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상해보험은 피보험자가 보험기간 중에 급격하고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인하여 신체에 손상을 입는 것을 보험사고로 하는 인보험으로서, 일반적으로 외래의 사고 이외에 피보험자의 질병 기타 기왕증이 공동 원인이 되어 상해에 영향을 미친 경우에도 사고로 인한 상해와 그 결과인 사망이나 후유장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면 보험계약 체결 시 약정한 대로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발생한다(대법원 2007. 10. 11. 선고 2006다42610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이 사건 사고로 망인이 입은 발목부위 골절상 자체는 생명의 위험을 초래할 만한 상황이 아니었던 것으로 보이다로 이 사건 사고로 발생한 망인의 발목부위 골절의 치료를 받던 중 망인이 사망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사고와 망인의 사망 사이에 곧바로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다음으로 망인이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상해를 치료받는 과정에서 니소론정 복용을 중단함으로 인하여 기왕증인 특발성 혈소판 감소성 자반증(Idiopathic thrombocytopenic purpura, 이하 'ITP'라 한다)가 악화되어 사망에 이르게 되었는지에 관하여 살펴보면, 망인이 이 사건 사고로 발생한 골절상 치료 과정에서 피부괴사 치료를 위하여 2013. 2. 28. [병원으로 전원되었고, 피부괴사 치료에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I병원 소속 의사의 지시에 따라 2013. 2. 28.까지 2013. 4. 8.까지 니소론정의 복용을 중단한 사실, 이후 망인의 혈소판 수치가 급격히 감소하는 등 ITP가 악화되었고, 2013. 4. 23. 폐출혈로 인한 대엽성 폐렴으로 사망한 사실은 인정되나, 갑 제6호증(부검감정서)의 기재는 망인에 대한 ITP의 경중이나 혈소판 수치의 감소 과정 등에 기초하여 작성된 것이 아니고 단순히 망인이 니소론정 복용을 중단하였고 ITP가 악화되어 사망하였다는 내용일 뿐이므로 이를 근거로 곧바로 니소론정 복용 중단이 ITP의 악화를 가져 왔다고 단정할 수 없고, 오히려 망인의 혈소판 개수가 니소론 복용 중단 후인 2013. 4. 5.까지도 117,000/1㎝로서 정상수준에는 미치지 못하나 집중치료나 장기적 치료가 요구되는 수치는 훨씬 상회하였던 점, 그러다가 망인의 혈소판 수치가 2013. 4. 9. 갑자기 생명에 위협을 초래할 수 있는 수준(1,000/1㎢)으로 감소한 점, 망인이 기존에 처방받은 니로손 복용량이 일반적인 복용량에 비하여 매우 적은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의사들에 의한 진료가 계속 진행되는 기간 동안에 니소론정의 복용을 약 40일 가량 중단한 것이 망인의 ITP를 급격하게 악화시킨 주원인이 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망인이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사망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3. 그러나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갑 제6호증(부검감정서)는 증거 방법의 하나에 불과하기는 하나 이는 이 사건에서 망인의 사망원인에 관하여 전문가인 의사가 내린 유일한 의학적 판단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존중하여야 할 것인데, 위 부검감정서의 기재에 의하면 망인은 지병인 ITP가 재발 및 악화되어 폐출혈을 일으키고 대엽성 폐렴으로 진행되어 패혈증으로 사망하였고, ITP가 악화된 것은 임의로 니소론 투약을 중지하여 필요한 만큼 이를 복용하지 못함으로 인한 결과라는 것이다. 나아가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망인이 2013. 2. 28. 니소론 투약을 중단할 당시 망인의 혈소판 수치는 491,000/1㎜이었는데, 그 투약 중단 후인 2013. 4. 5.에는 117,000/1㎣으로 현저히 감소하였고, 2013. 4. 8.에는 혈소판 감소로 인한 점상출현, 혈변 등 현저한 증상이 발현되었으며, 2013. 4. 9.에는 혈소판 수치가 1,000/1㎡으로 떨어지는 등, 니소론 투약 중단 이후 망인의 혈소판 수치가 급격하게 저하된 사실을 알 수 있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에 의하면, 이 사건 사고로 인한 피부괴사를 치료하기 위하여 망인에 대한 니소론 투약이 중단되었고 그 결과 혈소판 수치가 저하되어 망인의 지병인 ITP가 악화됨으로써 망인이 사망에 이른 것이라고 볼 여지가 있고, 그 경우 이 사건 사고와 기왕증인 ITP는 망인 사망의 공동 원인에 해당하여 이 사건 사고와 망인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진료기록감정 등을 통하여 망인의 평소 니소론 복용량, 망인의 과거 혈소판 수치 및 니소론 투약 중단 후 혈소판 수치가 저하된 추이 등을 심리함으로써 망인의 니소론 투약 중단과 ITP 악화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 점에 관하여 제대로 심리하지 아니한 채 그 판시 사정만을 들어이 사건 사고와 망인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고 상당인 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피가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 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김용덕

주심대법관고영한

대법관김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