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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1다80968 판결

[손해배상(기)][미간행]

판시사항

[1] 간접투자신탁 판매회사가 가격변동이나 금리변동에 따른 위험이 내재한 펀드에 가입한 고객에게 자산운영보고서를 보내면서 원금 손실이 발생한 사실을 알리지 않고 오히려 수익이 발생한 것처럼 기재한 허위보고서를 보내어 고객으로 하여금 환매시기를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케 함으로써 투자 손실을 입게 한 경우, 그와 같은 불법행위로 인한 재산상 손해의 산정 방법

[2] 갑 은행의 직원 을이 가격변동이나 금리변동에 따른 위험이 내재한 펀드에 가입한 고객 병에게 자산운영보고서를 보내면서 원금 손실이 발생한 사실을 알리지 않고 오히려 수익이 발생한 것처럼 기재한 허위보고서를 보내어 병이 환매시기를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여 투자 손실을 입은 사안에서, 병이 입은 재산상의 손해를 산정하면서 을의 최초 보고일 이후 병의 허위 사실 인지일 사이에 최고 수익률 시점의 평가금액과 위 허위 사실 인지일의 평가금액의 차액에서 병의 환매대금을 공제한 원심판결에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3] 피해자의 부주의를 이용한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에서 과실상계나 공평의 원칙에 기한 책임 제한이 허용되는 경우

원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화우 담당변호사 조재륜 외 2인)

피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주식회사 한국외환은행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세종 담당변호사 서성 외 3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1. 불법행위의 성립 및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오해의 점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⑴ ① 피고의 직원 소외 2가 원고의 위임을 받은 소외 1에게 피고가 판매하고 있던 이 사건 펀드에 가입할 것을 권유하여 그로부터 투자금 1억 원을 입금받았는데, 이 사건 펀드는 일본국 동경거래소에 상장되어 거래되는 일본국 부동산 펀드에 투자하여 배당수익과 가격상승으로 인한 자본차익을 추구하는 펀드로서 일본국 부동산 펀드의 가격변동에 따른 위험이나 금리변동에 따른 위험 등이 내재하고 있었던 사실, ② 이 사건 펀드의 수익률 2007. 4. 30.부터 2007. 6. 1.경의 최고 4.72%까지 상승하다가 그 이후부터 조금씩 하락하던 중 미국의 이른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로 인하여 발생한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인하여 급기야 2008. 11. 21.경에는 수익률이 -71.51%까지 낮아지게 된 사실, ③ 그럼에도 소외 2는 2007. 4. 27.부터 팩시밀리 등을 통하여 소외 1에게 매주 이 사건 펀드에 관한 자산운용보고서를 보냈는데, 그 자산운용보고서에는 2007. 5. 31. 3.3%, 2007. 7. 26. 3.89%, 2007. 10. 29. 21.41%, 2008. 1. 31. 28.64%, 2008. 3. 31. 68.26%, 2008. 5. 28. 81.55%, 2008. 8. 25. 93.35%, 2008. 10. 28. 100.13% 등과 같이 수익률이 꾸준히 상승하는 것으로 기재되어 있었던 사실, ④ 반면 소외 1은 소외 2로부터 위 보고서 이외에는 이 사건 펀드의 현황에 관한 아무런 자료도 송부받지 못하여 위 보고서 내용을 그대로 믿고 있다가 2008. 12. 26.경에 이르러 위 보고서가 허위로 작성되었다는 사정을 알게 되었는데, 그 당시 이 사건 펀드의 수익률은 -65.04%이었던 사실, ⑤ 소외 1은 2009. 11. 19. 이 사건 펀드를 환매하여 환매대금 34,523,421원을 수령한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⑵ 이러한 사실들을 종합하면 피고의 직원 소외 2는 허위의 자산운용보고서로 고객인 한영배를 기망하여 이를 그대로 믿은 원고 내지 소외 1(이하 ‘ 소외 1 등’이라고 한다)로 하여금 환매시기를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게 하여 투자 손실을 입게 하는 불법행위를 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소외 2의 사용자인 피고는 원고에게 그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원심이 인정한 사실을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비록 소외 1이 위 보고서가 허위로 작성되었다는 사정을 알게 된 2008. 12. 26.부터 2009. 11. 19.까지 10개월이 넘도록 이 사건 펀드를 환매하지 않고 보유하고 있었지만 이는 소외 1 등이 자신의 위험부담 아래 환매시기를 결정한 것에 불과하고, 더욱이 펀드 기준가 추이(을 제11호증)에 의하면 위 기간 동안의 이 사건 펀드 기준가의 추이 변동폭은 크지 않고 이 사건 펀드에 관한 2008. 12. 26.의 평가금액은 34,611,502원으로서 실제의 위 환매대금과 차이가 별로 없으므로, 2008. 12. 26. 후의 보유 사실을 가지고 그 전의 약 1년 8개월 기간 동안 발생된 이 사건 펀드의 현저한 수익률 감소에도 불구하고 소외 1 등이 이 사건 펀드를 계속 보유하고 환매를 청구하지 아니하였을 것으로 보기는 어렵고, 소외 2의 위 기망행위로 인하여 소외 1 등이 환매시기를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게 하여 투자 손실을 입었다고 본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수긍할 수 있다.

원심판결에는 피고가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불법행위의 성립 및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없다.

2. 손해액 산정에 관한 법리오해의 점에 대하여

가. 간접투자신탁의 판매회사가 기초자산의 가격변동이나 금리변동에 따른 위험 등이 내재한 펀드에 가입한 고객에게 자산운용보고서를 보내면서 원금 손실이 발생한 사실을 알리지 않고, 오히려 수익이 발생한 것처럼 기재한 허위보고서를 보내어 고객으로 하여금 펀드의 운용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게 하여 펀드의 환매시기를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케 함으로써 투자 손실을 입게 한 경우, 그와 같은 불법행위로 인한 재산상의 손해는 위법한 가해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재산상의 불이익, 즉 그와 같은 허위보고서 송부에 의한 기망행위가 없었더라면 고객이 환매를 결정하여 얻을 수 있었던 재산상태와 고객이 위와 같은 기망행위가 있었던 사실을 알고 즉시 환매를 하여 얻었거나 얻을 수 있었던 재산상태(기망행위가 있었던 사실을 알기 전에 환매한 경우에는 그 환매대금)의 차이로 보아야 한다. 여기서 허위보고서 송부에 의한 기망행위가 없었더라면 고객이 환매를 결정하여 얻을 수 있었던 재산상태는, 고객의 투자성향과 투자 동기 및 목적, 수익률의 하향 추세 및 반등 가능성의 정도, 전반적인 투자시장의 동향, 당해 펀드나 다른 펀드에서의 다른 투자자들의 환매 동향 등을 종합·참작하여, 합리적인 투자자라면 어느 시기에 판매회사에게 환매를 청구하였을 것인지를 판단한 후 이를 기초로 약관 등에 따라 환매대금을 산정하는 방법으로 정하여야 한다 .

다만 당해 펀드의 수익률이 심하게 등락을 거듭하거나 수익률이 하락 추세에 있기는 하지만 수익 자체는 계속 발생하고 있는 경우 등의 사정이 있어 위와 같은 방법에 의하여 합리적인 투자자가 어느 시기에 판매회사에게 환매를 청구하였을 것이라고 추단하기 어려운 특별한 경우에는, 판매회사가 부담할 최종적인 손해배상액을 정하는 법원으로서는 경험칙이나 논리칙 또는 공평의 원칙에 어긋나지 아니하는 한 허위보고서 송부에 의한 기망행위가 시작된 이후 비교적 환매 청구를 할 가능성이 높은 시점을 기초로 하고 그 시점마저도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최고 수익률이 형성된 시점을 기초로 하여 고객이 판매회사에 대하여 환매를 청구하였을 경우에 얻을 수 있는 환매대금과 그 후 고객이 위와 같은 기망행위가 있었던 사실을 알고 즉시 환매를 청구하였을 경우에 얻을 수 있는 환매대금(기망행위가 있었던 사실을 알기 전에 환매한 경우에는 그 환매대금)과의 차액에 의하여 손해를 산정하되, 위와 같이 추단이 어려운 사정들과 아울러 환매청구 가능성 및 시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고객의 투자성향과 투자 동기 및 목적, 수익률의 하향 추세 및 반등 가능성의 정도, 전반적인 투자시장의 동향, 당해 펀드나 다른 펀드에서의 다른 투자자들의 환매 동향 등의 사정을 적절히 참작하여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책임을 감경하는 방법으로 손해배상액을 산정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

나. 원심은, 피고의 직원 소외 2의 허위보고서 송부에 의한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입게 된 손해는, 소외 2의 불법행위가 아니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투자손실금 즉, 소외 2의 최초 보고일인 2007. 5. 31. 이후 소외 1의 허위 사실 인지일인 2008. 12. 26.까지 사이에 이 사건 펀드의 실제 현황이 기재된 보고서를 송부하여 소외 1 등이 환매기회를 상실하지 않았을 경우의 환매대금 차액 상당액을 손해액으로 봄이 상당하므로, 그 손해액은 위 기간 동안의 최고 수익률(4.72%) 시점인 2007. 6. 1.의 평가금액 103,684,967원(기준가격 1,513.89원)과 위 허위 사실 인지일인 2008. 12. 26.의 평가금액 34,611,502원(기준가격 451.89원)의 차액 69,073,465원(= 103,684,967원 - 34,611,502원)에서 원고의 환매대금 34,523,421원을 공제한 34,550,044원(= 69,073,465원 - 34,523,421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다.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할 수 없다.

(1) 먼저, 원고가 피고의 직원 소외 2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입은 재산상의 손해는 소외 2의 허위보고서 송부에 의한 기망행위가 없었더라면 소외 1 등이 환매를 결정하여 얻을 수 있었던 재산상태와 소외 1이 그와 같은 기망행위가 있었던 사실을 알고 즉시 환매를 하여 얻었거나 얻을 수 있었던 재산상태의 차이라고 할 것이고, 그 차이에서 그 후 소외 1이 피고에게 환매를 청구하여 받은 환매대금을 다시 공제한 나머지 금액으로 볼 것은 아니다.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불법행위의 손해액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원고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2) 다음, 일반적으로 투자자들은 최고 수익률의 시점이 언제인지 알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수익률의 하향 추세가 감지되거나 예견되지 아니한 상태에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펀드의 환매를 요청한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원심과 같이 피고의 직원 소외 2의 허위보고서 송부에 의한 기망행위가 없었더라면 소외 1 등이 환매를 결정하여 얻을 수 있었던 재산상태가 소외 2의 최초 보고일인 2007. 5. 31. 이후 소외 1의 허위 사실 인지일인 2008. 12. 26.까지의 기간 중에서 최고 수익률(4.72%) 시점인 2007. 6. 1.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그뿐 아니라 이 사건 펀드의 약관 제22조 제1항에 따르면(기록 121쪽), 고객이 17시 이전에 환매를 청구하는 경우 환매를 청구한 날로부터 제3영업일에 공고되는 기준가격을 적용하고, 17시 이후에 환매를 청구한 경우 환매를 청구한 날로부터 제4영업일에 공고되는 기준가격을 적용하여 환매대금을 산정하게 되어 있으므로, 설령 소외 1 등이 환매를 청구할 수 있는 날이 위 최고 수익률을 기록한 2007. 6. 1.이라 하더라도 그 날의 기준가격을 기초로 환매대금을 산정할 수는 없고, 일반적으로 17시 이전에 환매를 청구할 가능성이 많은 점에 비추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날로부터 제3영업일에 공고되는 기준가격을 기초로 환매대금을 산정하여야 한다. 이는 소외 1이 허위 사실을 인지한 2008. 12. 26.에 환매를 청구하였을 경우에 얻을 수 있는 환매대금을 산정할 때에도 마찬가지이므로 그 날로부터 제3영업일에 공고되는 기준가격을 기초로 환매대금을 산정하여야 한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소외 1 등의 투자성향과 투자 동기 및 목적, 이 사건 펀드 수익률의 하향 추세 및 반등 가능성의 정도, 전반적인 투자시장의 동향, 이 사건 펀드나 다른 펀드에서의 다른 투자자들의 환매 동향, 이 사건 펀드의 환매대금 산정시기에 관한 약관 조항 등을 종합·참작하여, 합리적인 투자자라면 어느 시기에 판매회사에게 환매를 청구하였을 것인지를 먼저 판단하고, 그 시기를 추단하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최고 수익률을 기록한 날 등에 기초하여 손해를 산정하는 한편 이러한 사정 등을 책임제한에 반영하여야 하며, 또한 환매를 청구하였을 것으로 인정되는 시기로부터 제3영업일 이후의 기준가격과 위 허위 사실 인지일로부터 제3영업일 이후의 기준가격을 정하고 이에 따라 각 환매대금을 산정한 다음, 그 차액을 손해액으로 인정하여야 한다.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불법행위의 손해액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과실상계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점에 대하여

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사건에서 피해자에게 손해의 발생이나 확대에 관하여 책임제한사유가 있어 배상책임의 범위를 정하는 데 이를 참작하여야 할 경우에 책임제한사유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그 비율을 정하는 것은 그것이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고 인정되지 아니하는 한 사실심의 전권에 속하는 사항이다( 대법원 1991. 7. 23. 선고 89다카1275 판결 , 대법원 2011. 1. 13. 선고 2009다105062 판결 등 참조).

한편 피해자의 부주의를 이용하여 고의로 불법행위를 저지른 자가 바로 그 피해자의 부주의를 이유로 자신의 책임을 감하여 달라고 주장하는 것이 허용되지 아니하는 것은, 그와 같은 고의적 불법행위가 영득행위에 해당하는 경우에 과실상계와 같은 책임의 제한을 인정하게 되면 가해자로 하여금 불법행위로 인한 이익을 최종적으로 보유하게 하여 공평의 이념이나 신의칙에 반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므로,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의 경우에도 위와 같은 결과가 초래되지 않는 경우에는 과실상계나 공평의 원칙에 기한 책임의 제한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 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6다16758, 16765 판결 , 대법원 2010. 10. 14. 선고 2010다48561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소외 1 등이 이 사건 당시의 금융시장 상황에 비추어 소외 2가 보낸 허위 내용의 펀드 현황보고서에 관하여 의문점을 갖고 피고에게 문의를 하는 등 좀 더 면밀히 확인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게을리한 점, 원고에게 손해가 발생한 근본적인 이유는 허위로 작성된 펀드 현황보고서 이외에 위 금융시장의 위기 때문이기도 한 점 등을 피고의 책임제한사유로 삼은 원심의 판단은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고 볼 수 없다.

이 부분 원심판결에는 원고가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책임제한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나.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원심의 손해액 산정이 위법하여 손해액을 다시 산정하여야 하며 손해액 산정 방법에 따라서는 책임제한에서 고려할 사항이나 책임제한비율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과실상계에 관한 원고의 나머지 상고이유와 피고의 상고이유에 대하여는 더 나아가 판단하지 아니한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양창수(재판장) 전수안 이상훈 김용덕(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