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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9. 2. 23. 선고 98다60828, 60835 판결

[대여금][공1999.4.1.(79),555]

판시사항

[1] 상대방의 대리인 등 상대방과 동일시할 수 있는 자의 사기 또는 강박이 민법 제110조 제2항 소정의 제3자에 의한 사기·강박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2] 은행의 출장소장이 어음할인을 부탁받자 그 어음이 부도날 경우를 대비하여 담보조로 받아두는 것이라고 속이고 금전소비대차 및 연대보증 약정을 체결한 사안에서, 위 출장소장의 행위를 제3자에 의한 사기로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상대방 있는 의사표시에 관하여 제3자가 사기나 강박을 한 경우에는 상대방이 그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 한하여 그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으나, 상대방의 대리인 등 상대방과 동일시할 수 있는 자의 사기나 강박은 제3자의 사기·강박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2] 은행의 출장소장이 어음할인을 부탁받자 그 어음이 부도날 경우를 대비하여 담보조로 받아두는 것이라고 속이고 금전소비대차 및 연대보증 약정을 체결한 후 그 대출금을 자신이 인출하여 사용한 사안에서, 위 출장소장의 행위는 은행 또는 은행과 동일시할 수 있는 자의 사기일 뿐 제3자의 사기로 볼 수 없으므로, 은행이 그 사기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 한하여 위 약정을 취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 사례.

원고,상고인

한국주택은행 (소송대리인 변호사 윤승영)

피고,피상고인

전갑진 외 3인 (피고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부산동부 담당변호사 최장락)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1. 원심은, 금산건설 주식회사를 경영하는 피고 조익환이 평소 알고 지내던 원고 은행 출장소장인 소외 1에게 위 회사가 취득하여 소지하고 있던 약속어음 4장 합계 금 6천만 원에 대한 할인을 부탁하자 소외 1은 위 회사로 찾아와 위 어음들을 가지고 가면서 피고들(피고 전갑진과 고경록은 위 회사의 직원들이고, 피고 이교영은 피고 조익환의 친구이다.)에게 위 어음들이 부도날 경우를 대비하여 담보의 의미로 받아두는 것이라고 거짓말하고 이에 속은 피고들로 하여금 피고 전갑진과 고경록을 주채무자로 하고 피고 이교영과 조익환을 연대보증인으로 하여 원고 은행으로부터 금 3천만 원씩을 차용한다는 내용의 금전소비대차약정서 2장 등 대출관련 서류에 서명·날인하게 한 다음 이를 위 출장소로 가지고 가서 대출담당 직원에게 피고들이 원고 은행으로부터 합계 금 6천만 원을 차용하는 것으로 처리하도록 지시하여 그 금원을 인출, 임의 사용하였다는 취지로 인정하였는바, 살펴보니 이 부분 원심의 사실인정은 정당하고, 거기에 채증법칙 위반이나 심리미진의 잘못이 없다. 따라서 이 점 상고이유는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2. 상대방 있는 의사표시에 관하여 제3자가 사기나 강박을 한 경우에는 상대방이 그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 한하여 그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음은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으나, 상대방의 대리인 등 상대방과 동일시할 수 있는 자의 사기나 강박은 여기서 말하는 제3자의 사기·강박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이 법원 1998. 1. 23. 선고 96다41496 판결 참조).

이 사건 사실관계가 위와 같다면, 원고와 피고들 사이의 금전소비대차 및 연대보증약정에 있어서 소외 1의 사기는 원고 또는 원고와 동일시할 수 있는 자의 사기일 뿐 제3자의 사기로 볼 수 없으므로, 원고가 소외 1의 사기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 한하여 피고가 위 약정을 취소할 수 있다고 볼 것은 아니다.

같은 취지의 원심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법리오해나 심리미진 또는 이유모순의 잘못이 없다. 따라서 이 점 상고이유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3. 이 사건에서 소외 1이 피고들을 대리하여 원고 은행과 금전소비대차 등의 약정을 체결한 것으로 본다 하더라도 원심의 결론에 어떤 영향이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점을 들어 원심판결을 비난하는 상고이유의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4.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돈희(재판장) 박준서 이임수 서성(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