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횡령][공1996.2.15.(4),643]
소구권을 행사하여 그 대금을 횡령하였다는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소구권을 행사하여 그 대금을 횡령하였다는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을 심리미진 또는 채증법칙 위반의 위법이 있다는 이유로 파기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원심판결을 파기하여 사건을 창원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상고이유를 본다.
1. 상고이유 제1, 2점에 대하여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이 채용한 증거들을 기록과 대조하여 검토하여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 함광희 발행의 액면 금 30,000,000원의 당좌 수표 1매를 횡령하고, 또 위 피해자로부터 그 사람 발행의 액면 금 28,000,000원의 약속어음 1매를 편취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 논하는 바와 같이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사실을 잘못 인정한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논지는 이유가 없다.
2. 상고이유 제3점에 대하여
가. 원심은, 피고인이 공소외 김오현으로부터 그 사람 소유의 약속어음 12매 액면 합계 금 87,379,471원 상당을 교부받아 그 중 액면 합계 금 57,379,471원의 약속어음 9매를 공소외 유원개발 주식회사(이하 유원개발이라 한다)의 경리과장인 공소외 전승기에게 전달하고, 공소외 동문개발 주식회사(이하 동문개발이라 한다) 발행의 액면 금 10,000,000원권 약속어음 2매와 공소외 라이프정공 발행의 액면 금 10,000,000원의 약속어음 1매는 계속 위 김오현을 위하여 보관하던 중, 위 동문개발 발행의 약속어음 2매가 부도 처리되어 1993. 2. 20. 위 각 약속어음의 배서인인 공소외 강복근에게 소구권을 행사하여 현금 20,000,000원을 지급받았으면 이를 위 김오현에게 반환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 무렵 마음대로 피고인의 채무변제 등에 소비하여 이를 횡령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하여, 제1심이 채용한 증거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에 대한 이 부분 범죄사실을 인정하기 넉넉하다는 이유로 제1심의 유죄판결을 유지하였다.
나.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할 수 없다.
(1) 기록에 나타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즉 위 함광희는 동해정밀공업이란 상호로 자동차부품업을 하면서 사채업자인 피고인을 통하여 제3자 발행의 어음과 자기 발행의 어음이나 수표를 맞교환하여 그 제3자 발행의 어음을 할인하여 사용하는 방법으로 자금을 융통하여 오던 중, 1991. 7. 22.경 위 사업체를 주식회사 형태로 전환하고 자신과 자형(자형)인 위 김오현이 위 회사의 공동대표이사가 되었으나, 결국 같은 달 31. 부도가 난 사실, 위 함광희는 부도발생 전에 피고인을 통하여 위 유원개발 발행의 액면 합계 금 70,000,000원의 약속어음 3매와 자기 발행의 액면 금 70,000,000원의 당좌수표 1매를 상호 교환하여 사용한 적이 있었는데, 위와 같이 부도가 나자 자신은 도피생활을 하면서 위 김오현을 시켜 위 유원개발로부터 위 당좌수표 1매를 회수하고자 하였는데 공소사실 기재의 약속어음 12매는 바로 위 액면 금 70,000,000원의 당좌수표를 회수하기 위하여 위 김오현에 의하여 피고인에게 교부된 것이고, 피고인은 위 함광희와 자기 및 위 유원개발 사이의 복잡한 채권채무 관계를 고려하여 위 12매의 어음 중 부도 처리되지 않고 결제된 어음 9매의 할인 대금 55,000,000원 상당을 위 유원개발에 지급하는 등의 방법으로 위 유원개발로부터 위 함광희 발행의 위 당좌수표 1매를 회수하여 위 함광희측에 반환하고, 부도 처리된 위 동문개발 발행의 액면 금 10,000,000원권 약속어음 2매와 위 라이프정공 발행의 액면 금 10,000,000원권 1매를 그대로 소지하고 있다가 그 중 위 동문개발 발행의 약속어음 2매에 대하여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공소외 강복근에게 소구권을 행사하게 되었던 사실 등을 각 인정할 수 있고, 위와 같은 사실은 위 함광희나 김오현도 다투지 않고 있다.
(2) 그런데, 피고인은 자기가 위 동문개발 발행의 위 어음 2매의 소구금액을 위 함광희나 김오현에게 반환하지 아니한 이유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변소하고 있다. 즉, 위 동문개발 발행의 위 약속어음 2매는 위 동문개발이 피고인으로부터 금원을 융통하기 위하여 위 강복근으로 하여금 배서케 한 후 위 강복근을 시켜 피고인에게 할인한 융통어음인데, 위 함광희가 자기 발행의 어음이 신용도가 낮아 할인할 수 없게 되자 제3자 발행의 어음과 자기 발행의 융통어음을 맞교환하여 그 제3자 발행의 어음을 할인하여 자금을 융통하려 하므로, 피고인은 위와 같은 경위로 취득한 위 동문개발 발행의 약속어음 2매와 위 함광희 발행의 같은 금액의 약속어음 2매를 맞교환하여 위 함광희로 하여금 사용케 하였던 것인데, 나중에 위 함광희 발행의 위 약속어음 2매와 위 (1)항과 같은 경위로 피고인이 다시 소지하게 된 위 동문개발의 약속어음 2매가 모두 부도 처리되었으므로, 위 융통어음 교환으로 인하여 발생한 상호간의 채권채무 관계를 정산하면 위 동문개발의 약속어음을 소구하여 취득한 금 20,000,000원은 피고인의 소유로 귀속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3) 그러므로, 먼저 위 동문개발의 약속어음 2매가 위 함광희에게 교부되게 된 경위에 관한 피고인의 진술의 신빙성에 관하여 살펴본다.
위 함광희는, 자신이 발행하여 부도된 피고인 주장의 위 약속어음 2매는 위 동문개발의 어음과 교환된 것이 아니라 피고인을 통하여 공소외 송인철 발행의 어음 1매, 공소외 동진기계 주식회사 발행의 어음 1매와 각 교환된 것이라고 주장하다가(수사기록 51면 참조), 나중에는 금 10,000,000원권 1매는 위 동진기계 주식회사 발행의 어음과, 다른 금 10,000,000원권 1매는 공소외 대산인쇄소 발행의 어음과 각 맞교환한 것이라고 진술을 번복하면서, 위 대산인쇄소 발행의 어음과 피고인이 소지하고 있는 위 함광희 발행의 어음 1매의 지급기일이 일치함을 그 근거로 들고 있으며, 한편 위 동문개발 발행의 어음 2매는 자기가 피고인에게 당좌수표 2매를 발행하여 주고 피고인으로부터 맞교환하여 취득한 것인데 그 후 자기의 당좌수표는 제대로 결제되었기 때문에 위 동문개발의 어음은 완전히 자기 소유로 되었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수사기록 586, 589면 참조).
그러나, 위 대산인쇄소의 경영자 이름이 송인철인지는 기록상 알 수 없고, 그 동안의 어음교환 실태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과 위 함광희가 지급기일을 일치시켜 어음을 교환하였다고 볼 증거도 없으며, 위 함광희가 자기 발행 수표 2매와 피고인이 소지하고 있던 위 동문개발의 어음을 맞교환하였다는 주장은 수사가 마무리되는 단계에서 처음으로 한 주장으로서 그 수표번호나 교환시기 등에 관한 구체적인 진술이 결여되어 있고 그 수표의 실체도 전혀 확인되지 아니하고 있어 이를 믿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이에 반하여 피고인은 위 동문개발 발행의 어음과 맞교환하였다는 위 함광희 발행의 약속어음 2매를 제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수사기록 제502면의 압수조서 참조), 그 후 위 함광희와의 채권채무 관계를 정산함에 있어서도 일관하여 위 동문개발의 어음과 피고인이 소지하고 있던 위 약속어음 2매를 상쇄하여 계산하고 있음을 알 수 있으므로, 위 동문개발 발행의 위 약속어음 2매는 피고인 주장과 같은 경위로 맞교환된 것이라고 봄이 옳을 것이다.
(4) 그런데 검사는 위 동문개발의 약속어음 2매가 위 김오현의 소유임을 전제로 하여 공소를 제기하고 있으므로, 과연 위와 같은 경위로 위 함광희가 취득하게 된 위 동문개발의 약속어음 2매가 나중에 어떤 경위로든지 위 김오현의 소유로 되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있는지에 관하여 살펴본다.
위 함광희와 김오현은 검찰에서, 위 (1)항과 같이 피고인에게 교부된 약속어음 12매는 형인 공소외 함광옥이 위 함광희의 거래처인 공소외 마산상호신용금고에 농장을 담보로 하여 빌려온 어음이라고 진술하고 있다(수사기록 제51, 66면의 함광희의 진술, 제583면의 김오현의 진술 참조). 한편, 위 김오현은 위 어음은 자기가 피고인에게 준 어음이므로 자기에게 돌려주어야 한다고만 진술하면서(수사기록 제61면 참조) 자기가 그 약속어음의 소유자로 된 경위에 관하여는 아무런 설명도 하지 못하고 있고, 위 함광희는 처음 고소장에서는 마치 위 어음이 형인 함광옥의 소유인 것처럼 주장하다가, 중간에는 위 어음이 위 김오현의 어음이라고만 주장할 뿐 그 이유에 관하여는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기도 하다가(수사기록 제190면), 나중에는 위 어음은 자기가 위 김오현을 통하여 피고인에게 준 어음이라고 진술하는 등(수사기록 제587면) 그 진술을 수시로 번복하고 있다.
그러나, 위 함광옥의 부동산이 위 마산상호신용금고에 담보로 제공되었다고 볼 만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고, 오히려 수사기록에 편철된 등기부등본에 의하면 위 함광희의 부동산이 부도발생 전에 위 마산상호신용금고에 담보로 제공된 사실만 인정될 뿐이다.
그렇다면, 위 김오현이 위 동문개발 발행의 위 약속어음 2매를 취득하게 된 경위에 관하여 위 함광희나 김오현으로부터 아무런 설명이 없는 이상, 위 약속어음 2매는 위 함광희가 피고인을 통하여 취득한 이후 계속하여 위 함광희의 소유로 있다가 위 함광희가 부도로 도피생활을 하면서 자기 발행의 당좌수표를 회수하기 위하여 위 김오현을 시켜 피고인에게 교부하게 된 어음이라고 봄이 오히려 경험칙에 부합한다고 할 것이고, 이 점은 다음에 보는 채권채무의 정산과정에 비추어 보면 더욱 분명하여진다고 할 것이다.
(5) 마지막으로, 피고인이 위 약속어음 2매에 대한 소구권을 행사하기 전에 피고인과 위 함광희 사이에 어떠한 내용의 정산 합의가 이루어졌는지에 관하여 살펴본다.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위 함광희가 부정수표단속법위반으로 구속된 직후인 1993. 6. 23. 위 함광희를 대리한 위 김오현과 사이에 피고인과 위 함광희 사이의 채권채무 관계를 정산한 바 있었는데, 그 때 피고인은 위 동문개발 발행의 위 약속어음 2매에 관한 위 함광희의 권리와 자기가 소지하고 있던 위 함광희 발행의 약속어음 2매에 대한 자신의 권리를 서로 상계하는 것을 전제로 하여 자신의 위 함광희에 대한 채권총액을 금 53,000,000원으로 확정한 사실이 있었는데(수사기록 제12면의 약정서, 수사기록 제141면의 채권내역표 등 참조), 만약 위 동문개발의 약속어음 2매가 위 김오현의 소유라거나 위 약속어음 2매에 관하여 아직도 위 함광희에게 어떤 권리가 남아 있었다면 위 약정당시 당연히 위 약속어음 2매의 금액을 공제하고 채권채무 관계를 확정하였을 터인데도, 위 김오현은 위 동문개발의 약속어음에 대하여 아무런 이의를 한 바 없었고, 검사 작성의 함광희, 박상훈에 대한 각 진술조서에 의하면, 위 함광희는 위 약정서 작성 당시 그 채권채무액의 확정에 관여하였음을 알 수 있고(수사기록 제95면 상단의 박상훈 진술 참조), 위 함광희도 자신이 출소 후 피고인을 만났을 때 위 정산금액을 인정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다(수사기록 제46, 67면 참조).
(6) 그렇다면 피고인이 위 동문개발 발행의 어음에 대한 소구권을 행사한 1993. 2. 20.에는, 피고인과 위 함광희 사이에는 위 함광희 발행의 약속어음 2매에 관하여 위 함광희가 피고인에게 지고 있던 어음금 채무를 면하는 대가로 위 동문개발 발행의 어음을 피고인의 소유로 인정하는 취지의 묵시적인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피고인이 그 소구 대금을 위 함광희나 김오현에게 반환하지 않았다고 하여 그것이 타인의 금원을 횡령한 것으로 된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점들에 대하여 심리함이 없이 피고인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심리미진 또는 채증법칙 위반의 위법이 있다고 보지 않을 수 없고, 그와 같은 위법은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고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가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이 위 약속어음 2매의 소구대금 20,000,000원을 횡령하였다는 점에 대한 부분은 파기를 면할 수 없다고 할 것인데, 피고인에 대한 위 범죄사실과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나머지 범죄사실은 형법 제37조 전단 의 경합범 관계에 있으므로, 피고인에 대한 원심판결 전부를 파기하여 사건을 원심법원으로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