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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방법원 2022. 5. 26. 선고 2021노3395 판결

[감염병의예방및관리에관한법률위반·위계공무집행방해·공무상표시무효교사][미간행]

피고인

피고인 1 외 1인

항소인

쌍방

검사

이수영(기소), 최여련(공판)

변호인

법무법인(유한) 광장 담당변호사 배재덕 외 1인

원심판결

대구지방법원 상주지원 2021. 9. 15. 선고 2021고단38, 173(병합), 203(병합) 판결

주문

피고인들의 항소와 검사의 피고인들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들

1) 법리오해(역학조사 거부와 관련한 감염병의예방및관리에관한법률위반의 점에 관하여)

상주시 보건소의 출입자 및 시설종사자 명단 제출 요청은 구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2020. 12. 15. 법률 제1764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에 따른 역학조사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2) 양형부당

원심의 각 형(각 징역 1년 및 벌금 3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검사

피고인들에 대한 원심의 각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피고인들의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1) 원심의 판단

피고인들은 원심에서도 이 부분 항소이유와 같은 취지의 주장을 하였고, 이에 대하여 원심은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의 사정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이 상주시 보건소의 출입자 및 시설종사자 명단 제출 요청을 거부한 것은 구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감염병예방법’이라고 한다) 제18조 제3항 에서 정한 역학조사를 거부한 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① 역학조사의 방법은 감염병예방법 시행령 별표 제1의3이 정한 5가지로 열거되어 있고, ‘역학조사’는 형벌법규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이를 무한히 확장하는 해석은 수용될 수 없다. 그러나 위 방법에 따른 역학조사는 모두 그에 필요한 사실행위를 수반할 수밖에 없고, 이러한 사실행위를 방해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역학조사가 거부되거나 방해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또한 감염병예방법은 역학조사 거부·방해행위의 주체를 ‘누구든지’로 규정하여 특별한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② 감염병예방법은 역학조사를 ‘감염병의 차단과 확산 방지 등을 위하여 감염병환자등의 발생 규모를 파악하고 감염원을 추적하는 등의 활동’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정의규정에 비추어 볼 때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경우, 코로나19 환자가 감염 전 어디에서 누구를 만나 감염되었는지, 감염 후 누구를 만나 전파 위험성을 발생시키고 그 위험이 현실화되었는지 추적하는 것이 곧 역학조사이다. 개별적인 사람에 대해 실시되는 역학조사가 서로 독립하여 존재할 수 없고, 그 연결 과정을 확인하고 추적하는 과정이 역학조사에 필수적으로 수반된다. 나아가 시행령이 정한 5가지 방법의 역학조사를 실시하기 위한 연결고리를 확인하는 과정을 고의로 방해하거나 거부하게 되면, 역학조사가 직접적이고도 현실적으로 방해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누구든지’ 방역당국이 역학조사에 수반하여 실시되는 사실행위를 거부하거나 방해하는 경우, 그 사실행위가 시행령이 정한 5가지 고유의 방법 자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여 일률적으로 역학조사 거부·방해 행위가 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③ 이 사건에서 방역당국이 피고인들에게 제출을 요구한 자료는 확진자가 이 사건 센터에 방문한 일자의 출입자 명단 및 시설의 종사자 명단이다. 출입자 명단은 감염병예방법 제49조 제1항 제2의2호 에 따라 부과된 명단 작성 의무를 이행한 결과물이다. 위 법에서 정한 출입자 명단 작성 의무는 확진자가 발생하였을 경우 역학조사에 필요한 범위에서 제공될 것을 당연한 전제로 내포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항 제2호 는 개인정보처리자가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요건 중 하나로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거나 법령상 의무를 준수하기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를 규정하고 있고, 이와 같이 수집한 정보는 정보주체의 동의와 상관없이 같은 법 제17조 제1항 제2호 에 따라 개인정보를 수집한 목적 범위에서 제공할 수 있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감염병 전파의 위험성이 있는 장소의 출입자 명단은 감염병예방법에서 정한 의무를 준수하기 위해 작성된 것이므로, 위 조항이 예정하고 있는 개인정보 수집 요건에 해당하고, 그 수집 목적의 범위에서 제공할 수 있다.

⑤ 감염병예방법 시행령에서 정하고 있는 역학조사인 설문조사 등은 감염병환자등, 이들과 접촉한 사람 및 같은 감염 위험요소에 노출되었거나 노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코로나19의 빠른 전염력이라는 특성과 감염병예방법이 감염병 전파의 위험성이 있는 장소에 대해서만 출입자 명단 작성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감염병 환자가 머물렀던 시간에 감염병 전파의 위험이 있는 장소에 있었던 사람들은 감염병 환자와 접촉하였거나 같은 감염요소에 노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 즉 역학조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특정 시간의 출입자 명단은 코로나19 확진자와 그 다음 역학조사 대상자를 연결하는 가장 직접적이고도 확실한 연결고리가 된다. 이는 확진자가 속한 특정 단체 등의 전체 구성원 명단과 같은 자료를 바탕으로 그 안에서 보충적 방법을 동원하여 역학조사 대상을 다시 선별하여야 하는 사례와는 분명히 차별된다.

⑥ 출입자명단 작성 의무는 그 자체로 개인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출입자명단을 통해 감염병 환자 등과의 접촉 여부를 조속히 확인하고 방역당국으로 하여금 즉각적인 역학조사를 실시하도록 하는 것은 불특정 다수의 사생활의 비밀을 지킬 수 있음은 물론, 지체 없는 대응을 통해 개인의 건강과 생명이라는 가장 중요한 가치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감염병예방법 제76조의2 는 질병관리청장 또는 시·도지사의 정보제공요청 권한을 규정하고 있다. 출입자 명단 역시 위 조항에 의해 취득해야 하는 정보라는 해석도 있을 수 있고, 변호인의 주장도 그러한 전제에 있다. 주1) 그러나 위 조항을 통해 제공하는 정보의 구체적 내용은 의료법상 처방전과 진료기록부, 출입국관리기록, 이동경로를 파악하기 위한 신용카드, 교통카드 등 사용내역과 CCTV 영상정보 등으로 감염병 예방을 위해 작성 의무를 부과하여 생성, 수집한 자료와는 성격이 다르다. 위 정보제공요청권한이 질병관리청장 및 시·도지사에게만 부여된 반면, 출입자명단 작성의무를 부과할 수 있는 주체가 시장, 군수, 구청장 및 보건복지부장관에게까지 부여되어 있는 것도 같은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다. 시장, 군수, 구청장 등이 작성 의무를 부과한 자료를 제출받기 위해 시·도지사의 요청이 필요하다고 해석하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다.

⑧ 출입자명단의 작성 자체를 해태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반면, 작성한 명단을 제출하지 않을 경우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것은 각 규정이 정한 목적에 따라 별개의 제재를 규정한 것으로서 균형에 어긋난다고 보기 어렵다.

⑨ 위와 같은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작성된 출입자 명단의 제공은 역학조사의 사전 준비단계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역학조사에 수반되는, 역학조사 간의 연결 과정을 형성하는 핵심적인 사실행위로서, 이를 거부하는 것도 역학조사 거부·방해 행위에 해당한다.

⑩ 시설 종사자는 출입자에 해당하지만 명단에는 기재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로, 시설 종사자 명단은 출입자 명단을 보충 내지 완성의 의미를 가지므로, 이를 출입자 명단 요구와 달리 볼 것이 아니다

2) 당심의 판단

원심이 설시한 사정들에다가,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이 상주시 보건소의 출입자 및 시설종사자 명단 제출 요청을 거부한 것은 감염병예방법 제18조 제3항 에서 정한 역학조사를 거부한 행위로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인들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피고인들이 주장하는 것과 같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들의 법리오해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① 피고인들의 변호인은 역학조사는 감염병예방법 제2조 제17호 에서 정한 ‘감염병환자, 감염병의사환자 또는 병원체보유자(감염병환자등)’를 대상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그 내용 역시 같은 법 시행령 제12조 제1항 에서 정한 ‘감염병환자등의 인적사항, 발병일 및 발병 장소, 감염병의 감염원인 및 감염경로, 감염병환자등에 관한 진료기록, 감염병의 원인 규명과 관련된 사항’에 한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감염병예방법 제2조 제17호 는 역학조사를 ‘감염병환자등’이 발생한 경우 ‘감염병의 차단과 확산 방지 등을 위하여 감염병환자등의 발생 규모를 파악하고 감염원을 추적하는 등의 활동’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 역학조사의 대상자를 한정하고 있지 않다. 나아가 같은 법 시행령 제12조 제1항 역시 역학조사에 “포함되어야 하는 내용”을 규정하고 있을 뿐, 역학조사의 내용을 ‘감염병환자등의 인적사항, 발병일 및 발병 장소, 감염병의 감염원인 및 감염경로, 감염병환자등에 관한 진료기록, 감염병의 원인 규명과 관련된 사항’으로 한정하거나 제한하고 있지 않다.

② 또한 상주시 보건소는 ‘전체 교인의 명단’이 아닌 이 사건 당시 ‘출입자 및 시설종사자 명단’의 제출을 요청하였고, 이는 피고인들이 주최한 △△△△△회 ○○○○○센터 ‘□□□□□□ 역량 개발’ 행사에 참석한 사람 중 확진자가 발생함에 따라 위 확진자의 동선과 접촉자 등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러한 상주시 보건소의 명단 제출 요청은 위 확진자의 감염원을 추적하고, 감염병환자 등의 발생규모를 파악하는 동시에 “감염병의 감염경로”를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서 감염병예방법에서 정한 역학조사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나. 피고인들 및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인들은 감염병 예방을 위한 집합제한금지명령을 위반하였는데, 피고인들의 이와 같은 행위는 그 자체로 코로나19 확산의 위험성을 증대시키는 것으로서 매우 이기적인 행동일 뿐만 아니라 정직하게 법을 지키며 종교생활을 영위하는 대다수의 국민과 종교인들에게 박탈감을 안겨주고, 준법의식에도 해악을 끼친다는 점에서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

또한 피고인들은 방역당국의 출입자 명단 제출요구를 거부함으로써 역학조사가 적시에 이루어질 수 없도록 하였는바, 이는 참석자들은 물론 일반 국민들의 건강과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는 행동이었다. 역사상 유례없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전 국민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희생하고 있었던 상황에서 피고인들은 자신들의 종교의 이익만을 위해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으므로, 그 죄책이 결코 가볍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피고인들의 행위는 올바른 종교인의 자세라고 보기도 어렵다.

현재 코로나19 사태가 다소간 진정되고 일상생활로의 복귀가 시작되기는 하였으나 이를 이유로 피고인들을 선처할 수 없고, 오히려 앞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들의 죄책이 엄중한 점, 피고인들에게 반성의 빛이 보이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들에 대한 엄벌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다만, 피고인 1은 초범이고, 피고인 2 역시 동종 범죄로 처벌받거나 가벼운 벌금형을 초과한 처벌전력이 없다. 그 밖에 피고인들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의 수법과 경위,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조건들을 종합하여 다시 살펴보더라도 원심의 형이 무겁거나 가벼워서 부당하다고는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피고인들 및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은 모두 받아들이지 않는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들의 항소와 검사의 피고인들에 대한 항소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 에 의하여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상균(재판장) 이호선 민경준

주1) 변호인은 당심에서도 이와 같은 취지의 주장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