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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현, "국회의원과 법원 간의 권한쟁의", 결정해설집 9집, 헌법재판소, 2010, p.315

[결정해설 (결정해설집9집)]

본문

(헌재 2010. 7. 29. 2010헌라1, 판례집22-2상, 201)

전 상 현*1)

국회의원이 교원들의 교원단체 가입현황을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시하여 공개하려 하였으나, 법원이 그 공개로 인한 기본권침해를 주장하는 교원들의 신청을 받아들여 그 공개의 금지를 명하는 가처분 및 그 가처분에 따른 의무이행을 위한 간접강제 결정을 한 것에 대해 국회의원이 법원을 상대로 제기한 권한쟁의심판청구의 적법 여부(소극)

1. 피청구인(‘서울남부지방법원 제51민사부’)이 서울남부지방법원 2010카합211 사건을 심리하여 2010. 4. 15. 청구인 국회의원 조○혁에게 “각급학교 교원의 교원단체 및 노동조합 가입현황 실명자료(이하 ‘이 사건 가입현황’이라 한다)를 인터넷 등에 공시하거나 언론 등에 공개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내용의 가처분(이하 ‘이 사건 가처분’이라 한다)을 하고 그 결정을 고지한 행위(이하 ‘이 사건 가처분재판’이라 한다)가 청구인의 국회의원으로서의 권한을 침해하였는지 여부

2. 이 사건 가처분재판의 효력 유무

3. 피청구인이 서울남부지방법원 2010타기1011 사건을 심리하여 2010. 4. 27. 청구인에 대하여 “1. 이 결정을 송달받은 날부터, 이 사건 가입현황을 인터넷 등에 공시하거나 언론 등에 공개하여서는 아니된다. 2. 만약 위 1항 기재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때에는 신청인들에게 그 의무위반이 있은 날마다 1일 30,000,000원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는 결정(이하 “이 사건

간접강제”라 한다)을 하고 그 결정을 고지한 행위(이하 ‘이 사건 간접강제재판’이라 한다)가 청구인의 국회의원으로서의 권한을 침해하였는지 여부

4. 이 사건 간접강제재판의 효력 유무

(1) 청구인은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이고, 청구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라 한다)은 전국의 교원을 대상으로 하여 조직ㆍ설립된 단위노동조합이며, 청구외 윤○봉, 김○림, 김○남, 석○욱, 고○종, 배○연, 윤○렬, 이○식, 신○복, 정○, 김○주, 조○숙, 원○성, 홍○표, 오○익, 김○정은 초ㆍ중등학교의 교사들로 전교조에 가입한 조합원들이다(청구외 전교조와 위 조합원들 16인을 이하에서는“이 사건 교사들”이라 한다).

(2) 청구인이 교육과학기술부장관에게 “각급학교 교원의 교원단체 및 노동조합 가입현황 실명자료”(이하 “이 사건 가입현황”이라 한다)의 제출을 요청하여 2010. 3. 26.경 교육과학기술부장관으로부터 이 사건 가입현황을 제출받은 직후, 언론을 통해 이 사건 가입현황을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히자, 이 사건 교사들은 이 사건 가입현황을 공개하는 것은 자신들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단결권 등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청구인이 이 사건 가입현황을 인터넷 등에 공시하거나 언론 등에 공개하는 것을 금지할 것과 그 금지에 대한 간접강제금으로 위반행위 1건당 3억 원의 지급을 명하는 결정을 구하는 가처분신청을 2010. 3. 26.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제기하였다.

(3) 서울남부지방법원 제51민사부는 2010. 4. 15. 서울남부지방법원 2010카합211 결정으로 청구인에게 “이 사건 가입현황을 인터넷 등에 공시하거나 언론 등에 공개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내용의 가처분(이하 “이 사건 가처분”이라 한다)을 명하는 한편, 이 사건 가처분이 명하는 의무를 청구인이 이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 대하여 소명이 없다는 이유로 간접강제금 지급 신청은 기각하였다.

(4)그러나 이 사건 가처분에도 불구하고, 청구인은 2010. 4. 20. 이 사건 가입현황을 청구인이 운영하는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educho.com/index.php)

에 게시하는 한편, 서울남부지방법원 제51민사부가 2010카합211 사건을 심리하고 이 사건 가처분을 하여 청구인에게 고지한 행위는 청구인의 국회의원으로서의 직무를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며, 그 권한침해의 확인 및 이 사건 가처분과 그 결정의 고지 행위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내용의 이 사건 권한쟁의심판을 2010. 4. 23. 헌법재판소에 청구하였다.

(5) 한편, 이 사건 교사들은 이 사건 가처분에도 불구하고 청구인이 이 사건 가입현황을 공개한 것에 대응하여 2010. 4. 22.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이 사건 가처분에 대한 간접강제를 신청하였고, 서울남부지방법원 제51민사부는 2010. 4. 27. 서울남부지방법원 2010타기1011 결정으로 청구인에 대하여 “1. 이 결정을 송달받은 날부터, 이 사건 가입현황을 인터넷 등에 공시하거나 언론 등에 공개하여서는 아니된다. 2. 만약 위 1항 기재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때에는 신청인들에게 그 의무위반이 있은 날마다 1일 30,000,000원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는 결정(이하 “이 사건 간접강제”라 한다)을 하였다.

(6) 그러자 청구인은 다시, 서울남부지방법원 제51민사부가 2010타기1011 사건을 심리하고 이 사건 간접강제를 하여 청구인에게 고지한 행위가 청구인의 국회의원으로서의 직무를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며, 그 권한침해의 확인 및 이 사건 간접강제와 그 결정의 고지 행위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권한쟁의심판을 추가하는 내용의 청구취지변경신청서를 2010. 4. 29. 헌법재판소에 제출하였다.

(1) 이 사건 가입현황을 입수하고 인터넷에 게시한 행위는 자연인 조○혁이 아니라 국회의원 조○혁의 행위이다. 국회의원의 직무는 국정 전반에 걸치고 그 직무수행의 형태도 비전형적이고 매우 포괄적이어서, 청구인이 이 사건 가입현황을 공개할 것인지, 대정부질문에 사용할 것인지, 의안표결에 참고할 것인지, 입법자료로 활용할 것인지, 아니면 국민에게 공개하여 여론형성에 도움을 줄 것인지 등은 모두 국회의원의 직무 범위에 속한다. 이 사

건 가입현황을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발언을 통해 공개하였다면 헌법상 면책특권에 의해 보호될 것인데, 이 사건 가입현황을 인터넷에 공개하는 것도 그 방법만 다를 뿐 국회의원의 직무상 행위인 점에서는 차이가 없다.

(2) 이 사건 가처분재판과 이 사건 간접강제재판에서 당사자는 헌법기관인 “국회의원 조○혁”이고 소송물은 “국회의원의 직무상의 행위에 관한 작위 또는 부작위 의무의 유무”인데, 이는 현행법상 허용되는 재판에 속하지 않는다. 법원은 다른 국가기관, 특히 국회의원에게는 작위ㆍ부작위를 명하는 재판을 할 재판권이 없다. 예컨대 법원이 국회의원에게 특정한 법률안 발의를 해서는 아니 된다는 내용의 가처분을 할 수는 없다. 국회의원도 손해배상책임과 같은 사후적 통제를 통해 사법적 통제를 받을 수 있지만, 특정한 행위를 하라거나 하지 말라는 명령을 받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피청구인은 재판권도 없이 이 사건 가처분재판과 이 사건 간접강제재판을 함으로써 청구인이 헌법 제40조, 제46조 제2항, 제61조에 의하여 부여받은 국회의원으로서의 권한을 침해하였다.

(3) 이행강제금 지급의무는 가처분이의절차 또는 상급심에서 가처분결정이 취소되더라도 소멸되지 아니하므로 청구인이 이 사건 가처분재판과 이 사건 간접강제재판에 대해 가처분이의나 항소 등으로만 대응할 경우, 항소심에서 가처분결정 등이 취소되더라도 이미 침해된 국회의원으로서의 권한은 회복할 수 없게 된다. 재판소원은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헌법재판소의 심판대상에서 제외되지만 권한쟁의심판에서는 법원의 재판이라고 해서 제외할 것이 아니다.

(1) 청구인이 국회의원의 지위에 있다 하더라도 사법상의 권리의무의 주체가 될 수 있으므로 청구인에 대한 사법상 청구는 허용된다. 청구인이 국회의원의 지위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의 행위에 대해 민사상 청구의 가능성을 배제하는 것은 국회의원의 지위에 있다는 이유로 민사상 채무는 부담하지 않는다는 주장에 다름 아니다.

(2) 권한쟁의의 대상이 되는 권한은 헌법 또는 법률에 의하여 부여된 국

가기관의 객관적 권한 내지 관할을 말하고, 시민의 기본권이나 일반인의 지위에서 주관적 권리를 주장하는 경우에는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 없다. 청구인이 주장하는 입법권(헌법 제40조), 국회의원의 직무(헌법 제46조 제2항), 국정감사ㆍ조사권(헌법 제61조)은 국회의 권한 또는 국회의원의 직무수행 방법을 규정한 것일 뿐, 국회의원에게 부여된 권한이 아니므로 청구인에게는 그 주장과 같은 헌법상 권한이 존재하지 않으며, 설령 청구인이 법률안 제출권이나 심의ㆍ표결권 등 입법에 관한 국회의원의 권한 또는 국정감사ㆍ조사에 참여할 수 있는 국회의원의 권한 등에 대한 침해를 주장하는 것으로 본다 하더라도, 이 사건 가입현황을 청구인의 개인 홈페이지에 게시하여 공개한 행위는 국회의원의 객관적 권한과는 무관한 행위이다. 청구인은 권한쟁의에서 말하는 ‘권한’이 아닌, 주관적 권리에 대한 침해 내지 행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주장하는 것에 불과하고, 이 사건 가입현황의 공개 행위를 국가기관의 권한행사로 볼 수는 없으므로 국회의원으로서의 권한에 대한 침해가능성은 없다.

(3) 청구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피청구인에게 재판권이 없다고 가정하더라도, 이를 간과한 판결에 대해서는 상소로 다툴 수 있고 그 판결이 확정되더라도 그 판결은 무효이므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이익이 없고, 소수자 보호를 위해 국회의원에게도 권한쟁의의 당사자능력을 인정하여야 하는 경우라고 할 수 없는 이 사건에서는 국회의원의 당사자능력을 인정할 헌법적 당위성이 없다. 한편 국가의사 형성에 적극적,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기관이 아니라 분쟁을 수동적, 독립적으로 해결하는 사법기관인 법원은 권한쟁의심판의 당사자가 되는 국가기관으로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특히 1심법원은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으로 보기도 어렵고 그 판단은 상급심 법원에 의해 교정될 수 있으므로 권한쟁의심판의 당사자가 되는 국가기관으로 볼 수 없다. 나아가 피청구인은 이 사건 교사들과 청구인 사이의 분쟁에 대한 심판자이지 분쟁의 주체가 아니므로 청구인과 피청구인 간에 권한을 둘러싼 구체적인 다툼이 있다고 할 수 없어 이 점에 있어서도 권한쟁의심판의 당사자가 될 수 없다.

(4) 법원은, 사법입법이나 사법행정적 처분으로 인해 외부기관과 사이에

권한분쟁이 발생하거나 외부기관의 처분이나 부작위로 법원의 재판권한 또는 사법행정권한이 침해되는 경우에만 권한쟁의심판의 당사자가 될 수 있고, 법원의 재판을 받은 국가기관이 직접 그 법원의 재판을 권한쟁의심판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제도의 취지에 어긋나며, 법원의 재판을 권한쟁의심판에 포함한다면 이는 사실상 재판소원을 인정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서 헌법이나 헌법재판소법에 위반된다.

권한쟁의심판에서 다툼의 대상이 되는 권한이란 헌법 또는 법률이 특정한 국가기관에 대하여 부여한 독자적인 권능을 의미하므로, 국가기관의 모든 행위가 권한쟁의심판에서 의미하는 권한의 행사가 될 수는 없으며, 국가기관의 행위라 할지라도 헌법과 법률에 의해 그 국가기관에게 부여된 독자적인 권능을 행사하는 경우가 아닌 때에는 비록 그 행위가 제한을 받더라도 권한쟁의심판에서 말하는 권한이 침해될 가능성은 없는바, 특정 정보를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시하거나 언론에 알리는 것과 같은 행위는 헌법과 법률이 특별히 국회의원에게 부여한 국회의원의 독자적인 권능이라고 할 수 없고 국회의원 이외의 다른 국가기관은 물론 일반 개인들도 누구든지 할 수 있는 행위로서, 그러한 행위가 제한된다고 해서 국회의원의 권한이 침해될 가능성은 없다.

청구인은 이 사건 가처분재판과 이 사건 간접강제재판으로 인해 입법에 관한 국회의원의 권한과 국정감사 또는 조사에 관한 국회의원의 권한이 침해되었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이 사건 가처분재판이나 이 사건 간접강제재판에도 불구하고 청구인으로서는 얼마든지 법률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할 수 있고 국회에 제출된 법률안을 심의하고 표결할 수 있어 입법에 관한 국회의원의 권한인 법률안 제출권이나 심의ㆍ표결권이 침해될 가능성이 없으며, 이 사건 가처분재판과 이 사건 간접강제재판은 국정감사 또는 조사와 관련된 국회의원의 권한에 대해서도 아무런 제한을 가하지 않고 있어, 국정감사 또는 조사와 관련된 국회의원으로서의 권한이 침해될 가능성 또한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권한쟁의심판청구는 청구인의 권한을 침해할 가능성이 없어 부

적법하다.

헌법제111조 제1항에서 “국가기관 상호간,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간 및 지방자치단체 상호간의 권한쟁의에 관한 심판”을 헌법재판소의 관장 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권한쟁의심판의 종류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헌법재판소법 제62조 제1항 제1호는 “국가기관 상호간의 권한쟁의심판”을 “국회, 정부, 법원 및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호간의 권한쟁의심판”이라고 하여, “법원”도 권한쟁의심판의 당사자가 될 수 있음을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다. 다만, 법원의 재판은 본질적으로 분쟁해결을 위한 절차라는 점에서 법원의 재판을 대상으로 하는 권한쟁의심판에 있어서는 다른 권한쟁의심판에서와는 다른 특수성을 인정하여야 할 것인지가 문제될 수 있다. 이 사건 결정은 법원을 당사자로 한 최초의 권한쟁의심판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것이었다. 다만, 이 사건은 법원을 피청구인으로 하여 법원의 재판을 대상으로 한 권한쟁의심판이었으나, 청구인의 권한이 침해될 가능성이 없다는 이유로 그 청구가 각하됨으로써 법원을 당사자로 하고 재판을 심판의 대상으로 하는 권한쟁의심판에서 독자적으로 제기될 수 있는 쟁점들에 대한 명시적인 판단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가. 헌법재판소법 제62조 제1항 제1호가 권한쟁의심판의 당사자 중 하나로 “법원”을 명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을 권한쟁의의 당사자가 되도록 부적절하거나 바람직하지 못한 것이라는 견해가 있다.1)입법자가 권한쟁의심판의 종류를 구체적으로 입법하면서 법원을 당사자에 포함시킨 것은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순서대로(국회, 정부, 법원) 국가기관을 나열한 것으로

서 법원은 주도적ㆍ능동적으로 국가의사를 형성하는 역할이 아니라 소극적ㆍ반응적ㆍ통제적 역할에 의한 분쟁의 심판자라는 점에서, 법원을 분쟁의 주체로 삼는 것은 권한쟁의심판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고 사법기관이 정치권력의 주체들과 직접 분쟁에 휘말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에서이다.

권한쟁의심판은 연혁적으로 군주(정부)와 의회 또는 연방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권력배분에 관한 분쟁을 해결하는 절차로 발전되어 온 것인데,2)법원은 독립된 지위에서 분쟁 해결을 담당하는 기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권한쟁의심판의 당사자로 법원을 포함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될 수는 있다.

나. 헌법은 권력분립의 원리에 따라 국가 권력을 나누어 서로 다른 주체에게 배분하여 각자의 권한 범위 내에서만 그 배분된 권력을 행사하도록 하였는데, 이로 인해 서로 다른 권력 주체 상호간에 그 권한의 존부나 범위에 관한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권력분립의 원리는 권력을 나누어 행사하는 기관 상호간의 대등한 관계를 전제로 하므로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를 포함) 상호간에 권한의 존부나 범위에 관한 충돌이 발생할 경우 그 충돌을 해결할 절차를 미리 마련할 필요가 있는바, 그러한 해결 절차가 권한쟁의심판제도이다. 그렇다면 법원 역시 헌법과 법률에 의해 한정된 권한만을 부여받은 이상, 그 권한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다른 국가기관과 충돌할 수 있는 가능성 자체를 부인하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법원이라고 하여 본질적으로 권한쟁의심판의 당사자가 될 수 없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법원의 권한 중 특히 재판에 관한 권한은 분쟁을 해결하기 위하여 부여된 것이라는 점에서, 재판작용으로 인하여 야기되는 국가기관 간의 권한 다툼은 그 재판절차에서 해결되도록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주장도 가능하지만, 이는 입법정책적으로 법원의 재판을 권한쟁의심판의 대상에서 제외하는 근거가 될 수 있을 뿐, 권한쟁의심판의 본질로부터 법원의 재판이 권한쟁의심판의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할 수는 없다.3)

다. 헌법재판소법은 법원을 명시적으로 권한쟁의심판의 당사자로 규정하고 있고 법원의 재판을 권한쟁의심판의 대상에서 명시적으로 제외하지도 않았다. 헌법재판소는 비록 방론적인 판단이기는 하지만, 권한쟁의심판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는 “법원의 재판 및 사법행정작용”이 포함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헌재 2006. 5. 25. 2005헌라4, 판례집 18-1하, 28, 35; 헌재 2008. 6. 26. 2005헌라7, 판례집 20-1하, 340, 354).

(1) 당사자능력

헌법재판소법 제62조 제1항 제1호는 권한쟁의의 당사자가 될 수 있는 국가기관으로 “국회, 정부, 법원 및 중앙선거관리위원회”만을 규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권한쟁의심판의 당사자가 될 수 있는 ‘국가기관’에 해당하는지 아닌지를 판별함에 있어서는 그 국가기관이 헌법에 의하여 설치되고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독자적인 권한을 부여받고 있는지 여부,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 상호간의 권한쟁의를 해결할 수 있는 적당한 기관이나 방법이 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하였다(헌재 1997. 7. 16. 96헌라2, 판례집 9-2, 154, 163). 이에 따라 헌법재판소법 제62조 제1항 제1호에 명시적으로 규정되지 않은 국회의원의 경우에도 권한쟁의심판의 당사자능력을 가질 수 있다(헌재 2000. 2. 24. 99헌라1, 판례집 12-1, 115; 헌재 2003. 10. 30. 2002헌라1, 판례집 15-2, 17; 헌재 2006. 2. 2. 2005헌라6, 판례집 18-1상, 82). 법원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명문 규정에 의해 당사자능

력이 인정된다.

(2) 당사자적격

침해당하였다고 주장하는 권한과의 적절한 관련성 있는 기관만이 청구인적격을 가지는 것으로서, 이는 마치 헌법소원심판에서 기본권침해의 자기관련성을 가지는 자만이 적법한 청구권자가 되는 것과 흡사하다. 한편, 처분 또는 부작위를 야기한 기관으로서 법적 책임을 지는 기관만이 피청구인적격을 가지므로 심판청구는 이들 기관을 상대로 하여야 한다.

(1) ‘처분’은 법적 중요성을 지녀야 하고, 청구인의 법적 지위에 구체적으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없는 행위는 ‘처분’이라 할 수 없다. ‘처분’에는 개별적 행위뿐만 아니라 일반적 규범의 정립까지도 포함된다. 입법영역에서 처분은 법률의 제정과 관련된 행위, 나아가 법률제ㆍ개정행위를 포함한다. 행정영역에서 처분은 행정소송법에서 정하고 있는 처분 개념보다 넓어 법규제ㆍ개정행위 및 개별적 행정행위를 포함한다. 사실행위도 청구인의 권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어서 법적으로 문제되는 경우에는 이에 해당한다.

(2) 권한쟁의심판의 대상이 되는 부작위는 단순한 사실상의 부작위가 아니고 헌법상 또는 법률상의 작위의무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것을 말한다.

(3) 법원의 재판이 권한쟁의심판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포함되는지 여부에 대해 이 사건 결정에서는 명시적으로 판시하지 않았으나, 앞에서 본 바와 같이 법원을 권한쟁의심판의 당사자로 명시하고 있고 재판을 권한쟁의심판의 대상에서 제외하는 규정이 없는 이상 재판을 권한쟁의심판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서 제외하여야 할 이유는 없다.

권한쟁의심판청구가 적법하기 위해서는 청구인의 권한이 구체적으로 관련되어 침해가능성이 있다고 인정되어야 한다. 다만 권한의 침해가 실제적으

로 존재하고 위헌 내지 위법한지 여부는 본안결정에서 판단하게 된다. 이 사건 결정에서는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국회의원인 청구인의 권한이 침해될 가능성이 없다는 이유에서 권한쟁의심판의 적법성을 부정하였다.

권한쟁의심판의 청구는 그 사유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60일 이내, 그 사유가 ‘있은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제기하여야 한다(법 제63조 제1항). 처분의 경우에는 처분행위가 있는 때에 권한 침해행위는 종료하고 그 위법상태가 계속될 수 있음에 비하여, 부작위의 경우에는 부작위가 계속되는 한 권한침해가 계속되므로, 부작위에 대한 권한쟁의심판은 그 부작위가 계속되는 한 기간의 제약없이 적법하게 청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청구인에 대한 권한침해상태가 이미 종료한 경우에는 심판의 이익이 없어 원칙적으로 부적법하지만, 헌법질서의 수호 및 유지를 위한 헌법적 해명이 긴요하다면 심판청구의 이익을 인정할 수 있다(헌재 2003. 10. 30. 2002헌라1, 판례집 15-2, 17, 29).

권한쟁의심판에서 침해가 문제되는 권한(權限)이란 주관적 권리의무가 아니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등 공법인 또는 그 기관이 헌법 또는 법률에 의하여 부여되어 법적으로 유효한 행위를 할 수 있는 능력 또는 그 범위를 말한다. 따라서 권한의 귀속 주체는 이를 임의로 처분하거나 포기할 수 없다. 권한은 한편에서 보면 적극적 권능으로서 능력을 의미하지만 그 반면을 보면 직무상 의무의 범위를 지칭한다. 이러한 권한은 권력분립적 견제와 균형을 도모하면서 국가의 기능질서를 확보하기 위해 각 국가기관에 분배된 독자적인 활동 및 결정영역을 의미하고, 이러한 권한의 분배는 객관적 법규범에 의해 이루어지게 된다.

(1) “이 사건 실명자료를 인터넷 등에 공시하거나 언론 등에 공개하는 행위”가 국회의원의 권한인지 여부

이 사건에서 문제된 청구인의 행위는 “이 사건 실명자료를 인터넷 등에 공시하거나 언론 등에 공개하는 행위”였다. 그런데 어떠한 자료를 인터넷 등에 공시하거나 언론 등에 공개하는 행위는 헌법과 법률에 의해 객관적으로 부여된 권한이 있어야만 할 수 있는 행위가 아니다. 위와 같은 행위는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특별한 법규범이 없는 한 헌법과 법률에 의한 수권이 없더라도 누구든지 자유롭게 할 수 있는 행위이다. 물론 어떠한 자료를 인터넷 등에 공시하거나 언론 등에 공개하는 행위를 국회의원도 할 수 있음은 명백하다. 그러나 그와 같은 행위는 청구인이 국회의원이기 때문에, 다시 말해 국회의원의 권한 행사에 의해서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한 위와 같은 행위가, 권력분립의 관점에서 견제와 균형을 도모하면서 국가의 기능질서를 확보하기 위해 국회의원에게 독자적인 활동 영역으로 인정되는 행위라고 볼 수도 없다. 결국 이 사건에서 문제된 청구인의 행위가 권한쟁의심판에서 문제되는 국회의원의 권한에 근거한 행위가 아니므로, 침해될 청구인의 국회의원으로서의 권한은 존재하지 않는다.

(2) 이 사건에서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는 국회의원의 권한

이 사건에서 청구인은 “헌법 제40조(입법권), 제46조 제2항(의원의 직무), 제61조(국정에 관한 감사ㆍ조사권)에 의하여 부여받은 국회의원으로서의 권한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였다.

그런데 헌법 제40조는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입법권 자체는 원칙적으로는 “국회”의 권한일 뿐 국회의원의 권한이 될 수는 없다. 국회의원은 “국회의원”으로서의 권한 침해를 주장할 수 있을 뿐, “국회”의 권한 침해를 주장하며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 없다는 것은 헌법재판소의 확립된 판례이어서(헌재 2007. 7. 26. 2005헌라8, 판례집 19-2, 26; 헌재 2007. 10. 25. 2006헌라5, 판례집 19-2, 436 등 참조), 국회의원이 국회의 입

법권 침해를 주장하며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는 없다. 다만 입법권 자체가 아니라 “입법에 대한” 권한으로서의 “법률안제출권”과 “법률안심의표결권”은 국회의원의 권한이므로(헌재 1997. 7. 16. 96헌라2, 판례집 9-2, 154, 169 참조), 청구인의 주장 중 헌법 제40조에 의하여 부여받은 국회의원으로서의 권한 침해에 관한 주장은 결국 국회의원의 “법률안제출권”과 “법률안심의표결권”의 침해 주장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한편 청구인은 제46조 제2항으로부터 부여받은 국회의원의 권한도 주장하였으나, 헌법 제46조 제2항은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는 규정인바, 위 규정은 국회의원이 자신을 선출한 사람들만의 대표로서가 아니라 전체 국민의 대표로서 국익을 위해 활동할 것을 명하는 대의제 원리를 천명한 조항으로서, 국회의원으로서의 직무 수행의 기준을 제시하는 헌법 이념일 수는 있으나 국회의원의 구체적인 권한이 그 조항으로부터 도출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청구인은 “헌법 제61조에 의해 부여받은 국회의원의 권한”도 침해되었다고 주장하였는데, 헌법 제61조는 제1항에서 “국회는 국정을 감사하거나 특정한 국정사안에 대하여 조사할 수 있으며, 이에 필요한 서류의 제출 또는 증인의 출석과 증언이나 의견의 진술을 요구할 수 있다.”고 한 후 이어 제2항에서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절차 기타 필요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위 제1항이 규정하고 있는 “국정감사권”과 “국정조사권”은 “국회”의 권한임이 명백하므로 국회의원인 청구인이 국회의 국정감사권 또는 국정조사권 자체에 관한 침해를 들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는 없다. 다만, 헌법 제61조 제2항에 따라 제정된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의 여러 조항들을 살펴보면4)국정조사요구 발의권은 개별 국회의원에게

인정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국정감사 및 국정조사가 실시되는 경우 그 위원회와 본회의의 각종 의결절차에서의 심의 및 표결할 수 있는 권한이 개별 국회의원의 권한으로 인정되는 것은 물론이다.

(3) 권한의 침해가능성 여부

(가) 먼저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고 규정한 헌법 제46조 제2항으로부터 국회의원의 구체적 권한이 도출되는 것으로 볼 수 없음은 위에서 본 바와 같다.

(나) 다음으로 “법률안제출권”과 “법률안심의표결권”의 침해가능성에 대해 살펴보면, 비록 이 사건 실명자료를 공개하는 것이 정치활동의 일환으로서 국회의원의 직무상 활동에 포함되는 것이라고 보더라도, 이 사건 가처분결정과 이 사건 간접강제결정으로 인해 국회의원인 청구인이 법률안을 만들어 제출할 권한이나 특정한 법률안에 대해 국회의원으로서 심의하고 표결할

권한이 제한되지는 않는다. 다시 말해 이 사건 가처분결정이나 이 사건 간접강제결정은 국회의원의 법률안제출권과 법률안심의권에 관해서는 어떠한 제한도 가하지 않고 있다.

(다) 또한 이 사건 가처분결정이나 이 사건 간접강제결정으로 인해 청구인이 이 사건 실명자료를 인터넷 등에 공개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해서, 이 사건 실명자료에 나타난 내용을 토대로 청구인이 국회의원으로서 국정조사를 요구하거나 국정감사 또는 국정조사의 각종 절차에서 심의하고 의결하는 것에 대하여 어떠한 제한도 발생하지 않는다.

(라) 결국 이 사건에서 청구인이 주장한 국회의원의 권한은 이 사건 가처분결정이나 이 사건 간접강제결정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는 청구인이 주장하는 국회의원으로서의 권한에 대한 침해가능성을 인정할 수 없다.

이 결정은 법원을 피청구인으로 하여 법원의 재판을 심판의 대상으로 삼은 첫 번째 권한쟁의심판 사건이었다. 다만 이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청구인이 침해를 주장하는 권한에 대한 침해가능성의 부존재라는 일반적인 권한쟁의심판의 적법요건 흠결을 들어 사건을 각하함으로써, 법원의 재판을 심판의 대상으로 한 권한쟁의심판 특유의 요건에 관한 심사는 이루어지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