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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2. 10. 27. 선고 92다4550 판결

[출입방해금지등가처분][공1992.12.15.(934),3255]

판시사항

백화점 내의 임대점포에 관하여 임대인이 임차인의 휴점금지 및 입주시기에 관한 약정 위반을 이유로 임대차계약을 해지한 것이 정의와 형평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부적법하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백화점 내의 임대점포에 관하여 임대인이 임차인의 휴점금지 및 입주시기에 관한 약정 위반을 이유로 임대차계약을 해지한 것이 정의와 형평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부적법하다고 본 사례.

신청인, 상고인

신청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조경근

피신청인, 피상고인

그랜드산업개발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재성

주문

원심판결 중 신청인의 패소부분을 파기한다.

이 부분에 관하여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신청인소송대리인의 상고이유에 대하여(상고이유서제출기간이 지난 뒤에 제출된 보충상고이유서에 기재된 보충상고이유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한도 내에서) 판단한다.

1. 원심은, 신청인이 1984.6.12. 피신청인으로부터 그 소유의 그랜드백화점 1층에 있는 이 사건 점포(46.314㎡)를 임차보증금 84,060,000원, 임차기간 10년으로 정하여 임차하고 이를 신청외 1에게 전대하여 영업하게 하였는데, 피신청인이 1988.4.20.경 위 신청외 1에게 점포의 위치를 4층으로 옮기게 하고 이 사건 점포는 피신청인이 위 신청외 1로부터 명도받아 직접 영업을 개시하자, 신청인은 이에 불복하여 피신청인을 상대로 이 사건 점포에 대한 명도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승소하였고, 이에 피신청인은 1990.9.13.경 이 사건 점포를 다시 신청인에게 명도하여 신청인이 이를 점유하고 있는 사실, 위 점포임대차계약상 임차인인 신청인은 임대인인 피신청인의 승락 없이 단 1일이라도 휴점을 해서는 아니되고 부득이한 사정으로 휴업을 할 경우에는 3일전에 서면으로 피신청인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또 신청인은 피신청인이 지정한 기일까지 반드시 위 점포에 입주하여 영업을 개시하여야 하고 신청인이 이를 위반하였을 경우 피신청인은 최고 없이 위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상호 약정한 사실, 신청인은 위와 같이 이 사건 점포를 다시 명도받은 이후 피신청인으로부터 수차에 걸쳐 이 사건 점포에 입주하여 영업을 개시할 것을 최고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입주준비를 하는 데 시간이 소요된다는 이유만으로 1개월 반 이상이나 영업을 하지 않고 위 점포를 비워두자 피신청인이 1990.11.1. 신청인에게 위 휴점금지 및 입주시기에 관한 약정위반을 이유로 위 임대차계약의 해지를 통보하였고 위 해지통보는 그 무렵 신청인에게 도달된 사실 등을 인정하고, 이어서 신청인이 이 사건 점포를 다시 명도받고도 위 해지통고를 받기까지 이 사건 점포에 바로 입주하여 영업을 하지 못한 것이 대부분 피신청인측의 방해로 인한 것이거나 부득이한 사정으로 인한 것이라는 신청인의 주장에 부합하는 증거들을 배척한 다음, 신청인과 피신청인 사이의 위 임대차계약은 1990.11.1.경 피신청인의 해지통고로 적법하게 해지되었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점포에 대한 임차권을 피보전권리로 한 신청인의 주위적 신청을 배척하고 있다.

2. 그러나, 원심도 인정하고 있는 바와 같이, 신청인이 이 사건 점포를 타인에게 전대하고 있다가, 그 전차인으로부터 이 사건 점포를 명도받은 피신청인을 상대로 명도청구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함으로써 이 사건 점포를 다시 명도받은 것이, 당초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때로부터 무려 6년 3개월 남짓 뒤의 일로서, 그 동안 신청인이 이 사건 점포에서 영업을 한 바가 없었다면, 신청인이 이 사건 점포를 다시 명도받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점포에서 영업을 개시하기 위하여는 상당한 준비기간이 필요하리라는 것은 거래의 실정과 우리의 경험칙에 비추어 명백하다.

더욱이 원심이 증거로 채용한 소갑 제1호증(임대차계약서)·소갑 제25호증(증인 신청외 2의 신문조서)의 각 기재 및 제1심증인 신청외 3의 증언과 원심이 배척하지 아니한 성립에 다툼이 없는 소을 제5호증의 3 내지 6(각 사진)의 영상을 종합하여 보면, 신청인과 피신청인 사이에 체결된 점포 임대차계약에서 약정된 임대업종 및 취급품목은 귀금속인데, 피신청인은 이 사건 점포를 신청인에게 다시 명도할 때까지 가방 등을 취급하는 매장으로 사용하고 있었으므로, 신청인이 이 사건 점포를 다시 임대차계약에서 약정된 귀금속매장으로 사용하려면 진열장과 조명 등을 새로 설치하는 등의 설비공사를 먼저 하여야 하는 실정이었음을 엿볼 수 있고, 실제로 신청인은 피신청인이 위 임대차계약의 해지통고를 하기 전에 신청외인에게 진열장의 제작을 주문하여 1990.9.15. 이 사건 점포에 반입하는 등 영업을 개시하기 위한 준비를 하여 왔음을 알 수 있는바, 그렇다면 적어도 신청인이 이 사건 점포에서 귀금속을 취급하는 영업을 개시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상당한 준비기간이 지나기까지는, 신청인이 영업을 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점포의 임차인이 일단 영업을 개시하였다가 하던 영업을 얼마 동안 하지 않고 쉬는 휴점의 경우와 같이 취급하거나, 피신청인이 일방적으로 신청인이 영업을 개시하여야 할 시기로 지정할 때까지 신청인이 영업을 개시하지 아니한 것을 이유로 삼아, 피신청인이 위 임대차계약을 해지하는 것을 허용할 수는 없다고 보는 것이 정의와 형평의 관념에 합치된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이 사건 점포와 같은 백화점 내에 귀금속매장을 설치하기 위하여 필요한 설비공사를 하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등을 밝혀 보아, 신청인이 귀금속을 취급하는 영업을 개시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데에 보통 어느 정도의 기간이 소요되는지를 심리한 다음, 과연 신청인이 영업을 개시하여야 할 시기로 피신청인이 지정한 날이 위와 같은 영업개시의 준비기간을 충분히 감안한 것이었는지, 위와 같은 영업개시의 준비기간이 지난 뒤에도 신청인이 영업을 개시하지 아니한 것인지의 여부 등을 가려보았어야 할 것이다.

3. 또 원심이 증거로 채용한 위 소갑 제25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신청인이 1990.9.20.경 이 사건 점포에 반입하였던 진열장이 귀금속매장에 맞지 않게 잘못 만들어졌다는 이유로 새로운 진열장과 교체하기 위하여 이를 반출하려고 피신청인측의 승인을 요구하자, 피신청인 회사의 총무과장인 신청외 2가 “미흡하더라도 영업을 하다가 서서히 바꾸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말하면서 결재를 하여 주지 않았고, 그 뒤에도 신청인과 피신청인 회사의 잡화과장인 신청외 4가 위 진열장의 반출때문에 말다툼을 하다가 신청인의 신고로 강남경찰서 보안과에 함께 가서 즉결심판까지 받은 일이 있음을 알 수 있는바, 피신청인이 정한 그랜드백화점의 관리규정에 백화점 내의 물건은 피신청인의 승인을 얻어야만 반출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규정의 취지는 백화점의 관리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피신청인이 백화점 내에 있는 물건의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할 것이므로, 신청인이 위 진열장의 반출에 대한 피신청인의 승인을 요구하였다면 피신청인으로서는 즉시 반출될 물건을 확인한 다음 반출을 승인하여 줄 의무가 있을 뿐이고, 위 신청외 2가 신청인에게 하였다는 권유의 정도를 넘어서 피신청인에게 반출승인 여부에 관한 재량권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니, 피신청인이 위와 같이 반출승인을 미룸으로써 진열장의 반출을 지연시킨 행위는 신청인의 영업개시의 준비에 대한 방해행위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4.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신청인이 이 사건 점포에서 귀금속을 취급하는 영업을 개시하기에 필요한 준비기간에 대하여 심리하여 보지도 아니하였음은 물론, 위 소갑 제25호증을 배척하지도 아니한 채 피신청인측이 신청인의 영업개시의 준비를 방해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점포의 임대차계약이 피신청인의 해지통고로 적법하게 해지되었다는 피신청인의 주장을 받아들이고 말았으니, 원심판결에는 임대차계약의 해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심리를 제대로 하지 아니하였거나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한 위법이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고, 이와 같은 위법은 판결에 영향을 미친 것임이 분명하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가 있다.

5.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신청인의 패소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에 관하여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윤관(재판장) 최재호 김주한 김용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