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무이탈][공1993.8.15.(950),2059]
서면화된 인사발령 없이 국군보안사령부 서빙고분실로 배치되어 이른바 "혁노맹"사건 수사에 협력하게 된 사정만으로 군무이탈행위에 군무기피목적이 없었다고 할 수 없고, 국군보안사령부의 민간인에 대한 정치사찰을 폭로한다는 명목으로 군무를 이탈한 행위가 정당방위나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한 사례
서면화된 인사발령 없이 국군보안사령부 서빙고분실로 배치되어 이른바 "혁노맹"사건 수사에 협력하게 된 사정만으로 군무이탈행위에 군무기피목적이 없었다고 할 수 없고, 국군보안사령부의 민간인에 대한 정치사찰을 폭로한다는 명목으로 군무를 이탈한 행위가 정당방위나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변호사 정덕진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 후의 구금일수 중 64일을 본형에 산입한다.
변호인의 상고이유를 본다.
1. 제1점에 대하여
원심 채용증거 및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 채용증거들(특히 군검찰관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각 피의자신문조서기재 등)을 기록에 대조 검토하여 보면 피고인이 군무를 기피할 목적으로 판시 국군보안사령부 서빙고분실을 이탈한 판시 군무이탈 범행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으며 또한 피고인이 서면화된 인사발령 없이 소론과 같은 경위로 그 원소속부대로부터 위 서빙고분실로 옮기게 되었다는 점과 피고인이 위 분실에서 소론이 주장하는 이른바 “혁노맹”사건 수사에 협력하게 된 사정만으로는 피고인의 위 이탈행위가 군무기피목적으로 부대 또는 직무를 이탈한 데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할 수 없다.
같은 취지에서 피고인을 군무이탈죄로 처단한 원심의 조처는 옳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법리오해나 심리미진 등의 위법이 없다. 논지는 이유 없다.
2. 제2,3점에 대하여
기록에 비추어 볼 때 원심이, 거시증거에 의하여 피고인의 위 이탈동기에 관하여 피고인이 위 분실에서 위 “혁노맹”사건 수사에 협조하면서 현실과 타협해 가는 자신의 모습에 대한 인간적인 좌절감과 동료에 대한 배신감을 만회하여야겠다는 생각 등으로 개인적으로는 도저히 더 이상의 부대생활을 할 수 없어 보안사의 민간인에 대한 정치사찰을 폭로한다는 명목으로 위 분실을 빠져 나가 부대를 이탈한 사실 을 인정하고, 피고인이 이 사건 양심선언을 하기 위한 목적 은 이 사건 군무이탈을 하게 된 여러 동기 가운데 하나를 이루는 데 불과하다고 판단한 것은 수긍할 수 있는바, 피고인이 군무를 기피할 목적으로 부대에서 이탈하였음이 위와 같이 인정되고 있는 이 사건에서 피고인의 군무이탈동기가 위 원심판시와 같다면 그 동기나 목적, 부대이탈 후의 피고인의 행적 등 기록에 나타난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군무기피를 목적으로 한 피고인의 이 사건 부대이탈행위가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로서 사회적으로 상당하여 형법 제21조 에 정한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거나 같은 법 제20조 에 정한 사회통념상 허용될 수 있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원심판결에는 소론과 같은 정당방위 또는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논지는 이유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 후의 구금일수 중 64일을 본형에 산입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