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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2. 7. 14. 선고 2017다213289 판결

[손해배상(기)]〈양계업자인 원고가 동물의약품 제조·판매업자인 피고를 상대로 피고가 제조한 동물의약품에 표시상의 결함을 주장하면서 손해배상을 구하는 사건〉[공2022하,1569]

판시사항

[1] 제조업자 등에게 제조물의 표시상의 결함에 대하여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할 수 있는 경우 및 결함이 존재하는지 판단하는 기준

[2] 무항생제 유정란을 생산·납품하는 양계업자 갑이 평사(평사) 형태의 축사를 설치하고 산란계를 사육하면서 을 주식회사가 제조하는 엔로플록사신(Enrofloxacin, 플루오로퀴놀론계 항균제)을 주된 성분으로 하는 동물의약품 엔로트릴을 닭에게 투약하였는데, 계란에서 엔로플록사신 성분이 검출되어 납품하지 못하자, 을 회사를 상대로 제조물 책임법상 표시상의 결함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을 회사가 엔로트릴에 ‘평사형 축사에서 사육되는 닭들의 경우 계분 등을 통하여 휴약기간인 12일이 지나도 엔로플록사신이 잔류할 수 있다.’는 취지의 표시를 하지 않은 것은 표시상의 결함에 해당하고, 갑이 납품한 계란에서 엔로플록사신이 검출된 것은 위 표시상의 결함에 따른 것인바, 을 회사는 이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한 원심판결을 수긍한 사례

판결요지

[1] 제조업자 등이 합리적인 설명, 지시, 경고 기타의 표시를 하였더라면 당해 제조물에 의하여 발생될 수 있는 피해나 위험을 피하거나 줄일 수 있었음에도 이를 하지 않은 때에는 그와 같은 표시상의 결함(지시·경고상의 결함)에 대하여도 불법행위로 인한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 그와 같은 결함이 존재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을 할 때에는 제조물의 특성, 통상 사용되는 사용형태, 제조물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의 내용, 예상되는 위험의 내용, 위험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 및 사용자에 의한 위험회피의 가능성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

[2] 무항생제 유정란을 생산·납품하는 양계업자 갑이 평사(평사) 형태의 축사를 설치하고 산란계를 사육하면서 을 주식회사가 제조하는 엔로플록사신(Enrofloxacin, 플루오로퀴놀론계 항균제)을 주된 성분으로 하는 동물의약품 엔로트릴을 닭에게 투약하였는데, 계란에서 엔로플록사신 성분이 검출되어 납품하지 못하자, 을 회사를 상대로 제조물 책임법상 표시상의 결함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을 회사가 제조·판매한 엔로트릴은 가축의 질병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동물약품으로, 주된 소비자는 갑과 같은 양계업자를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가축 사육업자들이지만 최종적인 소비자는 일반 시민들이므로, 이를 이용하여 생산하는 축산식품의 잔류 동물약품에 의한 오염 여부는 그에 따른 상당한 책임 문제가 수반되는 사육업자에게 중대한 의미를 갖는 사항이라 할 수 있고, 이러한 사정은 동물약품의 전문 제조·판매업자인 을 회사로서도 충분히 인식하거나 예상할 수 있는 것으로, 휴약기간 미준수의 경우 식육 등 축산식품에 약물이 잔류될 수 있어 ‘시간까지 정확히 계산하여 준수’하도록 한 엔로트릴의 권고사항에 비추어도 그러한 점, 농림축산검역본부의 ‘동물약품 안전사용을 위한 10대 수칙’에서 휴약기간 동안 사료 통, 축사, 사료저장고 등을 완전히 청소한 후 약제가 들어있지 않은 사료와 물만 먹이라는 주의사항을 둔 것도 잔류 동물약품으로 인한 축산식품 오염의 위험성이 축산식품의 생산·판매 및 그 전제 되는 동물약품의 구입·이용에 있어 중요한 고려요소가 됨을 나타낸 것인 점, 위와 같은 사유들이 직접 소비자인 사육업자들에게 구체적 사육환경하에서 휴약기간 준수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가능성을 고려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관리상 주의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위반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사정이 될 수 있겠지만, 소비자 측 귀책사유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형태로나마 간접 섭취(투약)에 따른 휴약기간의 변동(조정) 가능성을 전혀 언급하지 아니함에 따른 제조물 책임법상 표시상의 결함 및 을 회사의 책임을 전적으로 배제할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을 회사가 엔로트릴에 ‘평사형 축사에서 사육되는 닭들의 경우 계분 등을 통하여 휴약기간인 12일이 지나도 엔로플록사신이 잔류할 수 있다.’는 취지의 표시를 하지 않은 것은 표시상의 결함에 해당하고, 갑이 납품한 계란에서 엔로플록사신이 검출된 것은 위 표시상의 결함에 따른 것인바, 을 회사는 이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한 원심판결을 수긍한 사례.

원고,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장생)

피고,상고인

한국썸벧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최환석)

피고소송수계신청인

한국썸벧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최환석)

원심판결

광주고법 2017. 2. 7. 선고 (전주)2015나100438 판결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소송수계신청인의 소송수계신청을 기각한다. 상고비용 중 소송수계신청으로 인한 부분은 소송수계신청인이,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제조업자 등이 합리적인 설명, 지시, 경고 기타의 표시를 하였더라면 당해 제조물에 의하여 발생될 수 있는 피해나 위험을 피하거나 줄일 수 있었음에도 이를 하지 않은 때에는 그와 같은 표시상의 결함(지시·경고상의 결함)에 대하여도 불법행위로 인한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 그와 같은 결함이 존재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을 할 때에는 제조물의 특성, 통상 사용되는 사용형태, 제조물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의 내용, 예상되는 위험의 내용, 위험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 및 사용자에 의한 위험회피의 가능성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3. 9. 5. 선고 2002다17333 판결 , 대법원 2008. 2. 28. 선고 2007다52287 판결 등 참조).

2. 가. 원심판결의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을 알 수 있다.

원고는 무항생제 유정란을 생산·납품하는 양계업자이고, 피고는 동물의약품을 제조·판매하는 회사이다. 피고가 제조하는 엔로트릴은 엔로플록사신(Enrofloxacin, 플루오로퀴놀론계 항균제)을 주된 성분으로 하는 동물의약품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식품의 기준 및 규격」은 엔로플록사신의 잔류허용기준을 닭의 근육과 지방에서 0.1mg/kg 이하, 간에서 0.2mg/kg 이하, 신장에서 0.3mg/kg 이하로 정하고, 계란에서는 잔류를 허용하지 않는다. 원고는 평사(평사) 형태의 축사 두 동을 설치하고 산란계를 사육하는데, 2012. 3. 16.경 제1동 축사에 새로운 닭을 들여놓고 2012. 3. 21.경부터 2012. 4. 30.경까지 엔로트릴을 구입하여 제1동 축사의 닭에게 투약하였다. 또한 2012. 7. 20.경 제2동 축사에 새로운 닭을 들여놓고 2012. 7. 30.경부터 2012. 9. 4.경까지 엔로트릴을 구입하여 제2동 축사의 닭에게 투약하였다. 원고는 2013. 3. 11. 계란을 납품하는 ○○○ 생활협동조합으로부터 원고가 납품한 계란에서 엔로플록사신 성분이 검출되었다는 통보를 받았고, 2013. 3. 12.부터 계란을 납품하지 못하였다. 원고는 닭이 계분(계분) 섭취로 엔로플록사신이 체내에 잔류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심을 갖고 계분을 치운 다음 엔로플록사신 검사를 하자 더 이상 계란에서 엔로플록사신이 검출되지 않았고, 2013. 5. 1.부터 계란을 다시 납품할 수 있었다. 원고는 여러 차례 피고에게 검출사고에 대한 손해배상과 함께 ‘평사에서 사육하는 닭에게 엔로트릴을 먹이지 말라.’는 취지의 문구를 넣어 줄 것을 요구하였지만, 피고는 응하지 않았다.

나. 원심은 이러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원고는 2012. 9. 7.경 이후 엔로트릴 등 엔로플록사신이 포함된 약품을 닭들에게 투여하지 않았는데도 그로부터 6개월 이상이 지난 2013. 3.경까지 원고가 납품한 계란에서 엔로플록사신이 검출되었다. 이는 엔로트릴을 투여한 닭들이 배설한 계분에 엔로플록사신이 포함되었는데 평사형 축사에서 사육되는 원고 닭들의 특성상 바닥에 떨어진 계분을 섭취하면서 거기에 포함된 엔로플록사신도 함께 섭취하여 다시 체내에 들어오게 되었고,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어 휴약기간이 지나서도 엔로플록사신이 체내에 남아있게 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엔로트릴을 투여한 닭이 엔로플록사신 일부를 체내에서 흡수 또는 대사하지 못한 채 계분과 함께 배출할 수 있고, 평사형 축사에서 사육되는 닭들의 경우 축사 바닥에 계분을 배설하므로 이를 다시 섭취할 수 있다는 것은 피고로서 충분히 알 수 있었던 사정이다. 따라서 피고는 엔로트릴이 평사형 축사에서 사육되는 닭들에게 투여될 경우 계분을 배설하고 다시 섭취하는 과정에서 닭들의 체내에 휴약기간 이상의 기간 동안 엔로플록사신이 잔류할 수 있음을 예견할 수 있었다. 엔로플록사신은 계란에 잔류가 허용되지 않은 성분으로 휴약기간이 지난 뒤 엔로플록사신의 잔류가능성은 양계업을 운영하는 소비자에게는 상당히 중요한 내용이다. 엔로트릴을 제조·판매하는 피고로서는 휴약기간이 지나도 엔로플록사신이 잔류할 수 있는 위험에 관하여 주의 깊게 조사할 필요성이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피고가 ‘엔로트릴을 평사형 축사에서 사육되는 닭들에게 투여할 경우 계분을 통하여 휴약기간인 12일이 지나더라도 체내에 엔로플록사신이 잔류할 수 있다.’는 내용을 표시할 것이라고 합리적으로 기대할 수 있었다. 피고는 엔로트릴의 휴약기간을 닭의 경우 12일로 표시하였을 뿐 예외가 있을 수 있다는 사정을 표시하지 않았다. 약품의 소비자는 약품에 표시된 내용을 신뢰하고 그에 따라 약품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통상의 소비자로서는 케이지형 축사에서 사육하는 닭이든, 평사형 축사에서 사육하는 닭이든 휴약기간 12일만 지키면 된다고 믿었을 것이다. 만약 피고가 휴약기간이 지나더라도 엔로플록사신이 잔류할 수 있다는 표시를 하였다면 원고가 계란에 엔로플록사신이 검출되어 납품하지 못하게 되는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피고가 엔로트릴에 ‘평사형 축사에서 사육되는 닭들의 경우 계분 등을 통하여 휴약기간인 12일이 지나도 엔로플록사신이 잔류할 수 있다.’는 취지의 표시를 하지 않은 것은 표시상의 결함에 해당한다. 원고가 납품한 계란에서 엔로플록사신이 검출된 것은 이러한 표시상의 결함에 따른 것으로 피고는 이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다. 원심판결의 이유에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더하여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제조물 책임법」상 표시상의 결함, 표시상의 결함과 손해발생 사이의 인과관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즉, 피고가 제조·판매한 엔로트릴은 가축의 질병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동물약품으로, 주된 소비자는 원고와 같은 양계업자를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가축 사육업자들이지만 최종적인 소비자는 일반 시민들이므로, 이를 이용하여 생산하는 축산식품의 잔류 동물약품에 의한 오염 여부는 그에 따른 상당한 책임 문제가 수반되는 사육업자에게 중대한 의미를 갖는 사항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사정은 동물약품의 전문 제조·판매업자인 피고로서도 충분히 인식하거나 예상할 수 있는 것으로, 휴약기간 미준수의 경우 식육 등 축산식품에 약물이 잔류될 수 있어 ‘시간까지 정확히 계산하여 준수’하도록 한 엔로트릴의 권고사항에 비추어도 그러하다. 농림축산검역본부의 ‘동물약품 안전사용을 위한 10대 수칙’에서 휴약기간 동안 사료 통, 축사, 사료저장고 등을 완전히 청소한 후 약제가 들어있지 않은 사료와 물만 먹이라는 주의사항을 둔 것도 잔류 동물약품으로 인한 축산식품 오염의 위험성이 축산식품의 생산·판매 및 그 전제 되는 동물약품의 구입·이용에 있어 중요한 고려요소가 됨을 나타낸 것이라는 점에서 이를 뒷받침한다. 위와 같은 사유들은 그 직접 소비자인 사육업자들로서도 엔로플록사신에 표시된 휴약기간의 철저한 준수 외에 이 사건에서 문제 되는 계분을 통한 간접 섭취 등 구체적 사육환경하에서 휴약기간 준수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가능성을 고려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관리상 주의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위반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사정이 될 수 있겠지만, 그러한 내용의 소비자 측 귀책사유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앞서 본 엔로플록사신의 특성, 예상 가능한 사용형태, 그 안전성 혹은 위험성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와 인식의 정도, 예상되는 위험의 내용 및 그 위험회피를 위한 표시 등 조치의 난이도 및 신뢰 혹은 기대 가능성 등에 비추어,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형태로나마 그 간접 섭취(투약)에 따른 휴약기간의 변동(조정) 가능성을 전혀 언급하지 아니함에 따른「제조물 책임법」상 표시상의 결함 및 피고의 책임을 전적으로 배제할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3. 피고의 소송수계신청인은 2018. 9. 28. 피고로부터 분할·설립되어 이 사건 소송과 관련된 권리·의무를 승계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소송수계신청을 하였다. 그러나 상고심 소송절차가 이와 같은 단계에 이르러 변론 없이 판결을 선고할 때에는 신설회사로 하여금 소송절차를 수계하도록 할 필요가 없으므로, 소송수계신청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대법원 2019. 8. 29. 선고 2017다276679 판결 등 참조).

4.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소송수계신청인의 소송수계신청을 기각하며, 상고비용 중 소송수계신청으로 인한 부분은 소송수계신청인이, 나머지는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유숙(재판장) 조재연 이동원 천대엽(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