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집11권 2집 356~363] [전원재판부]
1.법령에 의한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요건
2.재판을 거친 원행정처분이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
1.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의하여 법령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하기 위하여는 그 법령에 의하여 구체적인 집행행위를 기다리지 아니하고 직접, 현재의 자기의 기본권을 침해받아야 하고, 여기서 말하는 직접성이란 집행행위에 의하지 아니하고 법규범 그 자체에 의하여 자유의 제한, 의무의 부과, 권리 또는 법적 지위의 박탈이 생긴 경우를 뜻한다.
구 소득세법 제60조는 청구인에게 부과된 양도소득세액 산정의 근거가 되기는 하지만 청구인이 주장하는 기본권침해는 위 구 소득세법 제60조에 의한 것이 아니고 집행행위인 성남세무서장의 과세처분에 의한 것이므로 구 소득세법 제60조에 대하여 곧바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는 없다.
2.원행정처분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청구를 받아들여 이를 취소하는 것은, 원행정처분을 심판의 대상으로 삼았던 법원의 재판이 예외적으로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어 그 재판 자체까지 취소되는 경우에 한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구제하기 위하여 가능한 것이고, 이와는 달리 법원의 재판이 취소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확정판결의 기판력으로 인하여 원행정처분은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
따라서 법원의 재판이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하여 그 역시 동시에 취소되는 것을 전제로 하지 아니하는 한, 원행정처분의 취소 등을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청구는 허용되지 아니한다.
재판관 조승형의 반대의견
행정처분은 공권력인 입법·행정·사법작용 중 행정작용의 대표적인 행위형식으로서 그 행사나 불행사로 인하여 기본권을 침해받은 경우에는 비록 권리구제절차로서 행정소송의 ‘재판’을 거친 행정처분의 경우라 하더라도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된다.
구 소득세법(1994. 12. 22. 법률 제4803호로 전문개정되기 전의 것) 제60조(기준시가의 결정) 제23조 제4항과 제45조 제1항 제1호에 규정하는 기준시가의 결정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한다.
1. 헌재 1995. 7. 21. 94헌마191 , 판례집 7-2, 195
2. 헌재 1998. 5. 28. 91헌마98 등, 판례집 10-1, 660
청 구 인 성○환
대리인 변호사 차상근
피청구인 성남세무서장
이 사건 심판청구를 모두 각하한다.
1. 사건의 줄거리
청구인은 1991. 6. 29. 대전 중구 석교동 12의 7 대285.1㎡와 그 지상 건물 중 2분의 1 지분에 관하여 청구외 송인경에 대한 채권담보의 목적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받았는데, 위 부동산에 관하여 임의경매절차(대전지방법원 92타경12773호)가 진행되어 1993. 4. 16. 위 부동산이 청구외 주식회사 국일상호신용금고에 경락된 뒤 같은 해 6. 2. 위 금고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었다.
피청구인인 성남세무서장은 청구인이 위 부동산에 대한 양도소득세 확정신고를 하지 아니하자 1995. 12. 16. 구 소득세법(1994. 12. 22. 법률 제4803호로 전문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소득세법’이라 한다)제60조에 의한 기준시가에 따라 양도차익을 계산하여 청구인에게 금 17,354,630원의 양도소득세를 부과·고지하였다. 청구인은 이에 불복하여 서울고등법원에 위 부과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으나 1996. 11. 22. 원고청구기각판결(96구19262)을 선고받고, 다시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하였으나 1997. 5. 9. 상고기각판결(96누19345)을 선고받았다.
청구인은 “제23조 제4항과 제45조 제1항 제1호에 규정하는 기준시가의 결정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한다”라고 규정한 구 소득세법 제60조는 실질과세의 원칙에 위배되고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하여 위헌이므로 그 확인을 구하고, 위헌인 구 소득세법 제60조를 근거로 한 위 부과처분 역시 당연무효이므로 그 취소를 구하기 위하여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고 주장한다.
2. 판 단
가. 구 소득세법 제60조의 위헌확인청구에 대한 판단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따라 법령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하려면 그 법령에 의하여 구체적인 집행행위를 기다리지 아니하고 직접, 현재의 자기의 기본권을 침해받아야 하고, 여기서 말하는 직접성이란 집행행위에 의하지 아니하고 법규범 그 자체에 의하여 자유의 제한, 의무의 부과, 권리 또는 법적 지위의 박탈이 생긴 경우를 뜻한다(헌재 1995. 7. 21. 94헌마191 , 판례집 7-2, 195, 201 참조). 그런데 구 소득세법 제60조는 청구인에 대하여 부과되는 양도소득세액 산정의 근거가 되기는 하지만 청구인이 주장하는 기본권침해는 구 소득세법 제60조 때문인 것이 아니라 그에 근거한 성남세무서장의 과세처분에 따라 비롯된 것임이 분명하다. 따라서 청구인으로서는 구 소득세법 제60조에 대하여 곧바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므로, 청구인의 이 사건 심판청구 중 구 소득세법 제60조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부분은 직접성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부적법하다.
나. 과세처분취소청구에 대한 판단
우리 재판소가 1998. 5. 28. 선고한 91헌마98 등 결정(판례집 10-1, 660)에 의하면 원행정처분에 대하여 헌법소원심판청구를 받아들여 이를 취소하는 것은, 원행정처분을 심판의 대상으로 삼았던 법원의 재판이 예외적으로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어 그 재판 자체까지 취소되는 경우에 한하고, 이와는 달리 법원의 재판이 취소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확정판결의 기판력으로 인하여 원행정처분은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는 것이다. 즉, 원행정처분에대하여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하여 패소판결을 받고 그 판결이 확정된 경우에는 당사자는 그 판결의 기판력에 의한 기속을 받게 되므로,
별도의 절차에 의하여 위 판결의 기판력이 제거되지 아니하는 한, 행정처분의 위법성을 주장하는 것은 확정판결의 기판력에 어긋나기 때문에 받아드릴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법원의 재판이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하여 그 역시 동시에 취소되는 것을 전제로 하지 아니하는 한, 원행정처분의 취소 등을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청구는 허용되지 아니한다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 중 원행정처분인 과세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부분도 역시 부적법하다.
3.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모두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기로 한다. 이 결정은 원행정처분에 대한 재판관 조승형의 아래 4.와 같은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재판관의 의견일치에 따른 것이다.
4. 재판관 조승형의 반대의견
나는 우리재판소가 1998. 5. 28.에 선고한 91헌마98 , 93헌마253 (병합)사건에서 행정처분은 공권력인 입법·행정·사법작용 중 행정작용의 대표적인 행위형식으로써 그 행사나 불행사로 인하여 기본권을 침해받은 경우에는 비록 권리구제절차로서 행정소송의 ‘재판’을 거친 행정처분의 경우라 하더라도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된다는 취지의 반대의견을 상세하게 밝힌바 있으므로 다수의견 중 과세처분취소 청구부분에 대한 각하의견에 대하여 여전히 반대한다. 그 이유는 위 사건의 반대의견을 그대로 인용하며 그 요지는 다음과 같다.
가.헌법 제111조 제1항 제5호의 위임정신이나 헌법재판소법 제
68조 제1항의 입법취지는 ‘법원의 재판’에 대한 직접적인 소원과 권리구제절차로서의 ‘재판’을 거친 원공권력작용에 대한 소원(간접적인 재판에 대한 소원)을 명백히 구분하고 있으며 ‘재판’을 제외한 모든 공권력작용에 대한 헌법소원은 다른 법률에 정하여진 권리구제절차를 모두 거치게 되면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고, ‘다른 법률에 구제절차가 있는 경우’라 하여 ‘행정소송법에 구제절차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있지 않은 점으로 본다면 구제절차로서 ‘재판’을 거친 원공권력작용도 헌법소원의 대상임을 명백히 하고 있다.
나.다수의견이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행정작용 중에서 행정처분을 제외시키는 논거로 헌법 제107조 제2항 규정,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의 원칙적인 불인정 판례(1997. 12. 24. 96헌마172 등, 판례집 9-2, 842)및 기판력문제 등을 들고 있으나 이는 다음과 같이 모두 부당한 주장이다.
(1)헌법 제107조 제2항의 문언에 따르더라도 처분자체의 위헌·위법성이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에 한해서 대법원이 최종적으로 심사할 권한을 가지고 있을 뿐이므로, 그 경우를 제외하고는 처분자체에 의한 직접적인 기본권 침해를 다투는 헌법소원은 모두 가능하다고 할 것이며, 우리재판소가 이미 명령·규칙 자체가 직접 기본권을 침해하는 경우에는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된다는 판례를 확립하고 있으므로 위 헌법조항에 병렬적으로 열거된 ‘처분’의 경우도 명령·규칙과 달리 보아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2)다수의견은 우리재판소가 선고한 위 96헌마172 등 사건의 결정에서 원행정처분에 대한 헌법소원청구를 받아 들여 이를 취소한 것은 원행정처분을 심판의 대상으로 삼았던 법원의 재판이 예외적
으로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어 그 재판 자체까지 취소되는 경우에 한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구제하기 위하여 가능한 것이고 이와는 달리 법원의 재판이 취소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확정판결의 기판력으로 인하여 원행정처분은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라 하여, 원행정처분에 대하여 헌법소원심판을 하는 것은 단순한 행정작용에 대한 심사가 아니라 사법작용과 행정작용에 대한 심사를 동시에 행하는 것으로서 결국 원칙적으로 배제된 법원의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사실상 허용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재판’을 헌법소원의 대상에서 원칙적으로 제외시킨 것은 법관의 오심에 의한 기본권침해 또는 소송절차상의 기본권침해 등을 이유로 하는 판결이나 결정 등에 대하여 제기되는 헌법소원을 배제한다는 것, 즉 재판작용이 원인이 되어 새로이 발생하는 기본권침해 문제를 헌법소원의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는 것일 뿐, “재판을 제외하고는” 이라는 법문으로부터 재판의 원인된 원행정처분 자체에 대한 헌법소원까지도 배제하는 것이라고는 볼 수 없으며, 소송물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의 원칙적인 배제규정은 곧 원행정처분에 대한 헌법소원의 배제규정이라고 유추해석을 할 수도 없다. 이 점은 비교법적으로도 충분히 논증된다.
또한 위 사건 결정의 판시취지는 결코 다수의견이 지적한 바와 같은 취지가 아니다. 즉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법원의 재판만이 예외적으로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될 수 있을 뿐, 이러한 경우가 아닌한 법원의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은 허용되지 아니한다는 취지로써, 그 재
판자체까지 취소할 것을 청구하는 경우에 한하여 원행정처분에 대한 헌법소원이 허용되는 것이라는 취지가 아니다.
(3)헌법재판소의 원행정처분취소·공권력불행사위헌확인 결정의 기속력은 행정처분에 대한 법원의 확정재판의 기판력에 우선한다고 봄이 마땅하므로 ‘기판력의 본질’과 ‘원행정처분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취소·위헌확인결정’이 서로 충돌하는 것은 아니며 위 기속력으로 인하여 위 기판력이 소멸할 뿐이다.
이는 법원의 확정재판의 취소(예컨대 재심)에 의하여 기판력이 소멸되는 법리와 다를 바 없다.
다.이상과 같이 다수의견 중 위 부분은 부당하고 원행정처분에 대한 헌법소원의 대상성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 중 과세처분취소 청구는 적법하여 본안판단을 하였어야 마땅하다.
재판관 김용준(재판장) 김문희(주심) 이재화 조승형 정경식 고중석 신창언 이영모 한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