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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법 2006. 2. 15. 선고 2005카합2383 판결

[정정보도청구] 항소[각공2006.4.10.(32),946]

판시사항

방송사가 술에 취해 길에 쓰러졌던 40대 남자가 정신병원에 4년간이나 강제수용된 사실을 보도하면서, 정신보건법령상 제도의 운영상 문제점을 부각시키기 위하여 사실관계를 단순화시켜 그 일부 측면만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취재된 정신병원의 사정을 방송 내용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하더라도, 전체적인 맥락에서 방송 내용의 중요 부분이 진실에 합치함을 이유로 정정보도청구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방송사가 술에 취해 길에 쓰러졌던 40대 남자가 정신병원에 4년간이나 강제수용된 사실을 보도하면서, 정신보건법령상 제도의 운영상 문제점을 부각시키기 위하여 사실관계를 단순화시켜 그 일부 측면만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취재된 정신병원의 사정을 방송 내용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하더라도, 전체적인 맥락에서 방송 내용의 중요 부분이 진실에 합치함을 이유로 정정보도청구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한 사례.

신 청 인

신청인 (신청대리인 변호사 임경윤)

피신청인

한국방송공사 (신청대리인 변호사 이신)

변론종결

2006. 2. 1.

주문

1. 신청인의 신청을 기각한다.

2. 신청비용은 신청인이 부담한다.

신청취지

피신청인은 KBS 1TV 채널에서 21:00부터 방송되는 “뉴스 9” 프로그램 중 “부산권 뉴스”, 같은 채널에서 06:00부터 방송되는 “뉴스광장” 프로그램, KBS 2TV 채널에서 20:00부터 방송되는 “뉴스타임” 프로그램 중 “부산권 뉴스”의 각 말미에 별지 기재 각 정정보도문을 보도하되, 제목과 본문을 화면 하단에 스크롤 자막으로 표시하고, 각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하여금 각 프로그램의 통상 진행과 같은 속도로 낭독하게 하여야 한다.

이유

1. 기초 사실

가. 당사자의 지위

신청인은 신경정신과 의사로서 부산 (상세 주소 생략)에 있는 (병원명 생략)병원(이하 같은 병원 또는 신청인을 포함한 같은 병원의 구성원들을 ‘신청인 병원’이라 한다)의 원장이고, 피신청인은 국가기간방송으로서 국내외 방송의 실시와 이에 수반하는 사업을 행하는 지상파방송사이다.

나. 이 사건 방송 및 그 내용

(1) 피신청인은 2005. 7. 7. KBS 2TV “뉴스타임” 프로그램 중 “부산권 뉴스”에서 약 1분 32초 동안 다음과 같은 내용의 방송을 하였다(피신청인이 아래와 같이 방송한 내용들을 이하에서는 ‘이 사건 방송’이라 한다).

화면 우측 상단의 자막 : 술깨보니 정신병원

○ 앵커 : 술에 취해 거리에 쓰러졌던 한 40대가 4년 동안 정신병원에 강제입원 되었습니다. 건강했던 이 40대는 그 동안 눈이 거의 실명지경에 이르는 장애인이 되었습니다. 신청외 1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화면 아래쪽에 “1999년 4월 신청외 2 씨 술취해 쓰러진 뒤 경찰에 의해 정신병원에 인계”라는 자막 표시) : 48살 신청외 2 씨는 지난 99년 4월 24일 밤 9시 반쯤, 부산 연산동의 한 시장에서 술에 취해 쓰러졌습니다. 다음날 신청외 2가 눈을 뜬 곳은 부산 (동명 생략)동의 한 정신병원이었습니다. 당황한 신청외 2는 퇴원을 요구했지만 보호자가 직접 와야 한다며 거절당했습니다.

○ 신청인 병원 관계자[화면 아래쪽에 “병원관계자 (입원동의는) 인계해 준 경찰의 동의 아래 치료를 해야 했고 구청장의 동의를 받아서 치료를 합니다”라는 자막 표시] : 인계해 준 경찰의 동의하에서 우리가 치료를 해야 했고 구청장의 동의를 받아서 치료를 합니다.

○ 기자 : 보호자는 없지만 직업과 거주자가 있다는 신청외 2의 애원은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 신청외 2(화면 아래쪽에 “4년동안 정신병원 강제 입원”이라는 자막 표시) : 보호자 없는 사람은 길에서 쓰러져서 정신병원에 오게 되면 죽을 때까지 내보내주지 않는 곳이 정신병원인지, 세계 어떤 나라가...... 있는지......

○ 기자 : 구청은 매달 80만 원 가량의 병원비만 지불했을 뿐 관리감독은 소홀했습니다. 신청외 2는 병원뿐 아니라, 감독행정기관으로부터도 엉터리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로 관리되어 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행려환자는 일단 시립의료원 응급실로 보내야 하는 지침을 어긴 경찰도 무책임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 경찰관계자(화면 아래쪽에 “그 당시 서류 보관 기한이 3년이어서 다 폐기됐습니다”라는 자막 표시) : 그 당시 서류 보관 기한이 3년이어서 다 폐기되었습니다.

○ 기자 : 건설근로자였던 신청외 2는 4년 동안의 정신병동 생활 이후 말초신경 장애와 실명으로 장애인이 되었습니다. KBS뉴스 신청외 1입니다.

(2) 그리고 피신청인은 같은 날 KBS 1TV “뉴스 9” 프로그램 중 “부산권 뉴스”에서 다음의 앵커의 소개를 제외하고는 위 (1)항 기재 내용과 같은 내용의 방송을 하였다(신청인은 피신청인이 다음날 KBS 1TV “뉴스광장” 프로그램에서도 같은 내용이 방송되었다고 주장하나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화면 우측 상단의 자막 : 어느 40대의 잃어버린 4년

○ 앵커 : 술에 취해 거리에 쓰러졌던 40대 남자가 정신병원에 4년간 강제 수용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습니다. 아무리 멀쩡한 사람도 재수가 없으면 영화 속의 올드보이가 될 수 있는 현실이 무섭기만 합니다. 신청외 1 기자가 보도합니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소갑8호증의 2, 12, 소을6호증의 1, 2, 소을7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주장 및 판단

가. 신청인의 주장

신청인은, 피신청인이 이 사건 방송에서 신청인 병원이 신청외 2를 4년간 강제 수용하였고, 그를 엉터리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로 관리하였다는 허위의 사실을 방송 보도함으로써 신청인 병원이 그 명예가 훼손되고 영업상 손실이 발생되는 등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신청취지 기재와 같은 내용의 정정보도를 구한다.

나. 인정 사실

(1) 신청인 병원이 신청외 2를 인계한 경위

(가) 신청외 2( 주민등록번호 생략)는 건설근로자로서 특별한 신체적 장애 없이 1998. 8.부터 주민등록 전입신고를 하지 아니한 채 부산 연제구 (상세 주소 생략)에 거주하였고, 그의 형 신청외 3이 사망한 이후에는 “ 신청외 3”이라는 이름을 사용하였다.

(나) 신청외 2는 1999. 4. 24. 21:00경 부산 연제구 연산동 동심한의원 앞길에서 술에 취한 채 쓰러져 있다가 관할 연제경찰서 연산2파출소에 의해 행려환자로 신청인 병원에 인계되었고, 신청인 병원은 관할 연제구청장으로부터 입원동의서를 제출받았다.

(다) 위 인계 당시 신청외 2에게는 자신의 신원을 증명할 아무런 자료를 가지고 있지 않았고, 연제경찰서가 작성한 신청외 2에 대한 “행려환자 인계서 송부”문서에는, 신청외 2의 성명란에 “자칭( 신청외 3)”으로 기재되어 있을 뿐, 그 밖의 직업, 본적, 주소란은 “불상”으로 기재되어 있으며, 발견일시 및 당시 개황란에는 “행려환자로 보이고 연고도 이름도 몰라 인계한 것임”이라 기재되어 있었다.

(2) 신청인 병원의 신청외 2에 대한 입원치료 경과

(가) 신청외 2는 신청인 병원에 인계된 후 1999. 4. 25. 07:20경에 깨어나 그곳이 신청인 병원인 것을 알고, 신청인 병원 간호사에게 공격적인 태도로 그가 왜 병원에 있냐고 하며, 병원에서 내보내 달라고 하였고, 1999. 4. 26.에는 신청인 병원에 “내 이름은 신청외 3이 아니라 신청외 2가고요, 43세입니다. 누나집에 지금 연락해 주세요”라고 말하였다.

(나) 신청외 2는 신청인 병원에서 부산 부산진구 연지동 거주한다는 그의 큰누나의 집으로 전화를 걸거나 편지를 보냈으나, 그의 큰누나는 연락이 되지 않거나 연락이 되는 경우에도 집에 급한 사정이 있다며 올 형편이 안 되니 혼자서 해결하라고 하면서 면회를 오지 않았다.

(다) 이후 신청인 병원은 신청외 2에게 알코올 남용·의존증이 있다고 진단하고, 신청외 2에 대해 알코올 금단증상에 대한 치료와 만성알코올 의존환자에게서 주로 동반되는 반사회적 성격 및 편집증에 대한 치료를 하였다. 그리고 신청인 병원은 신청외 2의 입원 후 매 6개월 마다 그의 잔존증상 치료를 위해 계속입원치료심사를 부산 정신보건심의위원회에 청구하여 그곳으로부터 연장승인을 받아 2005. 4. 18.까지 신청외 2를 입원 치료시켰으나, 그 사이 신청외 2는 말초신경장애와 시력장애로 지체장애 2급의 장애인이 되었다.

(라) 위 입원 기간 중 신청인 병원은 신청외 2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확인할 자료가 없어 계속입원치료심사청구서나 진료기록부 등을 작성함에 있어 신청인 병원에 인계될 당시 “행려환자 인계서 송부”문서에 기재된 이름인 “ 신청외 3”과 연제구청에서 의료보험급여 적용을 위해 임의로 지정하는 관리번호(“264709- (뒷번호 생략)”이었다가 2001년경 “337000- (뒷번호 생략)”로 변경되었다)등을 주민등록번호란에 기재하였다.

(마) 신청외 2는 위 입원 기간 중이던 2001. 7.말경부터 다리 마비감을 호소하며 보행장애를 보여, 2002. 1.경부터는 부산의료원 등에 외진을 받은 바 있고, 2002. 2. 15.부터 같은 달 26.경까지 말소신경장애와 시력장애로 부산의료원에 입원치료를 받은 바 있으며, 2004. 4. 초순경에는 신청인 병원에서 외출을 나간 바 있고, 같은 달 7.경부터는 시력장애로 인해 부산의료원 등에서 외진을 받은 바 있으나, 위 2004. 4. 초순경의 외출 이외에는 그 자신의 의사에 따라 신청인 병원을 나갈 수 없었다.

(3) 피신청인 소속 기자의 취재경위 및 보도 후의 정황

(가) 신청외 2는 신청인 병원에서 퇴원한 후인 2005. 6. 30. 피신청인 부산방송총국에서 그 소속 취재부 신청외 1 기자를 만나, 그가 1999. 4. 24. 21:00경 술에 취해 거리에 쓰러졌으며 다음날 일어나 보니 정신병원이었고, 그의 이름도 아닌 엉터리 이름으로 4년 동안 외출 한번 하지 못하고 강제 입원되었다는 내용의 제보를 하였다.

(나) 이에 신청외 1 기자는 신청인 병원, 관할 경찰서, 신청외 2가 위 입원 전 거주하던 집 주인 신청외 4 등을 상대로 사실확인을 위한 취재를 하였는바, 그 취재과정에서 신청인 병원에서 신청외 2의 진료를 담당한 신청외 5 의사는 신청외 1 기자에게 신청외 2가 행려(무연고)환자로서 신청인 병원에 인계된 경위와 인적 사항이 분명하지 않은 행려환자의 경우 주민등록번호란에 관할 구청으로부터 의료보험급여 적용을 위해 부여받은 관리번호를 기재하여 병원에서 관리한다고 설명하였다.

(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는 2005. 7. 5. 환자의 장기·불법 입원 등 신체의 자유 및 환자의 사생활의 자유와 통신의 자유를 침해한 경주지역의 모(모) 정신병원장을 검찰총장에 고발하고, 해당 정신병원의 관할 자치단체에게 철저한 관리·감독 마련을 권고하였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하였다.

(라) 피신청인은 이 사건 방송 후 2005. 7. 8. 신청외 2의 신청인 병원으로의 인계 과정, 신청인 병원에서의 신원확인절차 등에서 문제가 있었고, 국가인권위원회가 위 문제들에 관해 조사에 착수하였으며, 현행 정신보건법이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고 보고 개정을 권고할 계획이라는 내용의 방송을 보도하였다.

(마) 신청외 2는 이 사건 방송 후 부산지방검찰청에 신청인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야간·공동감금) 혐의로 고소하였으나, 부산지방검찰청은 2005. 10. 10. 신청인의 위 혐의에 대해 혐의 없음(증거불충분) 결정을 내렸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소갑5, 6호증, 소갑7호증의 1 내지 12, 소갑10, 11, 13, 14호증, 소갑15호증의 1 내지 6, 소갑16호증의 1 내지 8, 소을2, 3(소갑12호증과 같다)호증, 소을4호증의 1 내지 3, 소을5, 8 내지 10호증의 각 기재, 소갑18, 20호증의 일부 기재, 증인 신청외 5, 2의 일부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다. 판 단

(1) 사실적 주장 및 그로 인한 신청인 병원의 피해

앞서 본 이 사건 방송내용에 의하면, 피신청인은 신청인 병원(이 사건 방송 시청자들로서는 이 사건 방송에서의 “부산 (동명 생략)동의 한 정신병원”이 신청인 병원임을 능히 특정할 수 있다.)에 신청외 2가 “4년 동안 강제 입원”되었다거나 신청인 병원이 그를 “엉터리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로 관리”하였다는 등의 사실을 적시하였고(신청인이 허위라고 주장하는 이 사건 방송 내용 중 “엉터리”라는 표현은 피신청인의 의견을 표명하는 표현으로 볼 여지도 있으나, 이 사건 방송 내용상 위 표현은 피신청인의 의견을 표명함과 동시에 묵시적으로 신청인 병원이 신청외 2를 그의 진정한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로 관리를 하지 않았다는 전제적 사실을 적시하고 있다고 보이므로, 이 역시 이 사건 정정보도청구의 대상이 되는 사실의 주장에 포함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로써 신청인 병원은 그 명예가 훼손되는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

(2) 이 사건 방송 내용의 허위성 여부에 관한 판단

(가) 그러나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신청외 2는 1999. 4. 24. 밤 그의 의사에 반해 신청인 병원에 입원되어 퇴원을 요구했음에도, 2004. 4. 초순경 외출을 할 때까지 4년이 넘는 기간 동안 신청인 병원에 의해 입원치료를 받으면서 그 자신의 의사에 따라 신청인 병원 밖으로 나갈 수 없었고, 신청외 2의 입원치료기간 동안 신청인 병원에서는 신청외 2의 진정한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대신 “ 신청외 3”이라는 이름과 연제구청으로부터 부여받은 관리번호를 주민등록번호란에 기재하여 그를 관리해 왔음을 알 수 있다.

(나) 물론 앞서 본 바와 같이, 신청인 병원으로서는 정신보건법령에 따라 경찰서로부터 인계되어 응급 입원된 신청외 2에 대해 알코올 남용·의존증이 있다고 진단하였고, 그에게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아무런 확정적 자료도, 달리 정신보건법상 보호의무자도 없었으므로, 구청장의 동의 및 정신보건심의위원회의 심사절차를 밟아 계속 입원치료 해 주면서 편의상 최초 경찰서로부터 인계 당시 서류에 기재된 “ 신청외 3”이라는 이름과 의료보험급여를 위해 연제구청에서 부여한 관리번호를 주민등록번호란에 기재하여 신청외 2를 관리해 왔을 뿐이며, 피신청인 소속 신청외 1 기자 역시 이 사건 방송을 위한 취재 과정에서 이러한 사정을 신청인 병원으로부터 들었음에도, 피신청인은 이러한 신청인 병원의 사정들을 이 사건 방송 내용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그러나 무릇 방송 보도에 있어서는 취재된 복잡한 사실관계를 단순하게 만드는 과정에서 일부 특정한 사실관계를 강조하여 보도하는 경우에도 전체적인 맥락에서 중요 부분이 진실에 합치한다면 그 보도의 진실성이 인정된다고 보아야 할 것인바, 앞서 본 이 사건 방송 내용 및 그 취재경위와 보도 후의 정황에 비추어 볼 때, 피신청인은 정신보건법령상 제도의 운영상 문제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보도내용을 편집함에 있어 취재된 사실관계를 단순화시켜 그 일부 측면만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위와 같이 취재된 신청인 병원의 사정을 이 사건 방송 내용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으로 보일 뿐이다.

(다) 따라서 위 (나)항 기재와 같은 사정이 있다 하더라도, 위 (가)항 기재 내용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방송 내용은 그 전체적인 맥락에서 중요 부분이 진실에 합치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3. 결 론

그러므로 이 사건 정정보도 신청은 이 사건 방송 내용이 진실하지 아니하다는 소명이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윤근수(재판장) 최우진 류종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