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양청구사건][하집1989(3),530]
미합중국 국적을 가진 양친이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양자를 유기한 채 행방을 감추어버린 경우 그들 사이의 파양심판에 관하여 적용할 준거법
미합중국의 경우 통상 입양의 요건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입양을 계기로 양자와 친생부모와의 친자관계를 소멸시키는 대신 양친자관계만을 존속시키며 따로 파양제도를 두고 있지 아니하므로 미합중국 국적을 가진 양친 갑과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양자 을 사이에 입양이 이루어졌다면 그들 사이의 양친자관계는 영속된다 할 것이나 위 갑이 입양 후 위 을을 유기한 채 행방을 감추어버리고 위 을은 생모의 보호아래 양육되고 있다면 그와 같이 허울만 남은 양친자관계를 존속시키는 것은 우리나라의 공서양속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할 것이므로 위 갑과 을 사이의 파양심판에 관한 준거법은 우리나라 민법으로 봄이 상당하다.
섭외사법 제21조 , 제5조 , 민법 제905조 제5호
청구인
피청구인
1. 청구인과 피청구인은 파양한다.
2. 심판비용은 피청구인이 부담한다.
주문과 같다.
공문서이므로 각 진정성립이 추정되는 갑 제1호중의 1,2(각 호적등본)의 기재에 증인 청구외 1의 증언 및 심리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미합중국 국적의 루이주아나주 시민인 피청구인이 1976.9.13. 우리나라 국민인 청구인을 우리나라의 법률에 따라 입양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위 갑제1호증의 1 상에는 피청구인을 루이아나주의 시민인 것으로 표기하고 있으나 이는 루이아나주의 오기로 보인다).
그런데 우리나라 국적을 가진 청구인이 미합중국 국적을 가진 피청구인을 상대로 제기한 이 사건 파양심판청구는 이른바 섭외적 법률관계에 속한 사건이라 할 것이므로 먼저 이 사건에 적용될 준거법 관하여 보건대, 섭외사법 제21조 제2항 에 규정한 바에 의하면 파양은 양친의 본국법에 의하도록 되어 있어 이 사건 파양심판은 양친인 피청구인의 본국법인 미합중국의 법률에 따라야 할 것이고 특히 미합중국은 지방에 따라 법이 상이한 국가이므로 섭외사법 제2조 제3항 에 의하여 피청구인이 속하는 루이아나주의 법률이 적용되어야 할 것이나, 한편 미합중국의 경우 지방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통상 입양의 요건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대신 입양을 계기로 양자와 친생부모와의 친자관계를 소멸시키고 양친자관계만을 존속시키므로 따로 파양제도를 두지 아니하고 있고 이와 같은 태도는 피청구인이 속하는 루이아나주에서도 동일하다고 보여지는바, 루이아나주의 법률에 따르는 한 청구인과 피청구인은 파양할 수 없으므로 양친자관계가 영속된다 할 것인데, 뒤에 보는 바와 같이 양친인 피청구인이 양자인 청구인을 유기한 행방을 감추어버리고 청구인은 생모인 청구외 1의 보호아래 양육되고 있는 이 사건의 경우 이미 허울만 남은 양친자관계를 존속시키는 것은 우리나라의 공서양속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할 것이므로 섭외사법 제5조 의 규정에 따라 루이아나주의 법률을 적용하지 아니하고 파양의 준거법으로 우리나라 민법을 적용하기로 한다.
나아가 파양사유의 유무에 관하여 살피건대, 위 갑 제1호증의 1,2와 공문서이므로 그 진정성립이 추정되는 갑 제2호증(주민등록표등본)의 각 기재에 증인 청구외 1의 증언 및 심리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피청구인은 청구인을 입양할 당시 주한미군으로 국내에 주둔하고 있으면서 청구인의 생모인 청구외 1에게 청구인을 입양하여 미국에 데리고 가겠다고 제의하여 청구외 1의 동의로 입양이 이루어지게 되었으나 피청구인은 약 2년후인 1987.경 청구외 1과 청구인에게 일체 알리지 아니하고 행방을 감춘 이후 지금까지 아무런 소식이 없는 사실 및 청구외 1이 계속 청구인을 보호, 양육하고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위 인정사실은 민법 제905조 제5호 에 정한 재판상 파양사유에 해당한다 할 것이므로 이를 이유로 한 청구인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정당하여 이를 인용하고 심판비용은 피청구인의 부담으로 하여 주문과 같이 심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