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국)][미간행]
갑 지방자치단체가 시행하는 용역에 대한 입찰에서 을 주식회사가 1순위 입찰자, 병이 2순위 입찰자로 선정되었고, 갑 지방자치단체가 을 회사를 낙찰자로 결정하여 용역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이후 병이 을 회사가 입찰 참가자격에 없다는 이유로 무효를 주장하면서 갑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갑 지방자치단체에 기존 입찰절차를 속행하여 병에 대하여 적격심사를 할 의무가 있고 병이 이에 따른 적격심사를 통과하여 당연히 낙찰자로 결정되었을 것이 분명하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병을 낙찰자와 마찬가지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는데, 갑 지방자치단체에 기존 입찰절차를 속행하여 병에 대하여 적격심사를 할 의무가 있다거나, 병이 이를 통과하여 낙찰자로 결정될 것이 분명하다는 등의 사정이 보이지 않고, 낙찰자로 결정되지 않은 병과 갑 지방자치단체 사이에 본계약 체결 의무를 내용으로 하는 예약의 계약관계가 성립되었다고 인정할 수 없으므로, 병의 적격심사 통과를 본계약 체결의 정지조건으로 볼 수도 없는바, 갑 지방자치단체가 병에게 이행이익 상당의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는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남도 담당변호사 고재욱 외 3인)
곡성군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일이삼(123) 담당변호사 심재훈 외 2인)
광주지법 2018. 4. 18. 선고 2017나56048 판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피고는 2016. 2. 24. 곡성군 청사 별관 신축공사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이하 ‘이 사건 용역’이라 한다)에 관한 입찰을 위하여 사업수행능력 평가자료 제출안내 공고를 하였다. 위 공고에 의하면, 참가자격은 “공고일 전일 현재 전라남도에 주된 영업소를 두고 계약체결일까지 당해 자격을 유지한 업체”로 한정되고, 사업수행능력평가결과 취득점수 85.72점 이상인 업체를 가격입찰에 참여할 업체로 선정하며, 예상가격 이하로서 낙찰 하한율(86.745%) 이상 최저가격으로 입찰한 자 순으로 적격심사를 하여 종합평점 95점 이상을 얻은 자를 낙찰자로 결정하도록 되어 있다.
나. 피고는 2016. 3. 11. 위 사업수행능력 평가자료 제출안내 공고에 따라 입찰참가적격자로 선정된 원고, 주식회사 디토종합건축사사무소(이하 ‘디토’라 한다) 등 총 9개 업체에 대하여 이 사건 용역에 대한 지명경쟁입찰(이하 ‘이 사건 입찰’이라 한다)을 공고하였다. 위 공고는 입찰참가자격을 “사업수행능력 평가자료 제출안내 공고에 의거하여 사업수행능력 평가결과 입찰참가자격 적격자로 선정되어 입찰참가자격이 통지된 업체”로 명시하였다.
다. 원고와 디토 등은 이 사건 입찰에 참여하였는데, 개찰 결과 디토가 입찰금액 99,866,500원으로 1순위 입찰자, 원고가 입찰금액 100,330,820원으로 2순위 입찰자에 해당하였다.
라. 피고는 디토에 대한 적격심사를 거쳐 디토를 낙찰자로 결정하고 2016. 3. 22. 디토와 계약금액 99,866,500원, 계약기간 2016. 3. 22.부터 2016. 6. 19.까지로 정하여 이 사건 용역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였다.
마.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광주지방법원 2016카합50134호 로, 디토가 입찰참가자격이 없다는 이유로 낙찰자 지위를 정하는 가처분신청을 하였고, 위 법원은 2016. 5. 24. 담보제공을 조건으로 ‘이 사건 입찰에서 원고가 낙찰자의 지위에 있음을 임시로 정한다. 피고는 위 용역에 관하여 원고 이외의 자에게 계약을 이행하게 하여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가처분결정을 하였다. 이에 피고는 2016. 5. 27. 디토에게 위 가처분결정에 따라 이 사건 용역을 일시 정지할 것을 통보하였다.
바. 피고는 원고를 상대로 광주지방법원 2016카합371호 로 가처분취소신청을 하였고, 위 법원은 2016. 8. 30. 담보제공을 조건으로 위 가처분결정은 민사집행법 제307조 가 정하는 가처분을 취소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인정하여 이를 취소하는 결정을 하였다. 이에 피고는 2016. 9. 1. 디토에게 이 사건 용역의 일시 정지 해제를 통보하였다.
사. 디토는 2016. 9. 23. 피고에게 용역완료계를 제출하였고, 피고는 2016. 10. 18. 디토에게 용역대금을 모두 지급하였다.
2. 원심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1순위 입찰자인 디토가 전라남도에 실체가 있는 주된 영업소를 두고 있지 않아 이 사건 입찰 참가자격이 없으므로 디토에 대한 낙찰자결정과 용역계약 체결은 무효이다. 이에 따라 2순위 입찰자인 원고와 피고 사이에 적격심사 통과를 정지조건으로 한 낙찰자 선정 및 본계약 체결의무를 내용으로 한 예약의 계약관계가 성립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런데도 피고가 디토와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디토로 하여금 위 계약에 따른 의무를 모두 이행하도록 하여 원고가 이 사건 용역의 수행 업체로 선정될 기회를 박탈함으로써 원고의 정지조건 성취를 방해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채무불이행 및 불법행위를 이유로 이행이익 상당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3.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피고와 디토의 용역계약 체결 이후에야 디토의 입찰참가자격 유무가 문제된 이 사건에서, 원심의 판단대로 1순위 입찰자인 디토에게 이 사건 입찰 참가자격이 없어 그에 대한 낙찰자결정과 용역계약 체결이 무효라고 하더라도, 2순위 입찰자인 원고로서는 피고가 재입찰을 공고하는 경우에 재입찰에 참여하거나 피고가 종전 입찰절차를 속행할 경우에 적격심사를 통과하여 낙찰자로 결정될 수 있는 지위를 갖는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피고에게 기존 입찰절차를 속행하여 원고에 대하여 적격심사를 할 의무가 있고 원고가 이에 따른 적격심사를 통과하여 당연히 낙찰자로 결정되었을 것이 분명하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를 낙찰자와 마찬가지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 그런데 이 사건 기록에 나타난 사정만으로는 피고에게 기존 입찰절차를 속행하여 원고에 대하여 적격심사를 할 의무가 있다거나, 원고가 이를 통과하여 낙찰자로 결정될 것이 분명하다는 등의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낙찰자로 결정되지 않은 원고와 피고 사이에 본계약 체결 의무를 내용으로 하는 예약의 계약관계가 성립되었다고 인정할 수 없으므로, 원고의 적격심사 통과를 본계약 체결의 정지조건으로 볼 수도 없다. 결국 피고는 원고에게 이행이익 상당의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
그런데도 원심은 원고와 피고 사이에 정지조건부 예약의 계약관계가 성립하였음을 전제로 피고의 이행이익 상당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에 따른 입찰에 있어 예약의 성립 및 조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참조조문
-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제9조
-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39조 제4항
- 민법 제147조
- 민법 제390조
- 민법 제393조
본문참조판례
광주지방법원 2016카합50134호
광주지방법원 2016카합371호
본문참조조문
원심판결
- 광주지법 2018. 4. 18. 선고 2017나56048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