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처분이의][미간행]
[1] 국제사법에 따라 준거법을 정해야 하는 법률관계
[2] 가압류 목적물인 기계에 대한 채무자의 소유권 유무가 문제된 사건에서, 가압류 채무자에 이르기까지 필리핀국에서 순차 체결된 위 기계에 대한 매매계약의 효력에 관하여 매매계약 체결 당시 목적물 소재지법인 필리핀국법을 적용하여야 한다고 한 사례
[3] 필리핀국 법원조직법 및 대법원판결에 의하면 국립노동위원회의 판결·결정·명령에 대한 배타적 항소심 관할권은 항소법원에 있으므로, 국립노동위원회의 낙찰허가결정에 관하여 항소법원이 무효라고 결정하였다면 그 경매는 모두 무효가 되었다고 한 사례
[4] 외국적 요소가 있는 법률관계에 적용할 외국법규의 의미와 내용의 확정 방법
[5] 필리핀국 민법 제1505조의 해석상 매도인이 무권리자일지라도 매수인이 유효한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는 경우인 ‘법령이 준 매각권한 또는 합법적 관할권이 있는 법원의 명령에 따라 이루어진 매매계약’에 ‘공매(public sale)’가 포함되는지 여부(적극)
[6] 필리핀국 민법 제1506조에 정한 ‘선의의 매수인’의 의미와 판단 기준 및 이 조항이 ‘공매(public sale)’에도 적용되는지 여부(적극)
[7] 필리핀국 민법의 해석상, 무효이거나 취소될 수 있는 공매절차에서 물건을 취득한 사람으로부터 다시 이를 매수한 사람이 유효한 소유권을 취득하기 위한 요건
[4] 대법원 2007. 6. 29. 선고 2006다5130 판결 (공2007하, 1171)
신성기업 주식회사
채무자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채권자가 부담한다.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가. 국제사법 제1조 가 ‘이 법은 외국적 요소가 있는 법률관계에 관하여 국제재판관할에 관한 원칙과 준거법을 정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거래 당사자의 국적·주소, 물건 소재지, 행위지, 사실발생지 등이 외국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어 곧바로 내국법을 적용하기보다는 국제사법을 적용하여 그 준거법을 정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인정되는 법률관계에 대하여는 국제사법의 규정을 적용하여 준거법을 정하여야 한다.
원심이 인정한 사실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은 필리핀국 국립노동위원회(National Labor Relations Commission)가 시행한 경매절차에서 필리핀국 법인인 필립스 엑스포트 인더스트리즈 아이엔씨(Philips Export Industries. Inc., 다음부터 ‘필립스사’라고만 한다)에 대한 채권자로서 필리핀국 국민인 해고근로자들이 필리핀국 내에 있던 이 사건 기계를 낙찰받은 것이 유효한지, 그 뒤 필리핀국 내에서 이 사건 기계에 대하여 순차로 체결된 위 해고근로자들과 내국인인 신청외인 사이의 매매계약, 신청외인과 채무자 사이의 매매계약의 효력은 어떤지가 문제되는 사건으로서, 위와 같은 각 매매계약이 체결된 후 우연한 사정에 의하여 이 사건 기계가 국내로 반입되었고, 이 사건 채권자와 채무자가 모두 내국인이라고 하더라도 그 전에 이루어진 모든 외국적 요소를 무시한 채 국제사법의 규정에 따르지 않고 곧바로 내국법을 적용하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할 수 없다.
한편, 국제사법 제19조 는 “동산 및 부동산에 관한 물권 또는 등기하여야 하는 권리는 그 목적물의 소재지법에 의한다( 제1항 ). 제1항 에 규정된 권리의 득실변경은 그 원인된 행위 또는 사실의 완성 당시 그 목적물의 소재지법에 의한다( 제2항 )”고 규정하고 있는바, 위 각 매매계약이 체결된 당시 목적물인 이 사건 기계가 필리핀국 내에 있었으므로 위 각 매매계약에 관하여는 필리핀국법을 적용하여 그 법률효과를 판단하여야 한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 당사자인 채권자와 채무자가 모두 국내 법인이거나 자연인이고 소유권 유무가 다투어지는 이 사건 기계가 이미 필리핀국에서 반출되어 국내로 반입된 만큼 이를 섭외사건으로 규율하기보다는 국내법에 따라 해결함이 상당하다는 이유로, 채무자가 이 사건 기계의 소유권을 취득하였는지에 관하여 국내법을 적용하여 판단하였는바, 원심판결에는 외국적 요소가 있는 법률관계에 관한 준거법 결정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고, 이에 관한 상고인의 지적은 타당하다.
나. 필리핀국 국립노동위원회는 필리핀국 노동법에 기초하여 설치된 준사법기관으로서 노동관계 사건에 관하여 제1심에 해당하는 사법적 판단을 할 권한이 있고, 1995. 개정된 필리핀국 법원조직법 제9절(항소 법원의 관할권)의 규정 및 필리핀국 대법원의 판결(St. Martin Funeral Home vs. NLRC etc)에 의하면, 국립노동위원회의 판결, 결정, 명령에 대한 배타적 항소심 관할권은 항소법원에 있다.
한편, 원심판결 이유에 나타난 사실을 종합하여 보면, 마닐라 항소법원은 2002. 4. 10. 이 사건 기계를 포함한 필립스사의 기계설비 일체에 대한 국립노동위원회의 경매절차에서 국립노동위원회의 노동조정관이 한 낙찰허가결정에 관하여, ‘국립노동위원회 경매절차에서 제3자인 필리핀국립은행이 자기에게 일부 경매목적물에 대한 소유권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의를 제기하였으므로 이에 관한 심리절차를 거쳐 필립스사의 소유임이 확인된 재산에 대해서만 경매를 진행하였어야 함에도 그러한 심리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또한 케바이트 지방법원이 위 은행의 신청에 따라 경매집행을 금지하는 결정을 내렸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경매를 진행시켰으므로, 이는 심각한 월권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국립노동위원회 노동조정관의 2001. 11. 8. 및 2001. 11. 19.자 결정은 모두 무효’라고 결정한 사실을 알 수 있는바, 마닐라 항소법원의 위 결정에 의하여 필립스사 내에 있던 모든 기계설비에 대한 국립노동위원회의 경매는 모두 무효로 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도 원심은, 필리핀국 내부의 권한쟁의심판절차 등을 통하여 국립노동위원회와 항소법원의 권한 범위가 확정되지 않는 이상 마닐라 항소법원의 위 결정에 의하여 국립노동위원회 노동조정관의 경매결정이 당연히 무효로 되었다고 볼 수 없고, 마닐라 항소법원의 결정에 의하여 국립노동위원회 노동조정관의 경매결정 중 필리핀국립은행이 낙찰받은 부분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이 사건 기계에 관한 부분까지 무효로 되었다고는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는바, 원심판결에는 필리핀국 항소법원의 관할권 및 그 판결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고, 이에 관한 상고인의 지적 또한 타당하다.
2. 가. 그러나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은 이유로, 채무자가 이 사건 기계의 소유권을 적법하게 취득하였다고 하여 채권자의 신청을 기각한 원심의 결론을 수긍할 수 있다.
나. (1) 외국적 요소가 있는 법률관계에 관하여 적용될 외국법규의 내용을 확정하고 그 의미를 해석함에 있어서는 그 외국법이 그 본국에서 실제로 해석·적용되고 있는 의미와 내용에 따라 해석·적용되어야 하고, 그 본국 최고법원의 법해석에 관한 판단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존중되어야 하지만, 소송과정에서 그에 관한 판례나 해석 기준에 관한 자료가 충분히 제출되지 아니하여 그 내용의 확인이 불가능한 경우 법원으로서는 일반적인 법해석 기준에 따라 법의 의미와 내용을 확정할 수밖에 없다 ( 대법원 2007. 6. 29. 선고 2006다5130 판결 등 참조).
(2) (가) 필리핀국 민법 제1505조는 ‘이 장의 규정에 의하면, 소유권자도 아니고 소유권자로부터 매도 권한이나 매도에 관한 동의를 받지도 않은 자에 의하여 물건이 팔린 경우, 물건의 소유권자가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매도인의 매도권한을 부인할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매수인은 매도인이 그 물건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권원을 넘는 권원을 취득할 수 없다. 그러나 위 규정은 법령이 준 매각권한 또는 합법적 관할권이 있는 법원의 명령에 따라 이루어진 매매계약의 유효성(제2호)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통상의 경우 매수인은 매도인이 가진 권리 이상을 취득할 수 없지만, 법령이 준 매각권한 또는 합법적 관할권이 있는 법원의 명령에 따라 매매계약이 이루어진 경우에는 매도인이 무권리자인 경우라도 매수인은 매매 목적물에 대한 유효한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다. 한편, 적정하게 일반에게 공지되어 경매참가자들이 그들이 원하는 물건에 입찰하는 것이 허용되는 공매(public sale)는 법령이 준 매각권한 또는 합법적인 관할권이 있는 법원의 명령에 따라 이루어진 매매계약에 포함된다고 해석된다.
(나) 또한, 필리핀국 민법 제1506조는 ‘매도인이 무효이거나 취소될 수 있는 권원을 가지고 있으나, 그의 권원이 매도 당시까지는 아직 무효로 확인되거나 취소되지 아니하고, 매수인이 선의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였으며 매도인의 권원의 흠결을 모르고 매입한 경우, 물건에 대하여 유효한 권원을 취득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여기서 말하는 선의의 매수인이란 매도인이 진정한 소유자라고 믿은 매수인 즉, ‘매매목적물에 대하여 매도인 외의 다른 사람이 권리나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다른 사람의 권리주장이나 이해관계를 알기 전에 정당한 가격을 지불한 매수인’을 말하는데 (필리핀국 대법원의 Spouses Occena vs. Esponilla, et. al. 사건 판결, Tsai vs. Hon. Court of Appeals 사건 판결 참조), 매수인의 선의는 매수인의 내심의 의도에 관한 문제라서 객관적인 증명방법이 없기 때문에 매매계약 당시 외부적으로 나타난 객관적 사정에 의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으므로, 매매계약 당시 사려 깊은 사람이라면 조사하였을 상황이 있었는데도 매수인이 그러한 상황에 대하여 조사하지 않았다면 그 매수인은 악의자로 되고 (필리핀국 대법원의 Spouses Occena vs. Esponilla, et. al. 사건 판결 참조), ‘매수인은,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주의를 기울였을 사실에 대하여 의도적으로 무시한 다음 매도인의 권원에 아무런 흠이 없다는 믿음을 가지고 거래하였다는 주장을 하지 못한다’고 해석된다 (필리핀국 대법원의 Leung Lee vs Strong 사건 판결 참조). 그리고 제1506조 또한 공매의 경우에 적용된다고 해석된다 (필리핀국 대법원의 Tsai vs. Hon. Court of Appeals 사건 판결 참조).
(다) 따라서 필리핀국 민법에 의하면, 무효이거나 취소될 수 있는 공매절차에서 물건을 취득한 사람이 매도인이 되어 그 공매절차가 무효로 확인되거나 취소되기 전에 매수인과 사이에 매매계약을 체결하였고, 그 매수인은 매매목적물에 대하여 권리나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다른 사람의 권리주장에 따라 위 공매절차가 무효로 확인되거나 취소됨으로써 매도인이 매매목적물에 대한 양도권한을 상실하게 될 사정에 대하여 알지 못한 채 매매계약을 체결하였으며 매매계약 체결 즉시 또는 위와 같은 다른 사람의 권리주장이나 이해관계를 알기 전에 충분하고 공정한 대가를 지불한 경우에는 그 뒤에 공매절차가 무효로 확인되거나 취소되더라도 매수인은 유효한 소유권을 취득한다.
(라) 한편, 필리핀국 대법원이, 원래의 소유권자가 정해놓은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매수되었다고 하더라도 선의의 매수인에게 소유권이 이전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필리핀국 대법원의 U.S. vs. Torres 사건 판결 참조)고 판시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유효한 소유권을 취득하기 위하여 매수인이 지불하여야 할 정당한 대가는 반드시 원래의 소유권자가 정해놓은 가격 또는 당시의 시가와 같아야 하는 것은 아니고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적정하다고 인정되는 가격이면 충분하다.
다. 앞서 본 필리핀국 민법의 법리에 비추어 원심이 인정한 사실과 원심 채택 증거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사실을 살펴보면, (1) 필립스사의 해고근로자들이 필리핀국 노동법의 규정에 따른 국립노동위원회의 경매절차에서 이 사건 기계를 포함하여 필립스사 내에 있던 기계설비 일체를 매수하였으므로 경매절차가 무효로 되지 않는 한 이 사건 기계의 원래 소유자가 필립스사가 아니라 채권자였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필리핀국 민법 제1505조 제2호 규정에 따라 일응 그 기계들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하며, (2) 채무자의 부탁을 받은 신청외인은 해고근로자들이 소유권을 취득한 원인이 된 국립노동위원회의 경매가 마닐라 항소법원의 판결에 의하여 무효로 선언되기 전에 해고근로자들로부터 이 사건 기계를 매수하였는데, 그 전에 채권자가 위 경매절차에서 이 사건 기계가 채권자의 소유라는 주장을 한 바도 없고(채권자는 해고근로자들과 신청외인 사이의 매매계약이 체결된 뒤인 2002. 2. 26.에야 비로소 항소심절차에 참가신청을 하였다), 위 경매절차의 무효사유도 이 사건 기계의 소유권과는 무관하였으므로 신청외인 내지 채무자로서는 이 사건 기계가 채권자의 소유라는 사유에 의하여 경매절차가 무효로 되어 해고근로자들이 경매절차에서 이 사건 기계에 관한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할 것이라는 사정까지 알 수는 없었고, (3) 또한, 해고근로자들과 신청외인 사이의 매매대금 결정 경위, 해고근로자들이 위 경매절차에서 약 600만 페소의 손해배상금 지급에 갈음하여 위 기계설비 일체를 매수한 지 약 1개월 뒤에 약 350만 페소를 더한 가격으로 신청외인에게 매도한 점 등을 고려하여 보면 신청외인이 해고근로자들에게 지불한 대금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 적절한 것이었다고 인정된다.
라. 따라서 신청외인 내지 채무자는 이 사건 기계의 원래 소유자가 채권자라는 사유에 의하여서는 해고근로자들의 소유권 취득에 영향이 없으리라고 믿고 정당한 대가를 지불한 선의의 매수인으로서 비록 매수 뒤에 위 경매가 항소법원의 판결에 의하여 무효로 선언되었다 하더라도 필리핀국 민법 제1506조에 의하여 이 사건 기계에 대한 유효한 소유권을 취득하였으므로, 이와 결론을 같이 하여 채권자의 신청을 기각한 원심판결은 결과적으로 정당하다. 결국, 앞서 본 원심의 잘못은 판결에 영향을 미치는 위법한 것으로 볼 수 없고 그에 관한 상고이유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마. 한편, 상고이유의 주장과 달리, 채무자가 제1심부터 원심까지 계속하여 자신이 이 사건 기계를 선의취득하였다고 주장하였던 점은 기록상 명백하다. 또한, 채권자가 주장하는 사실을 모두 종합하더라도, 이 사건 기계의 원래 소유자가 채권자라는 사실을 해고근로자들이 알지 못하였다고 본 원심의 사실인정에 채증법칙을 위반한 위법이 없으며,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기계의 원래 소유자가 채권자라는 사실은 해고근로자들이 필리핀국 민법 제1505조 제2호 규정에 의하여 소유권을 취득하는 데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므로 그 사실을 해고근로자들이 알았는지 여부는 이 사건의 결론과 무관하다. 그리고 앞서 본 대로 채무자가 필리핀국 민법 제1506조에서 규정한 선의의 매수인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매도인인 해고근로자들이 경매절차를 통하여 이 사건 기계에 관한 소유권을 취득하였다고 믿고 있었는지 여부에 의하여 판단되는데, 채권자가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이 사건 기계의 원래 소유자가 채권자라는 사실을 채무자가 알고 있었는지 여부에 관한 사정은 해고근로자들의 소유권취득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는 사유여서 필리핀국 민법에 따른 선의의 매수인에 관한 판단 내지 이 사건 결론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
3.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게 하기로 관여 대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