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살인(변경된죄명상해치사)피고사건][고집1974형,124]
형법 271조 1항 소정 유기죄의 성립요건
형법 271조 1항 소정의 유기죄는 동조 3항 의 규정에 비추어 유기로 인하여 생명신체에 구체적인 위험의 발생을 요건으로 하지 않고 추상적인 위험만 있으면 성립된다고 할 것이므로 설사 피고인이 타인의 집 마루에 아이를 갖다 둔 행위가 그 타인의 양육 의사를 간접적으로 확인한 후 그의 보호를 예상하고 한 것이라 할지라도 9월달 저녁 9시경 당시 사람이 아무도 없는 집 툇마루에 생후 4개월된 아이를 방치하였다면 그 즉시 그 아이를 보호없는 상태에 빠지게 함으로써 생명신체에 추상적인 위험을 발생케 한 경우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
피고인
검사 및 피고인
원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3년에 처한다.
원판결선고전 구금일수 중 170일을 위 형에 산입한다.
검사의 항소이유의 요지는 첫째, 피고인의 공소외 1과 공모하여 생후 4개월된 그의 아들을 저녁 8시경 아무도 없는 공소외 2의 집 마루에 버리고 온 행위는 설사 피고인의 의사가 그 아이를 다른 사람에게 기르게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하더라도 검사제출의 증거에 나타난 당시 상황으로 보아 그 아이의 생명신체는 위험을 받을 상태에 이르렀으므로 유기죄를 인정함에 증거가 족함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그 행위가 아이의 생명신체에 위험을 가져오게 할 성질의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달리 유기행위라고 인정할 증거없다고 무죄를 선고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판결에 영향을 미친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고 둘째,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상해치사죄에 대한 원심의 형의 양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는 것이고, 피고인의 항소이유 요지는 첫째, 피고인은 본건 상해치사의 범행을 저지른바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판결에 영향을 미친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고 둘째, 원심이 피고인에 대한 형의 양정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는 것이고, 변호인의 항소이유의 요지는, 피고인은 상해에 대한 고의가 없이 피해자인 그의 남편과 단순한 부부싸움을 하였을뿐으로 이 행위와 피해자의 사망과의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증거가 희박함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에게 상해치사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심리미진과 증거없이 사실을 인정한 위법이 있어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먼저 피고인의 항소이유 첫째점과 변호인의 항소이유에 관하여 보건대, 원심이 적법한 증거조사를 거쳐 채택한 여러증거들을 기록에 비추어 자세히 살펴보면, 원심판시의 상해치사사실을 인정하기에 넉넉하고, 달리 기록을 살펴보아도 논지가 지적하는 것처럼 심리미진이나 증거없이 사실을 인정한 잘못이 있음을 찾아볼길 없으니 이점에 관한 논지는 이유없다.
다음 검사의 항소이유 첫째점에 관하여 보건대 원심은 피고인이 그 남편인 공소외 3 및 공소외 1과 공모하여 1973.9.5. 21:00경 생후 4개월된 그의 아들을 생활이 곤궁하고 젖이 안나와 양육할 수 없다는 이유로 포대기에 싸서 집을 비워놓고 장터 가설극장에 나간 공소외 2의 집 툇마루에 갖다놓은 사실을 인정하면서 이 행위는 피고인이 미리 공소외 2 부부의 양육의사를 확인한 후 다만 아이를 넘겨주는 방법에 있어 동 부부가 누가 아이를 갖다 두었는지 모르기를 바라므로 동 부부의 부재중에 가져다 놓은 것임을 엿볼 수 있으므로 이를 가지고 유기행위 즉, 아이를 보호받지 못할 상태에 둠으로써 생명신체에 위험을 가져오게 할 성질의 행위라고는 보기어렵고, 달리 이를 유기행위라고 인정 할 증거없다고 하여 유기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그러나 유기죄란 보호를 요하는 자의 생명 신체의 안전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위험법이나 보호의무위반죄로서의 성격도 가지고 있는 것이며, 형법 제271조 제1항 소정의 유기죄는 같은 조 제3항 의 규정에 비추어 유기로 인하여 생명신체에 구체적인 위험의 발생을 요건으로 하지않고 추상적인 위험만 있으면 성립된다고 할 것이므로 설사 피고인이 공소외 2집 마루에 아이를 갖다둔 행위가 원심판결 판시와 같이 공소외 2의 양육의사를 간접적으로 확인한 후 그의 보호를 예상하고 한 것이라 할지라도 9월달 저녁 9시경에 사람이 아무도 없는 집 툇마루에 생후 4개월된 아이를 방치한 것은 그 즉시 그 아이를 보호없는 상태에 빠지게 함으로서 생명신체에 추상적인 위험을 발생케 하였다고 볼 것이다( 공소외 2 부부는 3시간 후인 같은날 12시경에 집으로 돌아와 이 아이를 발견하였다). 그렇다면 원심판결의 무죄부분에는 유기죄에 관한 법리오해와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어 판결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므로 이점 검사의 항소는 이유가 있다 할 것인바, 이 유기죄와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상해치사죄와는 경합범으로 처벌되어야 한 관계에 있으므로 결국 원판결은 전부 파기를 면치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검사와 피고인의 양형부당에 관한 항소이유를 판단할 필요없이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 에 따라서 원판결을 파기하고 당원이 다시 판결하기로 한다.
(범죄사실)
피고인은 1971.9.중순(음력 8.9.) 남편 공소외 4와 사별하고 그후 공소외 5(당시 61세)와 3일간 동거하다가 같은해 11.10.부터 본처가 있는 공소외 3(39세)과 내연관계를 맺고 동거하여온 사람인 바
1. 1973.5.3. 공소외 6과의 사이에서 남아( 공소외 7)를 출산하여 기르던중 같은해 9월초순경 공소외 6과 의논끝에 상 피고인 공소외 1에게 생활이 곤궁하고 젖이 적어 같은 남아를 기를 수 없으니 같은 남아를 유기할 장소를 물색하여 달라는 부탁을 하고 공소외 1은 이를 응낙, 서로 공모하여 같은해 9.5. 20:00경 경기 양평군 양평면 창대리 산41 1소재 피고인의 집에서 공소외 3은 생후 4개월된 같은 남아를 보자기에 싸서 안고 공소외 1은 공소외 3을 안내하여 같은면 양근 5리 160 거주 공소외 2의 집에 이르러 그집 마루위에 같은 남아를 버려두고 와서 같은 남아를 유기하고
2. 같은해 9.9. 08경 위 피고인의 집에서 같은달 7. 20:00경부터 골이 쑤신다고 하면서 왼쪽 손발을 떠는등 중풍증세를 보이던 공소외 3과 더불어 공소외 3이 피고인에게 동네에서 공소외 5와 불륜을 의심하고 있는데 돈 6,000원까지 빌려주어 가세를 기울게 하였으니 이제는 한집에서 사는 공소외 5를 내보내자고 하는데 대하여 피고인은 불륜관계를 극구 부인하면서 갈데도 없는 나이 많은 노인을 어떻게 내보내느냐고 대꾸하는등 부부싸움을 하게 되었던바, 이때 피고인은 공소외 3의 옷가지와 여행가방을 마루에 내놓으면서 당신도 이제는 물러갈 때가 되었으니 본처에게 돌아가라고 대어들고 같은날 10:00경 방안에 누어 머리가 아프다고 신음하는 같은 사람에게 꾀병부리지 말고 일어나라고 하면서 이미 반신불수의 증세로 기동을 하지 못하는 같은 사람의 겉옷을 벗긴 다음 위 여행용 가방에서 떼어낸 가방끈을 반으로 접어 오른손에 들고 같은 사람의 어깨, 등, 다리를 여러번 때리고 같은날 18:00경 다시 방안에 놓인 책상다리 옆에 모로 누어 신음하는 같은 사람의 머리맡에 앉아서 꾀병부리지 말고 일어서라고 욕설을 하고 너는 이제 필요없으니 본처에게 가라고 하면서 다시 위 가방끈으로 같은 사람의 어깨와 등을 때리는 한편 일어서서 발로 같은 사람의 머리를 여러번 차고 양손으로 같은 사람의 머리를 움켜쥐고 책상다리에 여러번 쥐어박아 같은 사람의 왼쪽 뒷머리가 부딪치게하여 정신적 신체적안정을 요하는 중풍환자인 같은 사람에게 뇌진탕상을 가하고 이로 인하여 같은 사람으로 하여금 같은해 9.11. 18:00경 뇌압항진, 뇌실질부종 및 뇌실질출혈등으로 인한 호흡중추마비로 사망케한 것이다.
(증거의 요지)
판시사실중 사인의 점을 제외한 나머지 사실은
1. 피고인의 원심 및 당심법정에서의 판시사실에 부합하는 진술부분
1. 원심증인 공소외 2, 8, 9, 10의 원심법정에서의 판시사실에 부합하는 각 진술
1. 검사가 작성한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중 판시사실에 부합하는 진술기재
1. 검사 및 사법경찰관사무취급이 작성한 공소외 8, 9, 11에 대한 각 진술조서중 판시사실에 부합하는 각 진술기재
1. 사법경찰관사무취급이 작성한 검증조서중 판시사실에 부합하는 기재와 사건등을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고, 판시 사인의 점은
1. 원심 및 당심증인 공소외 12의 법정에서의 판시사실에 부합하는 진술
1. 검사작성의 공소외 12에 대한 진술조서중 판시사실에 부합하는 진술기재
1. 의사 공소외 12작성의 사체 재부검감정서중 판시사실에 부합하는 기재등을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으므로 그 증명이 충분하다.
(법령의 적용)
판시 소위중 유기의 점은 형법 제271조 제1항 , 제30조 에, 상해치사의 점은 같은법 제259조 제1항 에 각 해당하는 바, 이들은 형법 제37조 전단 의 경합범이므로 같은법 제38조 제1항 제2호 , 제50조 에 따라 형이 중한 상해치사죄에 형에 경합범가중을 한 형기 범위내에서 피고인을 징역 3년에 처하고, 같은법 제57조 를 적용하여 원심판결선고전 구금일수중 170일을 위 형에 산입하기로 한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