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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8.4.26.선고 2017도19760 판결

사기

사건

2017도19760 사기

피고인

A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법무법인(유한) U(담당변호사 W, V, X, Y)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11. 16. 선고 2017노3044 판결

판결선고

2018. 4. 26.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그와 같은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J 사업부

지에서 시행사업을 추진하고자 하는 피해자에게 4,500억 원의 차용을 주선해 주고, 이

를 위해 외부기관에 평가보고서 작성을 의뢰하는 등 원리금 상환가능성 평가를 수행하

며, 평가보고서 작성비용 10억 원 가운데 8억 원을 부담할 것처럼 피해자를 기망하여

피해자로부터 2억 원을 편취하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피고인이 외부기관에 평가보고서 작성을 의뢰하는 등 원리금 상

환가능성 평가를 수행할 의사가 없었음에도 피해자를 기망하여 2억 원을 편취하였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사기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인 편취의 범의는 피고인이 자백하지 않는 이상 범행

전후의 피고인 등의 재력, 환경, 범행의 경위와 내용, 거래의 이행과정 등과 같은 객관

적인 사정 등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 한편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

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사

기죄의 주관적 요소인 범의를 인정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대법원 2015. 7. 23.

2015도2255 판결 등 참조).

한편 형사항소심은 속심이면서도 사후심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점과 아울러 형사소

송법에서 정한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의 정신 등에 비추어 볼 때, 제1심이 증인신문 등

의 증거조사 절차를 거친 후에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만한 증명이 부족하다고 보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경우에, 항소심의 심리 결과 일부 반대되는 사실에 관한 개

연성 또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하더라도 제1심이 일으킨 합리적인 의심을 충분히

해소할 수 있을 정도에까지 이르지 않으면,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범죄의 증명이 부족

하다는 제1심의 판단에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단정하여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6. 4. 28. 선고 2012도14516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을 알 수 있다.

1) 피해자가 대표로 있는 ㈜ F는 2013. 10. 11. 피고인 운영의 ㈜ D와 동업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주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가) ㈜ D는 ㈜ F에게 4,500억 원의 차용을 주선해 주고, ㈜ F는 ㈜ D에게 원리금

상환가능성 평가 업무를 위임한다.

나) 원리금 상환가능성 평가와 관련하여 외부기관에 평가보고서 작성을 의뢰하기로

하되, 평가보고서 작성비용 10억 원 가운데 2억 원을 ㈜ F가, 8억 원을 ㈜) 가 부담하

며, ㈜ D는 8억 원의 비용을 부담한 것에 대한 대가로 개발이익금의 3%를 지급받는다.

다) ㈜ F는 계약 성립 후 2개월 이내에 ㈜ D가 업무를 수행하는 데에 필요한 자료

를 제공하여야 한다.

2) 피해자는 계약 체결 당시 피고인에게 J 사업의 우선협상자 지위에 있는 K이 사업

에서 배제될 것이고, 자신이 사업을 확실히 인수할 수 있다는 취지로 이야기하였다.

3) 피해자는 ㈜) D의 대표이사이자 피고인의 처인 H 명의의 계좌로 2013. 10. 11. 1억

원을, 2013. 10. 28. 1억 원을 각 송금하여 평가보고서 작성비용 2억 원의 지급을 완료

하였다.

4) ㈜ F는 ① 2013. 10. 11., ② 2013. 11. 8., ③ 2013. 11. 19. 3회에 걸쳐 주 D에

자료를 제공하였다.

5) K은 J 사업을 인수하기 위해 대주단에 4,000억 원 정도의 가격을 제시하였는데,

피해자는 4,500억 원을 차용하여 선이자와 세금 등으로 300억 원 내지 400억 원을 공

제한 다음 대주단에 4,100억 원 내지 4,200억 원의 가격을 제시하는 방법으로 사업을

인수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6) K은 2013. 11. 13.경 대주단에 4,413억 원의 가격을 제시하였다.

7) 피고인은 2013. 12.경 피해자에게 '금액이 정해지지 않았고, 우선사업권이 없는

상태에서 외부기관에 평가보고서 작성을 의뢰할 수는 없으니 굳이 평가를 받고 싶으면

비용 전액을 피해자 측에서 부담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하였다.

8) J 사업은 최종적으로 Z그룹이 인수하게 되었는데, Z그룹이 대주단에 제시한 가격

은 4,525억 원이다.

다. 제1심은 피해자, ㈜ D 직원 L, ㈜ F 직원 N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한 다음 아래와

같은 이유를 들어 ① 피고인이 외부기관에 평가보고서 작성을 의뢰하는 등 원리금 상

환가능성 평가를 수행할 의사가 없었다고 단정할 수 없고, ② 평가보고서 작성비용 8

억 원을 부담하거나 ③ 4,500억 원의 차용을 주선할 의사 내지 능력이 없었다고 단정

할 수도 없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1) 사업부지에 대한 감정평가수수료가 3억 2,000만 원을 약간 상회하고, 안진회계법

인에서 유사한 프로젝트에 대하여 원리금 상환가능성 평가 용역비를 6억 원으로 하는

제안서를 작성하였던 점을 감안하여 외부기관 평가보고서 작성에 10억 원 상당이 들

것으로 예정한 것으로 보인다.

2) 피해자는 자신이 J 사업을 인수할 가능성이 있었다는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언론에서는 K 외에 다른 기업과는 M&A가 없다는 내용의 보도가 나오고

있었고, J 사업은 최종적으로 피해자가 아닌 제3자에 의해 인수되었다.

3)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J 사업을 확실하게 인수할 수 있다는 취지로 이야기하였는

바,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의 이야기 대로라면 상당한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여

평가보고서 작성에 소요되는 10억 원 가운데 8억 원을 자신이 부담하기로 하고, 피해

자로부터 나머지 2억 원을 교부받았다가 피해자가 사업권을 취득할 수 있는 근거를 제

시하지 못하자 자신이 투자한 8억 원을 회수하지 못하게 되는 것을 예상하고 외부기관

에 평가보고서 작성을 의뢰하는 것을 포기하였을 수 있다.

4) ㈜) D 직원인 증인 L은 피해자 측에서 부실한 서류를 제공하여 외부기관의 평가

를 받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5) 이 사건 이후에도 피고인의 처 H 명의의 계좌에 상당한 금원이 입금되었다.

6) 피고인이 2013. 10.경 피해자를 위해 5,000만 달러 상당의 자금을 조달해 주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라. 반면 원심은 추가적인 증거조사를 하지 않은 채 제1회 공판기일에 변론을 종결한

다음 아래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에게는 외부기관에 평가보고서 작성을 의뢰하는

등 원리금 상환가능성 평가를 수행할 의사가 없었다고 판단하여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1)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2억 원을 지급받았음에도 평가보고서 작성을 의뢰하기 위

해 회계법인과 접촉하여 회의를 진행하고, 견적서나 제안서를 받는 등의 시도조차 하

지 않았다.

2)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지급받은 2억 원을 회계법인에 계약금으로 지급하였다고

거짓말까지 하였다.

3) 평가보고서 작성에 10억 원이 소요된다는 사실을 입증할 아무런 자료가 없다.

4) 금액이 정해지고, 피해자 측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는 것이 평가보고서 작성을

의뢰하기 위한 전제였다면 그와 같은 사정을 동업계약서에 명시하였어야 한다.

5) 외부기관 평가보고서가 작성되어야 인수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것이고, 인수자금

조달이 확실하다는 자료가 있어야 피해자 측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될 수 있는 것이므

로, 외부기관에 평가보고서 작성을 의뢰하기 위해서는 피해자 측이 우선협상자가 되어

야 한다는 주장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6) 피고인은 3개월 이상 급여를 체불할 정도로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상황이었고,

피해자가 2억 원을 지급하자 대부분을 직원들의 체불 임금과 생활비 등으로 소비하였

다. 피고인에게는 평가보고서 작성비용 10억 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해 계획

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마. 그러나 앞서 본 사실관계와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

추어 볼 때 피고인에게 편취의 범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본 제1심의 판단은

합리적인 의심에 기초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원심이 판시한 사정만으로는 제1심이 일

으킨 합리적인 의심을 충분히 해소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

1) 아래의 사정들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에게 처음부터 원리금 상환가능성 평가를

수행할 의사가 없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가)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자신이 J 사업을 확실하게 인수할 수 있다는 취지로 이야

기하였는바, 피고인은 그와 같은 피해자의 말을 믿고 피해자가 부담하여야 할 평가보

고서 작성비용 10억 원 가운데 8억 원을 자신이 부담하는 대신 개발이익금의 3%를 지

급받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나) 피해자는 K이 대주단에 4,000억 원 정도의 가격을 제시한다는 전제 하에 자신

은 대주단에 4,100억 원 내지 4,200억 원을 가격을 제시하여 사업을 인수하려는 계획

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 피해자는 2013. 10. 28.까지 평가보고서 작성비용 2억 원의 지급을 완료하였고,

2013. 10. 11.부터 2013. 11. 19.까지 사이에 외부기관에 평가보고서 작성을 의뢰하기

위해 필요한 자료들을 피고인 측에 제공하였다.

라) 피해자 측에서 자료를 제공 중이었던 2013. 11, 13.경 K이 대주단에 4,413억 원

의 가격을 제시하였는바, 그로 인해 대주단에 4,100억 원 내지 4,200억 원의 가격을 제

시하는 것만으로는 사업을 인수하기가 어려워졌다.

마) 피고인에게는 피해자가 사업을 인수하지 못하게 되면 투자한 8억 원을 회수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 있지 않았는바, 피고인은 '이와 같은 상황에서는 외부기관에

평가보고서 작성을 의뢰할 수 없으며, 굳이 평가를 받고 싶다면 피해자 측에서 비용을

전부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해자에게 전달하였다.

바) 한편 피해자는 매각주관사인 안진회계법인 측에 보여주기 위해 피고인에게 인

수자금의 10% 정도를 조달해 달라고 부탁한 사실이 있는데,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2

억 원을 지급받은 직후 피해자를 위해 홍콩에서 5,000만 달러 상당의 수표를 반입하여

왔다고 주장하고 있고, 기록상 피고인의 주장이 사실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2) 피해자는, 피고인이 자신으로부터 지급받은 2억 원을 회계법인에 계약금으로 전

달하였다고 거짓말을 하였다고 주장하나, 이를 뒷받침할만한 자료는 피해자의 수사기

관에서의 진술 및 제1심 법정에서의 진술이 있을 뿐이다.

3) 원심은 평가보고서 작성비용이 10억 원에 이른다는 사실을 입증할 자료가 없다고

하였으나, 피고인과 피해자는 감정평가수수료 산정내역과 안진회계법인이 작성한 제안

서를 기초로 하여 평가보고서 작성비용을 10억 원으로 정한 것으로 보인다.

4) 동업계약이 체결된 경위에 비추어 볼 때 피해자가 J 사업을 인수할 수 있었다는

사정은 쌍방이 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묵시적인 전제로 삼았던 사정이라고 봄이 상당하

다.

5) 평가보고서가 작성되어야 인수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인수자금을 조달해야 피해

자 측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될 수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피해자 측에서 외부기관에 평

가보고서 작성을 의뢰하기 위해 필요한 자료의 제공을 마치기도 전에 피해자가 사업을

인수하기 어려운 사정이 발생하였다.

6)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지급받은 2억 원의 대부분을 직원들의 체불 임금과 생활

비 등으로 소비하였던 것은 사실이나, 2014. 6. 30.부터 2015. 4. 24.까지 사이에 피고

인의 처 H 앞으로 1,415,243,364원의 배당소득이 발생한 점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에

게 평가보고서 작성비용 10억 원을 마련할 의사 내지 능력이 없었다고 단정할 수 없

다.

바. 그럼에도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범죄의 증명이 부족하다는 제1심의

판단이 위법하다고 보기에 충분하지 않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제1심의 판단을 뒤

집어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으므로,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사기죄의 편취

범의와 유죄 인정에 필요한 증명의 정도,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심리주의 등에 관한 법

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 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대법관김신신

박상옥

주심대법관이기택

대법관박정화

심급 사건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11.16.선고 2017노30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