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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1다78316 판결

[근로자지위확인등][미간행]

판시사항

[1] 원고용주에게 고용되어 제3자의 사업장에서 제3자의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을 제3자의 근로자라고 하기 위한 요건

[2] 갑 주식회사 등과 근로계약을 체결한 후 갑 회사 등이 을 공사 측과 체결한 위탁협약에 따라 열차 승무원으로 승객서비스업무를 수행한 병 등이 을 공사를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 등을 구한 사안에서,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병 등과 을 공사 측 사이에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하였다고 평가할 수 없다고 한 사례

참조판례
원고, 피상고인

별지 원고 명단 기재와 같다. (소송대리인 변호사 최성호 외 1인)

피고, 상고인

한국철도공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세종 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한 후에 제출된 각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원고용주에게 고용되어 제3자의 사업장에서 제3자의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을 제3자의 근로자라고 하기 위해서는, 원고용주가 사업주로서의 독자성이 없거나 독립성을 결하여 제3자의 노무대행기관과 동일시할 수 있는 등 그 존재가 형식적·명목적인 것에 지나지 아니하고, 사실상 당해 피고용인은 제3자와 종속적인 관계에 있으며 실질적으로 임금을 지급하는 주체가 제3자이고 근로 제공의 상대방도 제3자이어서, 당해 피고용인과 제3자 사이에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 대법원 2010. 7. 22. 선고 2008두4367 판결 등 참조).

2. 원심은 그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판시 사실을 인정한 후, 다음과 같은 이유로 재단법인 홍익회(이하 ‘홍익회’라고 한다)나 주식회사 한국철도유통(코레일유통 주식회사로 상호가 변경되었는데, 이하 ‘철도유통’이라고 한다)이 형식적으로는 피고 측과 체결한 각 위탁협약에 따라 소속 KTX 여승무원을 사용하여 KTX 승객서비스업무를 수행한 것과 같은 외관이 있다 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업무수행의 독자성이나 사업경영의 독립성을 갖추지 못한 채 피고 측의 일개 사업부서로서 기능하거나 노무대행기관의 역할을 하였을 뿐, 오히려 피고 측이 KTX 여승무원인 원고들로부터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받고 제반 근로조건을 정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원고들과 피고 측 사이에는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하였다고 판단하였다.

가. 각 위탁협약에 의하면, KTX 여승무원은 KTX의 여객운송과 관련한 매우 광범위한 업무를 수행하고 그중에는 승객의 안전과 관련된 업무도 포함되어 있는 등 피고 측 소속인 열차팀장의 업무 내용과 KTX 여승무원의 업무 내용 중 서로 명확히 구분되지 않거나 공통되는 업무가 존재하므로, 열차팀장과 KTX 여승무원은 상호 공동업무수행자의 지위에서 벗어날 수 없다. 따라서 KTX 승객서비스업무 중 KTX 여승무원의 업무를 열차팀장의 업무와 분리하여 이를 도급 형식으로 위탁하는 것은 도급인의 업무 영역과 수급인의 업무 영역이 혼재되어 도급계약의 성질상 허용되지 아니한다.

나. 홍익회의 원래 사업 내용이 KTX 여승무원의 업무와는 관련이 없는 점, 홍익회나 철도유통의 임원진은 피고 측 출신으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철도유통이 피고 측의 자회사인 점, 피고 측은 KTX 여승무원의 임금 세부항목과 액수를 특정하여 철도유통 등에 지급하고 철도유통 등의 일반관리비나 이윤도 산정한 점, 피고 측이 위탁업무 수행에 필요한 시설과 장비를 철도유통 등에 무상으로 대여한 데 반하여 철도유통 등은 KTX 여승무원의 업무를 위한 별도의 물적 시설이나 장비를 갖추지 못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철도유통 등은 KTX 여승무원의 업무에 관하여 사업주로서의 독자성이 없거나 독립성을 결하였다.

다. 철도유통 등이 KTX 여승무원을 채용할 때 채용인원 등에 관하여 피고 측과 긴밀히 협조하고 채용면접관으로 피고 측 소속 직원이 직접 참여하기도 한 점, 피고 측은 각종 교육자료를 제작하여 배포하고 피고 측 직원인 강사들이 직무교육을 수시로 실시한 점, 피고 측의 관련 규정상 열차팀장이 KTX 여승무원의 업무 수행 확인 및 평가를 시행하도록 되어 있는 반면에 KTX 여승무원에 대한 감독업무를 수행하는 철도유통 등의 책임자는 KTX에 거의 승차하지 않은 점, 피고 측에서 KTX 여승무원에 대한 시정사항을 통보하고 그 시정요구에 따라 철도유통 등이 징계처분을 한 뒤 피고 측에 통보한 적이 있는 점, 철도유통 등이 형식적으로 승무교번표를 작성하기는 하나 실제로는 피고 측이 KTX 여승무원의 근무시간 등을 결정한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 측이 작성하여 배포한 ‘KTX 승무원 서비스 매뉴얼’에는 KTX 여승무원의 복장과 메이크업 등에 관하여 세부적인 사항이 명시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KTX 여승무원에 대한 인사노무관리의 실질적인 주체는 피고 측이다.

3.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을 알 수 있다.

1) 피고 측은 KTX의 운행과 관련된 승무분야 업무를 안전 부분과 승객서비스 부분으로 구분하여 설계하면서, 그중 출입문 개폐, 신호상태 확인, 제어안전장치의 취급 등 안전과 관련된 부분은 피고 측 소속 열차팀장이 직접 업무를 수행하되, 객실온도 및 조명, 승객 인사, 노약자 승하차 보조, 안내방송, 승차권 확인 등 안전과 직결되지 않은 승객서비스 부분은 철도유통 등과 체결한 위탁협약에 따라 철도유통 등에 소속된 KTX 여승무원의 담당 업무로 지정하였다.

2) 열차팀장의 업무와 KTX 여승무원의 업무가 넓게는 KTX 차량이라는 동일한 공간 내에서 수행되고 서로 협조할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나, 각 업무의 내용이나 영역은 구분되어 있었고, 실제로도 열차팀장이 KTX 차량 전부를 순회·감시하면서 안전업무를 수행한 것과 비교하여, KTX 여승무원은 이와 별도로 각 담당 구간을 순회하면서 승객 응대 등의 업무를 독자적으로 수행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각 위탁협약에 의하면, 화재 등의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 KTX 여승무원도 열차팀장의 지시를 받아 화재진압 및 승객대피 등의 활동에 참여하게 되어 있었지만, 이는 이례적인 상황에서 응당 필요한 조치에 불과하고 KTX 여승무원의 고유 업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낮았다.

3) 철도유통 등이 피고 측의 유관단체이거나 자회사라는 사실은 각 위탁협약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하는 사유가 될 수도 있으나, 각자의 사업만큼은 피고 측과 독립하여 영위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철도유통 등이 자체적으로 세운 임금지급기준에 따라 KTX 여승무원에게 직접 지급한 임금의 액수는 위탁협약 도급금액 결정 기준에서 정한 것과는 차이가 있었다(원심은 피고 측에서 임금 세부항목이나 액수를 특정하고 철도유통 등의 일반관리비나 이윤도 산정한 점을 지적하고 있는데, 이는 단가산출 등 도급금액 산정의 근거를 분명히 하기 위한 차원일 수도 있다). 또한, 철도유통 등은 KTX 승무사업본부나 승무본부를 따로 설치하고 피고 측으로부터 사무실을 임차하는 한편 KTX 여승무원의 제복과 휴대용 가방 등의 자재를 직접 구입하여 배부하기도 하였다. 철도유통 등이 KTX 여승무원의 업무를 위하여 필요한 시설과 장비를 미리 새로 구입하는 대신 피고 측에서 확보하고 있던 시설과 장비를 활용하기로 한 것도 비용과 효율 측면에서는 수긍이 갈 만한 조치이다.

4) 철도유통 등은 ‘고속철도승무원 운용지침’ 등의 규정을 마련한 후 그에 근거하여 KTX 여승무원의 채용·승진·직급체계를 결정하였고, 자체 교육계획을 수립하여 직접 교육 및 근무평가를 실시하였다. 이 과정에서 피고 측 소속 직원 일부가 채용면접관으로 참여하거나 KTX 여승무원이 피고 측의 위탁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실은 철도유통 등이 채용 및 교육의 주체라는 점을 부인하는 근거로 삼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아울러 열차팀장이 KTX 여승무원의 업무 수행을 확인하도록 되어 있는 것은 KTX 여승무원에 대한 업무상 감독이라기보다는 위탁협약의 당사자가 보유한 권리의 행사로서 KTX 승객서비스업무가 위탁협약의 내용에 맞추어 제대로 이행되었는지를 확인하고 감수하는 절차라고 이해할 수 있고, 철도유통 등이 피고 측의 시정요구에 따라 징계처분을 한 사실만으로는 철도유통 등이 독자적으로 인사권을 행사하였다는 점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나아가 피고 측에서 확정하는 열차운행표(일명 ‘기준 다이아’)는 KTX의 운행 내용만을 제공할 뿐 KTX 여승무원의 구체적인 출퇴근시간이나 승무시간, 배치순서는 철도유통 등이 작성하는 승무교번표를 통하여 비로소 확정되었다. ‘KTX 승무원 서비스 매뉴얼’ 등의 제공 역시 피고 측이 위탁협약 당사자의 지위에서 업무의 표준을 제시하여 KTX 승객서비스업무가 균질적으로 수행되도록 노력해 달라고 철도유통 등에 주문하는 취지로 못 볼 바 아니다.

나. 이와 같이 열차팀장의 업무와 KTX 여승무원의 업무가 구분되어 있었고, 철도유통 등이 피고 측과 체결한 각 위탁협약에 따라 독립적으로 KTX 승객서비스업을 경영하였으며, KTX 여승무원을 직접 고용하여 관리·감독하면서 업무에 투입하고 그에 대한 인사권을 독자적으로 행사하였던 점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각 위탁협약은 단지 도급계약의 형식만 갖춘 것이라거나, 철도유통 등이 KTX 여승무원과 맺은 근로계약도 명목적인 것에 불과할 뿐 KTX 여승무원은 사실상 피고 측과 종속적인 관계에 있고 실질적으로 임금을 지급하는 주체가 피고 측이며 KTX 여승무원이 근로를 제공하는 상대방도 피고 측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원심이 제시한 그 밖의 사정을 더하여 보더라도 달리 판단하기는 어렵다.

결국 이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철도유통 등의 존재가 형식적·명목적인 것에 지나지 아니하여 원고들과 피고 측 사이에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하였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다.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을 들어 철도유통 등이 KTX 승객서비스업무에 관하여 업무수행의 독자성이나 사업경영의 독립성 없이 피고 측 노무대행기관의 역할만을 하였다고 보아 원고들과 피고 측 사이에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묵시적 근로계약관계의 성립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은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 지] 원고 명단: 생략]

대법관 이인복(재판장) 김용덕 고영한(주심) 김소영

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2011.8.19.선고 2010나9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