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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방법원 2019.12.20. 선고 2019고합313 판결

준강간

사건

2019고합313 준강간

피고인

A

검사

이주희(기소), 정희선(공판)

변호인

변호사 이종인(국선)

판결선고

2019. 12. 20.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마사지업소를 운영하던 사람이고, 피해자 B(여, 33세, 가명)은 피고인 운영의 업소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던 사람이다.

피고인은 2018. 10. 5. 20:00경 대전 서구 갈마동에 있는 주점에서 피해자 및 C과 함께 술을 마시고, 다음 날 00:00경 대전 서구 D빌라 E호에 있는 피고인의 집으로 자리를 옮겨 그곳 거실에서 3명이 함께 술을 마시다가 그곳 소파에서 잠이 든 피해자의 바지와 팬티를 벗긴 후 피해자의 등 뒤로 올라타 피해자의 음부에 피고인의 성기를 삽입하여 피해자를 간음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의 심신상실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하였다.

2. 판단

이 사건 공소사실에 관한 증거는 실질적으로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데,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피해자의 진술만으로는 이 사건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가. 피해자는 자신의 성기에 뭔가가 들어오는 느낌이 들어 잠이 깨 뒤돌아보니 피고인이 자신을 간음하고 있었다는 취지로 일관하여 진술하고 있다. 그러나 피해자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해자는 피고인의 성기가 자신의 성기에 삽입하는 것을 직접 본 것은 아니고 그런 느낌만 받았을 뿐이다.

나. 특히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피해자의 진술이 실제로 경험한 사실에 대한 기억에 따른 것인지 확신하기 어렵다.

1) 우선 피해자의 기억은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못하고 단편적으로 끊겨져 있다. 피해자는 피고인의 집에서 피고인 등과 함께 술을 마시다가 소파에서 잠이 든 과정을 거의 다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그 후 피해자는 소파에서 잠이 깨 피고인의 간음을 확인하고 피고인을 밀치면서 건드리지 말라고 말했다고 하는데, 그 후 피고인이 어떻게 해서 피해자의 바지와 속옷을 입혀 주고 단추까지 채워 주게 된 것인지 그 과정과 경위에 대한 설명이 없다. 또 피해자는 그러고 나서 잠시 화장실에 들렀다가 울면서 화장실을 나와 그대로 피고인의 집을 나왔다고 하는데, 피해자는 그렇게 피고인의 집을 나온 이후부터 택시를 타고 피해자의 집에 돌아온 과정도 단편적으로밖에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잠이 깨기 전까지의 상황은 술에 취한 결과로 이해할 수 있지만, 피고인으로부터 간음을 당하는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한 이후의 상황과 경위에 대해서까지 여전히 기억이 단편적으로 끊기고 있는 것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2) 피해자의 진술에는 세부 상황에 대한 묘사가 풍부하지 않거나 어색한 부분이 있다. 피해자는 누군가 성기를 삽입하는 느낌에 잠이 깬 다음 몸을 틀어 돌아보니 피고인이 있어 피고인의 몸을 밀치면서 건들이지 말라고 말했다고 진술하였다. 그런데, 피해자는 몸을 돌려 피고인의 몸을 밀치기까지 했는데도 당시 피고인이 바지 등 하의를 벗고 있었는지 입고 있었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피해자는 자신의 바지와 하의 속옷이 얼마나 벗겨져 있었는지도 직접 확인한 것이 아니라 나중에 피고인이 피해자의 옷을 위로 올려 입혀 줄 때의 느낌으로 그렇게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피고인이 어떻게 해서 피해자의 바지와 속옷을 다시 입혀주었는지 그 경위와 과정에 대해서도 피해자의 설명이 빈약하고, 당시 피해자는 피고인이 바지와 속옷을 입혀 줄 때 그냥 순순히 누워 있었다는 것인지 등과 같이 그에 대한 피해자의 반응과 심리상태에 대한 진술도 거의 없다. 또 당시 피해자는 왜 피고인이 옷을 입혀 줄 때까지 옷을 입지 않고 있었는지에 대한 설명도 없다. 그러고 나서 피해자가 화장실에 들어가게 된 경위 및 그 후 피해자가 화장실에서 나와 피고인의 집을 나가는 경위에 대한 피해자의 진술 내용도 중간에 한번 피고인이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오려고 했다는 것 외에는 화장실에 들어가 잠시 앉아 생각하다가 울면서 화장실을 나와 그대로 피고인의 집을 나왔다는 것뿐이다. 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진술에 의하면 결국 피해자는 처음 피고인의 간음을 확인하고도 피고인의 몸을 밀치면서 건드리지 말라고 한 것 외에는 그 후 피고인의 집을 나올 때까지 피고인에게 아무런 말도 안 했다는 것이고, 잠든 피해자를 몰래 간음하다. 피해자에게 들킨 피고인마저도 그동안 피해자에게 아무 말도 안 했다는 것인데, 이는 좀처럼 자연스럽지 못하다. 심지어 피해자는 그때인지 다른 때인지는 정확하지 않다고 하면서도 당시 피고인이 집에 들어가면 연락하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도 진술했는데, 피해자를 몰래 간음하다 들킨 피고인이 울면서 집을 뛰쳐나가는 피해자에게 무사히 귀가했다는 확인 연락을 하라고 했을 리는 없다.

3) 피해자는 피해를 당했다는 날의 그 다음날인 2018. 10. 7.(일) 11:23경 카카오톡 메신저로 피고인에게 "저 어제 아무 일 없었나요?"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을 시작으로 같은 날 21:49경까지 피고인과 장시간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는데, 당시 피해자는 전날 새벽에 피고인이 뒤에서 피해자를 간음한 기억이 너무 생생하다고 하면서도 "어제 뭔가 안 좋은 기억이 자꾸 떠오르는데 꿈 꾼 건지", "제 기억엔 이상한 기억이 있는데, 꿈인가 하는데, 너무 생생해서...", "제 속옷이랑 바지가 벗겨진 기억은 왜 있는 건지 모르겠네요", "집에 오다 성폭행이라도 당한 건가...뭔가 기억이 너무 생생한데...", "오다 성폭행 당했나...집 와서 옷 갈아입고 잘 잤는데...산부인과 가봐야 되려나요? 경찰서 가야 되나? 택시기사가 성폭행 했나... 느낌이 너무 이상해서...어떻게 하는 게 좋을 까요.", "느낌이 이상해서 깼는데, 실장님이 뒤에서 저한테 하고 있었던 기억. 그래서 제가 건들지 말라고 그러고 제 속옷이랑 바지 입힌 기억. 전 왜 이런 기억이 남아 있는지", "실장님이 저한테 그랬나 이러고 있었어요, 오해라면 죄송해요. 근데 기억이", "꿈인 건지", "제가 왜 이런 기억이 있는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하루 종일 머리 속이 복잡했네요", "오해했다면 죄송해요. 기억이 너무 생생하게 안 좋아서", "저도 모르겠네요. 왜 그런 기억이 있는 건지"라며 여러 번에 걸쳐 피고인으로부터 간음을 당한 듯한 기억이 꿈인지 사실인지 잘 모르겠다고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피해자는 그 무렵 F에게 연락하여 자신의 기억을 전할 때에도 "꿈인 건지 머리가 아프다"고 말했다고 피고인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스스로 언급하였다. 그 후에도 피해자는 그 다음날인 2018. 10. 8.(월) 06:26경 다시 피고인에게 카카오톡 메신저로 "아무리 생각해 봐도 꿈이라고 하기엔 너무 아닌 거 같다"면서 "솔직하게 말해 달라"고 하고서는 정작 그 후 2018. 10. 12.(금) 밤에 피고인을 만날 때까지는 더 이상 피고인에게 자신의 기억을 언급하거나 추궁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카카오톡 메신저 대화에서 드러난 피해자의 모습은 스스로도 자신의 기억이 실제 경험에 의한 것인지 좀처럼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4) 피해자는 이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당시 피고인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확신하고 있었다고 진술하면서도 피고인이 이번에도 피해자가 당시 상황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생각할까봐 혹은 피고인이 뭐라고 얘기할지 보기 위해서 위와 같은 메시, 지를 보냈다는 취지로 설명하였으나, 이러한 피해자의 설명은 납득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피해자의 진술에 의하면 피해자는 이미 피고인이 소파에 잠든 피해자를 뒤에서 간음할 때 뒤돌아 피고인의 얼굴을 정확히 봤고 피고인의 몸을 밀치면서 건드리지 말라고 분명히 말하기도 하는 등 피고인이 자신을 간음했다고 확신하고 있었는데, 그런 피해자가 왜 피고인이 뭐라고 얘기할지 혹은 피고인이 어떻게 나올지 알아보거나 떠보려고 했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더구나 피해자의 진술에 의하면 그 전에도 피고인과 함께 술을 먹다 기억이 끊긴 사이 혹시 피고인이 자신을 성폭행했을지 모른다고 의심하던 피해자가 이번에도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것처럼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자체가 오히려 피고인으로부터 자백과 사과를 이끌어내는 데 큰 지장을 줄 것이 명백히 예상되는데도 피해자가 처음부터 자신의 기억을 확신하지 못하는 모습을 피고인에게 보였다는 것은 좀처럼 납득하기 어렵다. 피해자는 이 법정에서 이를 제대로 해명하지 못하였다. 오히려 앞에서 자세히 본 바와 같이 피해자가 피고인과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에 나타난 피해자는 피고인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이 자신을 간음했다는 의심을 거두지 않으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피고인이 자신을 간음했다고 확신하고 있지도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일 뿐이다.

5) 피해자의 진술에 의하면, 피해자는 피해를 당한 후 약 1주일이 되는 2018. 10. 13.(토) 새벽에 피고인으로부터 자신이 실수했다는 취지의 자백을 받고서야 비로소 경찰에 신고하였을 뿐, 그동안 경찰에 피해를 신고한 적이 없었다. 이는 간음을 당하는 도중에 잠이 깨 피고인이 자신을 간음하고 있음을 정확히 목격하여 피고인이 자신을 간음했다고 확신하고 있던 피해자의 모습으로 보기 어렵다. 또한 피해자가 피고인과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에 의하면, 피해자는 당시 입었던 속옷도 그대로 보관하고 있었다는 것인데, 그 속옷을 경찰에 제출했는지 여부나 그 속옷에 대한 피고인의 DNA 검출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심지어 피해자는 피해를 당한 다음 날인 2018. 10. 7.(일) 피고인으로부터 성폭행 흔적을 찾기 위해 산부인과에 빨리 가보라는 조언을 듣고도 산부인과 병원을 가지 않았다. 특히 피해자는 2018. 10. 7.(일) 저녁에 피고인에게 "저 지금 몸 상태가 너무 안 좋아요. 내일 사우나 좀 가고 병원 가서 영양제 한 대 맞고 화요일에 출근할게요"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 마치 다음날 병원에 갈 것처럼 말하고도 병원에 가지 않거나 병원에 갔더라도 산부인과 진료를 받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의 진술에 의하면, 피해자는 피해를 당한 때로부터 이미 며칠이 지난 2018. 10. 10.(수)에서야 비로소 G병원을 방문하였고, 그것도 수면제 성분이 검출될 수 있는지만 단순히 문의해 보았다는 것뿐이다. 만일 피해자가 피고인으로부터 간음을 당했다고 확신하고 있었다면 당일 또는 피고인으로부터 산부인과에 가보라는 조언을 들은 2018. 10. 7.(일) 혹은 그 다음날이라도 병원을 방문하여 질 등 신체 부위에 성폭행 흔적이 남아 있는지 검사를 받거나, 곧바로 경찰에 신고하여 피해자의 신체나 속옷에서 피고인의 DNA가 발견되는지 여부에 대한 검사를 통해 진실을 손쉽게 규명할 수 있었을 것인데, 정작 피해자는 당시 인터넷을 통해 성폭행을 당했을 때 취해야 할 조치들을 검색해 보았다고 하면서도 그런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았다. 이러한 피해자의 행동은 당시 피해자는 피고인이 자신을 간음한 것은 아닌지 의심만 하고 있었을 뿐, 여전히 확신하지는 못하고 있었기 때문으로밖에 이해할 수 없다.

6) 피해자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해자는 2018. 10. 9.(화), 10. 11.(목), 10. 12.(금) 최소 3일을 피고인이 운영하는 업소에 출근하여 이상 없이 근무하였다. 피해자는 검찰 조사에서 당시 피고인으로부터 사과를 받기 위해 출근했다고 진술하면서도 정작 출근해서 피고인에게 그런 얘기를 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하였다. 피고인의 신원을 정확히 파악해 보려는 의도도 있었다는 피해자의 법정진술 또한 당시 피해자는 이미 피고인과 카카오톡 대화가 가능한 연락처를 갖고 있었고 그 연락처로 피고인과 이미 상당한 대화를 나눈 상황이었으며 피고인의 집과 업소의 위치도 알고 있었고 피고인의 얼굴도 알고 있었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그대로 납득하기 어렵다. 심지어 피해자는 이 법정에서 곧바로 신고하지 않고 며칠 동안 출근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대해 "신고를 해야겠다는 생각 자체를 못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인터넷을 통해 성폭행을 당했을 때의 조치에 대해서까지 알아보았던 피해자가 만일 실제로 피고인이 자신을 간음했다고 확신하고 있었다면 왜 신고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는 것인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이러한 피해자의 모습은 자신의 단편적인 기억을 피해자 본인도 확신하지 못하였기 때문으로밖에 이해할 수 없다.

7) 피해자의 진술에 의하면, 피해자는 2018. 8. 초경 피고인과 처음 술을 먹은 날 피고인의 집에 들러 피고인이 타 주는 연유커피를 먹고 나서부터 다음날 점심때쯤 깨어날 때까지 기억이 전혀 없어 그 사이에 피고인이 자신을 성폭행했을지 모른다고 의심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이번에도 피해자는 피고인과 술을 먹다 기억이 끊긴 후 자신도 꿈인지 실제인지 확신할 수 없었던 어떤 상황들에 대한 단편적인 기억이 떠오르자, 과거의 경험과 의심이 결합하여 이번에도 자신이 잠든 사이에 피고인이 자신을 성폭행했을지 모른다는 강한 의심을 갖게 되고, 그러한 상황에서 며칠 전인 2018. 10. 12.경 피고인과 함께 술을 마신 후 뒤늦게 찾아온 F이 피고인이 타 준 연유커피를 먹고 나서부터 갑자기 졸려하면서 잠이 들었던 것을 기억해 낸 다음 F에게 당시 상황을 물어보고 F로부터 당시에도 피고인이 잠든 F의 가슴을 만지는 등 F을 성폭행하려고 했었다는 얘기를 듣게 되자, 기존에 갖고 있던 의심이 확신에 이를 정도로 강해져 자신의 단편적인 기억이 진실이라고 확신하기에 이르렀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러한 과거의 비슷한 경험에 관한 피해자의 추측과 의심 및 F로부터 전해들은 얘기는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켜 충분히 피해자의 기억을 왜곡하거나 특정한 방향으로 유도하는 등의 영향을 미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다. 피해자는 2018. 10. 13.(토) 새벽 피고인이 "실수했다. 잘못했다. 미안하다"고 성폭행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하였다고 일관하여 진술하였고, 그날 새벽 06:12부터 06:34까지 피해자가 피고인과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에도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러나 피고인은 당시 피해자가 술에 취해 계속 울면서 성폭행 사실을 인정하라고 요구하기에 사장으로서 피해자가 그동안 오해로 계속 힘들어하는지 몰라줘서 미안하다는 취지로 말했을 뿐, 성폭행 사실을 인정하거나 사과한 적은 없다고 일관하여 주장하고 있고, 그 무렵 피고인이 피해자과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에도 피고인의 그런 입장이 그대로 담겨 있다. 그런데 피해자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이 뭘 어떻게 잘못했다는 것인지 그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 있지 않아 피고인이 당시 정확히 어떤 말을 했는지 알기 어렵고, 그 발언 경위도 상세하게 알기 어렵다. 피해자의 진술에 의하면 당시 피해자는 이 사건이 있었던 날 말고 처음 피고인과 함께 술을 먹고 기억이 끊겼던 날에 대해서도 추궁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에 더하여 피해자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은 주점 밖에서 피해자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였으나 주점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이를 번복하였다는 것이고,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피해자에게 "이따 술 깨고 다시 얘기하자"는 말도 했다는 것이다. 나아가 그동안 1주일 가까이 피해자의 의심이 전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던 피고인이 왜 그날 갑자기 성폭행 사실을 인정하였다.는 것인지도 의문이다. 이러한 점들에 비추어 보면, 당시 피고인은 피고인의 주장대로 자신에 대한 일방적인 오해에 극도로 집착한 나머지 주점에서 울고 불면서 잘못을 인정하라고 계속 요구하는 피해자를 진정시키기 위해 무조건 잘못했다거나 미안하다는 취지의 말을 했을 수 있고 피해자는 이를 피고인이 성폭행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이해하였을 수도 있으며, 그래서 피고인은 주점 안에서 피해자의 잘못된 이해를 바로잡으려고 하였고, 이를 피해자는 피고인이 진술을 번복하는 것으로 이해했을 수도 있다. 따라서 피해자의 진술만으로는 피고인이 실제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인정하는 자백 취지의 진술을 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진술에 담겨 있는 피고인의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이루어졌다고 보기도 어려워 이를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도 없다.

라. 피해자는 엉덩이 위쪽에 멍 자국을 발견했는데 이는 피고인이 소파에 엎드려 누워 있던 피해자의 뒤에서 피해자를 간음할 때 피해자의 엉덩이 위쪽을 눌러 생긴 자국이라고 주장하면서 그 사진을 수사기관에 제출하였다. 그러나 우선 그 사진이 피해자의 주장대로 2018. 10. 8.(월) 촬영하였음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없는데다 그 사진의 영상만으로는 그것이 피해자의 신체를 촬영한 것인지조차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진술과 달리 그 사진에서는 피해자라고 하는 사람의 엉덩이 위쪽 부위에 희미한 자국이 하나 남아 있는 것만 확인할 수 있을 뿐인데, 그 자국의 위치도 피해자의 주장처럼 누군가 피해자 뒤에서 양 손으로 피해자의 엉덩이 부근을 짚거나 잡았을 때처럼 엉덩이 위쪽에서 양 옆으로 벌린 위치인지, 아니면 엉덩이 위쪽의 가운데 부분인지도 가늠하기 어렵다. 나아가 이러한 점을 모두 차치하더라도 사진에 나타난 자국이 너무 희미해서 그것이 뭔가에 눌린 자국인지 살짝 긁힌 자국인지도 명확하지 않아 그것이 손가락에 눌린 멍 자국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마. 피고인에 대한 검찰 피의자신문조서에 의하면, 피고인에 대한 거짓말탐지기 조사에서 범행을 부인하는 피고인의 진술에 거짓 반응이 나온 반면, 피해자에 대한 거짓말 탐지기 조사에서는 진실 반응이 나온 것으로 보이나, 당시 피고인에 대하여 이루어진 거짓말탐지기 조사가 그 결과를 증거로 신뢰할 수 있을 만한 요건을 갖추었다고 볼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는 이상 함부로 이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유죄의 정황으로 삼을 수는 없다.

바. 피고인은 이 사건 다음날인 2018. 10. 7.(일) 피해자와 처음 카카오톡 메신저로 대화할 때부터 시작하여 수사기관을 거쳐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하여 "피해자 등과 함께 술을 먹던 중 피해자가 소파에서 잠이 들어 잠든 피해자를 안아 안방으로 옮겨 준 적이 있을 뿐, 피해자를 간음한 적이 없다"고 일관하여 변소하고 있다. 우선 당시 안방 침대에는 함께 술을 마시던 다른 여성이 자고 있었으므로 소파에 잠든 피해자를 안방으로 옮기려고 했다는 피고인의 변소는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 나아가 이러한 피고인의 변소와 피해자의 진술을 서로 비교해 보면, 피고인이 술에 취해 소파에 잠든 피해자를 억지로 안아서 안방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신체 접촉을 당시 피해자가 잠결에 성폭행과 같은 몹시 불쾌한 경험으로 잘못 인식하거나 기존에 갖고 있던 의심과 결합하여 성폭행에 관한 경험으로 잘못 기억해 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피고인은 피해자가 건드리지 말라고 한 것도 피고인이 소파에 잠든 피해자를 안방으로 옮기기 위해 뒤에서 안았을 때 한 말이라고 진술하고 있는데, 사실 "건드리지 말라"는 말은 뒤에서 자신을 간음하는 사람을 발견했을 때 하는 말보다는 술에 취해자는데 자꾸 귀찮게 하는 사람에게 잠결에 하는 말로 더 자연스러워 보인다. 더구나 피고인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성폭행을 의심하는 피해자에게 산부인과에 가면 성폭행 흔적을 찾을 수 있다면서 빨리 산부인과를 가보라고 조언하거나 속옷을 챙겨뒀다는 피해자에게 잘했다고 말하기도 하였다. 또한 피고인은 거짓말탐지기 조사 결과는 증거가 될 수 없다는 점을 잘 알면서도 수사기관의 거짓말탐지기 조사에 순순히 응하였고 자신의 무고함을 증명하기 위해 피해자에게도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하였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본문에 의하여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판사

재판장판사이창경

판사고영식

판사양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