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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
대법원 2010. 7. 22. 선고 2007다70445 판결

[손해배상(의)][미간행]

판시사항

[1] 의사의 의료행위에 있어서의 주의의무의 판단 기준 및 진료방법의 선택에 있어 의사가 가지는 재량의 범위와 그에 관한 과실 유무의 판단 기준

[2] 수술 등의 당해 의료행위의 결과로 후유 질환이 발생하거나 그 후의 요양과정에서 후유 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 의사가 부담하는 지도·설명의무의 내용

원고, 피상고인

원고 1외 4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한강 담당변호사 홍영균)

피고, 상고인

피고 1외 2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세영 담당변호사 이순동)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 보충서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살펴본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관하여

가.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담당하는 의사에게는 그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보아 위험방지를 위하여 필요한 최선의 주의의무가 요구되고, 따라서 의사로서는 환자의 상태에 충분히 주의하고 진료 당시의 의학적 지식에 입각하여 그 치료방법의 효과와 부작용 등 모든 사정을 고려하여 최선의 주의를 기울여 그 치료를 실시하여야 하며, 이러한 주의의무의 기준은 진료 당시의 이른바 임상의학의 실천에 의한 의료수준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하며 ( 대법원 1997. 2. 11. 선고 96다5933 판결 참조), 의사는 진료를 행함에 있어 환자의 상황과 위와 같은 의료수준 그리고 자기의 지식경험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방법을 선택할 상당한 범위의 재량을 가진다고 할 것이고, 그것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난 것이 아닌 한 진료의 결과를 놓고 그 중 어느 하나만이 정당하고 이와 다른 조치를 취한 것은 과실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 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다5867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기계판막을 사용한 승모판막 치환술(이하 ‘이 사건 수술’이라고 한다)을 받은 환자에게 기계판막에 혈전이 형성되어 갑작스런 판막의 기능부전으로 심한 협착이나 폐쇄부전이 발생하였을 때 그 발생 초기에 호흡곤란·쇼크의 증상이 나타나는데, 망인의 경우에도 호흡곤란·쇼크 증상이 나타났고, 이 사건 수술 전후의 망인의 심박출계수가 정상을 유지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들이 이 사건 수술 후 항응고제 관리를 소홀히 하여 망인에 대한 INR(International Normalized Ratio, 국제혈액표준위원회가 1983년 경구 항응고제 요법을 위한 혈액응고시간을 국제적으로 표준화한 단위로 그 수치의 증가는 혈액응고시간이 늘어나는 것을 의미함)을 지나치게 낮게 유지하는 바람에 기계판막에 혈전 형성을 유발시켜 그로 인하여 망인에게 호흡곤란·쇼크 등의 증상이 나타나 망인이 사망(이하 ‘이 사건 사고’라고 한다)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한편, 망인이 사망하기 직전에 시행한 심초음파검사결과 망인의 판막기능과 심장기능이 양호하였으므로 피고 병원의 의료상 과실이 아닌 전혀 다른 원인으로 망인이 사망하였다는 피고들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다.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원심의 인정 사실과 기록에 의하면, ① 항응고제인 와파린은 강력한 항응고 효능을 지닌 약제이나, 환자의 인종, 상태, 수술부위, 같이 투여하는 약품과의 상관관계, 섭취하는 음식 등에 따라 효능의 편차가 크고, 혈전 형성을 예방하기 위한 항응고제의 치료적 범위 내에서는 INR의 증가가 혈전 형성의 위험성을 감소시키지만 그 상한을 넘는 INR의 증가는 극히 적은 항혈전 효과만이 기대될 뿐 오히려 출혈의 위험성만 높이는 사실, ② 망인과 같이 거대좌심방, 심방세동을 동반한 환자가 기계판막을 사용한 승모판막 치환술을 받은 경우에 외국에서는 INR을 2.5~3.5 사이로 유지한다고 보고되고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INR의 적정 하한선에 관한 논의가 명확히 정립되지 아니한 상태일 뿐만 아니라, 외국보다 낮게 유지하려는 것이 일반적 경향이고, 일부 의학논문과 병원에서는 위와 같은 경우에도 INR의 하한을 1.5 정도로 보기도 하는 사실, ③ 승모판막 치환술을 받은 후 6개월간은 항응고제의 치료가 안정화되지 아니한 시기로서, 와파린에 대한 초기민감도, INR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분석하여 비교적 적은 양으로 투약을 시작하여 그 투약량을 조절해 가는데, 망인은 이 사건 사고 당시 수술 후 한 달밖에 되지 않아 아직 항응고제의 치료가 안정화되지 않았던 사실, ④ 망인은 이 사건 수술 직후 지혈이 제대로 되지 아니하여 재수술까지 하였고, 좌심방 비대로 심방주름술을 함께 시행하였기 때문에 가슴 안에 생긴 공간으로 인해 INR 상승 시 출혈의 위험성이 높았던 사실, ⑤ 2004. 5. 25.자 수술경과기록지에는 ‘판막주위 누출이 확인되어’라고 기재되어 있는데, 진료기록감정촉탁 회신서에서는 이 부분에 관하여 ‘봉합사의 간격에 따라 틈이 벌어지거나 바늘 구멍이 혈압에 의해 넓어지면서 그 틈으로 피가 샐 수 있고, 판막을 심어놓은 조직부위가 튼튼하지 못하면 심장박동과 더불어 조금씩 찢어져 피가 샐 수 있다’는 의견을 밝힌 사실, ⑥ 피고 1은 최초 망인의 INR이 1.09인 상태에서 3mg을 투약하기 시작하여 매일의 INR 측정치에 따라 투약량을 5mg까지 늘리기도 하면서 퇴원 전날까지 망인의 INR을 1.57~2.10 사이로 유지시켰고, 퇴원 후 제1회 외래진료일인 2004. 6. 3.에 측정한 INR이 1.63으로 나오자 투약량을 종전의 3mg에서 4mg으로 늘렸으며, 망인이 사망한 2004. 6. 13.에 측정한 INR은 종전에 비해 다소 상승한 1.84로 나타난 사실, ⑦ 피고 1은 망인의 퇴원 전까지는 매일 INR을 측정하면서 투약량을 조절하다가 퇴원 후 처음에는 1주일, 그 다음에는 2주일의 간격을 두고 INR을 측정하기로 예정하고 있었는데, 외래에서의 INR 검사주기에 관한 의학적 보고는 없으나 1주일 이상의 간격을 두는 것이 일반적인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사고 당시 관련 임상의학에서 실천하고 있는 의료수준에 의하면 망인이 비록 좌심방이 크고 심방세동을 동반한 상태에서 이 사건 수술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망인에 대하여 INR을 반드시 2.0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와파린의 투약량을 조절하여야 한다고 단정할 수 없고, 더구나 과도한 INR의 유지는 출혈의 위험성만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므로, 피고 1로서는 위와 같은 망인의 병력, 수술부위와 내용, 신체상태, 혈전 형성 및 출혈의 가능성, 항응고제에 대한 반응 정도, INR의 안정적 유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자기의 지식과 경험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INR의 유지범위를 선정할 수 있는 재량이 있다 할 것인데, 피고 1이 망인에 대하여 유지하고 있던 INR의 범위가 그와 같은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보기는 어려우며, 망인에 대한 INR 검사주기 또한 그 당시 의료수준에 비추어 적정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라.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들에게 망인에 대한 INR 수치를 낮게 유지한 과실이 있다고 판단하였는바,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의료사고에 있어 과실 인정 및 인과관계의 증명에 관한 법리오해 등으로 인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들의 주장은 이유 있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관하여

가. 의사가 진찰·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함에 있어서는 사람의 생명·신체·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취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고, 이와 같은 주의의무는 환자에 대한 수술 등 침습행위가 종료함으로써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진료 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환자가 의사의 업무범위 이외의 영역에서 생활을 영위함에 있어 예견되는 위험을 회피할 수 있도록 환자에 대한 요양의 방법 기타 건강관리에 필요한 사항을 지도설명하는 데까지도 미친다 할 것이므로( 의료법 제24조 참조), 의사는 수술 등의 당해 의료행위의 결과로 후유 질환이 발생하거나 아니면 그 후의 요양과정에서 후유 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면, 비록 그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하더라도 이를 억제하기 위한 요양의 방법이나 일단 발생한 후유 질환으로 인해 중대한 결과가 초래되는 것을 막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가 무엇인지를 환자 스스로 판단·대처할 수 있도록, 그와 같은 요양방법, 후유 질환의 증상과 그 악화 방지나 치료를 위한 대처방법 등을 환자의 연령, 교육 정도, 심신상태 등의 사정에 맞추어 구체적인 정보의 제공과 함께 설명·지도할 의무가 있다( 대법원 2005. 4. 29. 선고 2004다64067 판결 참조). 그리고 이러한 지도설명의무는 그 목적 및 내용상 진료행위의 본질적 구성부분이므로, 지도설명의무 위반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면 그로 인한 생명·신체상의 손해에 대하여 배상할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나. 원심판결이 인용한 제1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택 증거에 의하여 ① 피고 1은 망인이 퇴원할 무렵 망인에게 “수술 후 몇 개월 동안 상처가 아플 수 있는데, 그 통증은 3개월 정도 지속될 수 있다. 처음에 많이 아프다가 좀 좋아지다가 또 아플 수도 있다”는 설명만 하였을 뿐, 수술 부위의 통증과 심장의 통증을 구분하여 주의사항을 말하여 주지 않았고, 피고 2 역시 위와 같은 사항을 말하여 주지 않은 사실, ② 피고들이 망인에게 교부한 안내서에는 항응고제의 부작용, 위험성, 항응고제의 약효에 영향을 미치는 음식, 복용시 유의사항, 즉시 의사를 찾아야 하는 경우 등에 관한 자세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나, 망인에게 구두로 그 내용을 설명해 준 적은 없는 사실, ③ 망인은 2004. 6. 12. 19:00경 호흡 곤란 등의 통증을 느꼈음에도 피고 1이 수술 후 가슴통증이 올 수 있다고 했다면서 괜찮아질 것이라고 말하며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아 즉시 피고 병원을 찾아가지 않았던 사실, ④ 망인은 같은 날 21:30경 호흡 곤란이 심해지고 전기가 튀듯 두근거린다고 하며 비로소 원고 1에게 119 구급대를 불러 달라고 하였는데 위 구급대를 기다리던 중 의식을 잃었고, 그 후 119 구급대의 도움으로 다른 병원 응급실로 갔으나 이미 소생이 불가능하게 된 사실 등을 인정하였다.

다. 앞서 본 법리를 이러한 사실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들은 망인에게 항응고제의 효과, INR 수치를 일정하게 유지해야 하는 이유, 항응고제 부작용 및 그 위험성 등을 명확하게 설명해 줌으로써 망인으로 하여금 가슴 통증 등 안내서에 기재된 일정한 상황이 발생한 경우 그 위험성 및 심각성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즉시 응급실에 내원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정보의 제공과 함께 이를 지도·설명할 의무가 있고, 이러한 지도·설명의무는 단순하게 안내서의 교부만으로 대체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인데, 피고들은 위와 같은 설명·지도의무를 전혀 이행하지 않았고, 그로 인하여 망인이 가슴 통증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함으로써 통증을 느끼고도 약 2시간 30분이나 지체한 관계로 적절한 응급처치 등을 받지 못하여 사망에 이르렀는바, 결국 피고들의 지도·설명의무 위반과 이 사건 사고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같은 취지의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지도·설명의무에 관한 법리오해 및 채증법칙 위반 등의 잘못이 없다.

3. 상고이유 제3점에 관하여

원심은,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에 따라 승모판막치환술 후 심박출 계수가 50% 이하이면 수술 후의 15년 생존율이 50% 정도로 생존율이 높은 편이 아닌 점을 인정하면서도, 이 사건 수술 후의 망인의 심박출계수가 52%인 점을 감안하여 가동기간을 일반인과 같이 만 60세가 될 때까지로 보되, 망인의 심박출계수가 낮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사정을 피고들의 책임제한 사유로 참착한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는바,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가동기간 및 일실수입 산정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홍훈(재판장) 김영란 김능환 민일영(주심)

심급 사건
-대구고등법원 2007.9.5.선고 2006나8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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