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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85. 5. 28. 선고 84다카697 판결

[신용장대금][집33(2)민,31;공1985.7.15.(756),896]

판시사항

서류의 불합치를 무시하고 신용장대금을 결제하여 온 은행의 계속적인 언동을 신뢰하고 같은 정도의 불일치가 있는 하환어음을 매입한 자에 대한 대금지급 거부와 신의칙

판결요지

수익자로부터 하환어음을 매입하여 그 소지인이 된 원고은행이 계속적으로 여러차례에 걸쳐 신용장조건과 일부 불합치한 서류를 신용장개설은행에게 제시하여 아무런 이의없이 신용장대금을 지급받아 왔다면, 원고로서는 위와 같은 불일치를 무시하고 신용장 대금을 결제하여 온 피고은행의 계속적인 언동을 신뢰하고 같은 정도의 불일치가 있는 이 사건 상업송장등 서류도 피고은행에 의하여 거부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하에서 이를 수익자로부터 매입하였다고 볼 것이므로 피고은행이 이 사건 신용장의 거래에서 유독 이와 같은 서류의 불합치를 이유로 원고에게 신용장대금의 지급을 거부한 것은 상대방의 신뢰와 이익을 전혀 배려하지 아니한 행위로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처사라 보지 않을 수 없다.

참조조문

하환신용장에관한통일규칙 제7조, 제8조, 제32조, 민법 제2조

원고, 상고인

한국외환은행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병호 외 2인

피고, 피상고인

주식회사충북은행 소송대리인 변호사 민병국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원고 소송대리인의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소외 라미실업주식회사가 일본 소재 소외 크라운주식회사로부터 프린트복지의 의장도안에 사용되는 스켓치 페이퍼를 수입하면서 피고은행에게 신용장의 개설의뢰를 하자, 피고은행은 1981.10.2경 위 크라운주식회사를 수익자로 하는 취소불능하환신용장 3매[신용장번호 ①(번호 1 생략), ②(번호 2 생략), ③(번호 3 생략)]를 개설하고, 아울러 위 신용장대금의 결제에 ① 수입자가 수취인을 원고은행 오사까지점, 지급인을 피고은행, 액면금액을 송장가액과 동액으로 하여 발행한 일람출급환어음, ② 수하인을 피고은행, 개설의뢰인을 통지처로 한 운임선불의 무고장 항공화물운송장, ③ 일본 오사까공항에서 김포공항까지 운임포함가격 1장당 미화 40달라, 일본국 원산의 스켓치 페이퍼 2,520장 전부에 대하여 서명된 상업송장(여기에는 선적시 포장면에 신용장번호를 표시했다는 수익자의 진술이 있어야 할 것을 특별지시 사항으로 하고 있다)과 포장명세서 각 3통을 항공화물운송장 발급후 10일내에 제시할 것 등을 조건으로 한 사실, 그런데 원고은행은 통지은행으로서 1981.10.3경 일본 오사까지점을 통하여 수익자인 위 크라운주식회사에 위 각 신용장내용을 통지하고, 그 달 7경 위 회사로부터 동 회사가 위 각 신용장에 따라 지급인을 피고은행, 수취인을 원고은행 오사까지점 또는 그 지시인으로 하여 각 발행한 액면 금 미화 100,800달러의 일람출급환어음 3매를 위 각 신용장에서 요구하는 상업송장, 포장명세서, 항공화물운송장 등과 함께 매입하여 그 소지인이 된 다음, 그달 12경 피고은행 서울지점에 위 각 신용장대금을 지급받기 위하여 위 각 환어음과 그 부속서류를 제시한 사실, 그러자 피고은행은 같은 날 위 각 상업송장에 개설의뢰인의 주소와 성명 및 상품명세가 신용장의 그것과 일치하지 아니하고 또 송장상의 서명이 고무스탬프에 의한 것인데다 환어음 및 항공화물운송장상의 그것과 불일치하여 사기로 생각되고, 상품원산지에 관한 송장상의 기재가 불명하며, 나아가 위 각 항공화물운송장에 발행운송인의 서명은 있으나 운송인 또는 그 대리인의 그것이 없으며 또 통지처의 기재가 불명하다는 등의 이유를 내세워 위 각 환어음과 그 부속서류의 인수 및 위 각 신용장대금의 지급을 거절한 사실, 그리고 위 신용장거래에는 국제상공회의소가 1974년에 개정, 공포한 신용장통일규칙을 적용하기로 한 사실 등은 당사자 사이에 다 툼이 없다고 한 후, 그 거시증거에 의하면 원고은행이 피고은행에 제시한 위 각 환어음 및 그 부속서류중 전시 각 신용장의 조건과 문면상 서로 일치하지 아니하는 점이 원심판결 첨부 별지 제2목록 기재와 같은 사실, 이에 따라 피고은행은 원고가 제출한 환어음 및 그 부속서류를 인수하지 아니하고 신용장대금의 지급을 거절하고 이어 위 서류들을 원고에게 반송한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는바,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가 위 각 신용장대금을 지급받기 위하여 피고에게 제시한 상업송장상의 상품명세와 원산지표시, 매도인 및 매수인의 주소와 성명, 포장명세서상의 상품규격과 송하인의 주소, 성명 및 항공화물운송장상의 통지처와 송하인의 주소와 성명 등의 기재가 위 각 신용장상의 그것과 문면상 서로 일치 하지 아니하여 전시 신용장통일규칙이 요구하고 있는 정도로 위 각 부속서류가 문면상 전시 신용장조건에 일치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원고의 이 사건 신용장대금 지급청구는 이유없다고 판단하였다.

2. 하환신용장에 의한 거래는 서류에 의한 거래이고 직접적인 상품의 거래가 아니므로 신용장거래는 그 기초가 된 상품의 매매계약과는 관계가 없는 전혀 별개의 거래로 취급되며 그 거래의 이행은 신용장에 기재된 조건과 형식상 엄격하게 합치함을 요한다. 따라서 신용장 발행은행은 개설의뢰인인 매수인을 대신하여 매도인에게 매매대금을 지급하는 지위에 있는 자로서 은행에 제시된 서류가 형식상 신용장조건과 엄격하게 합치하는지를 조사점검할 의무가 있고 이러한 의무를 다 함으로써 책임을 면하게 되는 것이다.

1974년에 개정된 하환신용장에 관한 통일규칙 및 관례(Uniform Customs and practice for Documentary Credits. 이하 통일규칙이라 약칭한다) 총칙 씨(C)항, 제7조 및 제8조의 각 규정은 위와 같은 취지를 명시하고 있으며, 특히 은행의 조사점검 의무에 관하여 제7조는 " 은행은 모든 서류가 문면상 신용장조건과 합치(in accordance with)하는지의 여부를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 (with reasonable care) 점검하여야 한다. 서류 상호간에 문면상 모순(inconsistent with)되는 것은 신용장조건과 합치되지 않는 것으로 본다" 고 규정하고 있다.

위에서 상당한 주의라 함은 상품거래에 관한 특수한 지식경험에 의함이 없이 은행원으로서의 일반적인 지식경험에 의하여 기울여야 할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주의를 가리키며 은행원은 이러한 주의를 가지고 신용장과 기타 서류에 기재된 문언을 형식적으로 엄격하게 해석하여 신용장조건과의 합치여부를 가려낼 의무가 있고 실질적인 심사의무는 없는 것이다.

특히 서류중 상업송장(Commercial invoice)은 매도인인 수익자가 매수인인 신용장개설의뢰인에게 공급하는 매매목적물의 상품명세서 겸 출하안내서와 같은 것으로서 그 상품이 매수인이 제시한 매수조건과 일치하는지의 여부를 가리는 주요한 자료이므로 통일규칙 제32조 씨(C)항은 상업송장의 상품명세에 관한 기재에 대하여 다른 서류의 상품명세에 관한 기재보다 엄격하게 신용장기재와 일치할 것을 요구하고 " 상업송장에 기재된 상품이 명세는 신용장의 명세와 일치(Correspond with)하여야 한다. 기타 서류의 상품명세는 신용장의 상품명세와 모순되지 않는(not inconsistent with) 일반용어로 기술하여도 무방하다" 고 규정하고 있는바, 위 규정에서는 통일규칙 제7조 전단에서 사용한 합치(accordance)라는 용어 대신에 일치(correspondence)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으나 이러한 용어의 차이만 가지고 곧 합치의 정도에 관한 개념의 외연에 차이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앞에서 본 신용장 거래의 성질과 은행의 서류점검 의무의 내용에 비추어 볼때 위 두 용어가 나타내는 합치의 의미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다만 서류가 신용장조건과 문언대로 엄격하게 합치하여야 한다고 하여 자구하나도 틀리지 않게 완전히 일치하여야 한다는 뜻은 아니며, 자구에 약간의 차이가 있더라도 은행이 상당한 주의(reasonable care)를 기울이면 그 차이가 경미한 것으로서 문언의 의미에 차이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고 또 신용장 조건을 전혀 해하는 것이 아님을 문면상 알아차릴 수 있는 경우에는 신용장조건과 합치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통일규칙 제7조 후단에서 서류 상호간에 문면상 모순된다(inconsistent with)고 함은 서류 상호간에 문면상 연결이 안되고 그 내용이 상충되는 것을 말하고 위 규칙 제32조 씨(C)항 후단에서 모순되지 않는다(not inconsistent with)라고 함은 위와 같은 문면상 연결의 결핍이나 내용의 상충이 없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서 이와 같이 모순되지 않는다는 개념은 위 규칙 제7조 전단이나 제32조 씨(C)항 후단에서 규정된 합치 또는 일치의 개념보다 넓은 부합의 의미를 나타내는 것이 분명하다.

3. 이 사건에서 먼저 신용장 3매에 기재된 상품명세와 3통의 상업송장에 기재된 상품명세를 비교하여 보건대, 전자는 상품명세로서 " SKETCH PAPER AT DLS40-SHEET JAPANESE ORIGIN CNF KIMPO AIRPRORT FROM OSAKA AIRPORT" 라고 기재하고 있고, 후자는 명세(Description), 수량(Quantity), 단가(Unit price), 금액(Amount)의 각란을 설정하고 명세란에 " Sketch paper 55cm × 40cm" , 수량란에 각 " 2,520 sheets" , 단가란에 " at $40.00" , 금액란에 각 " U.S $ 100,800.00" , 그리고 단가란과 금액란 상단에 " C and F. Kimport Airport" , 명세란 하단의 증명문구중에 " Details are Japanese Origin" 이라고 기재하고 있다.

무룻 상품의 명세는 상품의 명칭뿐만 아니라 그 상품을 특정하는 제한적 기재를 모두 포함하는 것이므로 위 신용장의 상품명세란에 기재된 상품명칭외에 수량, 단가, 금액 및 원산지 등도 상품명세에 관한 기술이라고 볼 것인바, 상업송장은 명세란외에 별도로 수량, 단가, 금액의 각란을 두어 상품명세에 관한 기술을 하고 있으므로 이들 각란의 기재내용을 종합하여 신용장기재와의 일치여부를 가려야 할 것이다.

그러고 보면 양자의 상품명세에 관한 기술중 차이가 나는 점은 신용장에는 상품명세란에 상품명칭을 SKETCH PAPER라고 기재하고 규격표시를 하지 않고 있음에 반하여 상업송장에는 상품명칭인 SKETCH PAPER 아래에 55cm × 45cm라는 규격표시를 첨가하고 있는 점과, 신용장에는 상품명세중에 원산지 표시로 JAPANESE ORIGIN이라고 기재하고 있는데 상업송장에는 명세란 하단에 기재된 증명문구중에서 Details are Japanese Origin 이라고 표시하고 있는 점이라고 하겠다.

우선 첫째로, 상업송장에 첨가된 위와 같은 정도의 규격표시는 신용장에 기재된 상품의 개념을 확장하거나 그 품질을 저하시키는 성질의 표시가 아닐뿐아니라 단가 등의 기재에 의하여 문면상 물품의 동일성이 뒷받침되고 있다고 보여지므로 상업송장에 위와 같은 정도의 규격표시가 첨가된 것을 가지고 상품명세에 관한 문언의 의미에 차이를 가져오거나 신용장조건을 해하는 기재라고 볼 수 없다.

둘째로, 상업송장의 명세란 하단에 기재된 원산지표시에 신용장에 없는 " Details are......" 라는 자구가 첨가되어 있기는 하나, 위 원산지표시가 기재된 증명문구의 내용을 보면 " We hereby Certify that credit number has been marked on the surface of each package at the time of shipment. Details are Japanese Origin" ,이라고 되어 있어서 전후 문맥에 비추어 볼때 후단의 Details란 전단의 package 즉 포장에 대응하는 내용물이라는 뜻임을 쉽게 알아 차릴수 있으므로, 위와 같은 원산지표시의 차이를 가지고 상품명세에 관한 문언의 의미에 차이를 가져오거나 신용장조건을 해하는 기재라고는 볼 수 없다.

결국 이 사건 신용장의 상품명세와 상업송장의 상품명세에 관한 시술은 서로 일치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할 것이므로 상업송장의 상품명세에 관한 기술이 신용장조건과 일치하지 않음을 전제로 한 논지는 이유없다.

4. 그러나 이 사건 신용장조건에 의하면 제시서류로서 수익자가 서명한 상업송장(SIGNED INVOICE)을 요구하고 있는바, 이 사건 상업송장은 모두 " 주식회사 クラウン 대표취제역금강정홍" 라는 이름으로 기명날인한 것임이 기록상 명백하여 위 신용장조건과 합치된다고 보기 어렵다.

또 신용장에는 매수인인 개설의뢰인의 표시가 " LAMI IND CO, LTD. SEOUL KOREA" 라고 기재되어 있는 반면 상업송장에는 매수인의 표시가 " Lami Industrial Co, Ltd. B 1-26 Ban Wool Industry Comaplex. Gun Ja-Myen Si Hung-Gun Kyeong Gi Do, Korea" 라고 기재되어 있는바, 문면상 전자는 한국의 서울에 있는 회사이고 후자는 한국의 경기도에 있는 회사로서 각각 별개의 회사라고 인식될 여지가 없지 않으므로 위와 같은 상업송장의 매수인표시는 신용장기재와 합치된다고 볼 수 없다.

결국 위의 두가지 점에서 신용장과의 불합치를 주장하는 피고의 주장은 그 이유가 있다고 할 것이다.

5. 그런데 기록(특히 갑 제 8 호증의 1 내지 15 및 갑 제12 내지 제27호증 기재)에 의하면 피고는 이 사건 신용장거래 전에 같은 개설의뢰인의 개설의뢰에 따라 15회에 걸쳐 이 사건과 동종의 신용장거래를 하고 원고에게 신용장 대금을 지급한 후 개설의뢰인으로부터 보상을 받아 결재를 한 사실이 있는 바, 위 거래시에도 이 사건 거래에 있어서와 같이 신용장조건에는 서명된 상업송장을 요구하고 있었으나 원고가 제시한 상업송장은 서명이 아닌 고무인의 기명이 된 것이었으며, 또 위 거래중 8회(갑 제8호증의 8 내지 15 및 갑 제17 내지 27호증 참조)는 개설의뢰인 표시가 신용장에는 " LAMI IND CO LTD SEOUL KOREA" 라고 기재되어 있는 반면 원고가 제시한 상업송장에는 " Lami Industrial Co,Ltd.......Kyeng Gi-Do, Korea" 라고 기재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위와 같은 서류의 불합치를 문제삼지 아니하고 원고에게 신용장대금을 지급하여 결제를 하여온 사실이 인정된다.

생각컨대, 수익자로부터 하환어음을 매입하여 그 소지인이 된 원고가 위 인정과 같이 계속적으로 여러차례에 걸쳐 신용장조건과 일부 불합치한 서류를 신용장개설은행인 피고에게 제시하여 피고로부터 아무런 이의가 없이 신용장대금을 지급받아 왔다면, 원고로서는 위와 같은 서류의 불합치를 무시하고 신용장대금을 결제하여온 피고은행의 계속적인 언동을 신뢰하고 같은 정도의 불합치가 있는 이 사건 상업송장등 서류도 피고은행에 의하여 거부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하에 이를 수익자로부터 매입하였다고 볼 것이므로, 피고은행이 이 사건 신용장의 거래에서 유독 위와 같은 서류의 불합치를 이유로 원고에게 신용장대금의 지급을 거부한 것은 상대방의 신뢰와 이익을 전혀 배려하지 아니한 행위로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처사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원고의 거래관행 및 관례의 성립주장 가운데에는 위와 같은 신의칙위반의 주장도 포함되어 있다고 못볼바 아니므로, 원심으로서는 이 점을 좀더 분명히 석명케 한 후 심리판단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단지 원고주장과 같은 거래관행이나 상관습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원고주장을 배척하고 말았음은 석명권불행사, 심리미진 및 신의성실의 원칙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을 저지른 것이라고 하겠으니 이점에 관한 논지는 이유있다.

6.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케 하고자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일규(재판장) 전상석 이회창 정기승

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1984.2.27.선고 82나30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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