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직무순직유족급여청구부지급결정처분취소청구의소
2019구합90463 위험직무순직유족급여청구부지급결정 처분 취소
청구의 소
A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늘품 담당변호사 임영택
인사혁신처장
2020. 4. 9.
2020. 7. 23.
1. 피고가 2019. 11. 27. 원고에게 한 위험직무순직유족급여청구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주문과 같다.
1. 처분의 경위
가. B은 광주광역시 C소방서 소속 소방공무원으로 근무하던 1984. 11. 23. 화재를 진압하던 중 전기에 감전되어 쓰러지면서 유리파편이 우측대퇴부에 관통되어 '우측 좌골신경 절단증, 우대퇴부 근육파열증'의 부상을 입었다(이하 '이 사건 부상'이라 한다). B은 부상 부위 수술과정에서 동료 D의 혈액을 수혈하였다. 위 D는 이후 B형 간염바이러스 보균자임이 밝혀지고 2000. 7.경 간암을 진단받은 후 2003. 10.경 사망하였다.
나. B은 2011. 5.경 'B형 간염, 간경변, 간암'을 진단받고(이하 '이 사건 질병'이라 한다) 치료를 받았으나 증상이 악화되어 2013. 6. 3. 퇴직하였다. 이후 계속하여 치료를 받아오다가 2013. 6. 26. 거주하던 아파트에서 추락하여 사망하였다
다. B(이하 '망인'이라 한다)의 사망이 공무상 재해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법원(서울행정법원 2015구합11790 사건)은 2018. 7. 13. '① 망인은 이 사건 부상 수술 당시 D의 혈액을 수혈하여 B형 간염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만성 B형 간염이 B형 간염바이러스 감염에 의하여 발병하는 만성적 질환으로서 간경화와 간암의 가장 유력한 원인인바, 망인이 진단받은 이 사건 질병도 위 B형 간염바이러스 감염에 기한 것으로 보인다. ② 망인이 사망 전후로 보인 태도, 망인이 추락한 창문의 위치 등에 비추어 망인은 스스로 목숨을 끊어 사망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망인은 이 사건 질병으로 인하여 신체상 후유장애와 이에 수반된 불안, 우울 등의 정서장애가 발생하였고, 비관적 심리상태와 정서불안 등의 상태가 지속되었으며, 자살 직전 극심한 정신적 불안 상태로 인하여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빠져,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추단된다. 망인의 사망과 공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망인의 사망을 공무상 재해로 판단하였다. 판결이 확정됨에 따라 피고는 2018. 8. 22. 원고에게 순직유족보상금 가결 결정을 통보하였다.
라. 원고는 2019. 5. 14. 피고에게 '망인은 순직을 넘어 위험직무순직에 해당한다'며 그 유족급여를 청구하였다. 피고는 2019. 11. 27. 원고에게 '망인의 사망은 위험직무순직의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위험직무순직유족급여청구 부지급 처분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 6, 7, 8, 14, 15, 29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근거 및 관계 법령
가. 근거법령
나. 관계법령 : 별지와 같다.
3.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망인은 소방공무원으로서 재난·재해 현장에서 생명과 신체에 대한 고도의 위험을 무릅쓰고 화재진압의 직무를 수행하다가 이 사건 부상 및 질병을 입게 되었고, 그것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사망하였다. 망인은 위험직무순직공무원에 해당하고 원고는 그에 따른 위험직무순직유족급여를 지급받아야 한다.
나. 판단
공무원 재해보상법은 그 시행일 전의 위험직무순직공무원의 요건에 관하여는 구 공무원연금법에 정해진 바에 따르도록 규정한다(별지 부칙 제16조). 망인에게 적용될 구 공무원연금법은 소방공무원이 생명과 신체에 대한 고도의 위험을 무릅쓰고 재난·재해 현장에서 화재진압이나 인명구조작업 중 위해를 입고 이 위해가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사망한 경우를 위험직무순직공무원의 요건으로 한다. 이때의 화재진압이나 인명 구조작업에는 그 업무수행을 위한 긴급한 출동·복귀 및 부수활동이 포함된다[법 제3조 제1항 제2호 (라)목].
1) 먼저 망인이 법에서 정한 위험직무 수행 중 위해를 입었는지에 관하여 본다. 화재진압은 생명과 신체에 고도의 위험이 발생하는 직무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부상이 위험직무수행 중 입은 위해임은 분명하다. 그리고 이 사건 질병은 이 사건 부상을 치료하기 위한 수술과정에서 얻게 된 것으로 위험직무 수행 중 입게 된 신체부상을 치료하는 것은 위험직무 정리행위의 일환으로 필수적인 부수활동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부상뿐만 아니라 이 사건 질병도 생명과 신체에 대한 고도의 위험을 무릅쓰고 직무를 수행하다가 입게 된 위해에 해당한다[의료과오(수혈하는 혈액의 감염여부 미확인)가 개입되어 발생하였지만 이 사건 질병 역시 화재진압과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점은 이미 관련판결에서도 인정하였다]. 이 사건 질병은 위험직무 수행 중 입은 위해라 할 것이고, 이 사건 부상과 이 사건 질병 발생 사이에 상당한 시간이 경과하였다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 같은 취지에서 광주지방보훈청도 2018. 6. 18. '이 사건 질병은 직무수행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발생한 사고로 입은 상이에 해당하므로 망인은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국가유공자법'이라 한다)에서 정한 공상군경에 해당한다. 이 사건 부상에 더하여 이 사건 질병도 추가상이처로 인정한다'고 의결하였다(갑 제28호증).
2) 다음으로 망인의 이 사건 부상, 이 사건 질병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사망한 것인지 본다. 망인의 사망과 이 사건 부상, 이 사건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됨은 피고도 다투지 아니한다.
공무로 인한 사망에 대하여 적합한 보상을 하여 그 유족의 복지향상에 이바 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공무원 재해보상법과 국가를 위하여 희생하거나 공헌한 국가유공자의 유족을 합당하게 예우하고 함으로써 이들의 생활안정과 복지향상을 도모하고자 하는 국가유공자법은 그 목적이 유사하다. 이는 공무원 재해보상법 제59조 제2항에서 위험직무순직공무원과 그 유족에 대해서는 국가유공자법 제4조 제1항 제14호(순직공무원)과 그 유족에 대한 예우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공무원 재해보상법 제20조 제5항 에서 어느 하나의 법을 통해 같은 종류의 급여를 이미 지급받았다면 그 금액을 공제하도록 규정하는 것 등에서도 알 수 있다. 국가유공자법에도 '직접적인 원인관계'를 정한 규정이 있다. 국가유공자법 제4조 제2항은 국가유공자 요건의 구체적인 기준과 범위를 대통령령에 위임하였는데, 같은 법 시행령 제3조 [별표 1]은 같은 법 제4조 제1항 제5호(순직군경), 제14호(순직공무원)에 해당하는 사람의 경우 직무수행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발생한 사고나 재해로 사망할 것을 요건으로 규정하였다. 여기서의 '직접적인 원인관계'는 단순히 직무수행과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사망이 직무수행을 직접적인 주된 원인으로 하여 발생한 것이어야 한다. 따라서 사망이 전적으로 본인의 과실 또는 사적인 사정에 기인한 것이거나 과실 또는 사적인 사정이 상당한 정도로 경합한 경우 등과 같이 직무수행이 사망의 주된 원인이 되었다고 볼 수 없는 경우는 해당하지 않고(대법원 2016. 8. 18. 선고 2014두42896 판결 참조), 같은 맥락에서 사망에 직무수행이 일부 영향을 미쳤더라도 그것이 주로 본인의 체질적 소인이나 생활습관에 기인한 경우 또는 기존의 질병이 직무수행으로 인하여 일부 악화된 것에 불과한 경우 등과 같이 직무수행이 사망의 주된 원인이 되었다고 볼 수 없는 경우는 해당하지 않는다(대법원 2016. 7. 27. 선고 2015두46994 판결 참조). 앞서 본 이유로 국가유공자법에 관한 이러한 해석은 공무원 재해보상법의 적용에 참고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망인의 사망이 이 사건 부상, 이 사건 질병을 직접 원인으로 하여 발생한 것인지 본다. 앞서 든 증거, 갑 제5, 19, 21, 23, 24, 2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하거나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실 또는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망인은 이 사건 부상의 치료과정에서 이 사건 질병을 얻은 후 극심한 심신의 고통을 받다가 이를 견디지 못하고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결여되거나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이르러 자살하여 사망한 것으로 판단된다. 위와 같은 사망 경위에다가 기록상 달리 망인을 자살에 이르게 할 만한 다른 사정도 보이지 않는 점을 더하여 보면, 망인의 자살은 이 사건 질병이 주된 원인이 되었다 할 것이어서, 결국 위험직무수행 중 입은 위해가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① 망인은 2011. 5.경 이 사건 질병을 진단받고 치료를 시작했다. 2013. 1. 16.부터 2013. 1. 19.까지, 2013. 3. 28.부터 2013. 3. 31.까지, 2013. 5. 14.부터 2013. 5. 20.까지, 2013. 5. 31.부터 2013. 6. 7.까지 화순전남대학교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았음에도 증상은 악화되었다. 망인은 그 무렵인 2013. 6.경 퇴직하였다. 이후 E병원 등에서 향후 회복을 기대할 수 없어 더 이상 적극적인 치료가 불가능한 상태로 진단되었다. 계속하여 광주보훈병원에서 2013. 6. 13.부터 2013. 6. 17.까지 입원치료를, 화순전남대학교 병원에서 2013. 6. 19.부터 2013. 6. 24.까지 입원치료를 받았으나 차도는 없었다. 화순전남대학교병원은 '당시 망인 정도의 상태라면 추가 합병증이 없다는 가정 하에 최대 약 2~3개월의 생존기간이 남은 것으로 판단된다. 망인은 추가 치료를 하더라도 생존 가능성이 굉장히 낮았다. 망인이 그 생존기간을 명확히 알고 있지는 않았으나 급속히 악화될 가능성은 인지하고 있었다'고 확인한다. 2013. 6. 24. 및 25.에는 광주보훈병원에 내원하여 치료를 받았는데, 더 이상의 치료가 어렵다며 호스피스(죽음이 가까운 환자를 입원시켜 위안과 안락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특수 병원)를 권유받았다.
② 사망 약 10일 전부터 망인은 오심 등의 증상, 복수로 인한 극심한 복부불편감 등을 호소하며 식사조차 용이하지 않은 상태였다. 이 무렵부터 스스로 거동도 어려웠고, 사망 무렵에는 진통제도 소용이 없을 정도로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였다. 병원 입원 기간 중에는 통증과 발열 때문에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괴로워하며 급기야 병원 밖 벤치에서 잠을 청하기도 하였다. 망인은 통증과 발열을 견디지 못하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옷을 벗기도 하였는데, 그러한 자신의 모습에 충격을 받곤 하였다.
③ 이러한 신체적 고통이 커질수록 그에 비례하여 심리상태도 비관적이고 약해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 망인은 퇴직하기에 앞서 2013. 5.경 동료 소방공무원들에게 글을 남기며 '건강상태가 악화되어 어쩔 수 없이 퇴직신청을 하니 비참함을 느낀다. B형 간염은 치료되지 않고 만성간염으로 진행되어 지금까지 저를 처참하게 괴롭히고 있다. 의사 권유에 따라 질병 관리를 위해 술을 끊고 식사도 제한하다보니 주변과 소원해졌다. 육체적인 고통보다 더 괴로운 것이 소외감을 느끼는 외로움이며 사람과의 관계가 깨지는 것이었다. 젊은 시절 소방현장에서 공상을 입어 장애를 갖고 남모르게 눈물 흘리면서 살아가는 공상소방공무원의 비애를 조금이라도 알아 달라'는 내용을 담아, 이 사건 부상 및 질병을 겪는 과정에서 느낀 비애를 토로하였다. 원고 등 가족들은 당시 망인에 대해 '암 통증이 심해져 진통제를 먹으면 토하곤 하였다. 괴로워하면서 이럴 때는 콱 죽고 싶다고 통증을 호소하였다. 가족에게 고통을 줘서는 안 된다며 미안하다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더 이상 통증을 견딜 자신이 없고 모든 게 두렵다고 했다'고 진술한다. 망인은 죽음에 대한 불안감, 자신과 가족의 처지에 대한 비관 등으로 상당한 심리적 위축감과 정신적 자괴감에 빠졌던 것으로 보인다.
④ 계속되는 치료에도 불구하고 증상은 악화되고 신체적 고통은 커지며, 그에 수반하여 점차 가중된 스트레스를 받았을 망인의 심신은 갈수록 쇠약해지고 결국 무너진 것으로 보인다. 여명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게 된 것도 이에 일조하였을 것이다. 종국에는 비관적 심리상태와 정서불안 등의 상태가 지속되면서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던 것으로 판단된다. 이런 상태에서 망인은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망인은 사망 전날인 2013. 6. 25. 타지에 살던 딸에게 집으로 와줄 것을 요구하고, 밤늦게 퇴근한 아들에게 목욕을 함께하자고 제안하는 등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였다. 사망 당일 아침에는 원고에게 '시원한 바람이 쐬고 싶으니 창문을 열어 달라. 방문은 닫아 달라'고 한 후 원고가 잠깐 방에서 나간 사이에 열린 창문으로 몸을 던져 결국 사망하였다. 합리적인 판단능력을 상실한 망인의 정신상태 및 그로 인한 사망의 결과 발생 모두에 이 사건 질병 및 그 치료경과가 전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 달리 위 과정에 망인의 사적인 사정, 체질적 소인이나 기존 질병, 생활습관 등이 개입되었다는 증명은 없다.
4.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판사 김국현
판사 이승운
판사 정현기
1) 2016. 1. 27. 법률 제13927호로 공무원연금법이 개정되어(2016. 7. 28. 시행) 개정 전 사용하던 '순직'의 용어를 '위험직무순직'으로 변경하고, 공무상 사망한 공무원을 '순직공무원'으로 정의하였다. 이후 공무상 재해를 입은 공무원과 그 가족에 대한 적절한 보상체계를 마련하고,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재해보상 제도의 발전을 위하여 공무원 재해보상에 관한 분야를 공무원연금법에서 분리하여 별도로 공무원 재해보상법을 제정하였다. 공무원 재해보상법도 마찬가지로 위와 같이 변경된 용어를 토대로 규정되어 있다. 다만, 법 시행일 전의 위험직무순직 요건에 관하여는 종전 공무원연금법에서 정한 바에 따른다(부칙 제16조). 요건 판단에 관하여는 종전 공무원연금법에 따르되, 이하에서는 '위험직무순직' 용어의 사용에 한하여 현행법을 기준으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