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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2008. 4. 8. 선고 2007나33803 판결

[손해배상(기)][미간행]

원고, 항소인

원고

피고, 피항소인

대한민국

변론종결

2008. 3. 25.

주문

1. 제1심 판결 중 아래 제2항에서 지급을 명하는 금원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부분을 취소한다.

2. 피고는 원고에게 6,000,000원 및 이에 대한 2003. 11. 25.부터 2008. 4. 8.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3. 원고의 나머지 항소를 기각한다.

4. 소송총비용 중 5분의 4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5. 제2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50,000,000원 및 이에 대한 1998. 5. 20.부터 제1심 판결 선고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사실

가. 소외 1(대법원 판결의 소외인)의 사고 발생 및 장해급여 지급 결정

(1) 원고는 서울 종로구 창신동 (지번 생략)에서 상시근로자 3명, 일용직 2명을 고용하여 고무인을 제조하는 한국특수인기업사를 운영한 사람인데, 1997년 당시 산업재해보상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

(2) 소외 1은 1997. 4. 25. 19:00경 한국특수인기업사 작업장에서 전기톱 기계로 고무인 제작에 사용되는 나무의 절단 작업을 하던 중, 왼손이 회전하는 전기톱날에 스치는 바람에 왼쪽 제1, 2, 3, 4 손가락에 다발성 심부열창 및 피부결손의 상해를 입었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고 한다).

(3) 이 사건 사고 직후부터 1997. 6.말경까지 소외 1을 치료한 서울 종로구 숭인동 소재 ○○의원의 의사인 소외 2는, 소외 1이 이 사건 사고로 왼쪽 제1, 2, 3, 4 손가락에 다발성 열창 및 피부결손에 따른 피부 강직 등으로 인하여 굴곡 및 신전장애가 있어 4개의 손가락을 제대로 못쓰게 될 것이라고 진단하였다.

(4) 소외 1은 1998. 5. 4.경 근로복지공단에 대하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소정의 장해급여 지급청구를 하였고, 위 공단은 자문의인 성바오로병원 소속 의사인 소외 3으로부터 1998. 5. 12. 소외 1이 ‘상병으로 가료후 좌수 제1, 2, 3, 4 수지에 운동제한이 있다’는 취지의 소견을 받고 이를 참고하여 1998. 5. 20.경 소외 1이 ‘한 손의 엄지손가락을 제대로 못쓰게 된 사람’인 장해등급 10급 8호에 해당한다는 내용의 보험급여지급결정을 하였다.

(5) 그러나 소외 1은 근로복지공단의 위 결정에 불복하여 서울 관악구 봉천동 소재 □□병원의 의사인 소외 4로부터 1998. 7. 8. ‘좌측 무지, 시지, 중지, 약지, 소지의 관절부 강직과 굴곡근 단축 및 연부조직 유착으로 정형외과적인 고도의 동통과 운동제한이 있으며, 현재상태로 보아 향후 상당기간의 물리치료를 요하며 이러한 동통과 운동제한은 잔존할 것으로 사료됨. 중수지 및 지관절, 근위지 및 원위지 관절부위의 현재 운동상태는 거의 없음. 단순 방사선촬영’ 등의 내용이 담긴 후유장해진단서를 받고, 이를 첨부하여 1998. 8. 19.경 위 공단에 심사청구를 하였다.

(6) 그런데 위 공단이 1998. 9.경 국립의료원에 소외 1에 대한 진단을 의뢰한 데 대하여는, 국립의료원은 1998. 11. 10. ‘환자가 진료를 거부하여 소견서를 작성할 수 없다’는 내용의 회신을 하였다. 그 후 위 공단이 1998. 11. 25. 소외 1의 위 심사청구를 기각하는 결정을 하자, 다시 소외 1은 1999. 2. 18. 산업재해보상보험심사위원회(이하 ‘산재심사위원회’라고 한다)에 재심사를 청구하였다.

(7) 이에 산재심사위원회는 소외 1을 최초로 치료한 ○○의원 의사인 소외 2 등과 근로복지공단 자문의의 소견이 차이가 나자 제3의 의료기관에 특진을 실시하도록 한 후 그 결과에 따라 재심사청구를 심리하기로 하였는바, 위 공단은 1999. 4. 12. 피고 산하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에게 소외 1의 ‘좌수지 1, 2, 3, 4, 5 중수지관절, 근위지관절, 원위지관절(지관절 운동범위 AMA방식)’에 대하여 법 소정의 진찰요구를 하였다. 이에 백병원은 1999. 4. 16. 소외 1의 좌측수지 운동범위가 ‘무지 중수지관절은 굴곡 40도에서 강직, 지관절은 굴곡 40도 위에서 굴곡, 시지·중지·약지·소지 모두 중수지관절은 신전 30도, 굴곡 60도로 운동범위 30도, 제1지관절 및 제2지관절은 각각 굴곡 30도에서 강직되었다’며 왼쪽 제1 내지 5 손가락의 관절운동이 모두 제한된다는 취지의 소견으로 회신하였다. 그런데 당시 백병원은 소외 1에 대하여 방사선촬영이나 근전도검사를 실시하지는 아니하였다.

(8) 산재심사위원회는 1999. 4. 29. 소외 1의 장해상태에 대한 각종 소견서 및 이 사건 진단 결과를 토대로 소외 1이 ‘한 손의 5개의 손가락 또는 엄지손가락과 둘째손가락을 포함하여 4개의 손가락을 제대로 못쓰게 된 사람’인 장해등급 7급 7호로 재결(이하 ‘이 사건 1999. 4. 29.자 재결’이라 한다)하였다.

나. 손해배상 소송의 경과

(1) 소외 1은 위 심사청구 등과는 별도로 원고에 대하여 서울서부지방법원 2000가단8284호 손해배상(산) 청구사건으로 이 사건 사고로 자신에게 왼쪽 제1, 2, 3, 4 손가락의 관절운동이 제한되는 후유장해가 영구적으로 남게 되어 노동능력이 일부 상실되었다고 주장하면서 그로 인한 손해의 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2) 위 법원은 카톨릭대학교 성모병원에 신체감정촉탁을 하였는바, 성모병원은 2000. 6. 22. 소외 1에게 자각적 증상으로 좌측 수부의 제2, 3, 4, 5 수지의 관절운동제한이 있는 외에 타각적 증세로도 위와 같은 운동제한이 있으며, 피감정인이 감각장애를 호소하나 근전도 검사상 특이소견을 발견할 수 없다고 하면서도, 위 운동제한의 후유장해가 영구적으로 예상된다는 취지로 감정하였다. 그 후 위 법원은 2001. 7. 26. ‘ 소외 1의 좌측 수부의 제2 내지 5 수지의 관절운동제한으로 23.13%의 노동능력이 상실되었다’고 판단하여 소외 1 일부 승소의 판결을 선고하였다.

(3) 위 판결에 대하여 원고는 서울고등법원 2001나50670호 로 항소하였고, 서울고등법원은 심리 중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과 서울대학교병원에 신체감정촉탁 및 사실조회를 하였다. 이에 세브란스병원은 2002. 6. 11. ‘피감정인이 좌측 수부의 운동장애를 호소함. 타각적 증세상 신경학적 이상 소견은 없었으며 수부의 부종이나 압통은 관찰되지 않았음. 운동영역의 경우 경도의 구축이 관찰되나 현실적으로 운동영역의 측정이 불가능하였음. 방사선 검사상 좌측 수부의 이상 소견은 없었음. 노동능력의 상실정도는 알 수 없음’ 등의 내용을 담은 감정서와 2002. 7. 18. ‘외관상 관찰되는 반흔이 경미한 점, 굴곡건의 손상이 없었던 점, 방사선 검사상 관찰되는 골격의 손상이 없는 점 등으로 미루어 보아 운동장애가 없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사료되나 여러가지 이유로 운동장애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이 없으므로 노동력 상실의 정도를 알 수 없다’는 사실조회회신을 보냈다. 또한 서울대학교병원은 2002. 7. 4. ‘피감정인이 주먹을 펴지 않아 상처를 충분히 관찰할 수 없었음. X-Ray상 골격계의 이상 소견은 관찰되지 않았음. 감정 당시 피감정인의 왼손 피부는 정상이고 냄새 등 세균감염의 흔적이 없었음. 피감정인이 정신적인 문제로 인해 특정인과 만날 때 손을 펴지 않는 경우, 또는 의도적으로 주먹을 펴지 않을 가능성 등을 알아보기 위하여 선경정신과적 진찰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취지의 감정서를 위 법원에 보냈다.

(4) 서울고등법원은 2002. 9. 27. 제1심 판결을 일부 취소하고 원고의 소외 1에 대한 금전지급의 범위를 축소하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하였고, 위 판결에 대하여 당사자 쌍방이 대법원 2002다61255호로 상고하였으나 2003. 1. 27. 상고가 모두 기각 되어 그대로 확정되었다.

그런데 서울고등법원은 왼쪽 1, 2, 3, 4손가락에 관절운동이 제한되는 영구적인 후유장해가 남았다는 소외 1의 주장에 대하여 위 판결 이유에서, 소외 1을 최초로 진료한 위 ○○의원 의사 소외 2가 작성한 진단서 등에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소외 1이 이 사건 사고로 왼쪽 제1, 2, 3, 4 손가락에 다발성 심부열창 및 피부결손의 상해를 입은 것으로 되어 있으나, 제1심인 서울서부지방법원의 위 성모병원장에 대한 신체감정촉탁결과에는 소외 1이 이 사건 사고로 왼쪽 제2, 3, 4, 5 손가락에 다발성 심부열창 및 피부결손의 상해를 입어 그 부분의 관절운동이 제한된다고 되어 있어 장해부위가 서로 다른 점, 소외 1이 제2심인 서울고등법원에 이르러 2002. 3. 12. 및 2002. 3. 26.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신체감정을 받을 당시에는 왼손 주먹을 꽉 쥔 상태에서 펴지 않아 원활한 감정이 이뤄지지 못하였으나, 원고로부터 사기로 고소당하여 서울지방검찰청에서 조사를 받을 당시에는 수사검사에게 ‘상처를 입은 왼손은 지금 완전히 펴지지도 않고 힘을 주어 주먹을 쥘 수도 없는 상태’라고 진술한 점, 장시간 주먹을 꽉 쥔 상태가 유지되면 피부가 짓무르고 세균감염에 의한 악취가 나는 것이 일반적인데도 위 신체감정 당시 소외 1의 왼손 피부는 정상이었고 세균감염으로 인한 악취도 전혀 없었으며 방사선 검사상 골격계의 손상도 관찰되지 않았고, 서울고등법원의 위 세브란스병원장에 대한 신체감정촉탁결과에 의하더라도 소외 1의 왼손은 외관상 제1, 2, 3 손가락에 피부를 봉합한 흔적은 있으나, 그 반흔이 경미하고 방사선 검사상의 골격 손상이 관찰되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제1심 법원에서 믿은 카톨릭대학교 성모병원장에 대한 신체감정촉탁결과 등 위 주장에 부합하는 증거들을 믿을 수 없다고 배척하고, 단지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소외 1의 입원치료기간 중의 일실수입과 위자료만을 인정하였다.

다. 장해급여 지급결정 취소

(1) 근로복지공단 서울지역본부장은 위 대법원 판결 후인 2003. 2. 13.경 원고 및 소외 1에 대하여 소외 1이 원고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소외 1의 왼쪽 손가락에는 신체장해가 전혀 없다는 내용의 판결이 확정되었으므로 그 판결 취지대로 소외 1에 대한 장해급여지급결정처분을 취소하고 아울러 소외 1에게 이미 지급한 장해급여 21,320,180원을 부당이득금으로 징수하며, 원고에 대한 보험급여징수결정도 취소할 예정이라고 통보하였다.

(2) 그 후 소외 1이 위 처분에 불복하여 심사청구를 하였으나 2003. 6. 25. 기각되자 산재심사위원회에 위 장해급여지급결정취소 및 부당이득금징수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재결신청을 하였다. 이에 산재심사위원회는 2003. 11. 25.경 1999. 4. 29. 재결 당시 사실관계 및 의학적 소견을 근거로 정당한 절차와 방법으로 소외 1의 장해등급을 제7급 제7호로 재결하였고, 근로복지공단은 위 재결에 기속된다는 이유로 소외 1의 신청을 받아들여 위 처분을 취소하는 재결(이하 ‘이 사건 2003. 11. 25.자 재결’이라 한다)을 하였다.

(3) 그러나 이에 대하여 다시 원고가 서울행정법원 2004구합9913호 로 장해급여지급처분 및 보험급여징수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하자, 위 법원은 2005. 1. 20. 그간의 경과 등을 모두 종합할 때 소외 1의 왼쪽 손가락에 장해가 발생하였다고 인정할 수 없다며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여 ‘산재심사위원회가 2003. 11. 25. 소외 1에 대하여 한 장해급여부지급처분 및 부당이득금징수처분의 취소처분을 취소한다’는 판결을 하였고, 위 판결에 대하여 산재심사위원회는 서울고등법원 2005누5286호 로 항소하였고 소외 1이 피고 보조참가인으로 참가하였으나 항소가 기각되었다. 이에 위 판결에 대하여 소외 1이 대법원 2006두2282호로 상고하였으나 2006. 4. 14. 상고가 기각 되어 그대로 확정되었다.

라. 관계법령

별지와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10호증, 갑 제9호증의 1, 2, 갑 제13호증의 1 내지 9, 을 제1, 6, 7, 8, 9호증의 각 기재, 갑 제3, 4호증의 각 일부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고의 주장

원고는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피고 산하 근로복지공단과 산재심사위원회의 아래와 같은 잘못된 업무처리로 인해 그간 수년에 걸쳐 송사에 휩싸이면서 정신적 고통을 당하였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피고의 불법행위에 따른 위자료로 50,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1) 근로복지공단은 애초에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소외 1의 장해를 심사함에 있어, 사실은 소외 1이 상해를 입은 사실이 없음에도 소외 1과 공모하여 소외 1의 장해를 인정하였거나, 적어도 소외 1의 상처부위, 입원사실 등을 확인하여 소외 1이 제출한 진단서가 허위임을 손쉽게 인지할 수 있었고, 더구나 ○○의원 의사인 소외 2와 자문의인 소외 3의 진단결과가 전혀 다른 점 등 여러 가지 모순된 점에 대해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도 소외 1에게 장해가 없음을 알 수 있었음에도 소외 1에 의해 조작된 진단결과들을 만연히 신뢰하여 1998. 5. 20. 소외 1이 이 사건 사고로 인해 왼손에 장해를 입었음을 인정하는 잘못을 저질렀고, 이러한 근로복지공단의 불법행위는 결과적으로 산재심사위원회가 소외 1에게 제7급 제7호의 장해를 인정하는데 일조하였다.

(2) 산재심사위원회는 소외 1의 장해등급을 심사함에 있어 1999. 4. 12.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에 소외 1의 신체감정을 의뢰하였는데, 당시는 진단결과가 상이한 여러 병원의 진단서가 이미 제출되어 있었으므로 그간의 진찰경과와 문제점 등을 상세히 적시하고 방사선검사나 근전도검사 등 보다 정밀한 조사방법을 택할 것을 요구하여 감정을 의뢰함이 마땅함에도, 기존의 모순된 진단서도 첨부하지 아니한 채 단순히 진찰이유에 장해특진이라고만 표시하여 감정을 의뢰함으로써 부당한 감정결과를 조장하였고, 그 결과를 토대로 소외 1에게 제7급 제7호의 장애를 인정하는 잘못된 재결을 하였다.

(3) 산재심사위원회는 법원의 판결을 통해 소외 1에게 후유장해가 없음이 확인되어 사정이 변경되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달리 사실관계에 관한 조사도 새로이 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1999. 4. 29.자 재결 당시 정당한 절차와 방법으로 장해등급을 재결하였다는 이유만으로 2003. 11. 25. 근로복지공단의 장해급여지급처분취소 및 부당이득금징수결정처분을 취소하는 위법을 저질렀다.

나. 피고의 주장

이에 대하여 피고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1) 본안전항변

산업재해보험급여와 관련한 심사의 위법함을 다투는 소송은 그 처분청인 근로복지공단을 피고로 삼아야 하므로 피고를 상대로 한 이 사건 소송은 피고 적격이 없는 자를 상대로 한 부적법한 소이다.

(2) 본안에 관한 주장

(가) 이 사건 1999. 4. 29.자 재결은 소외 1의 장해상태가 주치의와 자문의 간에 각각 상이한 것으로 확인되어 공신력 있는 제3의료기관에 특진을 의뢰하여 그 결과 등을 종합하여 적법하게 심리·재결한 것이므로 그 재결에 이르기까지의 절차와 방법에 하자가 없어 위법·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

(나) 이 사건 2003. 11. 25.자 재결과 관련하여, 관련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사건의 판결이 산재심사위원회의 처분에 대하여 직접적 기속력을 가지는 것은 아니고, 판결 내용도 소외 1에게 일부 장해가 있다는 내용에 대하여 견해를 달리한 것일 뿐 이 사건 1999. 4. 29.자 재결사항의 위법·부당성에 대한 판결이 아니므로 산재심사위원회가 민사소송의 결론과 다른 결정을 하였다고 하여 위법하다고 할 수 없고, 이 사건 2003. 11. 25.자 재결의 원인이 된 이 사건 1999. 4. 29.자 재결이 정당한 절차와 방법으로 적법하게 이루어진 이상 동일한 사안에 대하여 임의로 취소할 수 없으며, 피고가 근로복지공단의 소외 1에 대한 장해급여부지급결정 및 부당이득금 징수결정처분을 적법하게 심리하여 취소 재결한 것은 그 절차와 방법에 하자가 없어 위법하거나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

3. 판단

가. 본안전항변에 관한 판단

이행의 소에 있어서는 원고에 의하여 이행의무자로 지목된 자가 피고 적격을 가지는 것이어서, 피고 주장의 위 사유는 본안에서 청구권 유무로서 판단될 사유일 뿐 본안 전에 당사자 적격의 유무로서 판단될 사항은 아니라 할 것이므로, 위 항변은 이유 없다.

나. 본안에 관한 판단

(1) 근로복지공단에 관한 주장에 대한 판단

근로복지공단은 산업재해보상보험에 관한 심사청구를 심리·결정하는 독립된 법인으로서 산재심사위원회와 같은 피고 산하 기관과는 달리 별개의 법인격이 있는바, 설령 원고의 위 2.가.(1)항의 주장과 같은 불법행위가 인정되더라도 그 손해배상의 의무자는 근로복지공단 자체가 될 것이지 피고가 될 수는 없으므로, 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것도 없이 이유 없다.

(2) 산재심사위원회에 관한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살피건대, 어떠한 행정처분이 후에 항고소송에서 취소되었다고 할지라도 그 기판력에 의하여 당해 행정처분이 곧바로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것으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것이지만, 그 행정처분의 담당공무원이 보통 일반의 공무원을 표준으로 하여 볼 때 객관적 주의의무를 결하여 그 행정처분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인정될 정도에 이른 경우에는 국가배상법 제2조 소정의 국가배상책임의 요건을 충족하였다고 봄이 상당할 것이며, 이때에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는지 여부는 피침해이익의 종류 및 성질, 침해행위가 되는 행정처분의 태양 및 그 원인, 행정처분의 발동에 대한 피해자측의 관여의 유무, 정도 및 손해의 정도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손해의 전보책임을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부담시켜야 할 실질적인 이유가 있는지 여부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0. 5. 12. 선고 99다70600 판결 , 2004. 6. 11. 선고 2002다31018 판결 등 참조).

돌이켜 이 사건에 관하여 살피건대, 이 사건 관계법령에 의하면 장해급여는 근로자가 업무상의 사유에 의하여 부상을 당하거나 질병에 걸려 치유 후 신체 등에 장해가 있는 경우에 지급되는 것으로, 장해등급의 판정은 요양이 종료된 때에 증상이 고정된 상태에서 행한다고 규정되어 있고, 인신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사건에 있어서의 후유장해도 치료가 종결된 후 피해자에게 남게 된 기능의 장애를 의미하는 것으로 장해급여의 판정과 마찬가지로 증상이 고정된 후에 그 평가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먼저, 이 사건 1999. 4. 29.자 재결 당시에 감정의뢰상의 잘못으로 부당한 감정결과를 조장하였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위 주장은 이유 없어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다음으로 이 사건 2003. 11. 25.자 재결에 관하여 보건대, 비록 이 사건 1999. 4. 29.자 재결 당시에 관계법령에 따른 절차와 방법으로 소외 1에게 제7급 제7호에 해당하는 장해가 남게 되었다고 판정하였다 하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2003. 11. 25.자 재결 당시에는 사정이 변경되어 분쟁의 기초가 동일한 소외 1의 왼쪽 손가락의 후유장해여부에 관하여 이 사건 1999. 4. 29.자 재결 당시 판단의 근거가 되었던 주요 증거들을 배척하고 이를 인정하지 아니하는 내용의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있었던 상태이었고(다른 사건의 재판에서 인정된 사실에 관하여는 다른 소송에서 구속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확정된 관련 있는 민사나 형사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은 이를 채용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나타나 있지 아니한 이상 유력한 증거자료가 되는 것이다), 또한 그것을 이유로 근로복지공단에서도 소외 1에 대하여 장해급여지급결정을 취소하고, 이미 지급한 장해급여금을 부당이득금으로 징수하는 처분을 한 것이므로, 산재심사위원회로서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92조 , 제89조 제2항 에 따라 적어도 그때까지 감정에 관여하지 아니한 전문적인 지식이나 경험을 가진 제3자로 하여금 위와 같이 초진의와 감정의들 간에 감정결과가 상반되고 그에 따라 산재심사위원회의 판단과 법원의 판단이 상충된다는 점을 명시하여 다시 감정하게 한 다음 그 결과와 기존의 자료를 종합하여 소외 1에게 장해가 남았는지 여부와 남아 있을 경우 그것이 어느 정도인지 여부를 새롭게 판단하는 절차를 거쳤어야 함에도(그러한 절차를 거쳐 재결을 하였다면 설령 법원의 최종판단과 다른 재결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과실이 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만연히 이 사건 1999. 4. 29.자 재결 당시 법령에 따른 절차와 방법에 의하였고 근로복지공단은 위 재결에 기속된다는 이유만을 들어 위와 같은 심리절차에 나아가지 아니한 채 근로복지공단의 위 처분을 취소하는 재결을 한 것은 비록 그러한 판단에 위법, 부당한 목적이 있거나 중대한 위법행위가 있다고 할 수는 없더라도, 이는 이 사건과 같은 산업재해보상보험에 관한 업무를 처리하는 보통 일반의 공무원을 표준으로 하여 볼 때 객관적 주의의무를 결하여 그 행정처분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는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에 따라 원고에게 이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나) 위자료의 수액

나아가 위자료의 수액에 관하여 살피건대,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원고가 산재심사위원회의 이 사건 2003. 11. 25.자 재결 이후 그 처분을 취소하기 위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이를 수행하여 온 기간과 노력의 정도, 한편 그 이전에 상반된 감정결과로 인하여 여러 번 처분이 변경되었던 과정, 피고의 과실내용 기타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감안하면, 원고에 대한 위자료는 6,000,000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다.

4. 결 론

그렇다면, 피고는 위자료로 원고에게 6,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재결일인 2003. 11. 25.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한 당심 판결 선고일인 2008. 4. 8.까지는 민법에 정한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에 정한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으므로,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일부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제1심 판결 중 위에서 지급을 명하는 금원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부분을 취소하여 피고에게 위 금원의 지급을 명하고, 원고의 나머지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 생략]

판사 김영수(재판장) 김한철 조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