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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2. 10. 11. 선고 2010다95147 판결

[퇴직금등][미간행]

판시사항

[1] 사용자와 근로자가 매월 지급하는 월급이나 매일 지급하는 일당과 함께 퇴직금으로 일정한 금원을 미리 지급하기로 한 경우, 위 ‘퇴직금 분할 약정’의 효력(=원칙적 무효)과 무효인 약정에 따라 이미 지급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이 부당이득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및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실질적인 퇴직금 분할 약정이 존재하는지를 판단하는 기준

[2] 갑 등이 을 주식회사와 연봉계약서를 작성할 당시 연봉금액에 퇴직금을 포함시키고 퇴직 시 별도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합의를 하였고, 연봉계약서에 매월 지급되는 퇴직금 명목의 금액을 특정하여 기재한 사안에서, 위 퇴직금 분할 약정은 그 실질이 임금을 정한 것이면서 퇴직금 지급을 회피하기 위하여 퇴직금 분할 약정의 형식만을 취한 것으로서 갑 등이 임금으로 정당하게 수령할 금액에 포함된다고 볼 여지가 많음에도, 갑 등이 수령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부당이득으로 을 회사에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본 원심판결에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원고, 상고인

원고 1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성원 담당변호사 홍경표)

피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장터가족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비앤에스 담당변호사 백수기)

주문

원심판결 중 퇴직금청구에 관한 원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인천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에 대하여 판단한다.

1. 사용자와 근로자가 매월 지급하는 월급이나 매일 지급하는 일당과 함께 퇴직금으로 일정한 금원을 미리 지급하기로 약정(이하 ‘퇴직금 분할 약정’이라 한다)하였다면, 그 약정은 퇴직금 중간정산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아닌 한 최종 퇴직 시 발생하는 퇴직금청구권을 근로자가 사전에 포기하는 것으로서 강행법규에 위배되어 무효이고, 그 결과 퇴직금 분할 약정에 따라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하였다 하더라도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 .

한편 근로기준법상 임금은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일체의 금원으로서, 근로자에게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하고 그 지급에 관하여 사용자가 단체협약, 취업규칙, 급여규정, 근로계약, 노동관행 등에 따라 지급의무를 부담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근로관계의 계속 중에 퇴직금 분할 약정에 의하여 월급이나 일당과는 별도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하였으나 퇴직금 분할 약정이 위와 같은 이유로 무효여서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면 위 약정에 의하여 이미 지급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은 ‘근로의 대가로 지급하는 임금’에도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따라서 사용자는 법률상 원인 없이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함으로써 그 금액 상당의 손해를 입은 반면 근로자는 같은 금액 상당의 이익을 얻은 셈이 되므로, 근로자는 수령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부당이득으로 사용자에게 반환하여야 한다고 보는 것이 공평의 견지에서 합당하다 ( 대법원 2010. 5. 20. 선고 2007다907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다만 퇴직금 제도를 강행법규로 규정한 입법 취지를 감안할 때 위와 같은 법리는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실질적인 퇴직금 분할 약정이 존재함을 전제로 하여 비로소 적용할 것이어서, 사용자와 근로자가 체결한 당해 약정이 그 실질은 임금을 정한 것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퇴직금의 지급을 면탈하기 위하여 퇴직금 분할 약정의 형식만을 취한 것인 경우에는 위와 같은 법리를 적용할 수 없다. 즉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월급이나 일당 등에 퇴직금을 포함시키고 퇴직 시 별도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합의가 존재할 뿐만 아니라, 임금과 구별되는 퇴직금 명목 금원의 액수가 특정되고, 위 퇴직금 명목 금원을 제외한 임금의 액수 등을 고려할 때 퇴직금 분할 약정을 포함하는 근로계약의 내용이 종전의 근로계약이나 근로기준법 등에 비추어 근로자에게 불이익하지 아니하여야 하는 등, 사용자와 근로자가 임금과 구별하여 추가로 퇴직금 명목으로 일정한 금원을 실질적으로 지급할 것을 약정한 경우에 한하여 위와 같은 법리가 적용된다 할 것이다 ( 대법원 2010. 5. 27. 선고 2008다9150 판결 참조).

2. 원심은, (1) 원고들이 2004년 2월 전 피고와 체결한 각 연봉계약서에는 퇴직금은 연봉금액에 포함된다는 취지만이 기재되어 있을 뿐 퇴직금 명목의 금액이 특정되어 기재되지 않아서 2004년 2월 전에 체결된 근로계약에 있어 임금과 구별되는 퇴직금 명목 금원의 액수가 특정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2004년 2월 전에는 임금과 구별하여 추가로 퇴직금 명목으로 일정한 금원을 실질적으로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고 볼 수 없으나, (2) 2004년 2월 이후에는 각 연봉계약서 작성 당시 연봉금액에 퇴직금을 포함시키고 퇴직 시 별도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합의를 하였고, 또한 2004년 2월 이후에 작성된 각 연봉계약서에 매월 지급되는 퇴직금 명목의 금액을 특정하여 기재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원고들과 피고는 2004년 2월 이후에 체결된 근로계약에 있어서는 임금과 구별하여 추가로 퇴직금 명목으로 일정한 금원을 실질적으로 지급하기로 하는 퇴직금 분할 약정이 있었다고 인정하고, 피고가 2004년 2월 이후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어 피고는 법률상 원인 없이 원고들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함으로써 위 금원 상당의 손해를 입은 반면 원고들은 같은 금액 상당의 이익을 얻은 셈이 되므로, 원고들은 2004년 2월 이후에 수령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부당이득으로 피고에게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3. 그러나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1) 피고가 매월 원고들에게 지급할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산정함에 있어서 원고들의 평균임금을 고려하지 않은 채 원고들의 연봉금액 및 월 급여액을 정한 다음 역산하여 그 금액에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일률적으로 정한 점(피고가 임의로 연봉금액 중 12/13에 해당하는 금액을 기본급으로, 1/13에 해당하는 금액을 퇴직금으로 항목을 구분하여 지급한 것이다), (2) 피고는 직원들에게 연월차수당 등을 지급하면서 그 산정의 기초가 되는 임금을 정함에 있어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포함시킨 점, (3) 월급의 형태로 임금을 지급받는 원고들의 처지에서 퇴직금으로 지급되는 부분과 그렇지 아니한 부분을 명확히 구별하여 지급받았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4) 원고들의 2004년 및 2005년 연봉금액에서 퇴직금 명목 금액을 제외하면 오히려 2003년 연봉금액보다 삭감되어 근로계약이 불리해진 결과가 되는데, 이는 2001년 이래 연봉금액의 증가 추세에 비추어 납득하기 어려워서 2004년 이후의 실질 연봉은 퇴직금 명목 금액을 포함한 금액으로 봄이 상당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들과 피고 사이의 2004년 2월 이후 퇴직금 분할 약정은 그 실질이 임금을 정한 것이면서 퇴직금 지급을 회피하기 위하여 퇴직금 분할 약정의 형식만을 취한 것으로서 원고들이 임금으로서 정당하게 수령할 금액에 포함된다고 볼 여지가 많다.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을 들어 피고가 2004년 2월 이후 퇴직금 분할 약정에 기하여 원고들에게 임금과 실질적으로 구별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추가로 지급하였다고 보아 원고들이 수령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부당이득으로 피고에게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퇴직금 분할 약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퇴직금청구에 관한 원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신(재판장) 민일영 이인복(주심) 박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