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하집1993(3),14]
가. 생명보험계약이 무권대리에 의하여 이루어진 경우 이를 타인의 생명의 보험으로 보아야 하는지 여부
나. 분납보험료가 소정의 기간 내에 납입되지 아니하였을 경우 보험계약이 막바로 실효됨을 규정하고 있는 보험약관의 효력
다.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가 보험사고의 발생에 상당한 정도 기여하였을 때 그 기여도를 감안하여 보험자의 보험금지급의무를 감경할 수 있는지 여부
가. 무권대리인이 본인을 대리하여 보험자와 사이에 본인을 보험계약자 겸 피보험자로 하는 내용의 보험계약을 체결한 후 본인으로부터 보험계약의 체결에 관한 적법한 추인을 받아 이를 보험자에게 통고한 경우에는 당해 보험계약은 유효하게 성립하고, 그 보험계약이 생명보험인 경우에도 이를 타인의 생명의 보험이라고 할 수 없다.
나. 분납보험료가 소정의 기간 내에 납입되지 아니하였음을 이유로 상법 제650조 소정의 최고 및 해지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막바로 보험계약이 실효됨을 규정하고 있는 보험약관의 규정은 상법 제650조, 제663조의 강행규정에 위배되어 무효이다.
다. 보험제도의 본질적인 목적과 취지 및 특성에 비추어 볼 때,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가가 보험사고의 발생에 상당한 정도로 기여하였을 때에는 그 기여도를 감안하여 보험자의 보험금지급의무를 일정한도로 감경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합치된다.
2.
대법원 1987.6.23. 선고 86다카2995 판결(공1987, 1231) , 1992.11.24. 선고 92다23629 판결(집40③166 공1993상, 229) , 1992.11.27. 선고 92다16218 판결(공1993상, 407)
원고
삼성생명보험주식회사
1. 피고는 원고에게 금 60,000,000원 및 이에 대한 1992.7.3.부터 1993.12.3.까지는 연 5푼의,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연 2할 5푼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이를 3분하여 그 1은 원고의, 나머지는 피고의 각 부담으로 한다.
4. 위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피고는 원고에게 금 90,000,000원 및 이에 대한 이 사건 소장부본의 송달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 연 2할 5푼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는 판결.
갑 제2호증(개인보험계약청약서, 갑 제6호증의 7과 같다), 갑 제3호증(무지개보험안내서), 갑 제4호증의 15(보험약관), 18(보험보장내용), 20(외상장부사본), 27(진술서), 28, 갑 제5호증의 5, 갑 제6호증의 6(각 진술조서), 갑 제4호증의 38,40(각 녹취서표지), 39,41(각 녹취서내용), 갑 제5,6호증의 각 2(각 사실과 이유), 갑 제5호증의 3(참고자료제출), 4(가족확인서), 6(참고인진술청취보고), 을 제11호증의 1,2(보험료영수증 표면 및 이면)의 각 기재, 갑 제1호증(호적등본, 갑 제4호증의 14와 같다), 갑 제4호증의 5,6(각 고소장, 갑 제4호증의 6은 을 제2호증의 2와 같다), 13, 29(각진술조서), 25(증명서), 26(사망신고서), 47, 갑 제6호증의 8,9(각 피의자신문조서), 갑 제4호증의 48(진술서), 을 제4호증(가족면담내용), 을 제7호증(모집경위서), 을 제8호증(모집사원확인서)의 각 일부기재, 증인 소외 1의 증언, 증인 김충식, 염성희의 각 일부증언 및 이 법원의 현장검증결과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소외 1은 1990.9.22. 전남편인 소외 2를 대리하여 보험업자인 피고와 사이에 생명보험과 상해보험을 복합한 형태인 무지개보험계약(이하 이 사건 보험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면서, 보험계약자 및 피보험자는 소외 2, 보험기간은 계약일로부터 26년간, 월납입보험료는 금 22,050원으로 하고, 소외 2가 사망하거나 재해로 다치는 등의 경우를 보험사고로 하되, 소외 2가 사망하는 경우에는 그 보험수익자를 동인의 딸인 원고로 하여, 일반사망시는 금 10,000,000원, 재해사망시는 금 100,000,000원을 보험금으로 지급받기로 약정한 사실, 소외 1은 피고의 보험모집인인 소외 염성회의 권유에 따라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게 되었는데, 그 계약체결 당시에는 소외 2로부터 그 계약체결에 관한 수권을 받지 아니한 채 계약을 체결하였으나, 그 이틀 후인 1990.9.24. 소외 2에게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한 사실을 알리고 그로부터 추인을 받은 다음, 이를 보험모집인인 위 염성희를 통하여 피고에게 통지한 사실, 소외 2는 1991.11.13. 저녁 무렵 술에 취해 자기집 안방 마루에 걸터앉아 있다가, 같은 날 21:00경 바로 그 마루 아래의 마당에 엎드려 쓰러진 상태로 발견되었는데, 발견 당시 이미 사망한 상태였고, 특별한 외상은 없었으나 코에서 약간의 코피가 홀러나와 있었던 사실, 위 안방 마루에서 마당 사이에는 오르내리기 편하게 커다란 돌을 거칠게 쌓고 그 틈새에 흙을 채워 축대를 만들어 놓았는데, 마당에서 축대까지의 높이는 약 40센티미터 가량 되고 축대의 너비는 약 65센티미터 가량되며, 축대에서 마루까지의 높이는 약 66센티미터 가량되어, 사람이 마루에서 굴러떨어져 위 축대모서리의 튀어나온 돌부분에 머리를 부딪힐 경우에는 크게 다치거나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 사실, 한편 위 망 소외 2는 평소 자주 술을 마시기는 하였으나 그로 인하여 몸을 해칠 정도에 이르지는 아니하였고, 달리 특별한 질병도 없었기 때문에 비교적 건강하게 농사일을 하면서 부업으로 틈틈이 막노동을 하여 생계를 꾸려 가고 있었으며,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기 불과 2일 전까지도 충남 청양읍에 있는 어느 공사장에서 별무리없이 막노동을 하였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이에 반하는 위 갑 제1호증, 갑 제4호증의 5,6,13,25,26,29,47, 갑 제6호증의 8,9, 갑 제4호증의 48, 을 제4호증, 을 제7호증, 을 제8호증의 각 일부기재 및 증인 김충식, 염성희의 각 일부증언은 믿지 아니하고, 달리 반증 없다.
위 인정사실에 나타난 위 망 소외 2의 평소 건강상태, 음주습관, 이 사건 사고 당일의 음주정도와 행적, 사망한 시간과 사체가 발견된 위치, 사체의 자세 및 겉으로 드러난 상태 등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위 망 소외 2는 이 사건 사고 당일 저녁 무렵 술에 취해, 운동신경이나 신세의 균형감각이 평소보다 상당히 저하된 상태에서 위 거주지의 안방 마루에 걸터앉아 졸다가, 순간적으로 몸의 중심을 잃고 마당쪽으로 굴러떨어지면서 위 축대의 끝모서리 부분에 머리를 부딪혀 그 충격으로 사망에 이르게 된 것으로 추단할 수 있다 할 것인바, 그렇다면 위 망 소외 2의 사망은 예기치 못한 불의의 우발적인 사고에 기인한 것으로서 이 사건 보험계약에 규정된 이른바 재해사망의 경우에 해당한다 할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원고에게 그에 따른 약정의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먼저, 이 사건 보험계약의 보험계약자는 소외 1로서 이 사건 보험계약은 이른바 타인의 생명보험에 해당하기 때문에, 그 피보험자인 위 망 소외 2의 동의를 얻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 동의를 얻지 아니하였으므로, 이 사건 보험계약은 무효라고 항변한다.
살피건대, 소외 1이 이 사건 보험계약자이고, 따라서 이 사건 보험이 타인의 생명보험에 해당한다는 점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 없는 반면, 오히려 앞서 본 바와 같이 소외 1은 사전에 수권을 받지 아니한 채 이른바 무권대리인으로서 위 망 소외 2를 대리하여 피고와 사이에 위 망 소외 2를 보험계약자 겸 피보험자로 하는 내용의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였으나, 그 후 위 망 소외 2로부터 이 사건 보험계약의 체결에 관한 적법한 추인을 받아 이를 피고에게 통고 함으로써 이 사건 보험계약이 유효하게 성립하였음이 분명하므로, 피고의 위 항변은 이유 없다.
피고는 다시, 위 망 소외 2는 이 사건 보험계약의 체결 당시 과도한 음주로 인하여 알콜중독증세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피고에게 고지하지 아니함으로써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고지의무를 위반한 잘못이 있으므로, 원고의 청구에 응할 수 없다고 항변하나, 이 사건 보험계약의 체결 당시 위 망 소외 2에게 알콜중독증세가 있었다는 점에 관하여는 앞서 믿지 아니하여 배척한 증거 외에 달리 이를 인정할 다른 증거 없을 뿐만 아니라, 가사 위 망 소외 2가 피고의 주장과 같이 그 건강상태에 관한 고지의무를 위반하였다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이 사건 보험계약 자체가 당연무효로 되는 것은 아니고, 다만 피고는 위 고지의무위반을 이유로 이 사건 보험계약을 장래에 향하여 해지할 수 있다 할 것이나, 피고가 위 망 소외 2의 어떤 고지의무위반을 들어 이 사건 보험계약을 해지하였다는 점에 관한 아무런 주장, 입증도 없으므로, 결국 피고의 위 항변 또한 어느 모로 보나 이유 없다 할 것이다.
피고는 다시, 가사 이 사건 보험계약이 유효하게 성립하였다 하더라도 이 사건 보험계약은 그 월납입보험료가 연체됨으로써 1991.8.1.자로 이미 실효되었기 때문에, 그 후에 발생한 위 망 황규철의 사망은 보험기간 내의 보험사고가 아니라고 항변한다.
살피건대, 앞서 본 증거에 의하면, 이 사건 보험계약의 보험약관 제 14조 제1항은 계약자가 보험료의 납입기일이 속하는 달의 다음달 말일(이른바 유예기간)까지 보험료를 납입하지 않는 경우 그 다음날부터 이 계약은 더 이상 효력을 갖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또한 이 사건 보험계약상 보험료의 납입은 방문수금에 의한 월납의 방식에 의하기로 약정하였는데, 그 월납입보험료 중 1991.6. 및 7.분 보험료가 1991.8.1.이 경과할 때까지 각 미납되었던 사실은 인정할 수 있으나, 한편 상법 제650조에 의하면, 보험료가 약정한 시기에 지급되지 아니한 때에는 보험자는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보험계약자에게 최고하고 그 기간 내에 지급되지 아니한 때에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아울러 같은 법 제663조에 의하면 위 규정은 당사자간의 특약으로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나 보험 수익자의 불이익으로 변경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결국 분납보험료가 소정의 기간 내에 납입되지 아니하였음을 이유로 위와 같은 법정의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막바로 보험계약이 실효됨을 규정하고 있는 위 보험약관의 규정은 위 상법의 강행규정에 위배되어 무효라고 할 것인바, 피고가 상법에 규정된 절차에 따라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위 망 소외 2나 또는 소외 1에게 위와 같이 연체된 보험료의 지급을 최고하였다거나 그와 같은 보험료 납입연체를 이유로 이 사건 보험계약을 해지하였다는 점에 관하여 아무런 주장, 입증이 없으므로, 결국 이 사건 보험계약이 월납입보험료의 연체로 인하여 당연히 실효되었음을 전제로 한 피고의 위 항변은 더나아가 살펴볼 것도 없이 이유 없다.
피고는 다시, 위 망 소외 2가 사망한 것은 불의의 우발적인 사고에 의한 것이 아니라, 알콜중독 등 평소의 질병이나 체질적 요인이 전적인 원인이 되었거나 또는 주된 원인이 되었기 때문에, 이 사건 보험계약상의 이른바 재해로 인한 사망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항변하나, 위 망 소외 2가 평소 알콜중독 등 건강을 해칠 정도의 질병이나 돌연사할 가능성이 있는 어떤 특수한 체질적인 요인을 갖고 있었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도 없는 반면, 오히려 위 망 소외 2는 앞서본 바와 같이 평소 술을 좋아하여 자주 술을 마시기는 하였으나, 그로 인하여 신체적 기능에 별다른 이상이 없이 농사일이나 막노동 같은 육체적인 업무를 무리없이 수행하여 왔음이 분명하므로, 피고의 위 항변 또한 이유 없다.
그러므로 나아가, 피고가 지급하여야 할 보험금의 액수에 관하여 보건대, 보험제도의 목적이 우연한 사고로 인한 개인의 손실을 다수인에게 균등하게 분배함으로써 위험을 분산시키는 데에 있고, 따라서 보험계약은 일반거래상의 다른 계약과는 달리 윤리성, 선의성이 특별히 강조되는 이른바 최대선의의 계약으로서 상법상 후견적인 규제를 많이 받고 있으며,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는 보험자가 인수한 위험을 임의로 변경, 증가시키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여 간접적으로 보험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여야 할 이른바 위험유지의무를 부담하고 있고, 아울러 보험사고가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생긴 때에는 보험자의 보험금 지급의무가 면제되는 점 등 보험제도의 본질적인 목적과 취지 및 특성에 비추어 볼 때,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가 보험사고의 발생에 상당한 정도로 기여하였을 때에는 그 기여도를 감안하여 보험자의 보험금지급의무를 일정한도로 감경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정의와 형평의 관념에 비추어 합당하다 할 것인바, 이 사건 보험계약의 계약자 겸 피보험자인 위 망 황규철은 이 사건 사고 당일 저녁무렵 술에 취하여 신체의 균형감각이나 조절능력이 상당히 저하된 상태에 있었으므로, 위험한 곳을 피하여 안전한 장소에서 편하게 쉬면서 불의의 사고를 당하지 않도록 조심하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앞서 본 바와 같이 추락사고의 위험이 높은 마루의 끝부분에 걸터앉아 졸고 있다가 순간적으로 몸의 균형을 잃고 굴러떨어져 사망에 이르게 됨으로써 이 사건 보험사고의 발생에 상당한 정도 기여한 잘못이 있다 할 것이고, 위 망 황규철의 위와 같은 잘못을 고려할때 피고가 지급하여야 할 보험금 중 30퍼센트 정도를 감액하여 지급하도록 하는 것이 신의칙과 공평의 이념에 합치된다 할 것이므로, 결국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하여야 할 보험금의 액수는 위 약정의 금 100,000,000원 중 30퍼센트를 감액한 금 70,000,000원 {=100,000,000원×(1-30/100)} 에서 다시 원고가 이미 지급받았음을 자인하는 금 10,000,000원을 공제한 나머지 금 60,000,000원(=70,000,000원 -10,000,000원)이 된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피고는 원고에게 위 금 6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원고의 구하는 바에 따라 이 사건 소장부본의 송달익일임이 기록상 명백한 1992.7.3.부터 이 사건 판결선고일인 1993.12.3.까지는 민법 소정의 연 5푼의,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소정의 연 2할 5푼(원고는 이 사건 소장부본의 송달익일 부터 이 사건 판결선고일까지의 기간에 대하여도 위 특례법 소정의 연 2할 5푼의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나, 위 기간 동안은 피고가 이 사건 이행의무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그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며, 소송비용의 부담에 관하여는 민사소송 법 제89조, 제92조를, 가집행의 선고에 관하여는 같은 법 제199조를 각 적용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