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정보통신망침해등)][미간행]
피고인
피고인
이정호(기소), 이율희(공판)
법무법인 윤성 담당변호사 이인석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1.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법리오해)
가. 피고인은 피해자 공소외 1의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저장되어 있던 전자파일을 열어본 것에 불과하므로, 위 전자파일을 ‘정보통신망에 의하여 처리·전송·보관’되는 타인의 비밀이라 볼 수 없고, 또한 피고인이 ‘정보통신망에 침입’하는 등 부정한 수단·방법으로 타인의 비밀을 취득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나. 또한 피고인이 위와 같이 전자파일을 열어 피해자 공소외 1, 공소외 4 사이의 메신저 대화 내용을 취득하게 되었지만, 피고인이 위 피해자들의 포교활동 및 괴롭힘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한 행동이므로, 이는 관리자의 추정적 승낙, 정당방위 또는 정당행위의 경우에 해당되어 위법성이 조각된다.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채증법칙 위반 등으로 인한 사실오인,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2. 판단
원심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피고인이 정당한 접근권한 없이 정보통신망에 침입하여 정보통신망에 의하여 처리·전송·보관되는 비밀(피해자 공소외 1의 메신저 대화내용)을 취득·누설한 사실이 인정되고, 이러한 행위가 관리자의 추정적 승낙, 정당방위 또는 정당행위의 경우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을 기록과 대조하여 면밀히 살펴보고,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을 더하여 보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되고, 거기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잘못은 없으므로, 피고인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① 피고인은 피해자 공소외 1과 공소외 4 사이의 메신저 대화 내용이 저장된 전자파일을 위 메신저 프로그램의 보관함을 통하여 확인하였고, 이러한 경우에는 해당 컴퓨터의 하드디스크에 저장되어 있는 전자파일을 위 보관함을 통하여 확인하는 것이므로 네트워크 등 통신기능을 사용하지 아니하고도 확인이 가능한 것으로 볼 여지가 없지는 않다.
그러나 피해자 공소외 1과 공소외 4는 각자의 컴퓨터에 설치된 메신저 프로그램을 통하여 사적 대화로서 제3자와는 공유하기 어려운 원심 판시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은 문자를 주고받으면서 그 대화내용을 메신저 프로그램에서 제공하는 보관함에 저장하였는바, 이러한 저장행위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9조 에서 규정하고 있는 ‘정보통신망에 의한 정보·비밀의 처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이렇게 처리되어 메신저 프로그램의 보관함에 저장되어 있는 대화내용은 피해자 공소외 1이 다시 정보통신망을 통해 메신저 프로그램을 실행한 경우에만 그 확인이 가능하다고 할 것이므로, 위 피해자 외 제3자가 접근권한 없이 위 피해자의 계정을 이용하여 메신저 프로그램을 실행한 후 위 보관함의 대화내용을 확인하는 것은 정보통신망에 의하여 처리된 공소외 1의 비밀을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돌이켜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위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이 피해자 공소외 1에 의하여 실행된 메신저 프로그램을 위 피해자 모르게 사용하여 그 보관함에 접속, 그에 저장된 대화내용을 불러와 이를 복사한 후 다시 이를 제3의 컴퓨터에 전송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이는 곧 피고인이 정당한 접근권한 없이 정보통신망에 침입하여 정보통신망에 의하여 처리된 피해자 공소외 1의 비밀을 침해 또는 누설한 것이라 할 것이다.
② 비록 메신저 프로그램의 서비스제공자인 공소외 3 주식회사가 징계조사나 영업비밀보호 등을 위하여 메신저 대화 내용을 열람·확인할 수 있다하더라도, 위 메신저 프로그램 운영 업무와 아무런 관련도 없는 피고인에게 위와 같이 열람·확인할 권한이 없을 뿐더러 위 회사에서 피고인과 같은 일반 직원에게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행위를 하는 것을 승낙하였을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 이미 피해자들의 포교활동에 대하여 회사 차원의 면담·조사가 진행되던 시점에서 피고인이 회사에 피해자 공소외 1의 메신저 대화 내용 확보를 요청·문의하는 등의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아니한 채 임의로 그 대화 내용을 취득하였는바, 피고인에게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위와 같은 행동을 할만한 긴급한 사정이 있었다고 볼 수도 없는 점, 그 밖에 피해자의 침해행위에 의하여 침해된 법익의 종류, 정도, 침해의 방법, 피고인의 보호이익 및 그 보호방법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행위가 관리자의 추정적 승낙, 정당방위 또는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그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 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