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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10. 7. 23.자 2010라857 결정

[가처분이의][미간행]

채권자, 상대방

전국언론노동조합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기덕 외 1인)

채무자, 항고인

한국방송공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 태평양 담당변호사 이정한 외 2인)

주문

1. 채무자의 항고를 기각한다.

2. 항고비용은 채무자가 부담한다.

신청취지 및 항고취지

1. 채권자의 신청취지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서울남부지방법원 2010카합48 단체교섭응낙가처분 신청사건에 관하여 위 법원이 2010. 3. 10. 한 가처분결정을 인가한다.

2. 채무자의 신청취지 및 항고취지

제1심 결정을 취소한다. 위 가처분결정을 취소한다. 이 사건 가처분신청을 기각한다.

이유

1. 가처분결정 및 제1심 결정

채권자가 단체교섭권을 피보전권리로 삼아 채무자를 상대로 서울남부지방법원 2010카합48호 로 단체교섭응낙가처분 신청을 하였고, 위 법원은 2010. 3. 10. 채권자의 신청을 인용하는 이 사건 가처분결정을 한 사실, 이에 대하여 채무자가 위 법원 2010카합198호 로 이의신청을 하자, 위 법원은 심문을 거쳐 2010. 4. 14. 이 사건 가처분결정을 인가하는 제1심 결정을 한 사실은 기록상 분명하다.

2. 기록상 소명되는 사실

가. 채권자는 전국의 언론 산업 및 관련사업 근로자 등을 조직대상으로 하여 2000. 11. 28. 설립신고를 마친 전국 규모의 산업별 단위노동조합이고, 채무자는 국내외에 대한 방송의 실시와 방송문화의 보급 등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이다.

나. 채무자에는 1988.경 기업별 단위노동조합인 KBS 노동조합이 설립되어 있었다가, KBS 노동조합이 2000. 5.경 산업별 단위노동조합인 채권자 소속의 KBS 본부로 조직형태를 변경하였는데, 위 KBS 본부는 채권자와의 갈등으로 인하여 2008. 8. 20.경 채권자로부터 탈퇴하여 다시 기업별 단위노동조합인 KBS 노동조합으로 조직형태를 변경하였다.

다. KBS 노동조합이 2009. 12. 2. ‘ 소외인 사장 퇴진 총파업’의 안건에 대해 조합원 찬반 투표를 실시하였으나 재적과반수의 찬성을 얻지 못하여 부결되자, KBS 노동조합 집행부와 뜻을 달리 하는 조합원들은 그 직후부터 다시 채권자에 가입하기 시작하여 2009. 12. 18. 채권자 소속의 KBS 지부가 설치되었고, 채권자 소속의 KBS 지부는 2010. 1. 13. 채권자 소속의 KBS 본부(이하 ‘이 사건 본부’라 한다)로 승격되었으며, 현재 채무자의 근로자 중 KBS 노동조합에는 약 3,522명이, 이 사건 본부에는 약 546명이 각 가입하고 있다.

라. 채권자로부터 단체교섭권을 위임받은 이 사건 본부는 2009. 12. 29.경부터 수 차례에 걸쳐 채무자에게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단체교섭을 요구하였으나, 채무자는 서울지방노동청 서울남부지청으로부터 받은 질의회신을 근거로 하여 채무자에 이미 기업별 단위노동조합인 KBS 노동조합이 조직되어 있으므로 이 사건 본부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에서 금지하고 있는 복수노조에 해당하여 단체교섭의 대상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이 사건 본부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하지 아니하였고, 이에 채권자가 직접 2010. 2. 12. 채무자에게 단체교섭을 요구하였으나 채무자는 같은 이유로 채권자의 단체교섭 요구에도 응하지 아니하였다.

마. 한편, KBS 노동조합과 이 사건 본부의 조직대상은 채무자에 근무하는 근로자로서 그 조직대상을 같이 하고 있고, 채권자에는 이 사건 본부 이외에 MBC 본부, SBS 본부, YTN 지부, 한겨레신문 지부 등 여러 하부 조직이 있다.

3. 피보전권리에 관한 주장 및 판단

가. 채권자의 주장에 대한 판단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 제29조 제1항 은 “노동조합의 대표자는 그 노동조합 또는 조합원을 위하여 사용자나 사용자단체와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30조 제1항 은 “노동조합과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는 신의에 따라 성실히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하여야 하며 그 권한을 남용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같은 조 제2항 은 “노동조합과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는 정당한 이유 없이 교섭 또는 단체협약의 체결을 거부하거나 해태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노동조합은 사용자에게 단체교섭에 응할 것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채무자는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채권자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하여 성실히 단체교섭을 할 의무가 있다.

나. 채무자의 주장에 대한 판단

⑴ 복수노조 관련 주장 및 판단

채무자는, 채무자에 이미 기업별 단위노동조합인 KBS 노동조합이 조직되어 있는데, 채권자 또는 이 사건 본부는 KBS 노동조합과 조직대상이 중복되거나 조직대상을 같이 하여 노동조합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복수노조에 해당하므로, 채무자로서는 복수노조에 해당하는 채권자에 대하여 단체교섭을 거부할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주장한다.

노동조합법은 1997. 3. 13. 법률 제5310호로 제정될 당시부터 그 제5조 에서 “근로자는 자유로이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복수노조의 설립을 전면적으로 허용하면서도, 제정 당시 부칙 제5조 제1항(그 후 순차 설립 금지 기한을 연장하였는데, 2010. 1. 1. 법률 제9930호로 개정된 노동조합법은 위 부칙 제5조 제1항을 삭제하고, 부칙 제7조 제1항을 두어 설립금지 기한을 2011. 6. 30.까지로 연장하고 있다)에서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노동조합이 조직되어 있는 경우에는 제5조 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2009. 12. 31.까지는 그 노동조합과 조직대상을 같이 하는 새로운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위 부칙 제5조 제1항의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노동조합이 조직되어 있는 경우’는 기업별 단위노동조합이 설립되어 있는 경우를 가리키는 것이고, 다만 독립한 근로조건의 결정권이 있는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 소속 근로자를 조직대상으로 한, 초기업적인 산업별·직종별·지역별 단위노동조합의 지부 또는 분회로서 독자적인 규약 및 집행기관을 가지고 독립한 단체로서 활동을 하면서 당해 조직이나 그 조합원에 고유한 사항에 대하여는 독자적으로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체결 능력을 가지고 있어 기업별 단위노동조합에 준하여 볼 수 있는 경우도 포함된다고 할 것이나( 대법원 2002. 7. 26. 선고 2001두5361 판결 ), 새로 설립된 노동조합이 기존의 기업별 노동조합과 조직대상이 중복되더라도 그 조직형태의 실질이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의 근로자만을 조직대상으로 한정하지 않은 산업별 노동조합의 경우에는, 그 산업별 노동조합은 기존의 기업별 노동조합과의 관계에서 위 부칙 제5조 제1항 소정의 설립이 금지되는 복수노조는 아니라고 할 것이다( 대법원 2008. 12. 24. 선고 2006두15400 판결 참조).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먼저 채권자가 KBS 노동조합과의 관계에서 복수노조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KBS 노동조합이 채무자의 근로자를 조직대상으로 한 채무자의 기업별 단위노동조합임에 반하여, 채권자는 전국의 언론 산업 및 관련사업 근로자 등을 조직대상으로 한 초기업적인 산업별 단위노동조합인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채권자는 KBS 노동조합과의 관계에서 위 부칙 제5조 제1항에 의하여 설립이 금지되는 복수노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다음으로 이 사건 본부가 KBS 노동조합과의 관계에서 복수노조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이 사건 본부와 KBS 노동조합의 각 조직대상은 채무자에 근무하는 근로자로서 그 조직대상이 동일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본부가 자체 운영규정을 가지고 있으며, 이 사건 본부에는 조합원 전원으로 구성된 총회, 자체적으로 선출한 대의원으로 구성된 대의원회, 자체적으로 선출한 본부장 및 임원과 같은 조직과 집행기관을 가지고 있는 사실은 소명된다. 그러나 기록에 의하여 소명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채권자 규약 제42조, 제43조에서 단체교섭의 대표자 및 단체협약을 체결권한을 가지는 자는 채권자 위원장이고, 본부·지부·분회장 등은 채권자 위원장으로부터 단체교섭의 권한이나 단체협약의 체결권한을 위임받은 경우에 한하여 단체교섭을 하거나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 실제 이 사건에 있어서도 이 사건 본부는 채권자로부터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단체교섭권을 위임받아 채무자에 단체교섭을 요구하기도 하였던 점, 이 사건 본부 운영규정 제12조, 제31조에서 이 사건 본부의 총회는 ‘조합에서 위임한 단체협약과 보충협약 체결 및 개정에 관한 사항’을 의결할 수 있을 뿐이며, 채권자 위원장으로부터 단체협약의 체결권한을 위임받은 경우라도 단체협약 잠정합의안에 대하여 채권자 위원장의 승인을 얻어야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 채권자 규약 제11조에서 본부·지부·분회는 채권자 규약 외에 별도의 운영규정을 제정하여 시행할 수 있으나, 운영규정의 제·개정에는 채권자 위원장의 승인을 요하고, 운영규정 중 채권자 규약의 취지에 반하는 부분은 무효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 채권자 규약 제46조에서 본부·지부·분회의 쟁의행위는 채권자 위원장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 채권자는 2009. 12. 29.경 이 사건 본부에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단체교섭권을 실제로 위임하기도 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본부는 당해 조직이나 그 조합원에 고유한 사항에 대하여 독자적으로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체결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본부를 기업별 단위노동조합에 준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채무자는 이 사건 본부가 독자적으로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체결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KBS 노동조합으로 조직변경하기 이전의 KBS 본부가 채권자 위원장의 위임을 받지 아니한 채 채무자와 단체교섭을 하거나 단체협약을 체결하였다는 등의 사정을 들고 있으나, KBS 노동조합으로 조직변경하기 이전의 KBS 본부와 이 사건 본부는 그 동일성을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채무자가 들고 있는 사정은 이 사건 본부와 무관한 사정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 사건 본부는 KBS 노동조합과의 관계에서 위 부칙 제5조 제1항에 의하여 설립이 금지되는 복수노조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그러므로, 채무자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⑵ 교섭창구 단일화 관련 주장 및 판단

다음으로 채무자는, 노동조합법 부칙(2010. 1. 1. 법률 제9930호) 제7조 제1항이 2011. 7. 1.부터 복수노조를 전면적으로 허용하는 한편, 노동조합법 제29조의2 등에서 복수노조가 자율적으로 교섭대표노동조합을 정하지 못할 경우 각 노동조합의 전체 조합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을 교섭대표노동조합으로 정하는 등 교섭창구 단일화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는바, 복수노조를 전면 허용하는 2011. 7. 1. 이후라고 하더라도 채무자로서는 노동조합의 전체 조합원의 과반수로 조직된 KBS 노동조합만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하면 충분할 것인데, 복수노조를 금지하고 있는 현행 노동조합법 아래에서 채무자가 채권자에 대하여도 단체교섭에 응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해석한다면, 복수노조를 금지하고 있는 현행 노동조합법이 복수노조를 전면 허용하는 2011. 7. 1. 이후의 노동조합법보다 오히려 사용자인 채무자에 더 많은 의무를 부여하는 것이고, 이는 교섭창구 이중화로 인한 노사관계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잠정적으로 복수노조를 금지하고 있는 위 부칙 제5조 제1항의 입법취지에 반하는 법 해석이라 할 것이므로, 채무자에 노동조합의 전체 조합원 과반수로 조직된 KBS 노동조합이 존재하고 있는 이상, 채무자는 채권자의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할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2010. 1. 1. 법률 제9930호로 개정되어 2011. 7. 1.부터 시행되는 노동조합법 제29조의2 제1항 본문은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조직형태에 관계 없이 근로자가 설립하거나 가입한 노동조합이 2개 이상인 경우 노동조합은 교섭대표노동조합을 정하여 교섭을 요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는 등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마련하고 있으나, 위 개정 노동조합법 시행 이전으로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가 마련되지 아니한 현행 노동조합법 아래에서는 산업별 단위노동조합의 하부 조직과 기업별 단위노동조합의 조직대상이 사실상 중복되더라도, 산업별 단위노동조합의 하부 조직이 위 부칙 제5조 제1항 소정의 설립이 금지되는 복수노조에 해당하지 않는 이상, 사용자는 산업별 단위노동조합과 기업별 노동조합 모두에 대하여 단체교섭을 할 수밖에 없으므로, 채무자의 위 주장 또한 이유 없다.

⑶ 단체협약의 일반적 구속력 관련 주장 및 판단

또 채무자는, 채무자가 이미 과반수의 조합원들이 가입한 KBS 노동조합과 단체협약을 체결하였고, 이 단체협약은 단체협약의 일반적 구속력에 관한 노동조합법 제35조 에 의하여 KBS 노동조합의 조합원이 아닌 채무자 소속의 다른 근로자들에게도 적용되는바, 산업별 단위노동조합인 채권자가 이와 별도로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가진다고 할 수 없으므로, 채무자는 채권자의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할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각 노동조합은 헌법 제33조 제1항 에 의하여 자주적인 단결권, 단체교섭권 및 단체협약 체결권을 보장받는다 할 것이므로, 기업별 단위노동조합이 독자적으로 단체교섭권을 행사하여 별도로 체결한 단체협약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에 의하여 기업별 단위노동조합에 교섭권한을 위임하거나 그 단체협약의 체결에 관여하지 아니한 산업별 단위노동조합이 가지는 고유한 단체교섭권이나 단체협약 체결권이 제한된다고 할 수는 없다. 따라서 채무자는 단체협약의 효력 범위에 관한 위와 같은 사유를 들어 채권자의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할 수 없다 할 것이므로, 채무자의 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⑷ 산별 노조의 개별적 교섭 관련 주장 및 판단

다시 채무자는, 기업별 단위노동조합과 산업별 단위노동조합이 병존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산업별 단위노동조합에 해당하는 채권자가 채무자에 대하여 직접적으로 채무자 사업장의 고유한 사항에 관하여 개별적인 단체교섭을 요구할 권한이 없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산업별 단위노동조합이 개별 사용자와 사이에 소속 조합원을 위해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단체교섭을 함에 있어서 반드시 사용자단체를 상대로 하여야 할 법리는 없으므로, 산업별 단위노동조합인 채권자가 개별 사용자인 채무자에 대하여 직접적으로 개별적인 단체교섭을 요구할 권한이 없다고 할 수 없다( 대법원 1973. 6. 26. 선고 72누122 판결 참조). 따라서 채무자의 위 주장 또한 이유 없다.

⑸ 절차위반 및 목적의 위법 관련 주장 및 판단

채무자는, 채권자가 이 사건 본부를 설치하기 위하여는 채권자 중앙위원회의 의결이 있어야 하고, 단체교섭권을 위임하기 위하여는 중앙집행위원회의 의결이 있어야 하는데, 채권자는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으므로 이 사건 본부의 채무자에 대한 단체교섭 요구는 부적법한 것으로서 채무자로서는 이에 응할 의무가 없으며, 나아가 채권자 또는 이 사건 본부가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실제 목적은 오로지 채무자의 신임 사장인 소외인의 선임 무효 등 현 정권에 대한 투쟁을 하고자 함에 있을 뿐이므로, 이 사건 본부의 단체교섭 요구는 그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지 아니하여 위법한 것으로서 채무자로서는 이에 응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이 사건에 있어서 채무자에 대하여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있는 당사자는 채권자일 뿐 이 사건 본부가 아님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이 사건 본부의 설치 및 단체교섭권의 위임에 관한 절차위반을 이유로 한 채무자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고, 채권자 또는 이 사건 본부가 오로지 정치적 목적으로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 관하여는 채무자가 제출한 자료만으로 이를 소명하기에 부족하며 달리 이를 소명할 만한 자료가 없으므로, 채무자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⑹ 신의칙 위반 관련 주장 및 판단

끝으로 채무자는, 이 사건 본부를 설립하고 그에 가입한 조합원들은 KBS 노동조합 집행부에 반대하는 자들로서, KBS 노동조합의 집행부를 구성하는 선거에 있어서 충분한 절차적 권리를 보장받았음에도 선거결과에 불만을 품고 자신들이 속하였던 KBS 노동조합이 산업별 단위노동조합에서 탈퇴하기로 한 결의에 반하여 다시 산업별 단위노동조합인 채권자 소속의 이 사건 본부에 가입하였으므로, 이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하나, 조합원들에 관한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채무자가 채권자에 대하여 단체교섭을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이유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채무자의 위 주장 또한 이유 없다.

4. 보전의 필요성에 관한 판단

단체교섭권은 객관적 가치질서로서의 의미만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사법절차에 의하여 실현가능한 사법상의 권리로 보아야 하므로, 기업별 단위노동조합과 산업별 단위노동조합이 병존하는 경우 각 노동조합은 고유의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을 보장받는다 할 것이다. 병존 조합 중 일방 조합이 단체교섭을 요구하였으나 사용자가 이를 인정하지 않고 단체교섭을 거부하는 것은 일방 조합에 속한 조합원들로 하여금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 체결에 따른 혜택을 볼 기회를 상실하게 하고, 그에 따라 일방 조합의 조합원들은 장기간 경제적 불이익을 수반하는 상태에 놓이게 되며, 이는 결국 일방 조합 조직의 동요와 약화를 초래하여 노동조합의 존재 의의가 상실되므로, 단체교섭은 그 즉시 실행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채무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채권자와의 단체교섭을 거부하고 있는 이상, 이 사건 가처분 신청은 그 보전의 필요성도 인정된다.

5. 결론

그렇다면, 채권자의 이 사건 가처분신청은 이유 있어 인용할 것인바, 제1심 결정은 이와 결론을 같이 하여 정당하고 채무자의 항고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판사 서기석(재판장) 오민석 하태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