도 등을 살펴볼 때 원고가 피고의 조사 단계부터 심리 종결시까지 일관되게 행위사실을 인정하면서 위법성 판단에 도움이 되는 자료를 제출하거나 진술을 하는 등 조사에 적극 협력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여러 정황 등에 의하면 피고가 조사에 협력한 시기, 조사협조의 태도 및 위법성 입증에 도움이 되는 정도, 협조의 자발성 등을 고려하여 사업자별로 차등을 두어 조사협조 감경의 인정 여부 및 비율 등을 정한 것으로 보일 뿐이며, 원고에 대하여 부당하게 과징금을 감경하지 않았다고 볼 수는 없다.

3.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김광태

판사 손철우

판사 윤정근

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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