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상법률관계부존재확인][하집1990(3),139]
한국 법인 벨기에국 법인 등과의 독점판매권계약에 있어 당사자가 준거법으로 합의한 독일법의 판례인 행위기초론에 따라 계약 당시의 행위기초가 계약 후에 변경되었음을 사유로 한 계약해지권을 인정한 사례
국제거래에 있어 독점판매권계약은 계약당사자의 일방이 타방 당사자에게 특정 지역에서의 독점판매권을 제공하는 대신 타방 당사자는 상대방의 제품만을 취급할 의무를 지거나 해당 지역 내에서 상대방의 제품에 대한 판매를 확대, 유지할 책임(시장조성책임)을 지게 하는 계약으로서 국제거래 관습상 하나의 전형계약을 이루고 있다 할 것인바, 스테인레스 주방용품을 제조, 수출하는 우리나라의 원고 회사와 벨기에국 법인인 피고 갑회사 및 네델란드 법인인 소외 을회사 사이에 체결된 위 스테인레스 주방용품 독점판매권계약이 그 전제사실로서 원고 및 위 갑,을회사가 계약 이전부터 원고회사가 제조하는 주방용품이 생산을 위하여 긴밀히 협조하여 왔음을 강조하고, 갑, 을회사를 계약상 일체로서 을 그룹으로 지칭하면서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을 그룹을 계약당사자로 규정하고 있으며 계약 전체를 통하여 위 갑, 을 회사를 동일한 이해관계를 가진 경제적 단일체로 상정하면서 단일한 당사자인 것과 마찬가지로 공동으로 위 시장조성책임을 수행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면 위 계약은 을회사와 갑회사가 경제적으로 동일한 이해관계를 가지며 경영상으로도 밀접한 협력관계를 형성하면서 영업하여 왔던 점을 당사자 쌍방이 그 전제사실로 인식하고 체결되었던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므로, 위 계약 체결일로부터 약 3년후 갑회사의 주식 전부를 소유하고 있던 을회사가 갑회사의 주식 전부를 타에 매각하여 버리고 을 회사의 주식 또한 피고 병회사에게 매각되어 그 경영진이 교체되고 상호마저 변경되는 등으로 주식소유를 통한 을회사와 갑회사의 결합관계가 완전히 종식되어 경영상으로도 각자 독립하게 되었을 뿐 아니라 같은 서유럽시장에서 유사한 영업을 하는 경쟁업체로 바뀌게 되었다면 이러한 사정변경은 을회사의 입장에서는 그가 위 계약상의 의무를 고의적으로 저버린 결과라 할 것이나 원고 또는 갑회사의 입장에서는 위 계약체결시 예견하거나 그 후 회피할 수 없었던 사정이 변경으로서 계약 당초의 행위기초가 계약 후 변경된 경우에 해당하므로 원고회사가 그와 같은 사정변경을 이유로 갑회사에 대하여 위 계약을 해지한 것은 적법하다.
남일금속주식회사
엔.브이.코닌클리즈케 판 켐펜 엔 베게르(N.V.KONINKLIJKE VAN KEMPEN EN BEGER)외 1인
1. 제1심 판결을 변경한다.
2. 피고들이 원고가 생산하는 주방용품(cookware)에 대한 서유럽지역 독점판매권(sole purchasing right)을 보유하지 아니함을 확인한다.
3. 소송총비용은 피고들의 부담으로 한다.
주문과 같다.
1. 본안전항변에 관한 판단
피고들은 본안전항변으로서 원고의 이 사건 소는 과거의 사실관계의 확인을 구하는 것으로 부적합하다고 주장하나, 일건기록에 의하면 원고가 이 사건 소로서 구하는 바는 원고와 피고 엔.브이.레펠(벨기에국 법인; 이하 레펠이라 한다) 및 소외 엔.브이.게로파브리크(N.V.Gerofabriek, 네덜란드국 법인;이하 게로라 한다) 사이에 1983.11.9. 체결된 계약이 해지되었거나 또는 위 계약상의 지위를 양수하였음을 주장하는 피고 엔.브이.코닌클리즈케 판 켐펜 엔 베게르(네델란드국 법인;이하 켐팬이라 한다)의 계약상 지위인수가 그 효력을 발생할 수 없으므로 피고들에게는 현재 위 계약상의 독점판매권이 없음의 확인을 구하고 있음이 명백하므로, 피고들의 위 주장은 이유없다 할 것이다.
2. 본안에 관한 판단
(1) 사실관계
각 성립에 다툼이 없는 갑 제1호증(계약서), 제3호증(신문), 제4호증의 1,2(각 서신), 제6 내지 16, 18, 19 각호증(각 서신 또는 텔렉스), 을 제1 내지 18각호증(각 서신 또는 텔렉스), 제1 심 및 당심증인 조규곤의 증언에 의하여 각 진정성립이 인정되는 갑 제20호증의 1(서신), 같은 호증의 2(의견서), 제21, 22 각호증 및 제32호증의 1,2 및 제37호증(각 의사록 등기초본), 제23, 27, 28, 29 각호증(각 등기필증), 제30호증의 1, 2(각 보고서), 제31, 34 각호증(각 주총보고)의 각 기재와 위 증인의 증언을 종합하면, 원고는 스테인레스 주방용품(cookware in stainless inoxidizable steel)을 제조, 수출하는 한국 회사이고, 피고 레펠은 원고 등으로부터 주방용품을 수입하여 서유럽에 판매하는 벨기에 회사, 소외 게로는 원고 등으로부터 주방용품을 수입하여 서유럽에 판매하는 네델란드 회사인 사실, 1983.11.경 소외 게로는 피고 레펠의 주식전부를 소유하는 모회사(parent company)로서 자회사(daughter company)인 피고 레펠과 경영상 밀접한 협력관계를 형성하면서 영업하였으며(예컨대 1982년부터 1985.5.12.까지 피고 레펠의 사장이던 소외 제이 알 켄닝은 1984년부터 1986.3.까지 소외 게로의 사장을 겸하였으며, 1984년 및 1985년 당시 소외 게로는 피고 레펠에게 19,000,000 벨기에 프랑 이상의 우대차관을 제공하고 있었다), 당시 위 두 회사는 원고로부터 월 300,000개 가량의 주방용품을 수입하고 있었던 사실, 1983.11.경 피고 레펠의 사장인 소외 제이 알 켄닝이 한국에 와서 원고에게 위와 같은 당시의 사정을 전제로 하여 원고와 사이에 독점판매권 계약을 체결할 것을 요청하고 원고가 이에 응하여 1983.11.9. 원고와 피고 레펠 및 소외 게로(이하, 두 회사를 피고 등이라 한다) 사이에 아래에서보는 보와 같은 독점판매권 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면서, 독일연방공화국(이하, 독일이라 한다) 법을 위 계약의 준거법으로 하고 독일의 뒤셀도르프와 한국의 서울 법원 등을 관할법으로 하기로 합의한 사실, 위 계약 체결 당시 원고는 국제거래에 관한 경험부족과 미숙으로 인하여 피고 등에게 계약일로부터 1991.12.31.까지 8년여 기간동안 원고 제품에 대한 서유럽 지역 독점판매권이라는 강력한 권리를 부여하면서도(따라서 원고는 피고 등이 개별적 양해 없이 서유럽 지역에서 독자적으로 시장을 개척하지 아니할 의무를 지게 되었다) 그에 상응하는 의무를 부과하지 아니한 채 피고 등으로 하여 금 원고 제품 이외의 주방용품 등도 자유로이 취급할 수 있게 하였을 뿐 아니라 단순히 시장상황과 원고의 판매가격이 허용하는 한 월 300,000개의 원고 제품을 구입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한다는 막연한 약속만을 문서화하는 데 그친 사실, 위와 같은 불평등계약을 체결한 후 피고 등이 원화절상으로 인한 시장상황의 악화 등을 이유로 원고로부터 위 계약 체결 전보다 현저히 적은 월 70,000 내지 180,000개 정도의 주방용품을 수입하여 감에 그치자 원고는 위 계약에 불만을 품고 피고 등에게 수차에 걸쳐 위 계약의 수정을 요구하였으나 피고 등이 계약의 구속력을 이유로 번번이 이를 묵살하여 오던 중, 1986년초 소외 게로의 주식 전부를 소유하고 있던 네델란드 정부(총 주식의 75.67퍼센트 소유) 외 2개 회사(총주식의 24.33퍼센트 소유)가 위 주식 전부를 피고 켐펜(네덜란드 회사이다)에게 매각하여 소외 게로의 경영진이 교체되고 상호마저 1987.2.17. 드렌체 메탈파브리크 비.브이(Drentse Metaal-fabriek B.V.)로 변경되었으며, 피고 레펠의 주식 전부를 소유하고 있던 위 소외 게로도 1986.12.경 자회사인 위 피고 레펠의 주식 전부를 소외 엔.브이.비브 및 소외 엔.브이.게버파 등에게 매각하여 주식 소유를 통한 소외 게로와 피고 레펠의 결합관계는 완전히 종식되고 이로 인하여 경영진의 교체를 포함하여 경영상으로도 양사가 각자 독립하게 되었을 뿐 아니라 나아가 같은 서유럽 시장에서 유사한 영업을 하는 잠재적 또는 현재적 경쟁업체로서 상호 반대의 이해관계를 가지는 관계로 바뀌게 된 사실, 한편 위 게로의 주식 전부를 소유하게 된 피고 켐펜은 그 시경 소외 게로의 영업 중 주방기구 수입·판매 영업 부문을 소외 게로로부터 포괄 양수하면서 소외 게로로부터 이 사건 계약상의 소외 게로의 지위도 인수한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고 반증이 없다.
(2) 원고의 피고 레펠에 대한 청구에 관한 판단
원고는 피고 레펠에 대한 청구원인으로서, 원고와 피고 등과의 이 사건 계약 체결 당시에는 소외 게로가 피고 레펠의 주식 전부를 소유하고 있으면서 상호간 경영상의 협력과 공동영업을 통하여 경제적으로 동일 방향의 이해관계를 가지는 기업결합을 이루고 있었는데, 1986.12.경 소외 게로가 피고 레펠의 주식 전부를 타에 매각하면서부터는 상호 협력관계가 종식되었음은 물론이고 오히려 상호경쟁관계에 놓이게 되었는바, 이러한 사정변경은 이 사건 계약의 기초가 허물어진 경우로서 당초의 계약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신의칙상 현저히 불공평한 경우에 해당하게 되어 1987.1.16. 원고가 피고 레펠에게 위 계약을 해지하였으므로, 피고 레펠은 더 이상 이사건 계약상의 독점판매권을 보유하지 않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국제거래에 있어서 독점판매권 계약(exclusive dealership contract 또는 sole purchasing right contract)은 계약 당사자의 일방이 타방 당사자에게 특정지역에서의 독점판매권을 제공하는 대신 타방 당사자는 상대방의 제품만을 취급할 의무를 지거나 해당 지역 내에서 상대방의 제품에 대한 판매를 확대 또는 유지할 책임(시장조성책임, duty to develop market)을 지게 하는 계약으로서 국제거래관습상 하나의 전형계약을 이루고 있다 할 것인데, 이 경우 독점판매권을 부여한 당사자가 해당 지역에서 독자적으로 시장개척을 하지 아니할 의무를 지는 대신 독점판매권을 부여받은 당사자가 자신의 경비로 광고를 하거나 영업망을 확충하여 해당 지역내에서 상대방의 제품에 대한 판매고를 유지, 확대할 의무를 지며 그 의무의 내용은 개별 계약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규정되는바 최소 판매량 규정을 두는 것이 보통의 경우라 할 것이다. 이 사건의 경우에도 앞서 본 갑 제1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가 피고 등에게 제3조에서 독점판매권을 부여하는 대가로 제1조에서 피고 등에게 시장조성책임을 부과하고 있다 할 것이다(그러나 피고 등의 부담하는 시장조성책임의 내용이 모호하고 의무해태의 경우에 제재할 수 있는 방도를 마련하지 아니하여, 결과적으로 원고는 피고 등이 시장조성의무 수행이 불만족스럽더라도 8여년간 속수무책일 뿐 독자적으로 서유럽시장 진출을 하지 못하게 된 반면, 피고 등은 시장상황이 유리하면 위 계약을 원용하여 독점판매권의 이익을 누릴 수 있고 시장상황이 불리하다는 핑계를 대면 어떠한 의무의 이행도 거부할 수 있도록 된 불평등계약이 되고 말았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리고 이 사건 계약의 특이점은 위 계약서 전문9에서 위 계약체결의 전제사실로서 원고와 피고 레펠 및 소외 게로가 계약 이전부터 원고가 제조하는 주방용품의 생산을 위하여 함께 긴밀히 협조하여 왔음을 강조하고 소외 게로와 피고 레펠을 계약상 일체로서 게로그룹(Gero-Group)으로 지칭하면서, 전문 9개조의 위 계약 중 제1, 2, 3, 4, 5, 9조에서 계약당사자를 원고와 게로그룹으로 명시적으로 대칭하여 규정하고 나머지 제6, 7, 8조에서도 묵시적으로 계약당사자를 원고와 게로그룹으로 대칭하여 규정하고 있으며 계약 전체를 통하여 소외 게로와 피고 레펠을 동일 방향의 이해관계를 가진 경제적 단일체로 상정하면서 마치 단일 당사자인 것과 마찬가지로 공동으로 제1조의 시장조성책임을 수행할 것을 규정하고 있는 점에 있다고 할 것인바, 이러한 계약의 내용과 규정형식에 비추어 볼 때 위 계약은 앞서 본 사정 즉, 위 계약 체결 당시 소외 게로는 피고 레펠의 주식 전부를 소유하는 모회사로서 자회사인 피고 레펠과 경제적으로 동일 이해관계를 가지며 경영상으로도 밀접한 협력관계를 형성하면서 영업하였던 점을 위 계약의 기초된 전제사실로서 계약 당사자 쌍방이 인식하고 체결하였던 것이라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 그런데 위 계약 체결 후 3년 정도 경과한 뒤인 1986년 소외 게로의 주식 전부를 소유하고 있던 네델란드 정부 외 2개 회사가 위 주식 전부를 피고 켐펜에게 매각하여 소외 게로의 경영진이 교체되고 상호마저 1987.2.17. 드렌체 메탈파브리크 비.브이.로 변경되었고, 피고 레펠의 주식 전부를 소유하고 있던 위 소외 게로도 1986.12.경 자회사인 위 피고 레펠의 주식 전부를 소외 엔.브이.비브 및 소외 엔.브이.게버파 등에게 매각하여 주식 소유를 통한 소외 게로와 피고 레펠의 결합관계는 완전히 종식되고 위 피고 레펠의 경영진도 교체됨으로 인하여 경영상으로도 각자 독립하게 되었을 뿐 아니라, 같은 서유럽시장에서 유사한 영업을 하는 잠재적 또는 현재적 경쟁업체 관계로 바뀌게 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며, 원고가 1987.1.16. 위와 같은 사정변경을 들어 피고 레펠에게 위 계약을 해지한다는 의사표시를 하고 그 의사표시가 그 시경 피고 레펠에게 도달하였음은 앞서 든 갑 제4호증의 1, 2의 각 기재에 의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고 반증이 없다.
그런데 위와 같이 한국 법인인 원고와 벨기에 법인인 피고 레펠 등과 사이에 체결된 국제간 계약의 성립 및 효력과 해지가능성 여부 등은 섭외적 생활관계에 관한 문제로서 섭외사법 제9조 가 정하는 바에 따라 계약 당사자들이 합의한 독일법에 의하여 규율된다 할 것인바, 독일민법 제242조(채무이행상의 신의칙을 규정한 조문)의 해석론으로 판례법상 발전하여 온 행위기초론(Leher von Geschafts grundlage, 우리 법제상 사정변경의 원칙과 유사한 법개념이다)에 의하면, 계약체결 당시에 있었던 환경 또는 그 행위를 하게 된 기초되는 사정이 계약 후 현저하게 변경되어 당초의 계약의 내용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신의칙과 공평의 원리에 반하는 부당한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에는 당사자 일방이 계약의 내용을 신의칙에 맞도록 변경하거나(계약조정권) 또는 계약관계를 종료시킬 수 있는 권리(계약 해제.해지권)을 갖게 되는데, 이러한 계약조정권 또는 계약해지권 발생의 요건은, ① 행위 기초가 된 사정을 당사자의 일방이 계약체결의 전제로 삼았을 것, ② 이러한 일방 당사자의 고려에 대하여 타방 당사자도 진지하게 대응하였을 것, ③ 행위기초가 된 사정은 계약당사자가 계약의 전제조건으로서의 확실성을 의심하였더라면 당해 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였거나 다르게 체결하였을 정도로 중요한 것일 것, ④ 계약 체결 후 행위기초가 된 사정이 소멸하였을 것, ⑤ 사정변경 후에는 원래의 계약상의 의무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계약 당사자에게 기대불가능할 것 등의 요건이 충족되어야 하고, 그 효과로는 계약 당사자의 일방 또는 쌍방에게 계약조정권 또는 계약 해제.해지권이 발생하게 되나, ⑥ 상대방이 계약조정에 응하지 않거나 계약조정이 불가능 또는 기대불가능한 경우에는 계약 해제.해지권이 발생하며, 원계약상에 계약조정조항(adjustment clause, Neuverhandlungsklausel)이 있더라도 위와 같이 계약조정이 기대불가능한 경우에는 당사자 일방이 계약을 해제·해지할 수 있음을 당심 감정인 김형배의 독일법 감정결과 및 공성부분에 다툼이 없으므로 진정성립이 인정되는 갑 제5호증(법률의견서)의 기재에 의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다.
그러므로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에 독일법의 행위기초론을 적용하면, ① 원고는 소외 게로와 피고 레펠이 경제적 일체로서 상호간 긴밀한 협조 아래 서유럽 지역에서 원고 제품의 판매를 확장하여 줄것을 기대하여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였고(계약서 전문 참조), ② 피고 레펠도 원고의 이러한 기대에 응하여 소외 게로와 함께 시장조성책임을 부담할 것을 약속하였고(계약서 제1 조참조), ③ 원고가 만약 소외 게로와 피고 레펠 사이의 경제적 또는 경영상의 일체관계가 조만간 해소될 것을 예상하였더라면 8년여라는 장기간 동안 위 양사가 공동으로 독점판매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으리라는 것은 우리의 경험칙상 쉽사리 수긍이 가는 바이며, ④ 계약 3년 후인 1986년말 소외 게로와 피고 레펠 간의 경제적 또는 경영사의 협력관계 및 동일 이해관계가 완전히 소멸하였는바, 이러한 사정변경은 소외 게로의 입장에서는 동 회사가 이 사건 계약상의 의무를 고의적으로 저버린 결과라 할 수 있어도 원고나 피고 레펠의 입장에서는 이 사건 계약시 예견 할 수도, 위 계약 이후 회피할 수도 없었던 사정의 변경으로 계약 당초의 행위의 기초가 계약 후에 변경된 경우에 해당하고, ⑤ 상호 경영상 독점하였을 뿐 아니라 잠재적 경쟁관계에 있는 피고 등이 과거와 같은 경영상의 협조체제하에 공동하여 원고를 위하여 시장조성책임을 다할 것을 기대하는 것이 경험칙상 불가능하게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원고로 하여금 8년간이나 독자적으로 서유럽 시장을 개척할 수 없게 한 위 계약에 구속되도록 방치하는 것이 신의칙상 공평하지도 아니하고, ⑥ 원고나 피고 등이 당초에 의도하였던 계약의 목적을 유지하면서 위와 같은 세 당사자 사이의 이익의 재조정을 위한 계약조정이 기대하기 어려운 사실은 위 증인 조규곤의 증언과 변론이 전취지 및 경험칙에 의하여 인정되는 바이므로, 원고가 위와 같은 사정변경을 이유로 피고 레펠에 대하여 1987.11.16. 이 사건 계약을 해지한 것은 적법하고 따라서 위 계약은 위 해지의 의사표시가 피고 레펠에게 도달한 때에 적법히 해지되었다 할 것이다.
(3) 원고의 피고 켐펜에 대한 청구에 관한 판단
원고는 피고 켐펜에 대한 청구원인으로서, 피고 켐펜이 설사 소외 게로로부터 이 사건 계약상의 소외 게로의 지위를 인수하였다 하더라도 계약 상대방인 원고의 동의 또는 승낙을 얻지 못하였으므로 위 계약인수는 그 효력을 발생할 수 없고 따라서 피고 켐펜은 위 계약상의 독점판매권을 보유하지 아니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우리 섭외사법의 해석상 한국 법인인 원고와 네델란드 법인인 소외 게로 등과 사이에 체결된 이 사건 계약상의 소외 게로의 지위를 네델란드 법인인 피고 켐펜이 인수함에 있어 계약인수가 허용되는지 또는 그 요건과 효과는 어떠한지에 대하여는 인수된 계약 자체의 준거법이 적용된다 할 것이고(이호정 교수 저 국제사법 324면 참조), 인수된 계약인 이 사건 계약 자체의 준거법은 섭외사법 제9조 가 정하는 바에 따라 계약당사자가 합의한 독일법이 준거법이 된다 할 것이며, 독일법상 계약상의 지위 인수는 인수인과 이탈하고자 하는 원계약 당사자 간의 합의로 성립하지만 원계약 상대방의 동의 또는 승낙이 없으면 효력을 발생할 수 없음은 성립에 다툼이 없는 갑 제38호증(주석민법) 및 갑 제39호증(독일민법)의 각 기재에 의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는바, 피고의 전 거증에 의하더라도 피고 켐펜과 소외 게로 사이의 위 계약인수에 관하여 원고가 동의 또는 승낙하였음을 뒷받침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
그렇다면 피고 켐펜의 위 계약인수는 원고에 대하여 효력을 발생할 수 없고 따라서 피고 켐펜은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계약상의 독점판매권을 주장할 수 없다 할 것이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들은 더 이상 이 사건 계약상의 독점판매권을 보유하지 않게 되었다 할 것이어서 그 확인을 구하는 원고의 청구는 정당하고 피고들이 독점판매권의 존속을 주장하는 이 사건에서 원고에게 확인의 이익도 있다 할 것이므로 원고의 청구를 전부 인용할 것인바, 위와 결론을 달리한 제1심 판결은 부당하다 할 것인데 원고가 당심에 이르러 청구를 변경하였으므로 제1심 판결을 변경하고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며 소송총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