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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_flag_2제주지방법원 2017. 8. 10. 선고 2016노442 판결

[업무방해][미간행]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피고인

검사

이준식(기소), 성대웅(공판)

변 호 인

변호사 이제일

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피고인이 일부러 자재를 피해자 소유의 제주시 ○○○동 △△△△-△ 토지(이하 ‘이 사건 토지’라고 한다)에 가져다 둔 것이 아니라 이 사건 토지 위에 지하창고 신축공사 중 형틀공사를 진행하면서 가져다 둔 건축자재를 공사를 마친 이후에 치우지 않은 것에 불과한 것이다. 그럼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은 사실을 오인한 잘못이 있다.

나. 법리오해

피고인은 이 사건 토지에 신축한 지하창고(이하 ‘이 사건 건물’이라 한다)에 관하여 유치권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피고인의 행위는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은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한편 피고인의 변호인은 2017. 3. 23.자 증거제출, 2017. 4. 24.자 변호인의견서, 2017. 8. 1.자 변론요지서를 통하여,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피해자의 업무가 부존재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항소이유서 제출기간이 도과한 이후에 새롭게 제기된 주장이어서 적법한 항소이유라고 볼 수 없고, 직권으로 살펴보더라도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실 및 사정들, 즉 ①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 ‘피고인이 건축자재를 치우지 않음으로 인하여 다른 공사를 전혀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술하였고(수사기록 13면), 당심 법정에서 ‘형틀공사 후에 창문공사와 출입문 공사를 진행하려고 했는데, 진입로가 막혀서 미룰 수 밖에 없었다.’라고 증언하였으며, 피고인도 수사기관에서 ‘건축자재를 치우게 되면 피해자가 바로 공사를 완료해버리고, 그러면 공사대금을 받을 수 없다.’고 진술한 점(수사기록 28, 53면), ② 이 사건 토지의 면적은 2,916㎡임에도 피고인은 이 사건 토지에 신축한 이 사건 건물 부지(95㎡)를 훨씬 초과하여 이 사건 토지의 약 3/4 정도를 점유하면서 그곳에 건축자재를 적재해 놓았던 점, ③ 피해자는 피고인이 대표이사로 있던 공소외 주식회사와 이 사건 건물 신축공사 중 형틀공사 부분에 관하여만 도급계약을 체결하였는바, 경험칙상 이 사건 건물을 완성하기 위하여는 형틀공사 이외에 추가적인 공사가 필요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④ 피해자는 피고인이 이 사건 토지에 적재한 건축자재를 치운 이후에 이 사건 건물에 창문 등을 설치하고 사용승인을 받은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당시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피해자의 공사업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

다. 양형부당

원심의 형(벌금 4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사실오인 주장에 관하여

1) 관련 법리

업무방해죄의 위력은 반드시 업무에 종사 중인 사람에게 직접 가해지는 세력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족한 일정한 물적 상태를 만들어 사람으로 하여금 자유로운 행동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행위도 이에 포함될 수 있다( 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9도5732 판결 등 참조).

2)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설령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피고인이 형틀공사 완료 이후 건축자재를 치우지 않은 것에 불과하더라도, 피고인이 피해자의 추가 공사를 방해하기 위하여 일부러 건축자재를 치우지 않았고(수사기록 28, 53면 등), 그로 인하여 피해자가 추가 공사를 진행할 수 없었던 이상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는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족한 일정한 물적 상태를 만들어 피해자로 하여금 자유로운 행동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행위로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이와 다른 전제에서 피고인이 위력으로 피해자의 업무를 방해한 사실이 없다는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법리오해 주장에 관하여

1) 원심의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 이 부분 항소이유와 같은 취지의 주장을 하였고, 원심은 피고인의 주장에 관한 판단을 다음과 같이 설시하여 그 주장을 배척하였다.

‘공사대금 관련 분쟁이 있다는 이유로 만연히 공사자재를 토지에 쌓아놓은 점, 분쟁 해결을 위한 다른 방법을 찾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 보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의 행위를 두고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로서 형법 제20조 에 정하여진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2) 당심의 판단

가) 관련 법리

형법 제20조 에 정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라 함은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하고, 어떠한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한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인지는 구체적인 사정 아래서 합목적적·합리적으로 고찰하여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하므로, 이와 같은 정당행위가 인정되려면,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보호이익과 침해이익의 법익 균형성, 긴급성, 그 행위 이외의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대법원 2006. 4. 27. 선고 2004도5628 판결 등 참조).

나) 판단

원심이 설시한 사정들에다가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실 및 사정들을 더하여 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의 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법리오해의 잘못이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①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한 공사대금채권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피고인으로서는 이 사건 건물에 대하여만 유치권을 행사할 수 있을 뿐이고, 이 사건 토지는 피고인의 공사대금채권과 견련성이 없으므로, 피고인이 이 사건 토지에까지 유치권을 행사할 수는 없다.

② 피고인으로서는 공사대금을 지급받기 위하여 다른 법적 수단을 충분히 강구할 수 있었으므로,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가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내지 보충성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렵다.

다. 양형부당 주장에 관하여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주의를 취하고 있는 우리 형사소송법에서는 양형판단에 관하여도 제1심의 고유한 영역이 존재하고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 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판결 참조).

피고인이 동종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 피고인이 약 2개월 후 스스로 방해 상태를 제거한 점 등은 인정되나, 한편 원심은 이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여 피고인에 대한 형을 정한 것으로 보이고 달리 원심판결 선고 이후 양형에 참작할 만한 사정변경이 없는 점 등에다가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이 사건 범행의 동기 및 경위, 수단과 방법, 범행 이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과 공판과정에 나타난 모든 양형요소들을 종합하면, 원심이 선고한 형이 합리적인 재량의 범위를 벗어났다거나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보이지 아니한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 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다만. 원심판결 중 범죄사실 제2행의 “제주시 ○○○동 △△△△번지”는 “제주시 ○○○동 △△△△-△번지”의 오기임이 명백하므로 형사소송규칙 제25조 제1항 에 의하여 직권으로 이를 경정하기로 한다].

판사 박희근(재판장) 장수진 정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