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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13.4.11. 선고 2012노4210 판결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강간등살인),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주거침입강간등),부착명령

사건

2012노4210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강간등

살인), 성폭력범죄의 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

(주거침입강간등)

2012전노342(병합) 부착명령

피고인겸피부착명령청구자

A

항소인

쌍방

검사

윤성현(기소), 이용주(공판)

변호인

변호사 X(국선)

원심판결
판결선고

2013. 4. 11,

주문

피고인 겸 피부착명령청구자와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양형부당)

가. 피고인 겸 피부착명령청구자

피고인 겸 피부착명령청구자(이하 '피고인' 이라고만 한다)는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반성하고 있다. 또한 피고인은 이전 범행으로 징역형을 마친 후 꾸준히 생업을 이어가면서 원만한 사회복귀를 위하여 비교적 성실하게 노력하였다.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의 소급적용으로 인하여 사회복귀에 대한 희망과 기대를 거의 상실하고 분노와 자포자기의 상태에 빠져 저지른 것이고, 그 중 강간살인의 점은 출동한 경찰관을 보고 매우 당황한 끝에 우발적으로 저질러진 불행한 사건이다. 이에 더하여 피고인의 불우한 성장과정과 궁핍한 가정환경 등 양형조건을 종합해 보면,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무기징역)은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

나. 검사

피고인은 강도상해 범행과 여러 차례의 강간 등의 범행을 저질러 이 사건 범행이전까지 징역형의 실형 합계 18년을 선고받아 그 집행을 종료하였고, 7년간의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을 받은 전력이 있다. 그럼에도 또다시 과도를 들고 피해자들의 주거에 침입하고 피해자들을 위협하여 강간하거나 잔혹하게 살해하는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 그런 점에서 피고인에게는 자유형만으로는 더 이상 범죄억지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피고인에 대한 판결전조사 결과에 의하면 재범의 위험성도 매우 높게 평가되었다. 이런 사정을 모두 고려하면, 피고인에 대한 원심의 형은 너무 가벼워 부당하고, 따라서 피고인에게는 법정최고형인 사형이 선고되어야 한다.

2. 판단

가. 피고사건 부분(양형부당)

피고인은 길을 가다 우연히 본 피해자 E을 강간하기로 마음먹고 운동화 끈과 과도를 손에 들고 위 피해자의 집에 침입하여 과도로 위협하고 운동화 끈으로 손을 묶은 후 위 피해자를 강간하였다. 또한 그로부터 불과 13일 후에는 새벽에 강간을 하기 위하여 과도와 공사용 테이프 등을 준비하고 강간대상을 찾아 주택가를 배회하던 중 자녀들을 유치원 통학버스에 태우고 있던 피해자 K을 발견하고 그 집에 침입하여 위 피해자를 기다리다가, 집에 돌아온 위 피해자를 파도로 위협하여 제압하려고 하였으나 위 피해자가 저항하자 무차별로 구타하여 강간을 시도하였고, 위 피해자가 그 후 피고인과의 사투 끝에 간신히 현관문을 열었을 때, 피고인은 아랫집 사람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관이 현관문 앞에 서 있는 것을 보고 그 즉시 위 피해자의 목과 뒤통수 등을 과도로 4회 힘껏 찔러 위 피해자를 살해하였다.

사건 각 범행의 내용에 비추어 볼 때, 그 수법이 지극히 대담하고 잔혹하며 그 결과 또한 대단히 중하다. 특히 피해자 K의 참담한 죽음으로 말로서는 이루 표현할 수 없는 슬픔과 고통을 겪고 있을 위 피해자의 남편과 아직까지 영문도 모른 채 하루 아침에 사라져 버린 엄마를 찾고 있을 4살, 5살된 아이들의 간절한 눈망울을 생각할 때, 한편으로는 비통하고 한편으로는 애석할 뿐 달리 그 어떤 위로할 말도 찾을 수 없다. 강간 피해자 E의 가슴에 비수처럼 박힌 깊은 상처 또한 그 어떤 방법으로도 이를 위로할 수 없을 것이고, 향후 오랜 기간 정신적 충격과 고통에 시달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안타깝고 애달픈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자신의 범행의 원인을 소급적인 위치추적 전자장치의 부착 등 형사사법제도의 탓으로 돌리기도 하고, 평소 여성을 성폭행하여 안 잡히면 좋고 잡히면 들어가 살면 된다는 생각으로 강간을 하여 교도소에 들어가려고 하였다거나, 자신의 성욕을 채우지도 못한 상태에서 출동한 경찰관을 보니 도망갈 수도 없고 모든 것이 끝났다는 생각이 들어 피해자가 갑자기 미워져서 들고 있던 칼로 목을 찔렀다고도 하였다. 위와 같은 피고인의 진술태도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말로는 반성하고 있다고 하나 진정으로 반성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더욱이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이전에도 여러 차례에 걸쳐 여자 혼자 있는 집에 침입하여 과도 등으로 위협하여, 강간하는 범행을 저질렀고, 2004. 8. 11. 서울고등법원에서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특수강도강간등)죄 등으로 징역 7년을 선고받아 2011. 11. 9. 그 형의 집행을 종료하는 등 장기간의 수형생활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그 범행방법과 공격 정도가 훨씬 중대한 이 사건 범행을 자행함으로써 피고인에 대한 그간의 계속된 구금과 교정교육이 아무런 효능을 발휘하지 못하였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사정을 바탕으로 검사는 피고인에 대하여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판결에 대하여 법정최고형인 사형을 구하며 항소하였다. 형벌은 연혁적으로 볼 때 사회방위와 교육적 기능에 앞서 기본적으로 응보형을 주종으로 하는 것으로서, 국가형벌권의 실현이라는 사법적 정의의 구현을 위해서도 피고인에게는 그 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되어야 하고, 생명존중이라는 보편적인 이념과 오판위험의 방지라는 특이한 일부 사안에 있어서의 개별적인 판단기준을 모든 사건에 확대적용하고자 하는 논의는, 선량한 시민의 생명을 잔혹하게 해하는 악성 범행이 횡행하는 이 시대에 엄정한 정의를 당당히 세움에 있어서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피고인의 범죄전력과 이 사건 주거침입강간, 강간살인의 범행 수법과 내용, 그 악성의 정도, 자신의 범행 원인을 소급적인 위치추적 전자장치의 부착 등의 형사사법제도에 전가하고 그 책임을 피해자와 사회에 대한 원망으로 돌리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그 죄질과 범정이 매우 중하여 향후 그 성행의 개선 여지가 없어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에 대하여는 법정최고형인 사형을 선고함이 마땅하다고 볼 여지도 있다.

그러나 사형은 인간존재의 바탕인 생명을 앗아 사람의 사회적 존재를 말살하는 형벌로서 생명의 소멸을 가져온다는 의미에서 생명형이자, 성질상 모든 형벌 중에서 가장 무거운 형벌이라는 의미에서 극형인 궁극의 형벌이다. 또한, 인간의 생명 자체를 영원히 박탈하는 냉엄한 형벌로서 문명국가의 이성적인 사법제도가 상정할 수 있는 극히 예외적인 형벌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사형의 선고는 범행에 대한 책임의 정도와 형벌의 목적에 비추어 그것이 정당화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누구라도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분명히 있고, 두고두고 생각하여도 전혀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하여야 한다. 이는 피해자의 죽음을 결코 가벼이 여겨서 그러는 것이 아니다. 역설적이지만 생명은 누구에게나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것이므로, 비록 용서받지 못할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피고인이지만 그 생명마저도 엄중히 여기는 것이 문명국가인 우리 헌법과 사법제도의 최소한의 요구이기 때문이다.

피고인의 범행을 크게 비난하면서도, 위와 같은 견지에서 이 사건을 보건대, 비록 피고인이 피해자 K을 잔혹하게 살해하기는 하였으나 처음부터 살해의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또한, 비록 자신의 범행의 원인을 형사사법제도와 사회의 탓으로 돌리는 면도 있으나, 원심과 당심에서 자신의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잘못을 뉘우치며 피해자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있다는 의사를 부족하게나마 밝히고도 있다. 피고인의 위와 같은 반성과 잘못을 뉘우침이 통렬하게 이루어져 그 바탕 위에서 진정한 뉘우 침과 깨우침, 성격과 행동의 획기적인 전환이 올 수 있기를 희망한다. 그런 점에서 볼 때 피고인에게 교화의 가능성이 비록 실낱같지만 전혀 없다고 볼 수 없고, 사형이 정당화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누구라도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분명히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

위와 같은 모든 사정과 피고인의 연령, 성행, 학력, 경력, 가정환경 등 기록에 나타난 모든 양형의 자료와 사형선고에 관한 위 허용요건을 참작하여, 오랜 고심 끝에 피고인에 대한 극형의 선고만은 면하기로 하되, 극형 이외의 형벌로서 우리 법제상 무기징역형보다 더 무거운 형은 규정되어 있지 않으므로, 피고인에게는 부득이 무기징역형을 과하여 피고인으로 하여금 앞으로 기간을 정함이 없이 사회로부터 격리된 상태에서 수감생활을 통하여 자신의 잘못을 진정으로 참회하고, 피해자들 및 유족들에게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도록 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은 적정하므로, 피고인 및 검사의 각 양형부당 주장은 모두 받아들이지 않는다.

나. 부착명령사건 부분

피고인과 검사가 피고사건에 대하여 각 항소를 제기한 이상 특정 범죄자에 대한 보호관찰 및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제9조 제8항에 의하여 부착명령 사건에 관하여도 각 항소를 제기한 것으로 보게 된다. 그러나, 피고인, 변호인과 검사는 이 부분에 관하여 아무런 항소이유를 제출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원심판결을 살펴보아도 이 부분에 관하여 직권으로 조사하여 파기할 사유를 찾아볼 수 없다.

3. 결 론

그렇다면,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특정 범죄자에 대한 보호관찰 및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제35조,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판사권기훈

판사이주영

판사김형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