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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8. 2. 8. 선고 2016도17733 판결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강제추행)(인정된죄명:강요)·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통신매체이용음란)·협박·강제추행(인정된죄명:강요)]〈피해자를 도구로 삼아 피해자의 신체를 이용하여 추행행위를 한 경우 강제추행죄의 간접정범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사안〉[공2018상,593]

판시사항

[1] 강제추행죄에서 ‘추행’의 의미 및 추행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

[2] 강제추행죄가 ‘자수범’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 피해자를 도구로 삼아 피해자의 신체를 이용하여 추행행위를 한 경우, 강제추행죄의 간접정범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 강제추행죄에서 추행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피해자의 의사, 성별, 나이, 행위자와 피해자의 이전부터의 관계,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 행위태양, 주위의 객관적 상황과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히 결정되어야 한다.

[2] 강제추행죄는 사람의 성적 자유 내지 성적 자기결정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죄로서 정범 자신이 직접 범죄를 실행하여야 성립하는 자수범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처벌되지 아니하는 타인을 도구로 삼아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하는 간접정범의 형태로도 범할 수 있다. 여기서 강제추행에 관한 간접정범의 의사를 실현하는 도구로서의 타인에는 피해자도 포함될 수 있으므로, 피해자를 도구로 삼아 피해자의 신체를 이용하여 추행행위를 한 경우에도 강제추행죄의 간접정범에 해당할 수 있다.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주문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이유무죄 부분 포함)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강제추행죄에서 추행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피해자의 의사, 성별, 나이, 행위자와 피해자의 이전부터의 관계,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 행위태양, 주위의 객관적 상황과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히 결정되어야 한다 ( 대법원 2002. 4. 26. 선고 2001도2417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피고인은 스마트폰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하여 알게 된 피해자들로부터 은밀한 신체 부위가 드러난 사진을 전송받은 사실이 있고, 피해자들의 개인정보나 피해자들의 지인에 대한 인적사항을 알게 된 것을 기화로 피해자들에게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기존에 전송받았던 신체 사진과 개인정보 등을 유포하겠다고 하는 방법으로 피해자들을 협박하였다.

나. 피고인은 2015. 5. 3.경 피고인의 협박으로 겁을 먹은 피해자 공소외 1로 하여금 스스로 가슴 사진, 성기 사진, 가슴을 만지는 동영상을 촬영하도록 한 다음, 그와 같이 촬영된 사진과 동영상을 전송받은 것을 비롯하여, 원심판결문 별지 범죄일람표Ⅰ(순번 3번 제외) 기재와 같이 위 일시경부터 2015. 12. 22.경까지 7회에 걸쳐 피해자 공소외 1로부터 가슴 사진이나 나체사진, 속옷을 입고 다리를 벌린 모습의 사진, 가슴을 만지거나 성기에 볼펜을 삽입하여 자위하는 동영상 등을 촬영하도록 하여 이를 전송받았다.

다. 또한 피고인은 2014. 4.경 피고인의 협박으로 겁을 먹은 피해자 공소외 2로 하여금 회사 화장실에서 얼굴이 나오게 속옷만 입은 사진을 촬영하도록 한 다음, 그와 같이 촬영된 사진을 전송받은 것을 비롯하여, 원심판결문 별지 범죄일람표Ⅱ(순번 5번 제외) 기재와 같이 위 일시경부터 2015. 12. 25.경까지 총 11회에 걸쳐 피해자 공소외 2로부터 나체사진, 속옷을 입고 있는 사진, 성기에 볼펜을 삽입하거나 자위하는 동영상 등을 촬영하도록 하여 이를 전송받았다.

3.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가. 강제추행죄는 사람의 성적 자유 내지 성적 자기결정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죄로서 정범 자신이 직접 범죄를 실행하여야 성립하는 자수범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처벌되지 아니하는 타인을 도구로 삼아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하는 간접정범의 형태로도 범할 수 있다. 여기서 강제추행에 관한 간접정범의 의사를 실현하는 도구로서의 타인에는 피해자도 포함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피해자를 도구로 삼아 피해자의 신체를 이용하여 추행행위를 한 경우에도 강제추행죄의 간접정범에 해당할 수 있다.

나. 피고인이 피해자들을 협박하여 겁을 먹은 피해자들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나체나 속옷만 입은 상태가 되게 하여 스스로를 촬영하게 하거나, 성기에 이물질을 삽입하거나 자위를 하는 등의 행위를 하게 하였다면, 이러한 행위는 피해자들을 도구로 삼아 피해자들의 신체를 이용하여 그 성적 자유를 침해한 행위로서, 그 행위의 내용과 경위에 비추어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라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다. 따라서 원심이 확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의 행위 중 위와 같은 행위들은 피해자들을 이용하여 강제추행의 범죄를 실현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고, 피고인이 직접 위와 같은 행위들을 하지 않았다거나 피해자들의 신체에 대한 직접적인 접촉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달리 볼 것은 아니다.

4. 그럼에도 원심은 이와 달리 피고인이 피해자들을 이용하여 강제추행의 범죄를 실현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가려보지 아니한 채 피고인의 행위가 피해자의 신체에 대한 접촉이 있는 경우와 동등한 정도로 성적 수치심 내지 혐오감을 주거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만을 들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제추행) 및 강제추행에 관한 주위적 공소사실 전부를 무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강제추행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5. 한편 원심판결 중 위 주위적 공소사실 부분은 위와 같은 파기사유가 있어 그대로 유지될 수 없고, 그 부분과 동일체의 관계에 있는 예비적 공소사실도 파기를 면할 수 없다. 또한 원심은 위 예비적 공소사실 부분과 나머지 예비적 공소사실 등 유죄 부분이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관계에 있다는 이유로 하나의 형을 선고하였으므로, 유죄 부분도 파기를 면할 수 없고, 아울러 나머지 예비적 공소사실 부분과 동일체의 관계에 있는 주위적 공소사실 부분도 파기를 면할 수 없다. 결국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이유무죄 부분 포함)은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

6.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이유무죄 부분 포함)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상옥(재판장) 김신 이기택 박정화(주심)