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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2. 4. 28. 선고 91도1346 판결

[업무상과실치사][공1992.6.15.(922),1778]

판시사항

정신병동에 입원 중인 환자가 완전감금병동의 화장실 창문을 열고 탈출하려다가 떨어져 죽은 사고에 있어서 위 병동의 당직간호사에게 그 업무상 주의의무를 게을리 한 과실이 있다고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을 그 업무상 주의의무에 관한 법리오해 등 위법으로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정신병동에 입원중인 환자가 완전감금병동의 화장실 창문을 열고 탈출하려다가 떨어져 죽은 사고에 있어서 위 병동의 당직간호사인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한 동태관찰의무 및 화장실 창문 자물쇠의 시정상태 점검의무를 게을리 한 과실이 있다고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 대하여 그 증거만으로는 당시 위 창문이 잠겨 있지 않았다고 단정하기 어렵고(단순히 시정장치의 시정여부를 확인하는 것을 넘어 이를 설치 관리하는 일까지 간호사의 업무로 보기는 어렵다) 또한 피고인이 피해자가 화장실에 가는 시간을 기록하여 두고 10여 분 후에 간호보조사로부터 피해자가 병실 침대에 없다는 보고를 받은 즉시 그를 찾아 나섰다면 그것을 가리켜 환자동태관찰의무를 게을리 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하여 이를 사실오인 아니면 간호사의 업무상 주의의무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으로 파기한 사례.

참조조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형사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본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기록에 의하여 이 사건 발생 병원의 정신과 병동의 당직근무 간호사는 정신과 병동에 입원중인 환자들의 특성상 남자보조원인 밤번 근무자를 지시 감독하여 병실을 수시로 순회함으로써 환자의 상태를 관찰 파악하여 환자에게 일어날 수 있는 사고를 사전에 예방하여야 하며, 특히 야간에 환자가 화장실에서 지체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이상한 소리가 나면 즉시 환자의 동태를 확인하여야 하는 사실, 위 병동은 완전감금병동으로 간호사가 열쇠로 열어주지 아니하면 출입할 수 없는 상태이며 위 병동 여자화장실 창문열쇠를 비롯한 각 출입문의 열쇠 등은 주간에는 수간호사가 관리하고 일과시간 이후에는 당직간호사가 관리하는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그렇다면 환자의 동태 관찰 및 위험예방의무나 자물쇠의 시정상태점검의무 등은 피고인의 업무범위 내에 속하는 것이라고 인정되고, 피고인이 이 사건 당일 여자화장실 창문의 자물쇠가 평소에 늘 잠겨져 있는 상태이었기 때문에 이상없이 완전 시정된 것으로 믿고 그 점검을 하지 않았으며, 피해자 가 당시 소지하고 있던 열쇠들로는 위 화장실 창문의 자물쇠가 열리지 않는 것으로 밝혀진 점, 피해자가 탈출에 사용한 침대시트카바는 화장실 입구 복도 쪽에 있는 세탁물통 안에 넣어져 있었고 피해자는 이 침대시트카바를 찢어서 끈으로 연결한 후 한쪽을 화장실 내의 난방기에 매고 다른 쪽을 자신의 허리에 맨 채 폐쇄된 창문을 열고 창 밖으로 탈출하려다 떨어져 사망하였는데, 위 여자화장실로부터 불과 5미터 정도 떨어진 지점에서 근무하고 있던 피고인이 피해자의 그와 같은 행위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에게 피해자에 대한 동태관찰의무 및 위 여자화장실자물쇠의 시정상태점검의무를 게을리한 과실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기록을 검토하여 볼 때, 공소사실에 의하면 피해자는 시정되어 있는 위 여자화장실 창문 자물쇠를 그가 소지하고 있던 열쇠로 열고 탈출하려 하였다고 되어 있는데 반하여 원심은 이와 달리 피해자가 소지하고 있던 열쇠로는 위 여자화장실 창문의 자물쇠가 열리지 아니하였다고 함으로써 공소사실과 다른 사실을 인정하였을 뿐만 아니라, 원심인정사실을 뒷바침할 수 있는 자료로서 수사기록 60장의 수사보고 기재에 의하면 피해자가 소지하고 있었던 열쇠 2개를 회수하여 자물쇠를 열어본 바 맞지 않았다는 부분과 또 그 기록 63장의 이영복에 대한 진술조서 기재에 의하면 피해자가 가지고 있었다는 열쇠로 자물쇠를 열어 보았으나 맞지 않았다는 부분을 들 수 있기는 하나(위 수사보고서는 제1심이 증거로 채택하지 않고 있다), 한편 경찰의 압수조서 및 기록 49장의 육재웅 작성의 진술서의 각 기재에 의하면 피해자가 가지고 있었던 열쇠가 2개가 아니라 3개였다고 볼 여지가 있고 검사의 피의자신문조서 기재(수사기록 99장)에 의하면 피해자가 가지고 있었던 열쇠로 위 여자화장실 창문 자물쇠를 열 수 있었음을 알 수 있으므로 이와 같은 점들에 비추어 보면 위에서 본 원심인정사실에 부합되는 듯한 증거들 만으로는 피해자가 가지고 있던 열쇠로 화장실 창문 자물쇠를 열 수 없었고 따라서 창문이 잠겨있지 않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단순히 시정장치의 시정여부를 확인하는 것을 넘어 이를 설치 관리하는 일까지 간호사의 업무로 보기는 어렵다). 또한 원심은 피고인이 환자동태관찰의무를 게을리 하였다고 하고 있으나 여자환자가 화장실에서 10분 이상 지체하는 경우는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 하겠으므로 만약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피고인이 피해자가 화장실에 가는 시간을 기록하여 두고 10여분 후에 남자간호보조사로부터 피해자가 병실 침대에 없다는 보고를 받은 즉시 그를 찾아나섰다면 그것을 가리켜 환자동태관찰의무를 게을리 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피고인이 업무상 주의의무를 게을리 한 것이라고 할 수 없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피고인이 유죄로 처단한 것은 채증법칙에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간호사의 업무상 주의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치게 하였다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최재호(재판장) 윤관 김주한 김용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