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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5두36010 판결

[시정명령및과징금납부명령취소][공2018상,324]

판시사항

[1]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14조 제1항 에 따라 금지되는 경영정보 제공 요구행위에서 요구되는 ‘부당성’의 의미

[2] 공정거래위원회가 합리적인 재량에 따라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행위별 ‘과징금 산정기준’을 정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및 이때 위반행위별 ‘과징금 산정기준’을 정하는 방법

판결요지

[1]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대규모유통업법’이라 한다) 제14조 제1항 의 문언과 취지 등을 고려하면, 대규모유통업법 제14조 제1항 에 따라 금지되는 경영정보 제공 요구행위에서 요구되는 ‘부당성’이란, 당사자가 처해 있는 시장 및 거래의 상황, 거래의 대상인 상품의 특성, 경영정보 제공을 요구한 의도·경위·목적·효과·영향 및 구체적인 요구의 태양, 제공이 요구된 정보의 내용과 범위, 경영정보 제공 요구를 받은 상대방이 이에 응하지 않을 때에 받거나 받을 수 있는 불이익의 내용과 정도, 행위 사업자의 시장에서의 우월한 지위의 정도 및 당사자 간의 전체적인 사업능력의 격차 등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그 요구행위가 정상적인 거래관행을 벗어난 것으로서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

[2]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대규모유통업법’이라 한다) 제35조 제1항 본문, 제2항 전단,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8조 제1항 , 제2항 의 내용과 체제 및 취지에 비추어 보면, 대규모유통업법령은 위반행위별 과징금 상한만을 정하면서, 위반행위별 ‘과징금 산정기준’은 공정거래위원회가 합리적인 재량에 따라 정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재량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위반행위별 과징금 산정기준’은 위반행위의 내용 및 정도, 기간 및 횟수, 위반행위로 취득한 이익의 규모 외에도 대규모유통업법의 입법 목적, 각 위반행위의 특유한 성격과 내용, 제재의 취지와 목적, 과징금 산정의 곤란 여부, 법령이 정한 과징금 부과 상한과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정하여져야 한다.

원고, 상고인

롯데쇼핑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율촌 담당변호사 박해식 외 4인)

피고, 피상고인

공정거래위원회 (소송대리인 변호사 최수희 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가. 원고의 거래상 우월적 지위에 관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원고가 2012. 1. 1.부터 2012. 5. 20.까지의 기간 중 원고 백화점에 입점하여 있는 35개 납품업자들(이하 ‘이 사건 납품업자들’이라 한다)에 대하여 거래상 우월적 지위에 있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따라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정당하다. 거기에 거래상 우월적 지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

나. 부당성 인정에 관하여

(1)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대규모유통업법’이라 한다) 제14조 제1항 은, 대규모유통업자가 부당하게 납품업자 등에게 제1항 각호 의 경영정보를 제공하도록 요구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대규모유통업자가 납품업자 등으로부터 제1항 각호 의 경영정보를 요구하여 제공받을 경우 그러한 경영정보가 대규모유통업자의 후발적인 불공정거래행위에 이용되어 공정하고 자유로운 거래질서가 제한될 우려가 있다는 사정을 고려하여, 일정한 요건하에 대규모유통업자가 후발적인 불공정거래행위에 나아갔는지 묻지 아니하고, 납품업자 등에 대한 경영정보 제공 요구행위 자체를 금지함으로써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공정한 거래질서를 확립하고 대규모유통업자와 납품업자 등이 대등한 지위에서 상호 보완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함에 그 목적이 있다.

이러한 대규모유통업법 제14조 제1항 의 문언과 취지 등을 고려하면, 대규모유통업법 제14조 제1항 에 따라 금지되는 경영정보 제공 요구행위에서 요구되는 ‘부당성’이란, 당사자가 처해 있는 시장 및 거래의 상황, 거래의 대상인 상품의 특성, 경영정보 제공을 요구한 의도·경위·목적·효과·영향 및 구체적인 요구의 태양, 제공이 요구된 정보의 내용과 범위, 경영정보 제공 요구를 받은 상대방이 이에 응하지 않을 때에 받거나 받을 수 있는 불이익의 내용과 정도, 행위 사업자의 시장에서의 우월한 지위의 정도 및 당사자 간의 전체적인 사업능력의 격차 등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그 요구행위가 정상적인 거래관행을 벗어난 것으로서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보아야 한다.

(2) 원심은, ① 원고 직원들이 2012. 1. 1.부터 2012. 5. 20.까지의 기간 중 이 사건 납품업자들에게 이들이 판매하고 있는 60개 브랜드(이하 ‘이 사건 브랜드’라 한다)의 경쟁백화점에서의 월별 또는 특정 기간별 매출자료를 구두 또는 이메일을 통해 제공을 요구한 행위(이하 ‘이 사건 요구행위’라 한다)는 원고 회사 차원에서 행해진 것이라고 봄이 상당한 점, ② 자발적으로 제공할 특별한 사정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납품업자들이 원고에게 이 사건 브랜드 매출자료를 제공한 것은 거래상 우월적 지위에 있는 원고의 요구를 거부할 수 없었기 때문이므로, 이는 이 사건 납품업자들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저해하여 공정거래의 기반이 침해되거나 침해될 우려가 큰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원고의 이 사건 요구행위는 정상적인 거래관행을 벗어난 것으로서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어 그 부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3)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서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원고가 요구한 납품업자들의 경영정보는 원고와 경쟁관계에 있는 다른 백화점에서의 매출자료 등에 관한 정보로서 향후 원고가 백화점에 관한 거래에서 원고의 이익을 위해 사용될 가능성이 있는 점, ② 원고 입장에서 시장조사를 할 필요성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이를 위하여 자신의 납품업자에게 매출자료 등의 정보를 제공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 방법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 ③ 원고의 이 사건 요구행위가 원고와 이 사건 납품업자들 사이의 거래관계 개선 등을 위해 필요하였다는 등의 다른 사정도 보이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다. 거기에 대규모유통업법 제14조 제1항 의 부당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가.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 자체가 위법한지에 관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과징금부과처분 이외의 덜 침해적인 시정조치로도 제재의 목적을 달성하기에 충분하다고 볼 수 없고,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한 것 자체가 위법하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따라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정당하다. 거기에 과징금 부과처분에서의 재량권 일탈·남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나. 과징금 산정 방식에 관하여

(1) 대규모유통업법은 공정한 거래질서를 확립하고 대규모유통업자와 납품업자 또는 매장임차인이 대등한 지위에서 상호 보완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하려는 입법 목적 아래 피고에게 과징금을 부과할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규모유통업법 제35조 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위반행위자에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산출방식에 따른 납품대금이나 연간 임대료’를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과징금을 부과하되( 제1항 본문), 위반행위를 규정한 조문별로 산정함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제2항 전단). 그리고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하 ‘대규모유통업법 시행령’이라 한다) 제28조 제1항 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산출방식에 따른 납품대금’이란 해당 대규모유통업자가 위반행위를 한 기간 동안 구매한 관련 상품의 매입액 또는 이에 준하는 금액을 말한다고 규정하면서도, ‘관련 상품’과 ‘연간 임대료’의 의미에 대해서는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또, 같은 조 제2항 제1항 에서 규정한 사항 외에 과징금 부과에 필요한 사항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정하여 고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관련 법령의 내용과 체제 및 취지에 비추어 보면, 대규모유통업법령은 위반행위별 과징금 상한만을 정하면서, 위반행위별 ‘과징금 산정기준’은 공정거래위원회가 그 합리적인 재량에 따라 정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재량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위반행위별 과징금 산정기준’은 위반행위의 내용 및 정도, 그 기간 및 횟수, 위반행위로 취득한 이익의 규모 외에도 대규모유통업법의 입법 목적, 각 위반행위의 특유한 성격과 내용, 그 제재의 취지와 목적, 과징금 산정의 곤란 여부, 법령이 정한 과징금 부과 상한과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정하여져야 한다.

(2) 원심은, 이 사건 요구행위로 인하여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상품으로서 이 사건 납품업자들이 원고에게 납품한 대금액과 위 요구를 받은 납품업자의 원고 매장 임대료를 ‘과징금 산정기준’으로 보아, 이를 기초로 피고가 이 사건 과징금을 산정한 조치를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3) 그러나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대규모유통업법 제14조 가 부당한 경영정보 제공 요구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주된 취지는, 대규모유통업자가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납품업자의 원가 정보나 거래조건 등 통상의 거래관계에서는 알기 어려운 경영정보를 요구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납품업자가 거래관계에서 더욱 열세의 지위에 놓이는 것을 방지하고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공정한 거래질서를 확립하려는 데에 있다.

② 경영정보 제공 요구 행위에 대한 비난 가능성의 핵심은, 힘의 차이를 부당하게 이용하여 정보를 요구한 행위 그 자체에 있다. 이에 따라 그에 관한 제재 수준을 1차적으로 정하는 ‘과징금 산정기준’을 설정할 때에는 거래상 지위를 얼마나 악용하였는지 여부, 그 요구 방법, 거래관계를 이용하여 취득하게 된 정보의 내용과 양(양), 위반행위의 횟수와 기간 등 그 위법성 정도를 나타내는 핵심 지표를 일응의 기준으로 삼아야 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다.

③ 이러한 점에서 대규모유통업법 제14조 위반행위는 상품대금 감액 행위( 제7조 )와 같이 대규모유통업자와 납품업자 등의 거래관계 자체에 그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부당한 행위가 개입되는 경우와는 구별된다. 상품대금 감액 행위에 관하여는 ‘그로 인하여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상품의 매입액’과 같이 ‘위반행위가 개입된 거래관계의 규모’를 과징금 산정 기준으로 삼아 그 제재수준을 결정하여도 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와 달리 거래관계에 있음을 기화로 한 위법행위인 경영정보제공 요구행위에 대하여는 같은 기준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 경영정보 제공 요구 행위로 인하여 취득한 이득액이 많지 않더라도 제공을 요구한 정보의 내용, 위반행위의 횟수 등에 따라서는 그 위법성 수준이 낮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④ 그러므로 ‘대규모유통업자가 위반행위로 인하여 영향을 받은 상품을 납품업자로부터 매입한 규모’ 등은 적어도 경영정보 제공 요구 행위에 관하여 제재 수준을 1차적으로 결정하는 ‘과징금 산정기준’으로서는 합리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 밖에 대규모유통업자가 부당하게 취득한 경영정보를 이용하여 유통시장에서 부당한 이득을 취하거나 추가적인 법령 위반행위를 하였는지는 구체적 과징금 산정과정에서 부수적으로 고려될 사정에 불과하다.

⑤ 이러한 전제에서 살펴보면, ‘위반행위로 인하여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상품의 매입액’ 등을 경영정보 제공 요구 행위에 관한 과징금 산정기준으로 정하고 있는 구「대규모 유통업법 위반사업자에 대한 과징금 부과기준 고시」(2014. 11. 27. 공정거래위원회고시 제2014-1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구 「과징금 부과 세부기준 등에 관한 고시」(2012. 3. 28. 공정거래위원회고시 제2012-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등의 규정 내용은 합리적이라고 볼 수 없다.

⑥ 결국, 그 자체로 합리적이라고 볼 수 없는 과징금 산정기준에 따른 이 사건 과징금 부과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서 위법하다.

(4) 그럼에도 원심은 이와 달리 피고의 이 사건 과징금 부과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과징금 산정기준 설정의 합리성, 과징금 부과에서의 재량권 일탈·남용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조재연(재판장) 고영한 조희대(주심) 권순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